‘특1급 호텔’은 옛 이야기…럭셔리 호텔 ‘별들의 전쟁’

[스페셜 리포트]
글로벌 표준 ‘별 등급’ 도입 봇물…2018년까지 전환 완료해야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여행자와 비즈니스맨의 쉼터 ‘호텔’. 호텔의 평가 기준은 각양각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가장 공신력 있는 방법은 ‘별’이다.

한국 호텔업계의 최고봉인 5성 호텔은 현재 어떤 곳들일까. 그 어느 때보다 호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올여름. 한국을 대표하는 ‘5성 호텔’을 찾아봤다.


(사진) 2015년 4월 신라호텔의 첫 5성 호텔 기념 현판식 모습. /연합뉴스

그간 여러 미디어에선 국내외 유명 호텔에 대해 ‘5성’이니 ‘6성’이니 하는 표현을 써 왔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공식적’으로 한국에는 ‘5성 호텔’은 없었다. 한국에선 별 대신 특1급부터 3급으로 분류되는 무궁화를 써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별 등급 표시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 말 5성 체계의 호텔 등급 심사제를 도입, 2015년 초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등급 심사도 공공 기관인 한국관광공사에 맡겨 객관성을 높였다. 3년마다 재심사를 받는 것을 고려하면 2018년부터는 모든 호텔이 무궁화 대신 별을 달게 된다.

이 때문에 전국의 호텔들은 별 등급제를 언제 신청하느냐를 놓고 시기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전국의 관광호텔 중 호텔 등급 심사를 받아야 하는 호텔은 총 760곳에 달한다.

이 중 기존의 무궁화 5개 호텔 즉 특1급 호텔들은 발 빠르게 별 등급으로 옮겨 가고 있다. 별 등급이 글로벌 스탠더드인 만큼 이미지가 중요한 호텔업계로서는 기존의 무궁화 등급을 계속 고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 ‘5성’ 호텔은 현재 14곳뿐

그 결과 8월 초를 기준으로 전국에서 5성 호텔로 거듭난 곳은 모두 14곳이다. 현재 5성급 호텔은 서울과 지방이 절반씩이다. 서울의 7개 호텔은 서울신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메이필드, 쉐라톤 그랜드 서울, W워커힐, 포시즌스 서울, 리츠칼튼 서울 등이다.

지방은 부산(파크하얏트 부산, 부산 웨스틴조선)과 제주(라마다프라자 제주, 롯데호텔 제주)에 각각 2곳씩 있다. 또 강릉(씨마크호텔)·울산(롯데호텔 울산)·인천(쉐라톤 그랜드 인천) 등에 1곳씩 있다.

아무래도 경제적·문화적 중심지인 ‘서울’ 지역의 특1급 호텔들이 별 등급 확보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실제로 5성 호텔 14개 중 절반인 7개가 서울에 있다. 위치상으로 보면 서울 강북 4곳, 강남 2곳, 기타 1곳이다.

별 등급제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무궁화 등급제보다 훨씬 까다롭다는 점이다. 무궁화 등급제에서는 등급과 관계없이 동일한 평가 기준을 적용해 점수별로 나눠 등급을 정했다. 하지만 별 등급제에서는 1~5성급별로 채점을 다르게 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별 등급제는 등급에 따라 별개의 평가표로 채점하는 만큼 현재 기존의 특1급 호텔이라도 5성을 받지 못하고 4성 등으로 떨어지는 곳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각각의 셈법에 따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물론 기존의 대형 특1급 호텔들은 웬만해선 이 기준에서 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작년 초 별 등급제가 도입되자마자 몇몇 특1급 호텔들 간에 ‘최초’의 타이틀을 달기 각축전이 물밑에서 벌어졌다.

최초의 5성 호텔을 놓고 승부를 벌인 곳은 삼성 계열 서울 신라호텔과 GS 계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였다. 각각 그룹사의 얼굴이자 강북과 강남을 대표하는 호텔이기에 자존심 대결은 더욱 거셌다.

결국 최초의 5성 호텔의 타이틀은 신라호텔이 가져갔다. 비결은 ‘신청 날짜’였다. 두 호텔은 모두 별 등급제가 도입된 2015년 1월 별 등급 접수를 했다.

하지만 두 호텔이 밝힌 5성 등급 신청 접수 시점은 ‘1월 13일 이전’이라는 신라가 ‘(같은 달) 16일’이라는 인터컨티넨탈보다 다소 앞섰다. 호텔신라 측이 무궁화 등급 유효기한(1월 29일)을 넘기기도 전에 별 등급 평가를 자청한 것이다.

첫 5성 호텔이 서울 신라호텔이라면 서울 시내 호텔 중 가장 최근에 5성을 단 곳은 리츠칼튼 서울이다. 강남의 대표적 호텔 중 하나인 리츠칼튼 서울은 지난 4월 심사를 통과했다.

1995년 개관한 리츠칼튼 서울은 지하 7층~지상 18층에 걸쳐 375개 객실과 올 데이 파인 다이닝, 일식당, 중식당, 뷔페 레스토랑, 델리숍, 바, 대·중·소 연회장, 피트니스 클럽, 실내 수영장, 사우나 등을 보유해 900점 이상을 획득했다.


(사진) 한국 내 첫선을 보인 럭셔리 호텔 체인 '포시즌스 서울’. /한국경제신문

◆ 호텔업계 태풍의 눈 ‘포시즌스 서울’

7곳의 서울 5성 호텔 중 최근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은 지난해 10월 1일 광화문에 문을 연 포시즌스 서울이다. 포시즌스 서울의 소유주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미래에셋운용이 2012년 10월 설정한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부동산펀드18호’를 통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개발됐다.

이 호텔은 개장한 지 5개월 만인 올해 3월 5성을 획득했다. 쟁쟁한 서울의 대형 호텔 중 ‘막내’급인 포시즌스 서울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만다린오리엔탈·페닌슐라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럭셔리 호텔 체인이 한국에 첫선을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포시즌스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세계 최고 부호 중 1명인 알 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최대 주주로 있는 기업이다.

위치도 독특하다. 포시즌스 서울은 한국에 진출하면서는 서울 내에서도 ‘노른자위’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 자리 잡았다. 광화문 일대는 롯데면세점·동화면세점 등 시내 면세점이 몰려 있어 비즈니스 고객과 쇼핑을 목적으로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다.

포시즌스 서울의 객실 수는 314개로 여타 5성 호텔보다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방의 크기가 44~52㎡ 수준으로 동급의 호텔들에 비해 최대 2배 이상 크다. 특히 딜럭스 룸 기준 평균 객실 단가가 40만원대 초반으로 다른 특급 호텔에 비해 30% 정도 비싸다.

이렇듯 국내에서 접하지 못했던 최고급 호텔 체인이 상륙하면서 국내 호텔업계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경쟁 상대의 ‘체급’ 자체가 달라진 만큼 새로운 전략과 차원이 다른 서비스 등 상향 평준화가 필수라는 분석이다.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포시즌스 서울의 가격 정책이나 시장 안착 가능성 등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서울과 함께 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부산과 제주다. 스타트를 끊은 곳은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내 파크하얏트 부산이다. ‘파크하얏트’는 호텔 체인인 하얏트의 최고급 브랜드다.
파크하얏트 부산은 지난 7월 부산 지역 특급 호텔 가운데 처음으로 ‘5성 호텔’ 등급을 획득했다.

파크하얏트 호텔은 2013년 2월 해운대 마린시티에서 개관됐고 69개의 스위트룸을 포함해 총 269개의 객실과 4개의 레스토랑과 바, 페이스트리 부티크, 다양한 규모의 연회장을 갖추고 있다. 이 밖에 부대시설로 스파, 실내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등이 있다.

뒤이어 부산 지역의 대표적 특1급 호텔인 부산 웨스틴조선호텔도 최근 5성 획득에 성공했다.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은 해운대 해수욕장 전체를 조망하는 동백섬에 1978년 문을 연 이후 수많은 귀빈이 찾는 현재 부산에서 가장 오래 된 특급 호텔이다.

이어 파라다이스호텔은 오는 11월, 롯데호텔은 내년 3~4월, 해운대그랜드호텔은 내년 상반기에 5성 등급을 신청할 예정이다.

제주도에는 2개의 5성 호텔이 있다. 롯데호텔제주와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이 지난 6월 제주 지역 첫 5성급 호텔에 선정됐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자리한 롯데호텔제주는 500개의 객실을 갖춘 리조트 호텔이다. 8개의 식당 및 라운지, 7개의 연회장을 구비해 대규모 국제 행사와 세미나도 많이 열리고 있다.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전액 출자해 설립됐다. 인터내셔널 체인 호텔인 ‘라마다인터내셔널’과 최고 등급인 ‘라마다프라자’로 프랜차이즈 계약하고 북유럽의 초호화 유람선을 모티브로 독특하게 설계됐다. 2003년 7월 개관돼 지상 9층, 지하 1층 규모로 400개의 객실을 갖춘 리조트형 비즈니스호텔이다.


(사진) 부산 지역 첫 5성 호텔인 ‘파크하얏트 부산’. /한국경제신문

◆‘무궁화’ 보다 훨씬 까다로운 ‘별’ 달기

이처럼 별 등급제를 서둘러 획득하는 호텔들이 있는가 하면 2017년 말까지 유지되는 무궁화 등급제를 최대한 유지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는 호텔들도 있다. 별 등급제의 기준이 생각보다 까다로워 무궁화 5개인 특1급 호텔이라도 4성급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의 평가 항목서에 따르면 5성급이 되려면 객실은 200개 이상이어야 만점이다. 이 정도면 웬만한 특1급 호텔은 그리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5성급이 되려면 객실 종류가 싱글룸·더블룸·트윈룸·트리플룸·딜럭스룸·스위트룸·한실 등 크기 또는 구조가 다른 유형의 객실이 8종류 이상이어야 한다.

또 객실 면적의 규정도 까다롭다. 법적 규정치는 없지만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5조에 따른 등록 기준에 따라 심사 시에는 19㎡를 기준 면적으로 한다. 5성 호텔 객실은 기준 면적의 130% 이상일 때 최고점을 주며 이때 욕실 면적은 제외된다.

심지어 객실에 가운이 몇 벌인지도 평가된다. 5성급 객실에는 실내복 2벌, 안전 금고, 커피포트, 슬리퍼 2개, 나무옷걸이 7개, 미니바, 메모지·볼펜, 욕실 용품, 얼음 물통, 유리컵 2개, 거울이 있어야 한다.

또한 5성 호텔에는 당직 지배인, 도어맨, 벨맨, 컨시어지 등 4개 항목별로 기능인 1인 이상이 배치돼야 한다. 또한 복도 및 계단의 실내장식도 채점된다. 조각·화분·그림·벽지·카펫 등의 장식을 갖추고 있는지, 갖추고 있다면 호텔 분위기와 어울리는지도 평가 항목이다.

특히 해당 호텔이 4~5성급으로 신청한 곳은 현장 평가와 암행 평가를 받게 되며 1~3성급은 현장 평가와 불시 평가를 받는다. 특히 암행 평가는 평가 요원이 평범한 고객으로 가장해 호텔을 방문하는 ‘미스터리 쇼퍼’ 형식으로 조사된다. 예전 등급제에서는 암행 평가나 불시 평가가 없었다.

무엇보다 기존 특1급 호텔들이 부담을 갖는 항목은 식음료장이다. 3개 미만이면 등급 심사 자체에서 제외되며 5개 이상 있어야 36점 만점이다. 식음료장 5개 이상을 갖추고 있는 곳은 기존의 특1급 중에서도 몇 곳이 안 된다.

롯데시티호텔제주가 대표적이다. 이 호텔은 2014년 무궁화 등급제로 심사를 받아 특1급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재심사하는 2017년에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호텔 시설만으로 따지면 4성급으로 떨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식음료장 개수가 걸림돌이다. 5성급을 받으려면 호텔 내 식음료장이 적어도 3개 있어야 하고 5개를 갖추고 있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 롯데시티호텔제주에는 이러한 식음료장이 1개뿐이다. 3개 미만이면 등급 자체를 매길 수 없다.

이 때문에 몇몇 호텔들은 현행 무궁화 등급을 좀 더 고수하면서 기한 내에 최대한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특1급 등급을 받은 서울 강남의 쉐라톤 팔래스 강남(구 서울팔래스호텔)이 대표 격이다. 강남을 대표하는 호텔 중 한 곳이었던 쉐라톤 팔래스 강남은 지난 7월 8일 글로벌 호텔 브랜드인 쉐라톤을 달았다. 쉐라톤 팔래스는 국내 넷째 쉐라톤 브랜드 호텔이며 강남권에서는 첫째 쉐라톤 호텔이다.

쉐라톤 팔래스는 스위트룸 22실, 발코니룸 5실을 포함해 총 341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서비스 부문의 업그레이드를 실시할 계획이다. 브라이언 백 총지배인은 “오랫동안 로컬 호텔을 운영하며 축적한 노하우와 세계적인 브랜드 쉐라톤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접목해 극대화된 시너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호텔 중 무궁화 다섯 개(특1급)를 달았던 서울 웨스틴조선호텔도 별 등급 전환을 잠시 보류 중이다. 이 호텔은 1987년 국내 호텔 중 처음으로 호텔 등급 심사를 받아 무궁화를 획득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등급 심사 유효기간이 지난해 말 만료돼 갱신을 마쳤기 때문에 2017년 말까지 무궁화 등급을 쓸 계획이다. 국내 첫 최고 호텔이라는 ‘특1등급 1호’ 타이틀을 유지하는 한편 별 등급제에 맞춰 서비스의 수준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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