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수 있는 ‘한국 음악’ 부족, 수익 분배 비율도 논란"
“애플뮤직으로 들을 수 있는 한국 곡이 없다.”
애플이 내놓은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이 국내 이용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이용자들은 한국 시장에 내놓은 서비스에 ‘한국 음악’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전 세계 100여 국가와 3600만 곡의 음원을 가진 애플뮤직이 어쩌다 한국에서는 ‘찬밥’ 신세가 됐을까.
애플뮤직은 올해 8월 자사 아이폰에서만 서비스하던 정책을 변경해 전 세계 80%의 사용자를 가진 안드로이드폰에도 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후 애플은 8월 5일 사전 발표 없이 국내에 애플뮤직을 내놓았다.
애플은 글로벌 정책대로 국내에서도 가입 첫 3개월간 애플뮤직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고 음원 이용료는 미국의 월 9.99달러(1만1000원)보다 저렴한 7.99달러(8800원)에 출시하며 국내 음원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사용자 10만 명도 안 돼”
하지만 이 같은 공세에도 애플뮤직이 국내 음원 시장에 미친 효과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있다.
시장조사 기업 랭키닷컴에 따르면 애플뮤직 출시 전인 7월 1주의 각 음원별 이용자 수는 멜론 602만 명, 지니뮤직 118만 명, 벅스 65만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애플뮤직(4만 명)이 등장한 7월 5주째에는 오히려 전체적으로 이용자가 증가해 멜론 621만 명, 지니뮤직 122만 명, 벅스 71만 명으로 늘었고 8월 2주에는 전체 이용자가 줄어 멜론(565만 명), 지니뮤직(106만 명), 벅스(68만 명), 애플뮤직(3만 명) 순으로 나타났다.
애플뮤직 출시 전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뮤직이 가진 음원과 브랜드 정도라면 국내 음원 유통의 판이 새로 짜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했지만 지금 이런 우려감을 나타내는 음원 유통사는 없다.
조사 업체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8월 3주 차 기준으로 애플뮤직의 실제 이용자는 3만~6만 명 수준으로 파악돼 국내 음원 유통사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애플 측 역시 “공식 사용자 수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힌다.
애플의 이 같은 초반 부진은 국내 음원 미확보와 한국 시장에 대한 조사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애플뮤직은 국내 3대 음원 유통 업체인 로엔엔터테이먼트(멜론), KT뮤직(지니뮤직), CJ E&M(엠넷뮤직) 등과 계약하지 못했다.
다만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 등 일부 대형 기획사와 개별 접촉해 계약했을 뿐이다.
문제는 이들 대형 기획사가 가진 음원 수다. 이들 기획사에 유명 가수들이 다수 소속된 것은 사실이지만 음원 수로는 국내 음원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즉, 국내 음원 전체의 90%를 애플뮤직에서는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음원 계약 풀어야 할 숙제
아무리 애플뮤직에 글로벌 음원들이 많아도 국내 이용자들로서는 국내 가요가 없으면 ‘듣지 않는 음악’이 많을 뿐인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5 음악 산업 백서’에 따르면 음원 이용자의 79.9%가 국내 대중가요를 듣고 있어 미국과 유럽(11.7%), 일본(2.3%)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음원 업계 관계자는 “애플뮤직이 국내 음원 유통사들과 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한 시점에 서비스를 출시해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애플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또 국내 음원 유통업체와 애플이 음원 계약을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음원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저작권자들이 정한 ‘음원 징수 규정’에 따라 계약하는데, 애플의 음원 계약 방식은 자사가 정해 전 세계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며 “음원 유통업체는 애플뮤직과 계약할 때 유통 창구가 늘어나겠지만 (애플의 요구대로) 계약하면 창작자들의 권익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국내 음원 징수 규정에 따르면 창작자는 수익의 60%를, 유통사는 40%를 가지게 돼 있고 이는 할인 전 가격을 기준으로 정산한다.
반면 애플뮤직은 창작자가 70%, 유통사가 30%로 오히려 창작자의 수익이 높게 책정돼 있지만 정상 원가가 아닌 판매 할인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 이용료는 국내 유통사보다 더 낮다는 게 음원업계의 주장이다.
애플 측은 이에 대해 “공식 코멘트는 불가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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