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아파트 투자 전략] 10년 전 고분양가 아파트, 지금은?
입력 2016-09-09 09:39:32
수정 2016-09-13 15:23:27
판교는 2배 뛰고 일산은 오히려 하락
지역·입지·개발호재 따라 운명 엇갈려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성공 소식에 분양 시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고분양가 아파트도 쏟아진다. 3.3㎡당 5000만원을 넘는 것도 그리 머지않아 보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에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고분양가 아파트에 투자해도 좋을까.
사실 고분양가 논란은 10년 전에도 있었다. 판교신도시, 은평뉴타운, 용인 동천 래미안이스트팰리스, 위시티 일산자이 등 10년 전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킨 아파트의 시세 추이 등을 살펴보면서 투자 가치를 가늠해 보자. 아파트 시세 조사는 부동산써브와 함께 했다.
◆ 10년 사이 집값 2배 오른 ‘판교 아파트’
고분양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지역은 판교신도시다. 판교신도시는 2006년 상반기 분양에 나선 이후 청약 대란을 몰고 온 주인공이다. ‘판교 로또’라는 신조어도 만들었다.
2006년 8월 분양된 ‘판교원 2단지 휴먼시아푸르지오’ 143.31㎡는 5억7700만원이었던 분양가(기준층 기준, 3.3㎡당 1329만원)가 2010년 8월 11억5000만원으로 급상승했다. 최초 분양가보다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가격이 하락했지만 2016년 8월 기준 9억1500만원으로 여전히 높은 투자 이익을 자랑하고 있다. 판교신도시의 성공에 대해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의 선두 주자로 부동산 가치를 인정받은 분당의 후광효과가 컸다고 분석한다. 판교~분당 경전철(신분당선) 개통 추진도 집값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여기서 한 가지. 2011년 신분당선이 개통되기 전까지 상승하던 집값이 개통 후 다소 하락하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투자 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은평뉴타운은 판교신도시의 열기가 채 식기 전인 2007년 말 선보였다. 분양 당시 고분양가 논란이 일면서 서울시가 분양 원가를 공개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2007년 12월 분양된 ‘은평뉴타운 2단지 롯데캐슬’ 106.26㎡의 기준층 분양가는 3억3571만원(3.3㎡당 1043만원)이었다. 2010년 8월 5억3500만원까지 상승했던 시세는 하락세로 돌아서며 2015년 8월 4억5000만원으로 떨어졌지만 2016년 8월 5억원으로 회복됐다.
분양가 대비 1억6000여만원 상승한 것이지만 3억원 이상 상승한 판교신도시와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표다.
부동산써브 관계자는 “은평뉴타운은 서울 서북부 끝에 자리하면서 경기도와 가깝다는 지역적 한계를 넘기 어려웠던 것 같다”면서 “그나마 고분양가 논란과 분양 원가 공개 이후 분양가를 조금 더 낮춘 것이 투자 수익을 끌어 올리는 데 한몫했다”고 말했다.
◆ 용인에서 선방한 ‘래미안이스트팰리스’
단일 고분양가 아파트로는 2007년 7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서 분양된 ‘래미안 이스트팰리스’도 대표적 사례다. 당시 단지 내 수영장을 비롯해 10억원이 넘는 분양가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래미안이스트팰리스 1단지 146.14㎡의 기준층 분양가는 7억6577만원이었다. 2016년 8월 현재 시세는 7억6000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분양의 무덤’으로 전락한 용인에서 거둔 양호한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판교신도시의 시세가 고점 대비 1억원 정도 떨어진 반면 래미안 이스트팰리스는 비슷한 시세를 꾸준히 안정적으로 이어 왔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용인의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래미안이스트팰리스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며 “래미안이스트팰리스는 일부 물량을 삼성 직원들에게 할인 분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까지 감안하면 꽤 수익을 올린 투자자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래미안이스트팰스와 비교되는 고분양가 아파트는 ‘위시티 일산자이’다.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에서 2007년 12월 청약에 나섰지만 전체 공급 물량 2528가구의 83%에 달하는 2087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남았다. 시공사인 GS건설은 계약 후 2년간 살아본 뒤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계약제도 ‘애프터 리빙’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분위기 전환에 실패했다.
위시티 일산자이 4단지 206.1㎡의 최초 기준층 분양가는 9억6024만원이었지만 10년이 지난 2016년 8월 현재 9억5000만원으로 하락한 상태다. 심지어 2015년 8월에는 8억1500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추석 이후에도 고분양가 아파트들이 손님맞이에 나설 예정이다. 아크로리버뷰(신반포5차)와 신반포 래미안(신반포18·24차)이 9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분양가는 3.3㎡당 5000만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강수 한국창업정보원 이사는 “강남의 고분양가 아파트들은 다른 지역들과 다른 시점에서 봐야 하는 것이 맞지만 주변 입지 여건과 개발 호재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것은 똑같다”면서 “비싼 만큼 값을 하기도 하지만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비즈니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시간 내서 보는 주간지 ‘한경비즈니스’ 구독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