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키우려면 일단 ‘한 놈만 패라’

[경영전략 트렌드]
커피점 ‘이디야’ 잡화점 ‘다이소’의 성공 비결은 ‘집중화 전략’


(사진) 연평균 30%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인 잡화점 다이소 매장. /한국경제신문

[강성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새벽잠을 설치게 했던 리우 하계 올림픽이 성황리에 종료됐다. 한국은 금메달 9개를 획득했다. 금메달 순위로만 본다면 세계 200여 개 올림픽 참가국 중 8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한국의 작년도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세계 11위인데, 이보다 더 좋은 결과다. 그런데 한국이 따낸 9개의 금메달 중 4개가 한 종목에서 나왔다. 바로 양궁이다. 양궁에 걸려 있는 금메달의 총수가 4개인데, 한국이 이를 모두 독식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한 종목에 집중해 누구도 이루지 못한 커다란 성과를 거둔 것이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지난 8월 ‘제트닷컴’을 33억 달러(3조6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제트닷컴은 생긴 지 이제 불과 1년밖에 안 된 신생 온라인 쇼핑 업체다. 이 쇼핑 업체를 인수하는 데 드는 투자 금액은 월마트 창사 이후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또한 이 금액은 미국 스타트업 인수가로도 거의 최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여러 대상 중에서 제트닷컴을 인수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그것은 제트닷컴이 월마트를 긴장하게 만든 아마존에 대해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꽤 오래전에 상영됐던 한국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을 떠올리면 지금도 기억이 나는 재미있는 장면이 있다. 출연자 중에 유오성이라는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인데, 그의 대사가 인상 깊다. 영화에서 보면 집단 간에 패싸움이 벌어진다.

유오성은 상대편 역할의 배우 김수로를 집중 공격한다. 쫓겨 다니던 김수로가 볼멘소리로 “왜 나만 따라오느냐”고 하자 그에 대한 대답으로 “난 한 놈만 패, 난 한 놈만 무조건 패”라고 한다.

◆‘할인 전략’으로 아마존 넘본 제트닷컴

제트닷컴은 바로 이런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사업을 개시한 이후 제트닷컴은 처음부터 작정하고 아마존을 겨냥했다. ‘코스트코를 좋아하나요, 아니면 아마존을 좋아하나요’란 문구를 내걸고 코스트코처럼 회원제 서비스를 운영했다. 연회비를 낸 회원들에게 아마존보다 10~15% 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 ‘온라인의 코스트코’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를 위해 가격 알고리즘을 활용해 최저가의 상품을 내놓았고 한 고객이 구입한 여러 업체의 상품을 하나의 박스에 모아 배송했다. 또 상품 구입량에 따라 할인해 주는 시스템도 활용했다.

그리고 아마존과 직접 가격을 비교하는 화면을 띄우는 등 총력을 기울여 아마존의 고객을 끌어들였다.

또한 판매 상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획기적인 비용 절감도 수반됐다. 이러한 노력으로 설립된 지 불과 1년 만에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해 업계를 놀라게 했고 월가로부터 5억 달러를 투자받기도 했다. 월마트는 이렇게 아마존을 위협한 제트닷컴의 DNA를 자신에게 심기 위해 나름의 의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다양한 경영전략 중 어느 한 곳에 집중하는 전략이 있다. 이는 특정 고객, 특정 제품, 특정 지역 등 대상이 다양하지만 이 중 어느 한정된 영역에 기업의 경영 자원을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 올림픽에서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양궁이라는 한 종목에서 대박을 거뒀다. 제트닷컴은 특정 경쟁자를 제압하기 위한 전략을 수행했다. 이처럼 어느 한 부분에 집중해 사업을 펼쳐나가는 것을 집중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가끔 뉴스를 보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유모차가 잘 팔린다고 하고 수십만원이 넘는 장난감을 없어서 못 판다는 기사를 접하곤 한다. 다른 씀씀이에는 인색하더라도 아이 앞에서는 지갑을 쉽게 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소비 행태에 대한 증거는 통계청의 조사 결과를 보면 확연히 파악할 수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가구당 월평균 가계 지출액을 보면 2015년 소비 지출액이 2010년에 비해 12% 증가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장난감과 취미용품 지출액은 무려 81.3% 급증했다. 평균 소비 지출액 대비 약 7배 정도 더 증가한 것이다.

또한 최근 젊은 부모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장소 중의 하나가 키즈카페다. 그런데 점포라인에서 조사한 업종별 권리금 증감률을 보면 2015년도 키즈카페의 권리금은 평균 1억912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3.73% 올랐다.

이는 모든 업종을 통틀어 권리금 상승 랭킹 1위에 해당한다. 키즈카페가 인기가 있는 만큼 창업이 몰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년째 불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처럼 젊은 부모를 중심으로 자신의 아이에 대한 소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뚜렷한 대상이나 가격에 집중하라

집중 전략은 고가나 저가와 같이 특정 가격대의 제품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최근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인 이디야가 국내 커피 전문점 중 처음으로 매장 2000개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이디야가 매장 1000개를 돌파한 것도 국내 최초인데 1000점을 돌파한 시점은 2013년 11월이다. 창업을 2004년에 했으니 1000점을 돌파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그런데 2000점 돌파에는 채 3년이 걸리지 않았다.

이는 급격한 이디야의 성장세를 반영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디야의 평균 폐점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국내 상위 10위 커피 전문점의 평균 폐점률은 10%에 달한다. 1년에 10개 매장 중에서 한 곳은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디야의 폐점률은 1%에 불과하다. 다른 커피 전문점의 10분의 1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가맹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디야 커피 전문점이 사업성 측면에서 다른 경쟁 업체에 비해 우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면 이처럼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이디야의 전략적 차별성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라고 할 수 있다. 이디야 커피는 스타벅스·카페베네·탐앤탐스 등 경쟁 업체와 비교할 때 최소 30% 정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커피는 기호식품인 만큼 개인별 선호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유사한 품질의 제품을 30% 저렴하게 제공한다면 고객이 몰릴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가격을 낮추고 이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이는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이디야는 이익을 창출하며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비용을 낮추기 위한 전략을 활용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서브 스트리트 전략이다.

이디야는 커피 브랜드 중 브랜드 파워가 가장 높은 스타벅스 매장 근처를 입지로 선호한다. 스타벅스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입지를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디야는 스타벅스보다 저렴한 매장을 선택한다. 근처 매장 임차료가 비싼 곳은 배후나 주변의 골목 상권 등에 입점한다. 통상적으로 스타벅스 매장 임차료보다 30% 이상 저렴한 곳을 고른다.

또한 소규모 매장 전략으로 이디야의 거의 모든 매장은 50~83㎡(15~25평) 안팎으로 구성한다. 타 커피 전문점은 넓은 매장에서 장시간 보내는 카페형이라면 이디야는 테이크아웃 전문 형태다. 당연히 운영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로열티도 월 28만원 수준의 정액 기준으로 가맹주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불확실할수록 ‘확실’하게 해야

이처럼 이디야와 같이 가성비에 집중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또 다른 사례로 다이소를 들 수 있다. 작년도 다이소의 매출은 1조2480억원이다. 현재 매장은 1080개다. 다이소 매장을 찾는 고객도 하루에 60만 명에 이르고 있다.

1997년 출범한 이후 연평균 30%에 가까운 큰 폭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이소가 사업을 시작한 시점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로, 이를 기점으로 많은 저가 숍 형태의 유통 모델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 중 다이소만이 독보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역시 그 비결은 3만 개 이상의 다양한 아이템과 가격 대비 좋은 품질에 있다. 단순하게 싸구려 제품만 취급했다면 이러한 수준의 성공은 어려웠을 것이다. 다이소는 자사에 대해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소비자의 인식이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품질은 다이소의 생존과 성장에 가장 핵심적인 선결 조건이다. 그래서 저가 상품들이지만 국내 생산 비율이 50%가 넘는다. 그리고 화장품·문구·식품 등은 국내에서 100% 생산한다. 또한 다이소에 처음 론칭할 때 총 4단계의 까다로운 품질 검증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다이소 회장이 직접 사용하며 품질을 검증한다.

또한 다이소는 제품의 단가를 낮추기 위해 국내 500개 이상의 협력 업체와 직거래해 유통 과정의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고 있다. 또한 장기 계약하고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함으로써 공급사의 이익을 늘려 납품가를 낮추고 있다.

그리고 포장을 간소화한다든지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해 심플한 디자인을 선택한다든지 등의 방법을 동원해 가격을 최대한 낮출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물류센터 혁신을 통해 물류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다이소의 남사 물류허브센터는 국내 최대 자동화 물류센터로 알려져 있다. 2018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남부 지역의 새로운 물류 허브를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다양한 형태의 집중 전략이 있다. 집중 전략은 한정된 시장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사업의 규모가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작게 시작해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다면 그때 얼마든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오히려 환경이 급변하고 불확실성이 증대될수록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경영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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