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키보드·10배 줌 모듈…이색 시도 쏟아진 ‘IFA 2016’

[테크 트렌드]
한국 제조사 전시관에 관람객 이어졌지만 예상 가능한 신제품에 머물러

[전경석 IT 칼럼니스트] 글로벌 3대 정보기술(IT) 전시회는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IFA)’다.

이 중 독일 가전 전시회인 IFA 2016이 얼마 전 막을 내렸다. IFA는 본래 가전 전시회지만 시대의 흐름상 현재는 모바일 제품이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 또한 TV·냉장고 등의 가전제품만큼 스마트폰·스마트워치·투인원(2in1) PC 등 모바일 제품이 관심을 받았다. 직접 참관하면서 확인한 IFA 2016의 느낌을 적어본다.


(사진)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관’ 앞에 세워진 국제가전박람회(IFA) 대형 조형물. /전경석 IT 칼럼니스트

◆ 스마트폰 주인공은 화웨이와 소니

이번 IFA 모바일 제품의 주인공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는 IFA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다만 삼성은 지난해부터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IFA 이전에 별도 발표회에서 공개하고 있다.

LG전자 또한 플래그십 스마폰 ‘V20’를 IFA가 끝난 후 최근 별도로 발표했다. 따라서 이번 IFA 2016의 스마트폰 주인공은 화웨이와 소니였다고도 볼 수 있다.

화웨이는 최근 글로벌 3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급부상했다. 화웨이는 이번 IFA에서 플래그십 모델이 아닌 중고가 라인업 ‘화웨이 노바’와 ‘노바 플러스’ 모델을 공개했다. 이들 모델은 2.5D 글라스와 메탈 디자인, 3D 지문 인식, 셀피(자가 촬영 사진)가 강화된 카메라, 향상된 배터리 성능을 가지고 있다.

플래그십 모델을 통해 유럽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화웨이가 중고가 모델을 통해 여성 고객 공략과 대중화를 시도하는 셈이다.

소니는 1년에 두 번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공개한다. 소니는 이번 IFA에서 ‘엑스페리아 XZ’와 ‘X 콤팩트’ 모델을 공개했다. 소니는 그간 보여 온 것처럼 강점인 카메라 기술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두 모델 모두 23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트리플 이미지 센서를 통해 빠른 자동 초점(AF)과 정확한 컬러를 구현한다. 5축 손떨림 방지 기능을 적용, 동영상 촬영 시 흔들림을 방지한 것도 큰 특징이다. 특히 작은 사이즈의 스마트폰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콤팩트 라인업을 부활시킨 것도 눈에 띈다.

이번 IFA에서는 예전과 달리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발표하는 회사가 적었다. 삼성전자는 기어 S3 프런티어와 클래식 모델을 공개해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기다리던 이들의 갈증을 해소했다.

기어 S3 모델은 지난해 삼성이 처음 출시한 원형 스마트워치인 기어 S2가 가지고 있던 원형 베젤 UX(사용자 경험)를 계승했다. 전작에 비해 조금 더 리얼워치다운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페이를 지원하고 자체 스피커와 위성항법장치(GPS)를 탑재했다. 배터리 사용 시간도 업그레이드돼 활용도가 보다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남성 취향적인 디자인으로 타깃의 한정성과 다양한 센서를 탑재하면서 두께 등이 늘어난 점은 늘 착용하는 시계의 특성상 약점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이번 IFA에서 국내 제조사들은 대체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반면 해외 제조사들은 다양한 시도의 제품을 선보였다.


(사진) 독일 베를린에서 9월 5일 계속된 IFA 2016에서 관람객들이 LG전자의 올레드 TV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새로운 시도로 돋보인 레노버와 소니

레노버는 일반 키보드 대신 터치 키보드를 탑재한 ‘요가북’ 모델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터치 키보드 탑재를 통해 ‘가장 얇은 2in1 PC’라는 타이틀을 확보했다. 리얼펜을 통해 모니터에 직접 필기할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 버전과 윈도10 버전을 각각 출시해 사용자가 원하는 환경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레노버는 중형 카메라의 명가 핫셀블라드와 협업해 모듈형 스마트폰인 ‘모토Z’의 새로운 모듈도 선보였다. 핫셀블라드 트루 줌은 10배 광학 줌과 반 셔터 기능을 제공한다.

소니는 지난 MWC 2016을 통해 공개한 엑스페리아 에이전트가 직접 주문을 받아 네스카페 커피를 주문하는 것을 직접 선보였다. 빔 프로젝트로 투사된 부분을 터치해 컨트롤할 수 있는 ‘엑스페리아 프로젝터’도 돋보였다.

소니는 개인용 프로그래밍 킷 ‘MESH’, 전자 잉크 디스플레이를 통해 스마트워치 페이스와 스트랩의 이미지가 변경되는 ‘FES 워치(Watch) U’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IFA는 본래 가전 전시회다. 따라서 한때 IFA의 주인공은 TV 중심의 가전제품이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수많은 제조사들이 새로운 가전제품을 선보였다.


(사진)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이 IFA 2016 개막에 앞서 8월 31일 기어 S3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 가전제품은 대체적으로 평준화 이뤄

지난해 IFA까지만 해도 일부 제조사들은 HDR(High Dynamic Range)이라는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 IFA에서는 TV 화질 면에서 사용자가 느낄 만한 큰 차이 없이 평준화가 이뤄진 모습이었다.

비슷한 화질 수준에서 누가 더 얇게 만들었는지가 관건이었다. 다만 사운드를 강화하기 위해 일부러 두께를 줄이지 않은 제품도 많았다. 종종 8K를 볼 수 있었지만 아직 4K(UHD)의 대중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8K는 조금 먼 미래로 보였다.

주방 가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냉장고와 생활 가전의 핵심인 세탁기도 점차 스마트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TV 화질처럼 대부분이 비슷비슷한 기능들이다. 최근 글로벌 IT 전시회에 가면 국내 기업들의 전시관이 크게 주목받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번 IFA 2016에서도 국내 제조사들의 전시관에 참관객들이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갤럭시 노트7의 선발표와 IFA 기간 중 터진 갤럭시 노트7 리콜 발표 때문인지 삼성전시관은 예전에 비해 상당히 차분한 느낌이었다.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공개한 LG전자 또한 IFA에서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IFA 2016은 마무리됐고 이번 전시회를 통해 공개된 제품들은 대부분이 하반기에 시장에 출시된다. 공개된 제품들이 어떤 반응을 얻을지 지켜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부디 다음 전시회에서는 국내 제조사들의 보다 색다른 모습을 만나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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