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김영란법 신풍속도 : 조기 취업생 ‘멘붕’]
스승의 날 선물도 사라질 판, “무조건 받지 마라” 지침도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학교에 광풍이 몰려온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변화의 바람이다. 스승과 제자는 물론 학부모까지 김영란법에 주목하고 있다.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은 것은 학생들이다. 특히 취업 시즌을 맞아 학기 중 직장을 구하려는 대학생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동안 대부분의 대학들은 졸업을 앞둔 학생이 학기 중 취업 후 담당 교수 등에게 취업계를 제출하면 결석하더라도 학점을 인정해 줬다. 극심한 취업난을 감안해 학기 중 취업한 학생이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해도 졸업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관행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부정청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학 학칙에는 출석 일수를 채우지 않으면 학점을 주지 않도록 출석 기준이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취업계 출석 인정 관행은 교수가 학칙을 어기고 재량권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학교 관련 김영란법 매뉴얼에 따르면 교수가 학칙을 어기고 학생의 편의를 봐주는 것은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 학칙 변경도 쉽지 않아
학칙 변경도 쉽지 않다. 김영란법을 피하기 위해 학칙에 취업계를 인정하자니 조기 취업생에 대한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대학들은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일단 세부 지침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다.
교육부가 지난 9월 26일 "학기 중 조기 취업한 학생이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더라도 취득한 것으로 인정하는 등 대학이 학칙에 예외 규정을 두도록 권고"했지만, 오히려 교육부가 편법을 조장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학칙을 개정할 수 없다고 맞서는 대학들도 많다.
졸업을 앞둔 한 사립대 학생은 “가뜩이나 학생들이 취업하기 힘든 세상인데 학기 중 취업까지 어렵게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정부는) 취업시켜주겠다며 큰소리치더니 뒤통수를 쳤다”고 말했다.
그동안 스승과 제자, 학부모 사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것들도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스승의 날이나 소풍 날 고생하는 선생님에게 작은 선물이나 식사를 대접하는 것조차 눈치를 보게 됐다”며 “스승과 제자, 학부모조차 제공할 수 없다던데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에서는 대상자 본인이나 배우자가 부정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향응 등을 수수하면 형사처분된다. 직무 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는 100만원 이하를 받아도 2~5배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기준이 있지만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하소연하는 학무모도 많았다.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 거주하는 학부모 강은정(33) 씨는 “학교(교사)에 특별히 거액의 청탁을 할 일도 없지만 소소하게 감사를 전하는 과정에서 모호하거나 지나친 부분이 많아 신경이 쓰이긴 한다”며 “예를 들어 교사에게 3만원어치 식사를 대접하고 카페에서 4500원짜리 커피를 사드리면 위반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에서는 식사와 음료를 접대 행위가 시간적·장소적 근접성이 있는 만큼 두 행위를 1회로 묶어 판단한다. 이에 따라 음식물 가액 기준 3만원을 초과하는 것이다.
만약 학부모가 스승의 날 담임교사에게 촌지 10만원을 건넸다면 학부모와 교사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김영란법에서는 학부모와 담임교사, 교과목 교사, 교장, 교감 등 모두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며 자녀 성적과도 직결돼 부정청탁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한 학부모는 “앞으로 담임교사에 대한 감사 인사를 1년 뒤 몰아서 하는 신풍속도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에서 전년 담임교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담임교사에게 ‘내년에 보답하겠다’고 약속을 해서는 안 된다. 김영란법에서는 금지된 금품 등을 요구하거나 제공하기로 약속하는 것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전광역시의 A중학교 교사는 “무조건 받지 않고 온 것은 돌려주라는 것이 학교 방침”이라며 “중간·기말시험 때 학부모들이 감독 차 방문해 본인들이 먹으려고 가져온 떡을 교무실에 한 접시씩 주곤 했는데 앞으로는 그것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사립 어린이집 교사도 대상에 포함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시도 교육청 등을 비롯한 각종 교육 관련 단체에 김영란법이 적용된다. 법 적용을 받는 각급 학교는 유치원 8930개, 초·중·고교 1만1799개, 외국인학교 44개, 일반대·전문대·대학원 398개, 기타 학교 30개 등 2만1201개다.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법인 1211개까지 합치면 총 2만2412개에 달한다. 법 적용 대상 기관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학교다.
법 적용 대상부터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각 학교 장과 교직원은 모두 법 적용 대상이지만 법률상 신분 지위 규정에 따른 예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동일한 업무에 종사하면서도 적용 대상에 포함되거나 빠졌을 수 있다.
기간제 교원과 명예교수·겸임교원(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기간제 교원은 초·중등교육법과 유아교육법에 따라 교원으로 인정돼 김영란법 대상자에 포함됐고 명예교수·겸임교원(교수)·시간강사 등은 고등교육법상 교원으로 인정되지 않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여기서 시간강사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는 2018년 1월부터 교원의 지위를 부여받게 돼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이 밖에 방과 후 과정 교사(강사)는 교직원이 아닌 위임·위탁(용역) 계약의 상대방에 해당돼 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산학협력교사에게도 적용되지 않는다.
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가 뒤늦게 포함된 경우도 있다. 당초 사립 어린이집 교사는 각급 교육법상 교원에 포함되지 않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사립 어린이집이 정부의 ‘누리과정(만 3~5세 유아 대상 공통 교육·보육 과정)’ 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 받은 것으로 판단, 법 적용 대상에 최종 포함됐다.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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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선물도 사라질 판, “무조건 받지 마라” 지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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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은 것은 학생들이다. 특히 취업 시즌을 맞아 학기 중 직장을 구하려는 대학생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동안 대부분의 대학들은 졸업을 앞둔 학생이 학기 중 취업 후 담당 교수 등에게 취업계를 제출하면 결석하더라도 학점을 인정해 줬다. 극심한 취업난을 감안해 학기 중 취업한 학생이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해도 졸업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관행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부정청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학 학칙에는 출석 일수를 채우지 않으면 학점을 주지 않도록 출석 기준이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취업계 출석 인정 관행은 교수가 학칙을 어기고 재량권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학교 관련 김영란법 매뉴얼에 따르면 교수가 학칙을 어기고 학생의 편의를 봐주는 것은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 학칙 변경도 쉽지 않아
학칙 변경도 쉽지 않다. 김영란법을 피하기 위해 학칙에 취업계를 인정하자니 조기 취업생에 대한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대학들은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일단 세부 지침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다.
교육부가 지난 9월 26일 "학기 중 조기 취업한 학생이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더라도 취득한 것으로 인정하는 등 대학이 학칙에 예외 규정을 두도록 권고"했지만, 오히려 교육부가 편법을 조장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학칙을 개정할 수 없다고 맞서는 대학들도 많다.
졸업을 앞둔 한 사립대 학생은 “가뜩이나 학생들이 취업하기 힘든 세상인데 학기 중 취업까지 어렵게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정부는) 취업시켜주겠다며 큰소리치더니 뒤통수를 쳤다”고 말했다.
그동안 스승과 제자, 학부모 사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것들도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스승의 날이나 소풍 날 고생하는 선생님에게 작은 선물이나 식사를 대접하는 것조차 눈치를 보게 됐다”며 “스승과 제자, 학부모조차 제공할 수 없다던데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에서는 대상자 본인이나 배우자가 부정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향응 등을 수수하면 형사처분된다. 직무 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는 100만원 이하를 받아도 2~5배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기준이 있지만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하소연하는 학무모도 많았다.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 거주하는 학부모 강은정(33) 씨는 “학교(교사)에 특별히 거액의 청탁을 할 일도 없지만 소소하게 감사를 전하는 과정에서 모호하거나 지나친 부분이 많아 신경이 쓰이긴 한다”며 “예를 들어 교사에게 3만원어치 식사를 대접하고 카페에서 4500원짜리 커피를 사드리면 위반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에서는 식사와 음료를 접대 행위가 시간적·장소적 근접성이 있는 만큼 두 행위를 1회로 묶어 판단한다. 이에 따라 음식물 가액 기준 3만원을 초과하는 것이다.
만약 학부모가 스승의 날 담임교사에게 촌지 10만원을 건넸다면 학부모와 교사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김영란법에서는 학부모와 담임교사, 교과목 교사, 교장, 교감 등 모두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며 자녀 성적과도 직결돼 부정청탁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한 학부모는 “앞으로 담임교사에 대한 감사 인사를 1년 뒤 몰아서 하는 신풍속도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에서 전년 담임교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담임교사에게 ‘내년에 보답하겠다’고 약속을 해서는 안 된다. 김영란법에서는 금지된 금품 등을 요구하거나 제공하기로 약속하는 것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전광역시의 A중학교 교사는 “무조건 받지 않고 온 것은 돌려주라는 것이 학교 방침”이라며 “중간·기말시험 때 학부모들이 감독 차 방문해 본인들이 먹으려고 가져온 떡을 교무실에 한 접시씩 주곤 했는데 앞으로는 그것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사립 어린이집 교사도 대상에 포함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시도 교육청 등을 비롯한 각종 교육 관련 단체에 김영란법이 적용된다. 법 적용을 받는 각급 학교는 유치원 8930개, 초·중·고교 1만1799개, 외국인학교 44개, 일반대·전문대·대학원 398개, 기타 학교 30개 등 2만1201개다.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법인 1211개까지 합치면 총 2만2412개에 달한다. 법 적용 대상 기관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학교다.
법 적용 대상부터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각 학교 장과 교직원은 모두 법 적용 대상이지만 법률상 신분 지위 규정에 따른 예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동일한 업무에 종사하면서도 적용 대상에 포함되거나 빠졌을 수 있다.
기간제 교원과 명예교수·겸임교원(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기간제 교원은 초·중등교육법과 유아교육법에 따라 교원으로 인정돼 김영란법 대상자에 포함됐고 명예교수·겸임교원(교수)·시간강사 등은 고등교육법상 교원으로 인정되지 않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여기서 시간강사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는 2018년 1월부터 교원의 지위를 부여받게 돼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이 밖에 방과 후 과정 교사(강사)는 교직원이 아닌 위임·위탁(용역) 계약의 상대방에 해당돼 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산학협력교사에게도 적용되지 않는다.
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가 뒤늦게 포함된 경우도 있다. 당초 사립 어린이집 교사는 각급 교육법상 교원에 포함되지 않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사립 어린이집이 정부의 ‘누리과정(만 3~5세 유아 대상 공통 교육·보육 과정)’ 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 받은 것으로 판단, 법 적용 대상에 최종 포함됐다.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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