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로 본 추석 감성 코드 ‘공감·공유’

TV 파일럿 프로그램 분석…시청률 한계 넘어 방송 전후 ‘화제성’ 측정



[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 빅 데이터로 ‘추석’을 분석해 보면 추석 ‘특집’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언급량이 2014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약 2.3배 이상씩 증가했다.

이러한 파일럿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듯이 올해 추석은 무려 열여섯 편의 새로운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방영돼 조금은 더 특별하게 꾸며졌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정규 편성을 결정하기 위해 시험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의 선호도는 파일럿 프로그램에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 소비 채널 다양화… ‘본방사수’ 옛말

최근의 미디어 환경은 콘텐츠 자체뿐만 아니라 TV 외의 콘텐츠 소비 환경도 함께 다양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 가운데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단순히 ‘시청률’이라는 단일 지표로만 판단하는 데에는 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번 추석 파일럿은 단일 지표인 시청률의 보조 지표가 될 수 있는 ‘화제성지수(CMSI : Contents MindShare Index)’를 접목해 분석해 볼 수 있다.

CMSI의 마인드 셰어(Mind Share) 개념은 시청자의 마음(mind)을 얻기 위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경쟁하고 있는 콘텐츠의 경쟁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

CMSI는 SNS·블로그·커뮤니티상의 모든 글과 신문사·방송사 뉴스 전 범위를 대상으로 하는 버즈 카운트(buzz count)와 전체 동영상 조회수 및 ‘좋아요’ 클릭 수를 반영하는 뷰 카운트(view count)로 구성된다.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방송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과 관여를 계량화한 지수다.

특히 뷰 카운트는 원하는 시간과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미디어 소비 트렌드에 맞게 ‘본방사수’를 통하지 않은 시청 여부와 그 선호도 모두를 측정할 수 있도록 새롭게 추가된 항목이다.


(사진) SBS ‘부르스타’, MBC ‘아이돌 요리왕’, KBS2 ‘붐샤카라카’ 방송 화면(왼쪽부터 시계 방향). /각 지상파 방송사

본방사수를 나타내는 시청률 기반 순위는 방영 전부터 방영 이후까지의 화제성을 기반으로 한 CMSI 순위와 큰 차이를 보인다. 그중 하나는 ‘아이돌 요리왕’이다.

아이돌을 주축으로 모든 것이 진행되는 ‘아이돌 육상대회’나 ‘내일은 시구왕’과 달리 기존 아이돌 포맷에 요즘 대세인 쿡방(요리가 소재인 예능 프로그램) 포맷을 합해 제작한 이 파일럿은 CMSI 기반 순위 1위에 올랐다. 기존에 존재했던 개별 소재들을 섞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졌는지 해당 포맷과 그 참신성에 이목이 집중됐다.

CMSI 기반 순위 2위에 해당하는 ‘붐샤카라카’ 또한 단발성 화제 요인인 아이돌을 주축으로 했지만 ‘아육대’와 ‘시구왕’과 달리 댄스 퍼포먼스 분야에 복고 소재를 적용해 추석 파일럿답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내용을 선보였다.

방영 당일에는 공연 자체와 공연에 사용된 곡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데 비해 방영 이후 미공개 영상이나 안무 영상 및 안무를 배울 수 있는 슬로 영상 등 영상과 관련된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노래싸움·승부’는 전체 파일럿 중 시청률 1위라는 결과에 비해 저조한 CMSI 성적을 거뒀다. 방영일 전에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가 0%를 기록했고 방영 당일 또한 긍정적인 반응이 50%를 넘지 못했다.

전체 출연진 간의 언급 비율도 진행자 남궁민 씨와 출연진 권혁수 씨에게 집중된 고르지 못한 추이를 보였고 판정단의 판정이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해 문제시되면서 동시에 음악 경연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높은 부정 반응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이는 시청자들이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있는 음악 경연이라는 포맷과 신선한 소재의 부재가 방영일 이전부터 이후까지 꾸준한 관심을 이끌어 내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아재·젊은층 아우르는 프로 ‘인기’

반면 ‘구라차차 타임슬립·새소년’은 방영 전까지 미미했던 기대와 관심이 방영일부터 큰 폭으로 증가해 반 이상의 긍정 반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80%의 아재들(아저씨를 의미하는 별칭)과 20%의 젊은층으로 구성된 출연진은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슬립 소재와 적절히 어우러져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넘어 감동까지 선사했다는 평이다.

지금의 젊은층은 잘 모르는 1980년대가 소재화돼 방송됐지만 함께 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공감과 따뜻한 설명이 함께 있어 좋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비해 비슷한 소재를 다뤘던 ‘헬로 프렌즈·친구추가’는 80%의 젊은층과 20%의 아재들로 구성된 출연진이 세대 간의 교감과 공감이라는 방송 소재와 적절히 어우러지지 못했다는 평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한편 높은 선호도를 얻은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로부터 어떠한 반응을 이끌어 냈는지 빅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 보면 크게 공감·공유·향연·소통 등 네 가지의 코드로 분류된다. 특히 ‘공감’은 2016년 올 한 해를 대표하는 감성 키워드라는 점에서 파일럿의 감성적인 트렌디함 또한 화제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향연’은 가요 무대나 댄스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볼거리들이 단순히 경연이나 경쟁의 소재로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공연 문화의 한 장르로서 감상 및 향유됐다는 것을 반영하는 항목이며 ‘공감’은 사람에 대한 이해 혹은 동 세대 간의 이해 그리고 추억을 불러일으켰다는 반응을 나타내는 항목이다.

‘소통’은 방영 당시 실시간으로 시청자가 적극적인 참여자로 시청했다는 반응을 나타내는 항목이다. 이 항목에는 시청자들끼리의 적극적인 소통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연출 자체가 시청자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포맷은 그 참여도까지 함께 반영된다.

‘공유’는 방영 이후 소재와 관련된 영상을 공유하는 행위를 보여 준다. 이는 콘텐츠 재생산과 같은 장기적인 콘텐츠 소비의 전제가 되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위를 이끌어 내기 위한 직전 단계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이번 추석 파일럿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가장 많이 이끌어 냈다. 서로 다른 세대 간의 이해와 사람에 대한 이해 그리고 다양한 공감대를 형성해 가족과 함께했던 시청자들에게 긴 여운과 추석의 추억을 안겨줬다.

‘꽃미남 브로맨스’는 출연진 자체만으로는 세대 간 격차가 컸지만 절친들끼리 짝을 지어 20대와 40대, 60대의 우정을 담아내 시청자들의 가지각색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그다음으로 많이 이끌어 낸 것은 바로 ‘공유’다. 시청자들은 방영 이후에도 소재와 관련된 콘텐츠들을 공유하며 자기만의 방식대로 경험하기도 하는 등의 재생산 과정을 거친다. ‘부르스타’는 게스트로 출연한 이영애 씨의 평범한 일상 영상들이 많은 관심 속에 공유되며 관찰 예능으로서의 화제성을 이어 나갔다.

먹방과 쿡방에 이어 올해 펫방까지, 소재상의 예능 트렌드는 계속해 변해 왔지만 포맷상의 한계가 분명 존재하는 듯하다.

한계에 맞서 파일럿을 통해 다양한 실험이 이뤄졌고 그 결과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은 파일럿의 포맷은 사실상 새로운 포맷을 탄생시켰다기보다 기존 포맷에 다른 소재들을 둘 이상 결합한 방식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예능은 한정된 포맷에 다양한 소재들을 융합하거나 포맷 간의 결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송 소재 면에서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대표하는 네 가지의 항목을 고려했을 때 예능 프로그램이 그 자체의 시청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특히 감성적으로 장기간 향유될 수 있는 소재가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