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콘텐츠 비즈니스 이야기②]
콘텐츠 제작 지원해 주고 수익 나눠…트레져헌터·샌드박스·다이아TV 등 경쟁
(사진) MCN 업체 ‘트레져헌터’에서 한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트레져헌터 제공
[한경비즈니스=길덕 이노션 미디어컨텐츠팀장] “Entertainment is changing. Millennials are living a mobile, social, on-demand life”
2014년 3월 월트디즈니에 5억 달러에 인수된 미국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사업자 ‘메이커스튜디오스’.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서 위와 같은 문구로 자신들에 대한 소개를 시작한다.
조금만 살을 붙여 번역한다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미디어, 더 나아가 산업은 지금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 후반에 태어나 디지털 환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모바일 네트워크와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원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스스로 주문해 소비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한국 MCN 사업자들을 만나 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통한 콘텐츠 소비가 자연스러운 세대의 등장이 가져올 미디어 및 콘텐츠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샌드박스에 최고경영자(CEO)로 합류한 이필성 대표에게 “아직까지 막연한 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게 불안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현 MCN 시장은 스마트폰이 TV보다 더 친숙한 10대들을 대상으로 하는 크리에이터(창작자)와 그들이 만든 콘텐츠가 대부분이지만 조만간 이런 세대들이 성장해 경제력을 갖춘 20·30대가 되면 MCN 산업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MCN 사업은 한 플랫폼 사업자의 정책 변경 덕분에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다.
◆유튜브·아프리카TV가 만든 신시장
전 세계적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2007년 ‘유튜브 파트너스 프로그램’을 통해 광고 수익을 일부 대형 콘텐츠 제작자에게 분배하기 시작했다. 2009년 이후에는 소형 제작사와 아마추어 제작자들에게도 이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그 덕분에 유튜브 광고 수익 배분으로 큰 매출을 일으키는 1인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했다. MCN 사업자는 이들에게 콘텐츠 제작 및 사업적인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태어난 사업자다.
특히 TV 등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 : 주류 미디어나 올드 미디어라고도 불리는데, TV나 신문처럼 지금까지 미디어 시장의 중심이 됐던 미디어를 뜻한다)를 거의 이용하지 않으면서 디지털 및 모바일 환경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혹은 밀레니얼 세대들의 등장은 MCN 사업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2013년 이후 레거시 미디어들도 자신들과 단절돼 가는 젊은 시청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MCN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 MCN 산업은 해외와 조금 다른 형태로 성장했다. 해외에서는 유튜브의 정책 변화에 따른 유튜버(YouTuber : 유튜브에 동영상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들)의 성장이 MCN 산업 성장의 촉매였다면 국내에서는 개인 방송 플랫폼 사업자인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카BJ (Broadcast Jockey)들이 있었기에 MCN 산업이 등장할 수 있었다.
방송 중 채팅으로 BJ와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아프리카TV에서는 시청자가 BJ에게 기부할 수 있는 ‘별풍선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BJ들에게 수익 모델을 만들어 줬다. 더 많은 별풍선을 받으려는 BJ들의 선정성이나 일탈 행동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아프리카TV 콘텐츠가 유튜브를 통해 유통되면서 이를 활용한 사업 기회가 생겨났고 국내 MCN 사업자가 등장하게 됐다. CJ E&M은 2013년 7월 ‘크리에이터 그룹(현 다이아TV)’이라는 이름으로 MCN 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 4월에는 아프리카TV가 ‘파트너BJ’라는 이름으로 MCN 사업을 도입했다. 이와 함께 콩두컴퍼니·비디오빌리지·트레져헌터·샌드박스 등 MCN 사업을 표방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했다.
◆성장 초기…아직은 대중적 인식 부족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는 CJ E&M에서 MCN 사업을 진행하다가 2015년 1월 창업했다. 같은 해 11월 SK텔레콤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주)네시삼십삼분·DSC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07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지 얼마 안 돼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는 SK텔레콤으로부터 추가로 투자 받았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통신 플랫폼과 뉴미디어 사업과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사업 모델을 확대하기 위해 SK텔레콤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기대가 큰 만큼 주주에 대한 책임감도 더 강해졌다”고 투자 유치 이후의 부담감을 설명했다.
이어 송 대표는 MCN 산업에 대한 이해관계인들의 인식 변화가 다소 늦어지는 것이 사업 진행의 큰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MCN 산업은 현재 하나의 산업군으로 성장하는 초기 단계에 있고 아직까지는 대중적인 인식이 높은 산업이 아니다”며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이 사업의 중요한 고객인 광고주, 머천다이징 사업자(콘텐츠·캐릭터 등과 어울리는 상품을 개발하는 사업자), 플랫폼 사업자 등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게 상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대표는 “별다른 극복 방안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업의 본질인 꾸준한 콘텐츠 개발, 효과 측정을 위한 각종 지표 개발, 다양한 플랫폼과 연계한 협업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명 1인 크리에이터 도티(본명 나희선)와 대학 친구인 이필성 대표는 도티가 2014년 11월 설립한 샌드박스에 CEO로 2015년 6월 합류했다. 이 대표는 그전까지 구글코리아에서 디스플레이 광고 영업과 사업 제휴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는 “창업으로 성공한 구글에서 일하다 보면 자연히 자기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도티라는 친구를 만났고 미디어 환경 변화 때문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샌드박스에서 일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 역시 MCN 산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선입견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MCN 산업이 속 빈 강정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하나하나 적용해 가면서 MCN 산업이 실체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을 때 묘한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1인 창작자와 3 대 7로 수익 나눠
MCN 사업자들이 수익을 내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1인 크리에이터들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 가지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MCN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의 수익 비율은 3 대 7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크리에이터마다 다소 차이가 생길 수 있다.
MCN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일반적으로 디지털 동영상 스튜디오 사업자와 유사하다. 먼저 광고·콘텐츠 판매 등 콘텐츠 사업자 본연의 수익원이 있고 간접광고(PPL),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 등 마케팅 관련 매출이 있다. 또한 커머스와 연계하는 방식이 있다.
특히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 내는 콘텐츠의 특징과 두터운 팬 층을 활용해 상품을 개발·판매하는 머천다이징도 주요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레져헌터는 소속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마켓 ‘크리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샌드박스 역시 ‘샌드박스 프렌즈’라는 이름으로 인형·도서·문구 등을 판매하고 있다.
“MCN 산업만의 수익 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에 송 대표는 “큰 틀에서 MCN 산업 또한 기존 미디어·콘텐츠 산업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과 사이클을 가지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MCN 사업만의 별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기보다 광고·지식재산권(IP) 기반의 부가 사업 모델, 유료화 모델 등 기존 미디어 사업자들이 고민하고 발전시켜 온 모델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모델들을 바탕으로 점차 세분화되거나 결합적인 사업 모델을 가진 사업자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우선 크리에이터와 배분하는 광고 수익, 분량 부담이 적은 브랜디드 콘텐츠, 크리에이터 팬 층인 어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머천다이징 그리고 콘텐츠 판매 등 다양한 수익원이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MCN 콘텐츠에 대한 광고주의 예산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고 결국 광고가 확실한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는 광고가 한 번 보이면 1~2원 정도의 수익만 콘텐츠 제작자에게 돌아간다. 1억 번 노출돼야 콘텐츠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돈이 1억원 정도인 셈이다.
김범휴 유튜브 부장은 “아직까지 콘텐츠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지만 일부 특화된 크리에이터나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광고가 몰리고 있다”며 “유튜브 광고팀도 광고의 효율성을 높이고 광고 수요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힘들지만 MCN 사업자들을 비롯해 디지털 동영상 콘텐츠 사업자들은 하나의 주류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 대표는 “1인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강점은 핵심 화자(話者)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동영상 속 크리에이터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시청자들은 이들과 친근해지고 결국 크리에이터들이 이들에게 우상화된다”며 “이런 크리에이터 한 명 한 명이 연예인 같은 존재로 각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터넷에 샌드박스를 검색해 보면 수많은 어린이들이 아이돌 스타를 꿈꾸듯 ‘어떻게 하면 샌드박스에서 일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많다.
송 대표는 “이미 일부 타깃 연령층에서 MCN 사업이 어떤 의미에서 레거시 미디어가 된 케이스도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성장 초기에 있는 MCN 산업을 기존 주류 미디어와 비교하거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서로의 속성과 특징이 다른 측면이 많기 때문에 서로의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 가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류 미디어도 모바일 전용 콘텐츠 강화
이 대표는 “TV 시장은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디지털 동영상 콘텐츠 시장이 급속히 성장할 것”이라며 “콘텐츠 시장은 TV 드라마·영화 등과 같이 큰 예산이 필요한 블록버스터형 콘텐츠와 스낵형 콘텐츠(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스낵처럼 스마트폰 등 모바일 환경에서 이용하기 편하도록 길이가 짧고 내용이 부담스럽지 않은 콘텐츠)처럼 저예산 콘텐츠로 양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범휴 부장은 “현재 유튜브는 75% 이상이 모바일을 통해 이용되고 있는 현황을 볼 때 모바일 환경에 특화된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 증가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전문 정보성 콘텐츠들이 더 다양화될 것이고 TV 수준의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가 증가하고 아마추어들이 만드는 스포츠 콘텐츠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MCN 사업은 전망이 밝지만 아직까지 돈은 되지 않는 사업이다. 큰 규모의 투자금이 몰려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이 사업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망하고 있는 분위기도 있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사 등 주류 미디어에서도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런 경쟁이 시장을 더 확대할지 아니면 생존 게임으로 변화할지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MCN 사업자들은 미디어 시장의 변화에 대한 믿음으로 창업에 뛰어든 젊은이들이 많다. 이들은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개발해 적용하고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서며 도전적인 사업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두가 편한 길만 가려고 할 때 새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어야 우리 경제에 새로운 피가 계속 흐를 것이다.
트레져헌터에 소속된 크리에이터들. 왼쪽부터 최고기·악어·김이브·양띵·박가린·릴마블·스팀보이.
dukekeel@innocean.com
콘텐츠 제작 지원해 주고 수익 나눠…트레져헌터·샌드박스·다이아TV 등 경쟁
(사진) MCN 업체 ‘트레져헌터’에서 한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트레져헌터 제공
[한경비즈니스=길덕 이노션 미디어컨텐츠팀장] “Entertainment is changing. Millennials are living a mobile, social, on-demand life”
2014년 3월 월트디즈니에 5억 달러에 인수된 미국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사업자 ‘메이커스튜디오스’.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서 위와 같은 문구로 자신들에 대한 소개를 시작한다.
조금만 살을 붙여 번역한다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미디어, 더 나아가 산업은 지금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 후반에 태어나 디지털 환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모바일 네트워크와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원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스스로 주문해 소비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한국 MCN 사업자들을 만나 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통한 콘텐츠 소비가 자연스러운 세대의 등장이 가져올 미디어 및 콘텐츠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샌드박스에 최고경영자(CEO)로 합류한 이필성 대표에게 “아직까지 막연한 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게 불안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현 MCN 시장은 스마트폰이 TV보다 더 친숙한 10대들을 대상으로 하는 크리에이터(창작자)와 그들이 만든 콘텐츠가 대부분이지만 조만간 이런 세대들이 성장해 경제력을 갖춘 20·30대가 되면 MCN 산업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MCN 사업은 한 플랫폼 사업자의 정책 변경 덕분에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다.
◆유튜브·아프리카TV가 만든 신시장
전 세계적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2007년 ‘유튜브 파트너스 프로그램’을 통해 광고 수익을 일부 대형 콘텐츠 제작자에게 분배하기 시작했다. 2009년 이후에는 소형 제작사와 아마추어 제작자들에게도 이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그 덕분에 유튜브 광고 수익 배분으로 큰 매출을 일으키는 1인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했다. MCN 사업자는 이들에게 콘텐츠 제작 및 사업적인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태어난 사업자다.
특히 TV 등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 : 주류 미디어나 올드 미디어라고도 불리는데, TV나 신문처럼 지금까지 미디어 시장의 중심이 됐던 미디어를 뜻한다)를 거의 이용하지 않으면서 디지털 및 모바일 환경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혹은 밀레니얼 세대들의 등장은 MCN 사업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2013년 이후 레거시 미디어들도 자신들과 단절돼 가는 젊은 시청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MCN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 MCN 산업은 해외와 조금 다른 형태로 성장했다. 해외에서는 유튜브의 정책 변화에 따른 유튜버(YouTuber : 유튜브에 동영상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들)의 성장이 MCN 산업 성장의 촉매였다면 국내에서는 개인 방송 플랫폼 사업자인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카BJ (Broadcast Jockey)들이 있었기에 MCN 산업이 등장할 수 있었다.
방송 중 채팅으로 BJ와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아프리카TV에서는 시청자가 BJ에게 기부할 수 있는 ‘별풍선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BJ들에게 수익 모델을 만들어 줬다. 더 많은 별풍선을 받으려는 BJ들의 선정성이나 일탈 행동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아프리카TV 콘텐츠가 유튜브를 통해 유통되면서 이를 활용한 사업 기회가 생겨났고 국내 MCN 사업자가 등장하게 됐다. CJ E&M은 2013년 7월 ‘크리에이터 그룹(현 다이아TV)’이라는 이름으로 MCN 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 4월에는 아프리카TV가 ‘파트너BJ’라는 이름으로 MCN 사업을 도입했다. 이와 함께 콩두컴퍼니·비디오빌리지·트레져헌터·샌드박스 등 MCN 사업을 표방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했다.
◆성장 초기…아직은 대중적 인식 부족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는 CJ E&M에서 MCN 사업을 진행하다가 2015년 1월 창업했다. 같은 해 11월 SK텔레콤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주)네시삼십삼분·DSC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07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지 얼마 안 돼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는 SK텔레콤으로부터 추가로 투자 받았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통신 플랫폼과 뉴미디어 사업과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사업 모델을 확대하기 위해 SK텔레콤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기대가 큰 만큼 주주에 대한 책임감도 더 강해졌다”고 투자 유치 이후의 부담감을 설명했다.
이어 송 대표는 MCN 산업에 대한 이해관계인들의 인식 변화가 다소 늦어지는 것이 사업 진행의 큰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MCN 산업은 현재 하나의 산업군으로 성장하는 초기 단계에 있고 아직까지는 대중적인 인식이 높은 산업이 아니다”며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이 사업의 중요한 고객인 광고주, 머천다이징 사업자(콘텐츠·캐릭터 등과 어울리는 상품을 개발하는 사업자), 플랫폼 사업자 등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게 상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대표는 “별다른 극복 방안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업의 본질인 꾸준한 콘텐츠 개발, 효과 측정을 위한 각종 지표 개발, 다양한 플랫폼과 연계한 협업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명 1인 크리에이터 도티(본명 나희선)와 대학 친구인 이필성 대표는 도티가 2014년 11월 설립한 샌드박스에 CEO로 2015년 6월 합류했다. 이 대표는 그전까지 구글코리아에서 디스플레이 광고 영업과 사업 제휴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는 “창업으로 성공한 구글에서 일하다 보면 자연히 자기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도티라는 친구를 만났고 미디어 환경 변화 때문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샌드박스에서 일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 역시 MCN 산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선입견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MCN 산업이 속 빈 강정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하나하나 적용해 가면서 MCN 산업이 실체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을 때 묘한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1인 창작자와 3 대 7로 수익 나눠
MCN 사업자들이 수익을 내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1인 크리에이터들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 가지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MCN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의 수익 비율은 3 대 7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크리에이터마다 다소 차이가 생길 수 있다.
MCN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일반적으로 디지털 동영상 스튜디오 사업자와 유사하다. 먼저 광고·콘텐츠 판매 등 콘텐츠 사업자 본연의 수익원이 있고 간접광고(PPL),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 등 마케팅 관련 매출이 있다. 또한 커머스와 연계하는 방식이 있다.
특히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 내는 콘텐츠의 특징과 두터운 팬 층을 활용해 상품을 개발·판매하는 머천다이징도 주요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레져헌터는 소속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마켓 ‘크리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샌드박스 역시 ‘샌드박스 프렌즈’라는 이름으로 인형·도서·문구 등을 판매하고 있다.
“MCN 산업만의 수익 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에 송 대표는 “큰 틀에서 MCN 산업 또한 기존 미디어·콘텐츠 산업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과 사이클을 가지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MCN 사업만의 별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기보다 광고·지식재산권(IP) 기반의 부가 사업 모델, 유료화 모델 등 기존 미디어 사업자들이 고민하고 발전시켜 온 모델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모델들을 바탕으로 점차 세분화되거나 결합적인 사업 모델을 가진 사업자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우선 크리에이터와 배분하는 광고 수익, 분량 부담이 적은 브랜디드 콘텐츠, 크리에이터 팬 층인 어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머천다이징 그리고 콘텐츠 판매 등 다양한 수익원이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MCN 콘텐츠에 대한 광고주의 예산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고 결국 광고가 확실한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는 광고가 한 번 보이면 1~2원 정도의 수익만 콘텐츠 제작자에게 돌아간다. 1억 번 노출돼야 콘텐츠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돈이 1억원 정도인 셈이다.
김범휴 유튜브 부장은 “아직까지 콘텐츠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지만 일부 특화된 크리에이터나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광고가 몰리고 있다”며 “유튜브 광고팀도 광고의 효율성을 높이고 광고 수요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힘들지만 MCN 사업자들을 비롯해 디지털 동영상 콘텐츠 사업자들은 하나의 주류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 대표는 “1인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강점은 핵심 화자(話者)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동영상 속 크리에이터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시청자들은 이들과 친근해지고 결국 크리에이터들이 이들에게 우상화된다”며 “이런 크리에이터 한 명 한 명이 연예인 같은 존재로 각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터넷에 샌드박스를 검색해 보면 수많은 어린이들이 아이돌 스타를 꿈꾸듯 ‘어떻게 하면 샌드박스에서 일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많다.
송 대표는 “이미 일부 타깃 연령층에서 MCN 사업이 어떤 의미에서 레거시 미디어가 된 케이스도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성장 초기에 있는 MCN 산업을 기존 주류 미디어와 비교하거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서로의 속성과 특징이 다른 측면이 많기 때문에 서로의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 가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류 미디어도 모바일 전용 콘텐츠 강화
이 대표는 “TV 시장은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디지털 동영상 콘텐츠 시장이 급속히 성장할 것”이라며 “콘텐츠 시장은 TV 드라마·영화 등과 같이 큰 예산이 필요한 블록버스터형 콘텐츠와 스낵형 콘텐츠(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스낵처럼 스마트폰 등 모바일 환경에서 이용하기 편하도록 길이가 짧고 내용이 부담스럽지 않은 콘텐츠)처럼 저예산 콘텐츠로 양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범휴 부장은 “현재 유튜브는 75% 이상이 모바일을 통해 이용되고 있는 현황을 볼 때 모바일 환경에 특화된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 증가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전문 정보성 콘텐츠들이 더 다양화될 것이고 TV 수준의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가 증가하고 아마추어들이 만드는 스포츠 콘텐츠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MCN 사업은 전망이 밝지만 아직까지 돈은 되지 않는 사업이다. 큰 규모의 투자금이 몰려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이 사업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망하고 있는 분위기도 있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사 등 주류 미디어에서도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런 경쟁이 시장을 더 확대할지 아니면 생존 게임으로 변화할지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MCN 사업자들은 미디어 시장의 변화에 대한 믿음으로 창업에 뛰어든 젊은이들이 많다. 이들은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개발해 적용하고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서며 도전적인 사업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두가 편한 길만 가려고 할 때 새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어야 우리 경제에 새로운 피가 계속 흐를 것이다.
트레져헌터에 소속된 크리에이터들. 왼쪽부터 최고기·악어·김이브·양띵·박가린·릴마블·스팀보이.
dukekeel@innoce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