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을 이끌어 내는 기업 문화의 힘

[경영전략 트렌드]
좋은 조직의 공통점은 ‘원칙·소통·즐거움’… 분위기 따라 몇 배 성과 내기도

[한경비즈니스= 이우창 휴먼솔루션그룹 경영전략연구소장] 몇 년 전 아마존이 온라인으로 신발을 파는 자포스를 인수했을 때 사람들은 그 인수가에 놀랐다. 12억 달러. 아마존이 인수한 기업 중 가장 비싼 가격이었다.

온라인으로 신발을 파는 쇼핑 업체에 이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이들에게 답변을 내놓았다. “아마존이 인수한 것은 자포스의 독특한 기업 문화입니다. 그들의 고객 마인드와 일하는 분위기를 아마존에 접목하고 싶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기업 문화기에 그 가치가 12억 달러나 나갈까. 외부 사람에게 보이는 자포스의 기업 문화는 오히려 걱정스러울 정도다. 이게 과연 회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대책이 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보자. 콜센터 직원은 시간 제약 없이 고객과 얼마든지 통화할 수 있다. 근무 복장이 자유로운 것은 물론 피어싱과 문신 등 액세서리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고객의 전화를 받을 때도 매뉴얼에 의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아이디어에 따라 상대의 반응에 맞춰 자유롭게 진행한다.

심지어 고객을 위한 일이라면 남의 회사에서 상품을 사다 배달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어진다. 이래서야 장사를 제대로 할까 싶다. 하지만 자포스 고객의 재구매율은 75%에 이르고 아마존에 인수되기 직전 매출은 10억 달러가 넘었다.

베조스 CEO가 탐을 낸 자포스의 강점은 자유분방한 문화에서 나온다. 직원들에게 주어진 방대한 권한은 회사가 직원을 고객 이상으로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또한 직원 자신의 재량에 따라 고객을 감동시켰을 때에는 서비스와 행복을 팔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해준다.

◆기업 문화에 12억 달러 베팅한 제프 베조스

모든 회사가 자포스 같을 필요는 없다. 자유방임형 문화가 늘 성과를 내는 것도 아니고 무작정 편하고 즐거운 것만이 좋은 문화도 아니다. 조직의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좋은 문화다.

좋은 문화는 조직을 강하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에게 맞는 문화를 찾아 조직에 정착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좋은 문화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우선 문화의 바탕이 되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 원칙은 의사 결정의 기준이다. 분명한 원칙은 구성원들을 헷갈리지 않게 해준다. 이럴까, 저럴까 눈치 볼 일이 없기 때문에 잡념이 생기지도 않는다. 이때 원칙은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 요구되는 행동의 기준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이 원칙은 조직마다 다르다.

영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유능한 감독으로 인정받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선수들에게 요구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운동선수로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라’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시합 전날엔 과음이나 과식을 삼가야 한다.

퍼거슨 전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원칙을 포기하는 순간 성공에서 멀어지게 된다.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원칙은 순간순간의 순발력보다 중요하다. 그러니 11명의 뛰어난 선수들이 훈련에 최선을 다하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충분히 숙면을 취하고 정확한 시간에 경기장에 나타나기만 한다면 승리의 절반은 이미 이룬 셈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많은 구단들이 이 간단한 일을 해내지 못한다.”

따라서 퍼거슨 전 감독은 술이 덜 깬 상태로 훈련장에 나타나거나 지각이 잦은 선수는 가차 없이 다음 경기에서 제외했다. 출전 금지는 선수에게도 혹독한 징벌이지만 전력의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구단에도 큰 손실이다.

그 바람에 아깝게 우승을 놓친 적도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원칙을 항상 우선순위에 뒀기 때문에 38년의 감독 생활 중 49번이나 우승컵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격변하는 상황 속에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 기본을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가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퍼거슨 전 감독은 자신의 원칙이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30년 이상 정상의 자리를 지키게 해준 원동력이라고 믿고 있다.

자포스 역시 마찬가지다. 자포스는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사업 특성상 높은 고객 만족도를 유지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봤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 접점에 있는 직원들이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상사에게 보고하고 허락 받는 시간을 고객은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재량권을 주는 문화는 이렇게 탄생했다. 직원들이 예뻐서 자율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에게 ‘작은 행복’을 자주 줘야


(사진) 창의적 기업 문화로 ‘배달의민족’을 이끄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한국경제신문
또한 좋은 문화를 가진 조직에는 어김없이 자유로운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사람은 생김새가 제각각이듯이 생각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아이디어들이 자유롭게 교환되면서 최적의 결론이 도출될 때 조직의 성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소통이 이뤄지는 조직에서는 리더들이 먼저 솔선수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온라인 주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잘 알려진 ‘배달의민족’은 회사가 자리한 송파구의 이름을 따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를 정해놓고 있다. 그중 하나는 ‘간단한 보고는 상급자가 하급자 자리에 가서 이야기 나눈다’는 것이다.

사실 가장 많이 고민한 사람은 자료를 직접 만든 하급자들이다. 그들이 편한 자리에서라야 심층적인 보고와 깊이 있는 토론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하급자가 상급자 자리로 보고하러 가게 되면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다.

마치 학생이 교수님께 과제물을 들고 검사 받으러 갈 때와 비슷한 마음 상태가 되는 것이다. 친구들이 모여 있는 강의실에서 과제물 발표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간단한 대면 보고를 위해서는 상급자가 하급자의 자리로 가라는 것이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에서는 팀원들이 메신저나 카톡으로 “지금 의논할 안건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보면 팀장이 “이따 내려갈게요”라며 내려가는 분위기가 낯설지 않다. 이렇게 하다 보면 같이 작업한 팀원들과 다 함께 얘기하기 때문에 소통이 훨씬 잘된다는 장점도 있다.

결론을 내리게 된 주요 논거를 물어보면 옆자리의 동료가 설명해 줄 수도 있다. 이처럼 소통의 과정이 공유되고 그에 따른 결정도 투명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마지막으로 좋은 문화를 가진 조직은 구성원들이 행복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좋은 조직은 구성원들이 행복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언제 행복감을 느낄까.

서은국 연세대 교수는 그의 저서 ‘행복의 기원’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거창하고 그럴듯한 큰 행복이나 일상에서의 소소한 작은 행복이나 만족도의 지속 기간은 비슷하다.”

그러면 행복한 사람은 어쩌다 한 번 올지 모르는 대단한 행복 한 건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는 것처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좋은 조직이라면 구성원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자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좋은 문화에는 의도적인 재미가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지각할 수 있는 ‘지각 데이’를 갖기도 하고 회사 주변으로 게릴라 소풍을 떠나기도 한다. 아침마다 부서원이 모여 사진을 찍으면서 “치~즈”라고 하며 의도적으로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조직도 있다.

어떤 재미를 넣을지는 조직이 처한 상황마다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의도적인 재미가 없는 조직은 건강하게 오래 가지 못한다.

자, 정리해 보자. 사람은 인공지능이나 로봇과는 다르다.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한 성과를 뽑아내는 기계가 아니다. 분위기만 잘 갖춰 주면 평소보다 몇 배의 성과를 내기도 하는 것이 사람이다. 이제 모두가 신나게 몰입해 일할 수 있는 우리 회사만의 조직 문화를 고민해 보자. 회사는 성과를, 직원은 신바람 나는 열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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