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워런 버핏, 美 메이저 항공주 투자…동북아 국적 항공사 주가 상승 기대
[정리=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오랫동안 항공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견지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항공 산업을 투자자들의 ‘죽음의 덫’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 그가 이끄는 벅셔해서웨이가 2016년 11월 미 대형 항공사 4곳의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이 사실이 공시된 지난해 11월 14일 미 항공주들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델타가 전일 대비 2.4%, 사우스웨스트 3.4%, 어메리칸 1.1%, 유나이티드항공은 4.5% 올랐다. 같은 기간 선코에너지는 전량 매도했다. 저유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 것을 알 수 있다.
◆워런 버핏은 왜 항공주를 샀을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 항공 업황의 적극적인 공급 조절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미국 내수 항공 시장은 1978년 규제 철폐 이후 신규 진입이 늘어나며 공급과잉, 가격 경쟁이 지속돼 왔지만 현재의 상황은 사뭇 달라졌다.
버핏 회장이 항공주에 처음 투자했던 1989년 당시 미국의 메이저 항공사만 10개 이상이었던 데 반해 현재 미국의 대형 항공사(FSC)는 델타·사우스웨스트·아메리칸·유나이티드 등 4개 회사의 과점 구조가 안착됐다. 이들 4사는 미국 국내선 여객 수송량의 85%를 점유하고 있다.
저유가와 여객 수송량 호조로 실적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10월까지 미국 항공사들의 주가는 오히려 시장 수익률을 밑돌았다. 항공사의 호실적이 지속되면 벌어들인 돈으로 공급을 더 늘리고 공급이 수요보다 많이 늘어나면 결국 수익률이 떨어지며 수익이 악화될 것으로판단했기 때문에 주가가 부진했다.
2016년 3월 미국 항공사들은 월별 수송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버진아메리카 21%, 유나이티드 7%, 얼리전트 23%, 젯블루 20%, 사우스웨스트 14%, 델타 11% 등 2월 국내선 공급 증가율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돈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공급을 크게 늘리는, 호황기에 흔히 되풀이되는 실수를 반복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메이저 4사는 점유율 확대보다 적극적인 공급 조절로 수익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고 벌어들인 돈을 통해 주주 환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후 9월, 10월의 항공사들의 공급 증가율이 다시 수요 증가율을 밑돌기 시작하면서 항공사들의 주가는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저유가에 따른 실적 호조에도 주가가 반응하지 않았던 만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로 유가가 급등한 2016년 11월 30일에도 미국 항공주들의 주가는 하락하지 않았다. 즉, 버핏 회장이 항공주에 투자한 이유는 현재의 실적이 아닌 수요와 공급 그리고 이를 통해 나타나는 수익률의 지속 가능성을 따져본 결과로 판단할 수 있다.
◆아직 날지 못한 아시아 항공주
글로벌 항공주 지수가 반등했지만 아시아 항공주들은 여전히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적극적인 공급 조절이라는 것은 미국 내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국제선 비율이 높은 동북아 시장은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에서는 장거리 직항 노선이 계속 확대되면서 한국·일본·홍콩·대만 등의 국가들은 환승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직항 노선 대비 저렴한 운임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공격적으로 공급량을 늘리고 있는 중국의 국영 항공사들은 수익보다 점유율 확대가 목적이다. 개별 국가들이 공급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동북아 시장의 수익률이 쉽게 상승하지 못하는 이유다. 현재 중국의 항공기 발주량을 볼 때 상황은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한 가지 위안이 될 수 있는 부분은 글로벌 항공주에 대한 극심한 밸류에이션 평가절하는 해소 국면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항공주의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국적사들의 주가는 항공주로서의 과도한 할인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는 상황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선 시장은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과점 구조가 안착돼 있다. 따라서 공급 조절과 단가 인상 시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더욱 수월할 수 있다. 2016년 11월 국내 전 공항 기준 여객 수송량은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했다.
2016년 10월 10.4% 증가한 것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2015년 11월 여객 수송량이 워낙 호조였던 기저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 지난 2년 또는 3년간의 연평균 성장률을 비교해 보면 견조한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2016년 11월 아시아나항공의 운항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 감소했는데 동남아와 일본 지방 도시 등 비수익 노선을 에어서울에 넘긴 결과다. 화물 수송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1%로 전월에 이어 2016년 11월에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반기 들어 완연한 물동량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고 운임도 상승하고 있어 업황은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중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 52.7)와 미국의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53.2), 유럽PMI(53.9) 등 경제지표가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어 향후 화물 물동량의 추가적인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vivajh@hankyung.com
워런 버핏, 美 메이저 항공주 투자…동북아 국적 항공사 주가 상승 기대
[정리=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오랫동안 항공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견지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항공 산업을 투자자들의 ‘죽음의 덫’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 그가 이끄는 벅셔해서웨이가 2016년 11월 미 대형 항공사 4곳의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이 사실이 공시된 지난해 11월 14일 미 항공주들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델타가 전일 대비 2.4%, 사우스웨스트 3.4%, 어메리칸 1.1%, 유나이티드항공은 4.5% 올랐다. 같은 기간 선코에너지는 전량 매도했다. 저유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 것을 알 수 있다.
◆워런 버핏은 왜 항공주를 샀을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 항공 업황의 적극적인 공급 조절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미국 내수 항공 시장은 1978년 규제 철폐 이후 신규 진입이 늘어나며 공급과잉, 가격 경쟁이 지속돼 왔지만 현재의 상황은 사뭇 달라졌다.
버핏 회장이 항공주에 처음 투자했던 1989년 당시 미국의 메이저 항공사만 10개 이상이었던 데 반해 현재 미국의 대형 항공사(FSC)는 델타·사우스웨스트·아메리칸·유나이티드 등 4개 회사의 과점 구조가 안착됐다. 이들 4사는 미국 국내선 여객 수송량의 85%를 점유하고 있다.
저유가와 여객 수송량 호조로 실적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10월까지 미국 항공사들의 주가는 오히려 시장 수익률을 밑돌았다. 항공사의 호실적이 지속되면 벌어들인 돈으로 공급을 더 늘리고 공급이 수요보다 많이 늘어나면 결국 수익률이 떨어지며 수익이 악화될 것으로판단했기 때문에 주가가 부진했다.
2016년 3월 미국 항공사들은 월별 수송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버진아메리카 21%, 유나이티드 7%, 얼리전트 23%, 젯블루 20%, 사우스웨스트 14%, 델타 11% 등 2월 국내선 공급 증가율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돈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공급을 크게 늘리는, 호황기에 흔히 되풀이되는 실수를 반복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메이저 4사는 점유율 확대보다 적극적인 공급 조절로 수익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고 벌어들인 돈을 통해 주주 환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후 9월, 10월의 항공사들의 공급 증가율이 다시 수요 증가율을 밑돌기 시작하면서 항공사들의 주가는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저유가에 따른 실적 호조에도 주가가 반응하지 않았던 만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로 유가가 급등한 2016년 11월 30일에도 미국 항공주들의 주가는 하락하지 않았다. 즉, 버핏 회장이 항공주에 투자한 이유는 현재의 실적이 아닌 수요와 공급 그리고 이를 통해 나타나는 수익률의 지속 가능성을 따져본 결과로 판단할 수 있다.
◆아직 날지 못한 아시아 항공주
글로벌 항공주 지수가 반등했지만 아시아 항공주들은 여전히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적극적인 공급 조절이라는 것은 미국 내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국제선 비율이 높은 동북아 시장은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에서는 장거리 직항 노선이 계속 확대되면서 한국·일본·홍콩·대만 등의 국가들은 환승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직항 노선 대비 저렴한 운임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공격적으로 공급량을 늘리고 있는 중국의 국영 항공사들은 수익보다 점유율 확대가 목적이다. 개별 국가들이 공급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동북아 시장의 수익률이 쉽게 상승하지 못하는 이유다. 현재 중국의 항공기 발주량을 볼 때 상황은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한 가지 위안이 될 수 있는 부분은 글로벌 항공주에 대한 극심한 밸류에이션 평가절하는 해소 국면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항공주의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국적사들의 주가는 항공주로서의 과도한 할인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는 상황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선 시장은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과점 구조가 안착돼 있다. 따라서 공급 조절과 단가 인상 시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더욱 수월할 수 있다. 2016년 11월 국내 전 공항 기준 여객 수송량은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했다.
2016년 10월 10.4% 증가한 것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2015년 11월 여객 수송량이 워낙 호조였던 기저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 지난 2년 또는 3년간의 연평균 성장률을 비교해 보면 견조한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2016년 11월 아시아나항공의 운항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 감소했는데 동남아와 일본 지방 도시 등 비수익 노선을 에어서울에 넘긴 결과다. 화물 수송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1%로 전월에 이어 2016년 11월에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반기 들어 완연한 물동량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고 운임도 상승하고 있어 업황은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중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 52.7)와 미국의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53.2), 유럽PMI(53.9) 등 경제지표가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어 향후 화물 물동량의 추가적인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