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 飛行 안 가”

[항공 패트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줄이고 서비스 간소화…대한항공은 ‘기내 난동’에 비상


(사진) 아시아나항공 인천공항 제2격납고에서 정비 중인 항공기.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주현주 인턴기자] 2016년 국내 연간 항공 여객이 처음으로 1억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2016년 상반기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객실 승무원을 줄여 노선당 인원을 감축하고 기내 서비스를 간소화했다. 또 국내 대형 항공사(FSC) 최초로 이코노미 앞좌석(무릎 공간이 넓은 곳)에 추가 요금을 부과했다.

하반기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11년 만에 파업했고 최근엔 대한항공 음주 승객 난동 사건에 한차례 곤욕을 치렀다. 바람 잘 날 없는 공중전이었다.

◆ 아시아나항공 “최신형 기종 대거 도입”

아시아나항공은 경영 효율화에 안간힘을 썼다. 먼저 작년 3월 1일부터 전 노선, 전 기종 이코노미 객실 승무원을 1~2명씩 줄였다. 아시아나항공 한 승무원은 “투입되는 객실 승무원이 줄어 승무원 한 명이 맡아야 하는 업무가 가중된 상황”이라며 “기내 서비스가 간소화된 만큼 고객들의 불편을 더 많이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거리 노선에서 제공되는 각종 주스와 탄산, 커피 등 음료 품목을 줄이고 생수와 주스만 제공했다. 중거리 노선에선 기내식과 함께 제공됐던 생수병을 생략하고 승무원이 직접 물을 따라준다. 또 기내식 서비스를 트레이 대신 종이 상자에 담아 제공한다. 장거리 노선은 이륙 직후 제공하던 식음료 서비스를 없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같은 구간을 비행하는 기종별로 승무원 수를 통일한 것”이며 “투입되는 객실 승무원은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 12월부터 노약자와 장애인·임산부에게 우선 제공되던 이코노미 맨 앞좌석에 추가 요금을 부과했다. ‘차등 요금제’는 주로 저비용 항공사(LCC)가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었다. 추가 요금은 2만~10만원으로 거리에 따라 차등 부과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이처럼 비용 감축에 나선 것은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이다. 대한항공과 저비용 항공사 사이에서 고심하던 아시아나항공은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2016년 7월 자회사 에어서울을 취항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에어서울로 적자 노선을 돌려 저비용 항공사와 치열한 운임 경쟁을 피하고 장거리 노선에 집중하면서 비용을 줄이고 손익 구조를 바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향후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 간의 차별화를 얼마나 이룰지가 관건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하늘 위의 호텔'이라고 불리는 최고급 신형 항공기 A380 6대를 지난해 12월 도입했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A380을 미주·유럽·대양주 노선에 집중 투입해 프리미엄 항공사로서의 위상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부터 차세대 중대형 항공기 A350 30대, 2019년부터 A321 25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 대한항공 조종사 11년 만에 파업


(사진) 항공노동자결의대회에 참석한 대한항공 조종사들./ 연합뉴스

대한항공에선 조종사노조가 11년 만인 작년 12월 22일 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국내선 위주의 감편 계획으로 이익 감소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조종사노조는 작년 12월 29일 10차 임금 협상을 재개하기로 하고 2017년 1월 15일까지 파업을 잠정 중단했다.

잊힐 만하면 발생하는 사건이 기내 음주 승객 난동 사고다. 국내 항공사의 기내 난동은 이틀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기내 난동 사고가 전년 대비 9% 증가한 181건으로 집계됐다.

대한항공은 기내 안전 개선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기내에서 일어나는 폭력 행위와 난동에 대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테이저(taser)건’의 사용 조건과 절차를 간소화했다.

황사식 한국항공대 교수는 “쉽게 조작할 수 있는 테이저건이 도입되면서 점차 남자 승무원의 필요성이 줄었지만 예전엔 기내 난동, 항공 보안, 승객 안전 문제 등 경찰 업무를 하는 남자 승무원이 비행기에 2~3명 정도 탑승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남자 승무원을 비행기 1대당 최소 1명이 탈 수 있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남자 승무원 비율은 10% 정도인 700여 명, 아시아나항공은 5% 수준이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말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계기로 처벌 규정을 강화한 ‘항공보안법’을 2016년 1월부터 시행했다. 폭언 등 소란 행위의 경우 벌금을 ‘500만원 이하’에서 ‘1000만원 이하’로 높이고 기장이나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처럼 강화된 규정마저 외국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보안법을 더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현행 항공보안법도 강력한 법적 수단”이라며 “나머지는 사법기관의 의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기내 난동 경력이 있는 승객의 비행기 이용을 거부할 수 있도록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운영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작년 12월 20일 기내 난동 사건의 피의자 임모(34) 씨가 예매한 대한항공 비행기에 대해 탑승을 공식적으로 거부했고 임 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guswn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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