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30대는 변명이 허용되는 마지막 시기…일단 ‘도전해야 길이 나온다
맥킨지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컨설팅 회사다. 그런데 그런 맥킨지도 실패할 때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90년대 후반에 시행했던 사업이다. 당시 맥킨지는 시작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 기업과 함께 일하기로 했다.
컨설팅비를 받지 않는 대신 나중에 수익을 나누기로 한 것이다. 맥킨지는 이런 방법을 통해 비싼 컨설팅비를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특히 자신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면 기업을 크게 키워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기업들은 환영했다. 기업들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오자 다른 컨설팅 회사들도 맥킨지의 이런 사업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맥킨지는 몇 백만 달러의 손실을 본 뒤 3년 만에 사업을 접고 말았다. 세계 최고의 두뇌 집단이 만든 사업계획서들이 현실에서 통하지 않고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맥킨지는 이 사업에서 왜 실패했을까.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친 자신감이었다. 맥킨지 컨설턴트들은 자신들의 분석과 사업 계획을 너무 확신했다. 어떤 사업을 누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자신들은 다 알고 있다고 믿었다. 몇 십 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업계획서를 검토해 온 그들이니 오죽 자신이 있었을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의 사업 계획은 탁상공론 수준을 면하지 못했다. 어떤 사업이 성공할지에 대한 맥킨지의 판단 능력은 매우 취약했다. 맥킨지 컨설턴트들은 사업이라는 게 진행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수많은 벤처기업 가운데 왜 몇 개만이 살아남는지 잘 몰랐던 것이다.
◆중·장기 전략을 만들지 않는 세븐일레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세상에 예상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될까. 몇 십 년 전, 아니 불과 몇 년 전의 신문 기사를 보면 우리가 앞날을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잘 알 수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 같은 연구 조사 기관들이 앞다퉈 새해 경제 전망을 내놓지만 이 전망이 맞았던 경우는 거의 없다.
이처럼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세계 최대 편의점 수를 자랑하는 일본 세븐일레븐은 아예 중·장기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2~3일 뒤의 주가나 환율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장기적 목표라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즈키 도시후미 세븐&아이홀딩스의 전 회장은 “중·장기 목표를 세우면 오히려 그 목표 수치 때문에 경영이 숫자 맞추기에 급급해진다”면서 “경영은 숫자를 짜 맞추는 경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세븐일레븐은 1년 단위 계획만 세운다. 일본 내 점포가 2만 개에 육박하고 있지만 몇 년 뒤 점포를 얼마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건 적이 없다. 분기별로 점포 개설 계획을 세우지만 중간에 영업 상황이 좋지 않으면 즉시 점포 개설을 중단한다.
그런 다음 원인 파악에 들어가 점포를 정상화한 뒤 이를 토대로 다시 점포를 세운다. 세븐일레븐은 이런 식으로 점포를 하나하나 늘려 나갔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세계 최대 편의점 회사가 된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고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을 찾고 싶어 한다. 적성에 맞지 않으면 언젠가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누구나 안정된 미래를 선택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찾느냐 하는 것이다. 맥킨지조차 수많은 경험과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만든 사업계획서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말았는데 자신에게 꼭 맞는 길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방법은 단 하나다. 해 보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단초가 떠오르고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면 다음에 할 일은 실행뿐이다. 일정 기간 동안 전심을 다해 노력해 봐야 그것이 자신의 길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면서 판단하고 계획을 세우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데 그 이후까지 내다보고 길을 정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가끔 늦게까지 자신이 무엇을 할까 정하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아직까지 계획만 세우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느라 대학 졸업이 늦어졌는데 졸업 이후에도 유학을 갈지, 자격증을 딸지, 직장에 들어갈지를 놓고 탐문만 계속하고 있다.
◆홈런에 집착하기보다 안타라도 때려라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현재 직장을 잠시 머무르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한 그 무엇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훌훌 털고 일어서겠다는 생각으로 직장 생활을 한다. 그러다 보니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고 늘 주변부를 맴돈다. 직장의 주인은 정해져 있고 자신은 손님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성과를 내고 성장하길 기대할 수 있을까.
20~30대 젊은이들이 직장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길을 몰라서가 아니다. 길이 불확실해 가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어떤 다른 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현재의 일에 집중하지 않는다.
이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위해 끊임없이 준비한다. 쓰지도 않을 지식과 기술, 자격증을 얻기 위해 황금 같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이런 것에 대한 집착만 버려도 현재 일에서 많은 진전을 이뤄낼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
30대는 결정해야 하는 시기다. 더 이상 가능성만 보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났다. 아직 내게 기회가 있고 시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따라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늦더라도 확실한 것을 찾겠다는 생각은 이제 접어야 한다.
홈런에 집착하다가 매번 삼진아웃 당하는 것보다 안타라도 쳐서 1루에 나가야 한다. 내가 하지 않아서 그렇지 달려들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만약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자신이 가려는 길과 다르다고 판단하면 하루라도 일찍 새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리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다소 불확실하더라도 일단 뛰어들어 봐야 한다.
제이슨 프라이드 서티세븐시그널스 창업자는 자신의 저서 ‘똑바로 일하라’에서 사업 계획 대신 사업 추측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점쟁이가 아닌 이상 장기 사업 계획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경쟁사, 고객, 경기 상황 등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요인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사업 계획을 잘 세우면 이런 요인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따라서 치밀하게 장기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먼 미래까지 내다보면서 검토하고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아는 30대 중반의 두 여성은 출발이 비슷했지만 현재 상황은 너무도 다르다. 이들은 둘 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해외 연수 때 미술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미학을 복수 전공했고 석사과정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그는 대학원을 마치지 못했다. 공부하는 내용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신입 사원으로 입사하기에 나이가 많아 취업에 실패했다. 한동안 학원 강사를 전전하던 그는 동료 강사의 소개로 외국계 기업에 들어갔다.
그는 그곳에 들어간 지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직장을 옮긴 것을 시작으로 벌써 네 번 직장을 옮겼다. 그는 새로 옮긴 곳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직장을 자주 옮기는 것은 현재의 직장이 자기가 뿌리내릴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발만 담근 채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계속해 새 길을 찾아 왔다. 한동안 외국 유학을 생각하며 외국어 공부를 했고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며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문제는 이렇게 계속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밖으로 시선을 돌리다 보니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는 좋은 대학을 나왔고 외국어 능력도 뛰어나지만 아직도 과장 승진을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다시 이직을 타진하고 있다.
◆잡스의 성공 법칙 ‘선택과 집중’
다른 한 명은 대학을 다니면서 행정고시를 준비했고 졸업한 뒤에도 시험공부를 계속했다. 하지만 운이 없는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렇게 몇 년을 시험공부를 하며 지내다 서른 살을 훌쩍 넘긴 나이에 마침내 새 길을 찾기로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나이는 많고 취업 준비는 전혀 안 돼 있는 그가 갈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었다. 그도 역시 학원 강사를 할까 생각했다. 학원에 자기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많았고 오라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오래 일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가지 않았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중소기업에 들어갔다. 그곳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연봉도 많지 않았다. 다행히 회사는 그의 직급과 직무를 결정할 때 그의 나이를 감안해 줬다.
확신을 갖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직장과 업무에 몰입했고 그 덕분에 인정을 받았다. 그는 짧은 시간 동안 상품기획자(MD)로서 상당히 농축적인 경험을 했다. 몇 년 뒤 그는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대형 유통회사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길을 가야 길이 보이고 산에 올라야 산이 보이는 법이다. 컨설턴트들이 훈수에 강하지만 실전에 취약한 것도 실행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보지 않고 하는 훈수는 훈수일 뿐이다. 실전에 들어가면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수시로 벌어진다.
제대로 실행해 보지 않으면 판단하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 많다. 그런 점에서 머릿속에서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시도해 보는 게 좋다. 30대는 새로운 길에 몰입해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인지도 모른다.
만약 시도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런 계획은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또 충분히 노력하고 몰입했는데도 안 되는 것이라면 빨리 중단해야 한다. 그런 다음 실현 가능한 한 가지만 선택해 집중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은 다 거절하고 하나만 남기는 것이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혁신하려면 1000가지를 포기하고 하나에만 집중해야 한다. 망설이고 고민하는 시간에도 배는 계속 바다를 향해 떠내려간다.
30대는 변명이 허용되는 마지막 시기…일단 ‘도전해야 길이 나온다
맥킨지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컨설팅 회사다. 그런데 그런 맥킨지도 실패할 때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90년대 후반에 시행했던 사업이다. 당시 맥킨지는 시작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 기업과 함께 일하기로 했다.
컨설팅비를 받지 않는 대신 나중에 수익을 나누기로 한 것이다. 맥킨지는 이런 방법을 통해 비싼 컨설팅비를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특히 자신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면 기업을 크게 키워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기업들은 환영했다. 기업들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오자 다른 컨설팅 회사들도 맥킨지의 이런 사업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맥킨지는 몇 백만 달러의 손실을 본 뒤 3년 만에 사업을 접고 말았다. 세계 최고의 두뇌 집단이 만든 사업계획서들이 현실에서 통하지 않고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맥킨지는 이 사업에서 왜 실패했을까.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친 자신감이었다. 맥킨지 컨설턴트들은 자신들의 분석과 사업 계획을 너무 확신했다. 어떤 사업을 누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자신들은 다 알고 있다고 믿었다. 몇 십 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업계획서를 검토해 온 그들이니 오죽 자신이 있었을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의 사업 계획은 탁상공론 수준을 면하지 못했다. 어떤 사업이 성공할지에 대한 맥킨지의 판단 능력은 매우 취약했다. 맥킨지 컨설턴트들은 사업이라는 게 진행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수많은 벤처기업 가운데 왜 몇 개만이 살아남는지 잘 몰랐던 것이다.
◆중·장기 전략을 만들지 않는 세븐일레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세상에 예상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될까. 몇 십 년 전, 아니 불과 몇 년 전의 신문 기사를 보면 우리가 앞날을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잘 알 수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 같은 연구 조사 기관들이 앞다퉈 새해 경제 전망을 내놓지만 이 전망이 맞았던 경우는 거의 없다.
이처럼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세계 최대 편의점 수를 자랑하는 일본 세븐일레븐은 아예 중·장기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2~3일 뒤의 주가나 환율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장기적 목표라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즈키 도시후미 세븐&아이홀딩스의 전 회장은 “중·장기 목표를 세우면 오히려 그 목표 수치 때문에 경영이 숫자 맞추기에 급급해진다”면서 “경영은 숫자를 짜 맞추는 경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세븐일레븐은 1년 단위 계획만 세운다. 일본 내 점포가 2만 개에 육박하고 있지만 몇 년 뒤 점포를 얼마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건 적이 없다. 분기별로 점포 개설 계획을 세우지만 중간에 영업 상황이 좋지 않으면 즉시 점포 개설을 중단한다.
그런 다음 원인 파악에 들어가 점포를 정상화한 뒤 이를 토대로 다시 점포를 세운다. 세븐일레븐은 이런 식으로 점포를 하나하나 늘려 나갔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세계 최대 편의점 회사가 된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고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을 찾고 싶어 한다. 적성에 맞지 않으면 언젠가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누구나 안정된 미래를 선택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찾느냐 하는 것이다. 맥킨지조차 수많은 경험과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만든 사업계획서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말았는데 자신에게 꼭 맞는 길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방법은 단 하나다. 해 보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단초가 떠오르고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면 다음에 할 일은 실행뿐이다. 일정 기간 동안 전심을 다해 노력해 봐야 그것이 자신의 길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면서 판단하고 계획을 세우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데 그 이후까지 내다보고 길을 정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가끔 늦게까지 자신이 무엇을 할까 정하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아직까지 계획만 세우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느라 대학 졸업이 늦어졌는데 졸업 이후에도 유학을 갈지, 자격증을 딸지, 직장에 들어갈지를 놓고 탐문만 계속하고 있다.
◆홈런에 집착하기보다 안타라도 때려라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현재 직장을 잠시 머무르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한 그 무엇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훌훌 털고 일어서겠다는 생각으로 직장 생활을 한다. 그러다 보니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고 늘 주변부를 맴돈다. 직장의 주인은 정해져 있고 자신은 손님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성과를 내고 성장하길 기대할 수 있을까.
20~30대 젊은이들이 직장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길을 몰라서가 아니다. 길이 불확실해 가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어떤 다른 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현재의 일에 집중하지 않는다.
이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위해 끊임없이 준비한다. 쓰지도 않을 지식과 기술, 자격증을 얻기 위해 황금 같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이런 것에 대한 집착만 버려도 현재 일에서 많은 진전을 이뤄낼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
30대는 결정해야 하는 시기다. 더 이상 가능성만 보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났다. 아직 내게 기회가 있고 시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따라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늦더라도 확실한 것을 찾겠다는 생각은 이제 접어야 한다.
홈런에 집착하다가 매번 삼진아웃 당하는 것보다 안타라도 쳐서 1루에 나가야 한다. 내가 하지 않아서 그렇지 달려들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만약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자신이 가려는 길과 다르다고 판단하면 하루라도 일찍 새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리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다소 불확실하더라도 일단 뛰어들어 봐야 한다.
제이슨 프라이드 서티세븐시그널스 창업자는 자신의 저서 ‘똑바로 일하라’에서 사업 계획 대신 사업 추측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점쟁이가 아닌 이상 장기 사업 계획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경쟁사, 고객, 경기 상황 등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요인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사업 계획을 잘 세우면 이런 요인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따라서 치밀하게 장기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먼 미래까지 내다보면서 검토하고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아는 30대 중반의 두 여성은 출발이 비슷했지만 현재 상황은 너무도 다르다. 이들은 둘 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해외 연수 때 미술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미학을 복수 전공했고 석사과정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그는 대학원을 마치지 못했다. 공부하는 내용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신입 사원으로 입사하기에 나이가 많아 취업에 실패했다. 한동안 학원 강사를 전전하던 그는 동료 강사의 소개로 외국계 기업에 들어갔다.
그는 그곳에 들어간 지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직장을 옮긴 것을 시작으로 벌써 네 번 직장을 옮겼다. 그는 새로 옮긴 곳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직장을 자주 옮기는 것은 현재의 직장이 자기가 뿌리내릴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발만 담근 채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계속해 새 길을 찾아 왔다. 한동안 외국 유학을 생각하며 외국어 공부를 했고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며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문제는 이렇게 계속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밖으로 시선을 돌리다 보니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는 좋은 대학을 나왔고 외국어 능력도 뛰어나지만 아직도 과장 승진을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다시 이직을 타진하고 있다.
◆잡스의 성공 법칙 ‘선택과 집중’
다른 한 명은 대학을 다니면서 행정고시를 준비했고 졸업한 뒤에도 시험공부를 계속했다. 하지만 운이 없는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렇게 몇 년을 시험공부를 하며 지내다 서른 살을 훌쩍 넘긴 나이에 마침내 새 길을 찾기로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나이는 많고 취업 준비는 전혀 안 돼 있는 그가 갈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었다. 그도 역시 학원 강사를 할까 생각했다. 학원에 자기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많았고 오라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오래 일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가지 않았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중소기업에 들어갔다. 그곳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연봉도 많지 않았다. 다행히 회사는 그의 직급과 직무를 결정할 때 그의 나이를 감안해 줬다.
확신을 갖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직장과 업무에 몰입했고 그 덕분에 인정을 받았다. 그는 짧은 시간 동안 상품기획자(MD)로서 상당히 농축적인 경험을 했다. 몇 년 뒤 그는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대형 유통회사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길을 가야 길이 보이고 산에 올라야 산이 보이는 법이다. 컨설턴트들이 훈수에 강하지만 실전에 취약한 것도 실행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보지 않고 하는 훈수는 훈수일 뿐이다. 실전에 들어가면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수시로 벌어진다.
제대로 실행해 보지 않으면 판단하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 많다. 그런 점에서 머릿속에서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시도해 보는 게 좋다. 30대는 새로운 길에 몰입해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인지도 모른다.
만약 시도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런 계획은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또 충분히 노력하고 몰입했는데도 안 되는 것이라면 빨리 중단해야 한다. 그런 다음 실현 가능한 한 가지만 선택해 집중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은 다 거절하고 하나만 남기는 것이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혁신하려면 1000가지를 포기하고 하나에만 집중해야 한다. 망설이고 고민하는 시간에도 배는 계속 바다를 향해 떠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