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미 무역 적자” vs 한국 “美 무역 적자 개선 효과”
입력 2017-01-17 18:03:24
수정 2017-01-17 18:03:24
[커버스토리 = '도널드 트럼프'가 온다 : 핵심 통상이슈]
교역 패러다임 전환 필요…대미 수출·수입 포괄경제협력 방안 모색해야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월 20일 공식 취임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향후 국제 통상 등의 분야에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멕시코 공장 설립을 계획하던 도요타자동차를 정면 비판하며 미국의 이익을 관철했다. 그는 지난 1월 5일 자신의 트위터에 도요타의 멕시코 공장 신설을 언급하며 “미국에 공장을 세우지 않을 것이면 비싼 국경세를 내라”고 경고했다.
도요타는 나흘 뒤인 1월 9일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향후 5년간 미국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교도통신은 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의 압력에 응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에 한국 경제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미중 통상 마찰 여파 우려
트럼프 당선인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의 정책 공개 사이트인 ‘도널드제이트럼프닷컴’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크게 7개 보호무역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보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미국 내 고용 회복을 위한 강력한 무역 협상가 임명 ▲그동안의 모든 통상협정을 재검토해 각국 위반 사항에 대한 조치 강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조치 ▲중국이 불공정 무역 지속 시 무역법을 동원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직접적 보복 조치 단행 등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분야 규제의 칼끝은 주로 중국을 겨누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제시한 7개 보호무역 조치 중 3개가 중국 관련 통상 방안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직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징벌적 상계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중국의 지식재산권(IP) 침해로 매년 3000억 달러와 수백만 개의 미국 내 일자리 손실이 발생한다”며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및 관행적 기술이전 요구에 불관용적으로 대처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을 겨냥해 여러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낸 원인은 미국의 무역 적자 규모에 있다.
1998년 2330억 달러였던 미국의 세계 무역 적자 규모는 2015년 말 7370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대중국 무역 적자 규모가 특히 두드러졌다.
박상기 법무법인 화우 고문은 “1998년 570억 달러였던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 규모는 2015년 3660억 달러로 급증했다”며 “대중 무역 적자로 인한 미국 내 일자리 감소 등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징벌적 관세 부과 방안을 내놓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박 고문은 외교통상부 지역통상국장, 주상하이 총영사, 주제네바 대사 등을 거치면서 미국·중국·유럽연합(EU)·아세안 등과의 통상 협상에 참여했고 유엔·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 외교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외교·통상 전문가다.
트럼프 당선인은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미국 대신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멕시코산 자동차에 35%의 관세를 부과’하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제조업 경쟁력 약화와 실업률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그가 도요타의 멕시코 공장 신설 계획에 으름장을 놓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도요타에 대해 비합리적 언행으로 협박을 가했지만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까.
이종건 KOTRA 워싱턴 무역관장은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는 협상을 위한 일종의 협박”이라며 “임기가 시작되면 과격한 공약은 상당 부분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고문도 “중국산 물품에 대한 관세는 WTO에 양허돼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일방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부분인 데다 45%의 징벌적 상계관세를 통해 미국 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무모한 실험을 강행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일방적 보호무역 조치를 이행한다면 교역 상대국들이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국제무역 질서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진다.
‘대공황’ 하면 흔히 1929년 10월 29일의 주가 대폭락을 떠올리지만 진정한 대공황은 1930년 미국 의회가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과시키면서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제31대 미국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의 대선 공약에 의해 탄생했다. ‘농산물 관세를 대폭 올려 농민을 보호하겠다’던 포퓰리즘은 압도적 찬성으로 상하 양원을 통과했고 미국은 2만여 개 품목의 평균 관세를 60%로 올렸다.
이에 대해 20여 개국이 보복적 조치로 관세를 인상하는 등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에 빠져 국제 교역량이 크게 줄었다.
불황은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졌고 종전 이후 미국 등 전승국들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통해 각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한 다자 무역 체제를 갖췄다.
163개 회원국을 둔 WTO는 과거 국제무역 질서를 관장해 온 GATT를 대체해 1995년 1월 출범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위해 WTO 탈퇴마저 불사한다는 외신 보도도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주도로 갖춰 놓은 국제 무역 질서를 스스로 깨는 과오를 미 의회가 용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미 FTA의 당위성 적극 홍보해야
한국 경제가 트럼프 당선인의 공식 취임을 앞두고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미중 통상 마찰이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분쟁이 본격화하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 고문은 “미국이 중국의 철강·화학제품 등에 대한 상계관세나 반덤핑 관세를 부여하는 조치를 취하게 되면 한국 등 해당 제품의 부품 제조국에 대한 조사가 함께 이뤄진다”며 “중국을 비롯한 여러 개발도상국이 파편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미중 통상 마찰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 아래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보다 확실히 다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에 대한 수출뿐만 아니라 수입까지 고려하는 포괄적 경제협력 모색 방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박 고문은 “한국 정부는 1990년대 초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늘어나던 시점에 미국에 구매사절단을 보냈다”며 “과거처럼 전략적 수입 방안을 검토하는 등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교역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장도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의 의약·정보기술(IT)·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에 대한 기술협력을 추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업은 정부와 협력해 전략적으로 대미 투자를 늘리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지닌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이룰 수 있는 상호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고문은 이를 위해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기업 운영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NAFTA 등 기존 FTA에 대한 전면적 재협상을 주장한 만큼 극단적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박 고문은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한미 FTA(2012년 3월 발효)는 ‘잡 킬러(일자리를 빼앗은 조약)’라는 극단적 표현을 썼다”며 “한미 FTA가 미국 경제에도 이득이 됐다는 논리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매년 주요 교역 대상국 60여 개국을 대상으로 한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의 세계 교역 규모는 한미 FTA 발효 직전인 2011년에 비해 10% 감소했다. 반면 한미 교역 규모는 2011년 1007억 달러에서 2015년 1138억 달러로 15% 증가했다.
특히 2015년 말 기준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83억 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한미 FTA가 체결되지 않았다면 적자 규모는 440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한미 FTA를 통해 157억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게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 규모는 한미 FTA 이전에 비해 무려 200%나 증가했다.
한미 FTA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 미국산 농축산물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015년 미국이 한국에 수출한 농축산물은 2011년에 비해 31% 증가했다. 전 세계에 수출한 미국 농축산물 평균 증가치의 7배에 달하는 수치다.
실제로 지난 12년간 국내 쇠고기 수입량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호주산 쇠고기가 미국산 쇠고기에 최근 1등 자리를 넘겨줬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냉장·냉동 합산)은 1만3921톤으로,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인 1만310톤보다 3611톤 많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호주산을 앞선 것은 2003년 12월 이후 약 13년 만에 처음이다.
박 고문은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 자체보다 FTA의 충실한 이행을 통한 주요 현안 해결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정부는 보다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양국 간 FTA의 당위성을 홍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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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멕시코 공장 설립을 계획하던 도요타자동차를 정면 비판하며 미국의 이익을 관철했다. 그는 지난 1월 5일 자신의 트위터에 도요타의 멕시코 공장 신설을 언급하며 “미국에 공장을 세우지 않을 것이면 비싼 국경세를 내라”고 경고했다.
도요타는 나흘 뒤인 1월 9일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향후 5년간 미국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교도통신은 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의 압력에 응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에 한국 경제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미중 통상 마찰 여파 우려
트럼프 당선인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의 정책 공개 사이트인 ‘도널드제이트럼프닷컴’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크게 7개 보호무역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보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미국 내 고용 회복을 위한 강력한 무역 협상가 임명 ▲그동안의 모든 통상협정을 재검토해 각국 위반 사항에 대한 조치 강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조치 ▲중국이 불공정 무역 지속 시 무역법을 동원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직접적 보복 조치 단행 등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분야 규제의 칼끝은 주로 중국을 겨누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제시한 7개 보호무역 조치 중 3개가 중국 관련 통상 방안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직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징벌적 상계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중국의 지식재산권(IP) 침해로 매년 3000억 달러와 수백만 개의 미국 내 일자리 손실이 발생한다”며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및 관행적 기술이전 요구에 불관용적으로 대처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을 겨냥해 여러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낸 원인은 미국의 무역 적자 규모에 있다.
1998년 2330억 달러였던 미국의 세계 무역 적자 규모는 2015년 말 7370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대중국 무역 적자 규모가 특히 두드러졌다.
박상기 법무법인 화우 고문은 “1998년 570억 달러였던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 규모는 2015년 3660억 달러로 급증했다”며 “대중 무역 적자로 인한 미국 내 일자리 감소 등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징벌적 관세 부과 방안을 내놓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박 고문은 외교통상부 지역통상국장, 주상하이 총영사, 주제네바 대사 등을 거치면서 미국·중국·유럽연합(EU)·아세안 등과의 통상 협상에 참여했고 유엔·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 외교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외교·통상 전문가다.
트럼프 당선인은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미국 대신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멕시코산 자동차에 35%의 관세를 부과’하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제조업 경쟁력 약화와 실업률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그가 도요타의 멕시코 공장 신설 계획에 으름장을 놓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도요타에 대해 비합리적 언행으로 협박을 가했지만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까.
이종건 KOTRA 워싱턴 무역관장은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는 협상을 위한 일종의 협박”이라며 “임기가 시작되면 과격한 공약은 상당 부분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고문도 “중국산 물품에 대한 관세는 WTO에 양허돼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일방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부분인 데다 45%의 징벌적 상계관세를 통해 미국 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무모한 실험을 강행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일방적 보호무역 조치를 이행한다면 교역 상대국들이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국제무역 질서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진다.
‘대공황’ 하면 흔히 1929년 10월 29일의 주가 대폭락을 떠올리지만 진정한 대공황은 1930년 미국 의회가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과시키면서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제31대 미국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의 대선 공약에 의해 탄생했다. ‘농산물 관세를 대폭 올려 농민을 보호하겠다’던 포퓰리즘은 압도적 찬성으로 상하 양원을 통과했고 미국은 2만여 개 품목의 평균 관세를 60%로 올렸다.
이에 대해 20여 개국이 보복적 조치로 관세를 인상하는 등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에 빠져 국제 교역량이 크게 줄었다.
불황은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졌고 종전 이후 미국 등 전승국들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통해 각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한 다자 무역 체제를 갖췄다.
163개 회원국을 둔 WTO는 과거 국제무역 질서를 관장해 온 GATT를 대체해 1995년 1월 출범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위해 WTO 탈퇴마저 불사한다는 외신 보도도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주도로 갖춰 놓은 국제 무역 질서를 스스로 깨는 과오를 미 의회가 용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미 FTA의 당위성 적극 홍보해야
한국 경제가 트럼프 당선인의 공식 취임을 앞두고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미중 통상 마찰이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분쟁이 본격화하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 고문은 “미국이 중국의 철강·화학제품 등에 대한 상계관세나 반덤핑 관세를 부여하는 조치를 취하게 되면 한국 등 해당 제품의 부품 제조국에 대한 조사가 함께 이뤄진다”며 “중국을 비롯한 여러 개발도상국이 파편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미중 통상 마찰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 아래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보다 확실히 다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에 대한 수출뿐만 아니라 수입까지 고려하는 포괄적 경제협력 모색 방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박 고문은 “한국 정부는 1990년대 초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늘어나던 시점에 미국에 구매사절단을 보냈다”며 “과거처럼 전략적 수입 방안을 검토하는 등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교역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장도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의 의약·정보기술(IT)·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에 대한 기술협력을 추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업은 정부와 협력해 전략적으로 대미 투자를 늘리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지닌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이룰 수 있는 상호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고문은 이를 위해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기업 운영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NAFTA 등 기존 FTA에 대한 전면적 재협상을 주장한 만큼 극단적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박 고문은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한미 FTA(2012년 3월 발효)는 ‘잡 킬러(일자리를 빼앗은 조약)’라는 극단적 표현을 썼다”며 “한미 FTA가 미국 경제에도 이득이 됐다는 논리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매년 주요 교역 대상국 60여 개국을 대상으로 한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의 세계 교역 규모는 한미 FTA 발효 직전인 2011년에 비해 10% 감소했다. 반면 한미 교역 규모는 2011년 1007억 달러에서 2015년 1138억 달러로 15% 증가했다.
특히 2015년 말 기준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83억 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한미 FTA가 체결되지 않았다면 적자 규모는 440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한미 FTA를 통해 157억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게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 규모는 한미 FTA 이전에 비해 무려 200%나 증가했다.
한미 FTA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 미국산 농축산물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015년 미국이 한국에 수출한 농축산물은 2011년에 비해 31% 증가했다. 전 세계에 수출한 미국 농축산물 평균 증가치의 7배에 달하는 수치다.
실제로 지난 12년간 국내 쇠고기 수입량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호주산 쇠고기가 미국산 쇠고기에 최근 1등 자리를 넘겨줬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냉장·냉동 합산)은 1만3921톤으로,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인 1만310톤보다 3611톤 많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호주산을 앞선 것은 2003년 12월 이후 약 13년 만에 처음이다.
박 고문은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 자체보다 FTA의 충실한 이행을 통한 주요 현안 해결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정부는 보다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양국 간 FTA의 당위성을 홍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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