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트렌드]
현실의 ‘증강’이 아닌 감각의 ‘증강’으로 바라보라
[한경비즈니스=천신응 CIO 편집팀장]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몰고 온 증강현실(AR : Augmented Reality) 기반 게임 ‘포켓몬 고’가 지난 1월 24일 한국에 출시됐다.
해외에서보다 7개월 뒤늦은 데다 추운 날씨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초기 우려는 설날 연휴를 거치며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 1주일 만에 700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국민 게임의 반열에 오를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관광 특수를 노리는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 분야, 편의점업계까지 포켓몬 고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포켓몬 고는 현실 세계의 지도와 풍경에 가상의 캐릭터를 겹쳐 투영하는 대표적인 AR 게임이다. 가상의 콘텐츠를 현실 세계의 정보에 중첩함으로써 현실을 증강(增强)하는 ‘증강현실’은 사실 그리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기 시작한 시점은 무려 7년 전인 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앱을 실행하고 관광지의 유명 건물을 비추면 해당 건물에 대한 설명이 화면에 나오는 트래블러 앱 등이 대표적이었다. 항공이나 밀리터리 분야에서의 활용은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초창기 뜨거웠던 기대와 달리 AR 분야의 발전은 더뎠다. 화장품·가구·마케팅·미디어 분야에서 꾸준히 시도되긴 했지만 사용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킬러 콘텐츠가 등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AR이 껍데기로만 포장된 앱들이 등장하면서 관심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AR 앱은 사소한 품질 문제조차 눈에 금방 띄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특히 그랬다.
포레스터리서치의 J P 가운더 애널리스트는 “소비자 측면에서 AR은 포켓몬 고가 나오기 전까지 말만 요란한 형국이었다”고 표현했다.
(사진) 세계 최초의 구글 증강현실 기술인 '탱고'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레노버 '팹2 프로'(위), 현실 환경과 홀로그램 이미지를 통합하는 혼합현실 기기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레노버, 마이크로소프트
◆기술 발전이 AR 기술을 진화시켜
하지만 그간 꾸준히 축적돼 온 기술 발전으로 AR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제대로 된 AR 사용자 경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3차원(D)으로 측정하고 연산한 다음 그 방대한 데이터를 네트워크에서 실시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AR 앱이 스마트폰의 협소한 2D 화면에 디지털 이미지를 단순히 투영하는 수준이었던 이유는 필요한 만큼의 연산 능력과 3D 센싱 기술, 충분히 빠른 네트워크 인프라가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2월 국내시장에 발매된 한국레노버의 ‘팹2 프로(Phab 2 PRO)’ 스마트폰은 그간의 기술 발전을 보여주는 한 예다.
구글의 AR 기술 ‘탱고’를 지원하는 이 스마트폰은 3D 이미지 렌더링이 가능한 3개의 카메라와 주변의 공간을 초당 25만 회 이상 측정하는 센서를 내장했다.
2D 이미지를 촬영하는 카메라 대신 움직임을 추적하고 깊이를 인식하며 공간 학습(Area Learning) 능력까지 갖춤으로써 3D 환경을 가상현실(VR : Virtual Reality)로 재구성하는 능력을 보유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혼합현실(MR : Mixed Reality) 기기인 홀로렌즈(Holo Lens)도 빼놓을 수 없다. 홀로렌즈는 3개의 렌즈로 적록청의 이미지를 조합해 초당 60프레임 이상의 가상 홀로그램을 만들어 내 현실 세계와 통합하는 기기다.
지난해 8월 3000달러에 판매되기 시작한 이 기기는 종전과 차원이 다른 수준의 현실 증강 능력을 갖춰 건축·항공·자동차 분야에서 앞다퉈 활용 방안을 실험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는 골프 코스 디자인에, 일본항공은 제트엔진 정비 교육에 이 기술을 이미 활용하고 있다.
VR 헤드셋 분야 또한 눈부시게 발전한 상태다.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가 대표적이다. 실감나는 VR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적어도 4K 이상의 고해상도 영상을 최소한의 지연 시간으로 처리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슈퍼컴퓨터에서나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래픽 처리 프로세서(GPU) 기술과 VR 헤드셋의 발전으로 메스꺼움 없이 VR을 즐길 수 있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기계보다 인간에 초점을 맞춰야
그동안 AR 기술은 사용자가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폰 앱 등을 가리키는 좁은 의미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기나 소프트웨어가 아닌 ‘인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야 AR의 잠재력에 대해 보다 정확한 시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텔 웨어러블 디바이스 그룹의 크리스 크로토 총괄 매니저는 “오늘날 AR 플랫폼을 이야기하면 홀로렌즈·헤드셋 등 홀로그래픽 투사 시스템을 떠올리는 시각이 가장 일반적”이라며 “이런 시각은 AR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걸림돌로,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자에게 제시되고 어떻게 데이터와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이 이뤄지는지에 그 초점을 두는 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오늘날 정보기술(IT)업계의 화두 중 하나인 사물인터넷(IoT)과의 접점이 나타난다. 주변의 IoT 인프라에서 수집된 데이터 자체를 인간이 감지하도록 하는 기술까지 AR일 수 있는 셈이다.
즉 미래의 AR 기술은 시각 정보를 보완하는 것에 대해 청각과 촉각까지 증강시키고 나아가 인간의 인지 기능을 증강시키는 기술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1980년대 웨어러블 데이터 공학의 아버지로 불린 스티브 만 토론토대 교수는 “AR 대신 ‘메타 감각 증강(metasensory augment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포켓몬 고는 모바일 위치 기반 AR 상품이 대중 시장으로 확산된 첫 사례일 뿐이다. 어느 순간 인류의 주변에는 온통 가상 세계가 존재하게 될 것이다. 제조나 협업 같은 비즈니스 분야는 물론 교육·쇼핑·의료, 심지어 인간관계에 이르는 영역을 아울러서다.
이미 물리적 공간을 남김없이 활용하고 있는 마케터들은 이 새로운 공간에서도 광고 콘텐츠를 맹렬히 채워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스크린을 뛰쳐나온 디지털 정보가 인간을 에워싸는 상황이 수도 없이 펼쳐질 미래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 증강현실(AR) vs 가상현실(VR) vs 혼합현실(MR)
오늘날 업계에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혼합현실(MR)이라는 단어가 혼재하고 있다.
VR은 모든 디지털·현실 변종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용어로 사용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현실 경험의 한 종류다.
AR과 MR은 사용자 주변 실제 환경의 일정 측면을 통합하는 반면 VR은 사용자가 느끼는 현실을 100% 가상으로 구성한다. 즉 VR 헤드셋이 사용자의 시야를 가리고 눈과 머리의 움직임에 반응해 화면 표시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콘서트, 스포츠 경기, 행사 등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VR 방송도 있다. 여러 대의 카메라 행사를 한꺼번에 촬영하면 이를 가상 화면으로 재구성해 사용자가 원하는 각도로 행사를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참고로 VR로 방송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대역폭 요건이 까다롭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동시에 송출하고 수신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중계 영상에 비해 데이터 전송량이 적어도 4~5배에 이른다.
AR은 디지털 콘텐츠가 현실의 풍경과 합성된다는 점에서 VR과 다르다. AR은 사용자 주변의 세계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현실에 디지털 계층을 하나 더 끼워 넣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즉 AR 장치는 일반적으로 투명이거나 반투명이어서 주변 현실 세계를 볼 수 있고 웹페이지·그래프·지도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가 눈앞에 추가로 표시된다.
MR은 현실을 증강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AR의 한 갈래지만 VR과 AR의 결합체로 바라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의 AR은 대개 디지털 콘텐츠가 실제 환경 위에 단순히 겹쳐지는 방식으로 나타나지만 MR 플랫폼에서는 디지털 세계가 실제 세계와 통합된 모습을 보인다. 이를테면 건축용 MR 앱에서는 건축물이 실제 건설된 것처럼 바라볼 수 있다. 협업 앱에서라면 회의실 탁자 맞은편에 상대방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나타나게 된다.
MR은 높은 대역폭과 낮은 지연 속도를 모두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헤드셋이 주변 환경에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아직 초기 단계의 기술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VR이나 AR보다 더욱 넓고 유연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현실의 ‘증강’이 아닌 감각의 ‘증강’으로 바라보라
[한경비즈니스=천신응 CIO 편집팀장]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몰고 온 증강현실(AR : Augmented Reality) 기반 게임 ‘포켓몬 고’가 지난 1월 24일 한국에 출시됐다.
해외에서보다 7개월 뒤늦은 데다 추운 날씨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초기 우려는 설날 연휴를 거치며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 1주일 만에 700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국민 게임의 반열에 오를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관광 특수를 노리는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 분야, 편의점업계까지 포켓몬 고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포켓몬 고는 현실 세계의 지도와 풍경에 가상의 캐릭터를 겹쳐 투영하는 대표적인 AR 게임이다. 가상의 콘텐츠를 현실 세계의 정보에 중첩함으로써 현실을 증강(增强)하는 ‘증강현실’은 사실 그리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기 시작한 시점은 무려 7년 전인 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앱을 실행하고 관광지의 유명 건물을 비추면 해당 건물에 대한 설명이 화면에 나오는 트래블러 앱 등이 대표적이었다. 항공이나 밀리터리 분야에서의 활용은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초창기 뜨거웠던 기대와 달리 AR 분야의 발전은 더뎠다. 화장품·가구·마케팅·미디어 분야에서 꾸준히 시도되긴 했지만 사용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킬러 콘텐츠가 등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AR이 껍데기로만 포장된 앱들이 등장하면서 관심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AR 앱은 사소한 품질 문제조차 눈에 금방 띄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특히 그랬다.
포레스터리서치의 J P 가운더 애널리스트는 “소비자 측면에서 AR은 포켓몬 고가 나오기 전까지 말만 요란한 형국이었다”고 표현했다.
(사진) 세계 최초의 구글 증강현실 기술인 '탱고'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레노버 '팹2 프로'(위), 현실 환경과 홀로그램 이미지를 통합하는 혼합현실 기기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레노버, 마이크로소프트
◆기술 발전이 AR 기술을 진화시켜
하지만 그간 꾸준히 축적돼 온 기술 발전으로 AR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제대로 된 AR 사용자 경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3차원(D)으로 측정하고 연산한 다음 그 방대한 데이터를 네트워크에서 실시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AR 앱이 스마트폰의 협소한 2D 화면에 디지털 이미지를 단순히 투영하는 수준이었던 이유는 필요한 만큼의 연산 능력과 3D 센싱 기술, 충분히 빠른 네트워크 인프라가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2월 국내시장에 발매된 한국레노버의 ‘팹2 프로(Phab 2 PRO)’ 스마트폰은 그간의 기술 발전을 보여주는 한 예다.
구글의 AR 기술 ‘탱고’를 지원하는 이 스마트폰은 3D 이미지 렌더링이 가능한 3개의 카메라와 주변의 공간을 초당 25만 회 이상 측정하는 센서를 내장했다.
2D 이미지를 촬영하는 카메라 대신 움직임을 추적하고 깊이를 인식하며 공간 학습(Area Learning) 능력까지 갖춤으로써 3D 환경을 가상현실(VR : Virtual Reality)로 재구성하는 능력을 보유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혼합현실(MR : Mixed Reality) 기기인 홀로렌즈(Holo Lens)도 빼놓을 수 없다. 홀로렌즈는 3개의 렌즈로 적록청의 이미지를 조합해 초당 60프레임 이상의 가상 홀로그램을 만들어 내 현실 세계와 통합하는 기기다.
지난해 8월 3000달러에 판매되기 시작한 이 기기는 종전과 차원이 다른 수준의 현실 증강 능력을 갖춰 건축·항공·자동차 분야에서 앞다퉈 활용 방안을 실험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는 골프 코스 디자인에, 일본항공은 제트엔진 정비 교육에 이 기술을 이미 활용하고 있다.
VR 헤드셋 분야 또한 눈부시게 발전한 상태다.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가 대표적이다. 실감나는 VR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적어도 4K 이상의 고해상도 영상을 최소한의 지연 시간으로 처리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슈퍼컴퓨터에서나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래픽 처리 프로세서(GPU) 기술과 VR 헤드셋의 발전으로 메스꺼움 없이 VR을 즐길 수 있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기계보다 인간에 초점을 맞춰야
그동안 AR 기술은 사용자가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폰 앱 등을 가리키는 좁은 의미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기나 소프트웨어가 아닌 ‘인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야 AR의 잠재력에 대해 보다 정확한 시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텔 웨어러블 디바이스 그룹의 크리스 크로토 총괄 매니저는 “오늘날 AR 플랫폼을 이야기하면 홀로렌즈·헤드셋 등 홀로그래픽 투사 시스템을 떠올리는 시각이 가장 일반적”이라며 “이런 시각은 AR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걸림돌로,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자에게 제시되고 어떻게 데이터와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이 이뤄지는지에 그 초점을 두는 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오늘날 정보기술(IT)업계의 화두 중 하나인 사물인터넷(IoT)과의 접점이 나타난다. 주변의 IoT 인프라에서 수집된 데이터 자체를 인간이 감지하도록 하는 기술까지 AR일 수 있는 셈이다.
즉 미래의 AR 기술은 시각 정보를 보완하는 것에 대해 청각과 촉각까지 증강시키고 나아가 인간의 인지 기능을 증강시키는 기술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1980년대 웨어러블 데이터 공학의 아버지로 불린 스티브 만 토론토대 교수는 “AR 대신 ‘메타 감각 증강(metasensory augment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포켓몬 고는 모바일 위치 기반 AR 상품이 대중 시장으로 확산된 첫 사례일 뿐이다. 어느 순간 인류의 주변에는 온통 가상 세계가 존재하게 될 것이다. 제조나 협업 같은 비즈니스 분야는 물론 교육·쇼핑·의료, 심지어 인간관계에 이르는 영역을 아울러서다.
이미 물리적 공간을 남김없이 활용하고 있는 마케터들은 이 새로운 공간에서도 광고 콘텐츠를 맹렬히 채워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스크린을 뛰쳐나온 디지털 정보가 인간을 에워싸는 상황이 수도 없이 펼쳐질 미래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 증강현실(AR) vs 가상현실(VR) vs 혼합현실(MR)
오늘날 업계에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혼합현실(MR)이라는 단어가 혼재하고 있다.
VR은 모든 디지털·현실 변종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용어로 사용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현실 경험의 한 종류다.
AR과 MR은 사용자 주변 실제 환경의 일정 측면을 통합하는 반면 VR은 사용자가 느끼는 현실을 100% 가상으로 구성한다. 즉 VR 헤드셋이 사용자의 시야를 가리고 눈과 머리의 움직임에 반응해 화면 표시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콘서트, 스포츠 경기, 행사 등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VR 방송도 있다. 여러 대의 카메라 행사를 한꺼번에 촬영하면 이를 가상 화면으로 재구성해 사용자가 원하는 각도로 행사를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참고로 VR로 방송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대역폭 요건이 까다롭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동시에 송출하고 수신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중계 영상에 비해 데이터 전송량이 적어도 4~5배에 이른다.
AR은 디지털 콘텐츠가 현실의 풍경과 합성된다는 점에서 VR과 다르다. AR은 사용자 주변의 세계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현실에 디지털 계층을 하나 더 끼워 넣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즉 AR 장치는 일반적으로 투명이거나 반투명이어서 주변 현실 세계를 볼 수 있고 웹페이지·그래프·지도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가 눈앞에 추가로 표시된다.
MR은 현실을 증강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AR의 한 갈래지만 VR과 AR의 결합체로 바라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의 AR은 대개 디지털 콘텐츠가 실제 환경 위에 단순히 겹쳐지는 방식으로 나타나지만 MR 플랫폼에서는 디지털 세계가 실제 세계와 통합된 모습을 보인다. 이를테면 건축용 MR 앱에서는 건축물이 실제 건설된 것처럼 바라볼 수 있다. 협업 앱에서라면 회의실 탁자 맞은편에 상대방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나타나게 된다.
MR은 높은 대역폭과 낮은 지연 속도를 모두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헤드셋이 주변 환경에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아직 초기 단계의 기술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VR이나 AR보다 더욱 넓고 유연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