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어리 ‘유령건물’을 가다] ⑤ ‘유령건물’서 ‘랜드마크’로 거듭난 POBA강남타워

[스페셜 리포트]


(사진)10년 가까이 방치됐던 나산백화점은 오피스 빌딩 POBA강남타워로 거듭났다. /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유령건물. 공사를 중단하거나 완공 후 버려져 방치된 건물을 말한다. 폐건물이라고도 한다. 유령건물은 도시 미관 저해와 주변 상권 침체 등 크고 작은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는 골칫덩이다.

2016년 12월 기준 전국에 공사가 중단된 유령건물은 387개, 평균 방치 기간은 153개월에 달한다. 국토교통부 통계다. 세계의 중심을 꿈꾸는 서울시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도심 곳곳 우뚝 선 유령건물들이 서울을 찾은 세계 정상과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유령건물은 대체 어떤 사연을 갖고 흉물로 남겨진 것일까. 현재 어떤 모습일까. 서울시내 주요 유령건물을 2월 1일 찾았다.

◆ 백화점 자리에 오피스 빌딩으로 승부수

POBA강남타워는 ‘강남판 유령건물’이라는 오명을 씻고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났다.

서울지하철 7호선·분당선 강남구청역과 지하로 연결되는 POBA강남타워는 과거 나산백화점이었다. 1983년 영동학원 이사장 김형목 씨가 ‘영동백화점’으로 문을 열고 강남 최초의 백화점으로 명성을 떨치다 경영난으로 1994년 나산그룹에 인수되면서 나산백화점으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로 나산그룹이 부도를 맞았고 이후 10년 가까이 빈 건물로 방치됐다.

2007년 유령건물의 성공 신화를 쓴 주역은 SK 계열의 부동산 개발사인 SK D&D다. SK D&D는 해당 부지가 백화점보다 오피스 빌딩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2007년 당시 서울지하철 7호선이 들어서 있었고 분당선 연장선이 확정돼 출퇴근이 편리하고 강남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대에 자리해 가시성과 상층부 조망이 탁월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토지 면적이 3306㎡(1000평)에 달하는 대형 오피스 빌딩 개발의 시작이다.

SK D&D는 2011년 초부터 임차인 물색에 나서 다수의 외국계 회사 유치에 성공하고 최대 10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2011년 9월 준공 당시 임대율은 이미 85%를 돌파하고 같은 해 12월에는 95%를 기록했다.

부동산 투자시장의 뜨거운 관심 속에 빌딩은 2012년 연기금으로 구성된 부동산 펀드에 성공적으로 매각됐다. 매각 금액은 3.3㎡당 1950만원으로, 당시 3.3㎡당 거래금액 기준 상위 3위를 기록했다.

SK D&D 관계자는 “골칫덩이 유령건물도 건물 본연의 잠재력에 집중하고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과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노력하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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