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가 맵다” 사내벤처 출신 강소기업

[커버 스토리] 질주하는 사내벤처
국내 대기업들과도 어깨 나란히…‘K-스타트업’ 맹위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과거의 모기업도 탐낼 만한 사내벤처 출신의 벤처기업이 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리고 있는 강소기업들이다. 이들은 대기업의 울타리를 벗어나 스타트업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분사 이후에도 모험은 계속되고 있다. 독립 기업으로서 국내 굵직굵직한 기업들과 어깨를 견주며 경쟁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케이(K)-스타트업’으로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사내벤처란 같은 꼬리표를 달고 분사 이후 다양한 진로를 꾀하고 있는 강소기업들을 소개한다.

(사진) 이준노 카닥 대표. /카닥 제공

◆카닥, 분사 기업의 금의환향

이용자가 자동차의 파손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수리 업체의 견적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자동차 외장 수리 견적 비교 서비스 카닥은 사내벤처 모델의 ‘금의환향’으로 통한다.

2012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의 사내벤처에서 시작해 2015년 카카오(당시 다음카카오) 패밀리에 자회사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금의환향의 주인공은 이준노 카닥 대표다. 그는 2012년 당시 근무 중이던 다음에서 열린 사내벤처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카닥 서비스로 1위에 올라 이듬해 3월 첫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초기부터 수입차 운전자에게 인기를 얻으며 시장성을 인정받자 이 대표는 2014년 1월 다음에서 나와 분사를 결정했다. 독립 당시 다음의 지분율은 33%였다.

이 대표는 분사 이후 서비스의 수익 구조를 개편하면서 유료화 모델을 안착시켰다. 이 회사의 최근 누적 다운로드 수는 80만 건, 누적 견적 요청 수 27만 건(누적 견적요청 수리액 1620억원)이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본엔젤스파트너스·IDG벤처코리아·동문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를 이끌어 냈다.

여기에 카카오의 투자 전문 자회사 케이벤처그룹도 가세했다. 이 회사는 2015년 8월 카닥의 지분 53.7%를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했다.

카닥이 자동차 애프터 마켓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카카오의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케이벤처그룹은 인수 이후에도 카닥이 독립적·자율적 경영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진) 안병익 식신 대표. /한국경제신문

◆식신, ‘관계 NO’ 독자적 활로

최근 음식과 기술을 결합한 ‘푸드테크’ 사업으로 서비스 영역을 무한 확장 중인 ‘식신’ 또한 출발은 대기업의 사내벤처였다.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안병익 식신(구 씨온) 대표는 석사학위를 받은 이후 KT연구개발원에서 지리정보시스템(GIS)을 구축하는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그때까지 창업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던 그는 당시 상사의 끈질긴 권유로 위치 기반 서비스를 만드는 사내벤처에 합류했다가 2000년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기까지 이르렀다. 사내벤처에서 관련 서비스에 대한 지식을 쌓고 인프라를 구축한 뒤 2000년 위치 기반 소프트웨어 업체인 포인트아이를 설립했다.

이후 코스닥에 상장한 뒤 모바일 솔루션 개발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회사를 매각하고 현재 식신의 전신인 위치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업체 씨온을 설립했다.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위치 기반의 맛집 정보 서비스 ‘식신 핫플레이스’를 선보였고 최근엔 아예 사명을 식신으로 바꿔 푸드테크 사업에서 세를 불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는 맛집 추천 서비스 외에도 맛집 음식을 배달해 주는 ‘식신히어로’,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 ‘식신플러스’ 등이 있다. 최근엔 중국의 유통 그룹사인 알리바바의 간편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와 손잡고 중국인 관광객(유커) 등의 이용자 확대에도 나섰다.

안 대표는 “대기업 사내벤처에 있을 때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며 “사내벤처 이후 독립 기업을 운영할 때도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신동형 게임덕 대표. /한국경제신문

◆게임덕, 자회사로 가지치기

국내외에서 150만 이용자를 확보한 게임 이용자(게이머) 전문 소셜 미디어 서비스 게임덕의 꼬리표도 사내벤처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게임덕은 모바일 게임의 시연(플레이) 모습을 스마트폰에서 녹화해 방송하고 실시간으로 같은 게임 이용자들과 공유하며 소통하는 SNS다.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만으로 녹화와 공유를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서비스는 모회사인 정보기술(IT) 업체 알서포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탄생했다. 알서포트는 사내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사업화가 가능한 프로젝트를 사내벤처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 사내벤처는 모회사가 운영하는 원격 지원 서비스에서 파생된 사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전문 분야가 아닌 신사업을 추진하다가 어려움을 겪는 것보다 회사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한 서비스 내에서 사업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게임덕 또한 모회사의 원격 지원 시스템인 ‘리모트 콜’의 원격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모바일 게임 녹화 시장의 잠재적 가능성을 발견한 아이템이 사업화로 채택된 것이다.

이후 알서포트는 프로젝트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서비스 본연에 집중하기 위해 게임덕을 사내벤처에서 자회사로 분리해 독립적인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분사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150만 이용자를 확보했으며, 월간 이용자 수(MAU) 30%를 달성했다.

특히 최근에는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 고'가 국내 출시되며 게임덕의 이용자 수가 급증해 관련 수혜주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 게임을 만든 나이앤틱 또한 구글의 사내벤처 출신 기업으로 유명하다.



◆에이캔버스, 사내벤처의 사외벤처화

‘디지털 갤러리’란 생소한 주제로 북미 시장에서 꿈을 펼치고 있는 스타트업 에이캔버스는 LG전자에서 분사한 사내벤처다. 2016년 4월 당시 LG전자의 연구원과 제품 매니저 등 직원 7명이 나와 북미 지역에 회사를 설립했다.

수백만 점의 그림이 있는 콘텐츠 플랫폼과 연계해 전용 디지털 액자 하나로 다양한 예술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전용 디지털 액자는 기존 액자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충전 후 선을 감추는 기능이 적용됐고 인테리어에 따라 프레임을 교체할 수도 있다.

에이캔버스는 미국의 대표적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공개 모금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12만 달러 정도의 자금을 모았고 현재 예술 작품에 대한 구매력이 큰 북미 시장을 시작으로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LG전자에서 독립해 사내벤처의 딱지를 뗐지만 여전히 관계는 돈독하다. LG전자는 이 회사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관련 특허와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있고 이 회사로 이직하는 직원들이 3년 내에 언제든지 다시 회사로 돌아올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사내벤처의 사외벤처화(化)라는 평가다.


(사진) 임수진 헤이뷰티 대표. /헤이뷰티 제공

◆헤이뷰티, 투자사의 색다른 사내벤처

시작이 조금 다른 곳도 있다. 뷰티 O2O 서비스를 운영하는 헤이뷰티는 투자 업체가 예비 창업자를 육성하기 위해 운영하는 사내벤처 프로그램에서 나왔다.

초기 기업 전문 투자 업체인 더벤처스는 독창적인 사업 아이템을 보유한 1인 창업가에게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해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최고경영자(CEO) 발굴·육성 프로그램인 ‘EIR’을 운영하고 있다.

예비 창업가가 법인 설립을 하기 전까지 임직원의 인건비를 비롯해 개발비·임대료·마케팅비 등 다양한 운영비를 모두 부담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프로그램은 대기업 등 일반 기업에서 시행하는 사내벤처와 비슷하지만 별도 법인 설립 후에도 기존 파트너사와 동일하게 기업 성장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지분 구조는 분사 시점에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 때문에 기준을 정해 놓지 않았다.

현재까지 더벤처스는 약 6개의 EIR을 운영했는데 이 중 헤이뷰티가 가장 먼저 외부 투자를 유치해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

헤이뷰티는 체계적이지 않았던 미용실 등 뷰티 서비스의 예약 방식을 모바일 앱 내에서 할 수 있도록 개선한 O2O 서비스다. 헤이뷰티 앱을 활용하면 이용자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 매장 목록을 확인할 수 있고 서비스 종류와 비용 등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poof34@hankyung.com

[사내벤처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커버 스토리] '혁신 아이콘'으로 다시 떠오른 사내벤처
-[사내벤처 바람] "혁신은 직원에게서 나온다" 다시 부는 사내벤처 바람
-[사내벤처 운영 CEO 인터뷰] "'돈'을 넘어 진짜 '재미'를 찾는다"
-[성공 사례] 사내벤처로 시작해 '성공신화'를 쓰다
-[질주하는 사내벤처] "작은 고추가 맵다" 사내벤처 출신 강소기업
-[사내벤처를 위한 TIP]'사내벤처도 벤처', 벼락 끝이라는 각오 다져라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