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비서’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경영전략 트렌드]
‘부족한 혜택’·‘수익성 한계’ 해결·‘효용의 벽’ 넘을 서비스 선보여야


(사진) 지능형 개인 비서 기능을 수행하는 애플 iOS용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Siri)’. /애플 제공

[한경비즈니스 칼럼=허지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2017년 1월 초 열린 미국 가전 전시회인 CES의 승자는 정작 전시회에 부스조차 내지 않은 미국 전자 상거래 기업 아마존이었다.

아마존이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온 자연어 기반의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와 호환되는 각종 제품들이 전시회에 대거 출품됐기 때문이다.

알렉사가 탑재된 가정용 로봇, 공항용 안내 및 청소 로봇, 스피커 형태의 스마트 어시스턴트 등 최첨단 카테고리의 제품들은 물론 스마트폰·TV·세탁기·냉장고·오븐·조명 등의 정보기술(IT) 및 가전제품들도 대거 출품됐다.

알렉사가 탑재된 자동차도 등장하는 등 CES의 제품 카테고리 전 영역에 걸쳐 알렉사와의 연계 제품의 사례가 제시됐다.

마존은 물론 구글과 삼성 등 대형 IT 기업들도 인공지능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에 지난 수년간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고 알렉사가 탑재된 음성 기반 제어 솔루션 에코(Echo)와 유사한 제품들도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통신사들을 필두로 여러 업체들이 인공지능 비서 솔루션을 이미 내놓았거나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최근 인공지능의 영향이 일상생활의 구체적인 부분에까지 스며들 것이라는 기대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음성 기반 비서 서비스에 대한 놀라움은 처음이 아니다. 애플이 2011년 음성 기반 비서 서비스인 시리(Siri)를 내놓았을 때도 업계에 엄청난 반향이 일었다.

“애플이 개발 중인 TV는 음성 기반의 사용자 경험(UX)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시리의 재치 있는 답변에 대한 각종 콘텐츠가 양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론칭 초기의 열광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충성도가 높은 애플 소비자들에게조차 시리의 기능은 결국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CES의 최고 스타는 전시도 안 된 ‘알렉사’

딥 러닝 기술의 발달로 음성 인식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점에서 시리의 실패를 아마존 등 최근 부상하는 음성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의 성공 예측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리가 등장하던 시점만 해도 음성 인식률이 약 85%에 불과했지만 딥 러닝이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에 적용된 이후 음성 인식률은 95% 이상으로까지 상승했다. 최근에는 정확도가 99% 부근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음성 비서 서비스의 한계가 음성 인식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처나 사용 방식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음성 비서의 활용 영역이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며 활용 편의성도 기존 방식에 비해 별로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에서의 키워드 검색은 수년 전부터 키워드 자동 완성 등의 기능까지 제공돼 두세 개의 키워드만으로도 손쉬운 검색이 가능하다. 따라서 궁금한 내용을 구체적인 문장의 형태로 소리 내 말해야 하는 음성 검색 방식이 인터넷 검색보다 편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또 모바일 기기를 통한 TV·에어컨 등 일부 제품에 대한 직접 제어 기능이 속속 탑재되고 있는 것이 현재 전자기기의 추세다. 그리고 제품들의 기능이 제한적·고정적인 특성 등을 감안할 때 음성을 사용한 기기 제어가 주는 혜택도 아직은 검증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 음성 기반 서비스, ‘수익성 한계’ 해결해야

음성 기반 서비스의 확산 가능성의 더 큰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음성 기반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자원을 투자하는 기업들에 지속적으로 동기부여하는 사업상의 이점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비스의 초기 활성화 시점에도 이러한 문제가 있었다. 포털이나 검색엔진 등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명확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업의 수익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명확하지 않았다. 여러 업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중계 수수료와 광고 등만이 남은 상태다.

국내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 업체는 커뮤니티 사용 자체에 대한 과금을 수익원으로 삼으려다 이용자들의 반발로 사업 자체를 접었고 최근에서야 넷플릭스 등을 필두로 프리미엄 콘텐츠 제공을 대가로 한 직접 과금 등의 유료화 모델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음성 기반 서비스는 이러한 한계가 더욱 명확하다. 음성 고유의 특성상 시각에 의존한 인터넷 검색 등에 비해 광고 등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서비스를 함께 제시할 유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품 판매로의 연결에 대한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도 음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 제한적인 편이다. 또 이해관계 없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정보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와 충돌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어 섣불리 사업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면 아마존은 이러한 음성 기반 비서 서비스의 한계를 어떠한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을까.

비밀은 바로 연간 정액 회원제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이다. 아마존은 알렉사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로 에코를 통한 음악 검색 및 재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또한 아마존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기저귀·생수 등 지속적으로 주문이 필요한 제품들에 대해 기존 주문 제품들을 알렉사를 통해 손쉽게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은 결국 유료 회원제의 혜택이라는 명목으로 이용자들에게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연회비 형태로 선징수하고 있고 연간 회원의 프리미엄 혜택 중 하나로 음성 비서 솔루션을 활용하는 것이다.

주문 상품의 빠른 배송과 무료 반송을 명분으로 제공되기 시작한 연회비 99달러의 유료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은 무료 영화 및 음악 스트리밍, e북 및 오디오북 다운로드, 파일 저장을 위한 클라우드, 전용 할인 행사 등 유료 회원 전용 혜택을 빠르게 추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디오 식별 기술 및 센서 기술 등을 활용, 소비자가 매장 밖으로 들고 나가는 물품들에 대해 자동으로 계산과 청구가 이뤄지는 스마트 오프라인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 1호를 미국 시애틀에 열었다.

아마존은 향후 매장 수를 미국 전역으로 늘려 나가되 아마존 유료 회원만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유료 회원만을 대상으로 드론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각종 첨단 서비스를 유료 회원제와 접목하는 시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사진) SKT의 음성인식서비스 ‘누구(NU GU)’. /SKT 제공

◆ ‘효용’의 벽 넘을 서비스 모델 내놓아야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에 따라 아마존에서 자주 물품을 구매하는 코어 유저 위주의 초기 유료 회원 풀 또한 일반 소비자들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음성 비서 서비스인 알렉사도 이러한 혜택 중 한 축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컨슈머 인텔리전스 리서치 파트너스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의 미국 내 가입자는 미국 인구의 4분의 1인 6000만 명에 달한다. 미국 가구 중 절반이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한 것이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2016년 약 7조원을 회원 가입비로 벌 것으로 보이며 이는 2015년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음성 기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의 종착점이 현재 아마존이 제시하는 유료 회원제의 주변 혜택의 형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서비스의 문제 해결 영역이 확대될수록 음성인식 서비스의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화의 이슈는 서비스 확산의 핵심 전제이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서비스의 확산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초기의 열광이 잠잠해지고 나면 소비자들은 효용을 제품 구매, 서비스 이용 여부의 판단 잣대로 쓰게 될 것인데 지금까지 시장에 나왔던 음성 기반 서비스들의 역사로 판단해 보면 효용의 벽을 넘어선 서비스가 전무한 것이 사실이다.

음성인식이 현재와 같이 스마트폰 두세 번 터치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날씨 정보,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음성으로 조명을 제어하는 정도를 가지고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는 힘들고 이를 넘어서는 영역으로 서비스 모델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사업적인 투자와 선제적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사업 모델을 가지고 지속적인 투자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이미 어느 정도 사업 모델의 방향을 갖춘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미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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