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커피 찌꺼기’ 활용한 커피 컵 인기…‘친환경 연필’도 제작해
[헤이그(네덜란드)=김민주 객원기자]커피 소비로 발생되는 각종 쓰레기를 재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유럽 각국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커피를 내린 후 버려지던 찌꺼기들을 생활용품의 대체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독일의 율리안 레히너 디자이너는 오래된 커피 찌꺼기를 에스프레소 잔으로 탈바꿈시켰다.
레히너 디자이너는 2009년 이탈리아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맨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유학할 당시 매일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이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들이 모두 버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레히너 디자이너는 교수와 이와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는 커피 찌꺼기를 단단한 소재로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몰두했고 독일의 연구 기관과 합작해 실험을 진행했다.
레히너 디자이너는 컵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설탕 등 다양한 기존 재료와의 배합을 시도했다. 5년 동안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커피 찌꺼기에 재생 가능 물질인 목재 그레인, 천연 아교 등을 결합한 액체 성분의 신소재를 만들 수 있었다.
이를 컵으로 제작해 카페폼(Kaffeeform)이라고 이름 붙인 레히너 디자이너는 자신이 운영하던 베를린의 카페에서 1년 동안 해당 식기류를 실제 사용하며 테스트를 거쳤다.
◆ 은은한 커피 향 감도는 ‘찌꺼기 잔’
카페폼은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친다. 우선 베를린의 여러 카페에서 수집된 커피 찌꺼기가 중소기업과 장애인들을 연결해 주는 독일 내 한 자선단체로 전달된다.
이곳에 있는 특수 오븐에서 찌꺼기를 건조, 압축해 400g으로 포장하고 다른 주에 있는 공장에서 이를 신소재로 변형한다. 이후 쾰른의 공장에서 주물 과정을 거쳐 상품으로 완성되면 다시 베를린의 기관에서 소비자에게 포장, 발송하는 단계로 최종 마무리된다.
레히너 디자이너는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카페폼을 통해 환경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 장애인 고용에도 기여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카페폼은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사용될 지속 가능한 물질”이라며 “세계적으로 커피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커피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독일에서 첫선을 보인 카페폼은 현재 네덜란드·영국·덴마크·프랑스·스위스·노르웨이 등 유럽 전역의 매장에서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카페폼은 어두운 대리석 느낌의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기에 적합한 모양으로 디자인됐고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최초의 본격 상업 제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식기세척기에도 견디며 컵 자체에 은은한 커피 향이 감돌아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레히너 디자이너는 “입소문을 통해 판매량이 늘었다”며 현재 유럽을 비롯해 북미·중동에서도 주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커피 찌꺼기를 기성품화한 사례는 또 있다. 크로아티아의 마테야 구할 디자이너는 커피 찌꺼기, 버려진 찻잎, 온전하지 않은 꽃잎 등을 이용해 친환경 연필 파불라(Fabula)를 제작하고 있다.
평소 할머니의 생활 방식대로 커피나 차의 찌꺼기들을 버리지 않고 식물의 비료로 사용하던 그는 자연에 이로운 유기물질들이 가정이나 카페 등에서 낭비되고 있는 것들을 보며 자원 재활용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2년간 연구를 통해 커피 찌꺼기를 상품화할 방법을 모색했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발비를 마련했다. 구할 디자이너는 “커피숍 한 곳에서 매달 평균 30kg의 커피와 차 폐기물이 발생한다”며 “이를 활용해 3000개의 연필을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할 디자이너는 연필의 튼튼한 몸체를 만들기 위해 천연 재료들을 가공했다. 독특한 점은 연필을 깎을 때 생기는 부스러기들은 식물의 비료로 사용되며 만약 연필의 길이가 너무 짧아져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에는 물에 넣은 후 흙바닥에 뿌리기만 해도 다시 식물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연필의 끝 부분에 구기자나무나 오동나무 씨앗이 들어 있어 버려지는 대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기 때문이다.
파불라는 아이디어의 독창성과 의미를 인정받아 지난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독일의 ‘레드 닷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 일회용 커피 컵 재활용 운동도 활발
한편 영국 런던의 대표 상업지구인 스퀘어마일에서는 오는 4월부터 일회용 커피 컵 재활용 운동이 펼쳐진다. 영국에서는 하루 최대 700만 개의 일회용 컵이 버려지고 있지만 재활용 비율은 1%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일회용 컵이 재활용하기 어려운 종이·플라스틱 혼합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캠페인에는 런던 특별 행정구역인 더 시티 오브 런던, 철도 회사인 네트워크레일, 스퀘어마일에 있는 기업들, 커피 체인점 등이 참여하며 환경 단체인 허법(Hubbub), 재활용 전문 업체 심플리컵스(Simply cups)가 돕기로 했다.
캠페인 관계자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캠페인을 시작하는 4월 50만 개의 일회용 컵을 재활용하는 것이 목표”라며 “영국에서 재활용에 대한 중요한 일을 시행하는 첫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단체 허법은 최근 영국 맨체스터의 한 거리에서 3개월간 수집한 일회용 컵 가운데 2만 개를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허법의 공동 창업자인 개빈 엘리스는 “4월부터 올해 말까지 스퀘어마일 내에서 500만 잔의 컵을 재활용할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해당 캠페인을 통해 수집된 런더너의 커피 컵은 연필에서부터 공원 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으로 재활용될 예정이다.
영국의 유명 커피 체인점 코스타도 조만간 일회용 종이컵을 다시 사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코스타는 고객들이 이미 사용한 일회용 컵을 폐기물 처리 공장으로 보내 이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특수 처리할 계획이다.
코스타는 이미 런던과 맨체스터의 매장에서 재활용과 관련된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브랜드에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커피 컵을 수거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코스타 관계자는 “영국의 대형 커피 브랜드로서 대중에게 가능한 한 쉽게 일회용 컵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선보이고 싶다”며 “경쟁사의 컵까지 수용하는 만큼 커피 컵 재활용의 잠재력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커피 찌꺼기’ 활용한 커피 컵 인기…‘친환경 연필’도 제작해
[헤이그(네덜란드)=김민주 객원기자]커피 소비로 발생되는 각종 쓰레기를 재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유럽 각국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커피를 내린 후 버려지던 찌꺼기들을 생활용품의 대체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독일의 율리안 레히너 디자이너는 오래된 커피 찌꺼기를 에스프레소 잔으로 탈바꿈시켰다.
레히너 디자이너는 2009년 이탈리아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맨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유학할 당시 매일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이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들이 모두 버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레히너 디자이너는 교수와 이와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는 커피 찌꺼기를 단단한 소재로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몰두했고 독일의 연구 기관과 합작해 실험을 진행했다.
레히너 디자이너는 컵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설탕 등 다양한 기존 재료와의 배합을 시도했다. 5년 동안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커피 찌꺼기에 재생 가능 물질인 목재 그레인, 천연 아교 등을 결합한 액체 성분의 신소재를 만들 수 있었다.
이를 컵으로 제작해 카페폼(Kaffeeform)이라고 이름 붙인 레히너 디자이너는 자신이 운영하던 베를린의 카페에서 1년 동안 해당 식기류를 실제 사용하며 테스트를 거쳤다.
◆ 은은한 커피 향 감도는 ‘찌꺼기 잔’
카페폼은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친다. 우선 베를린의 여러 카페에서 수집된 커피 찌꺼기가 중소기업과 장애인들을 연결해 주는 독일 내 한 자선단체로 전달된다.
이곳에 있는 특수 오븐에서 찌꺼기를 건조, 압축해 400g으로 포장하고 다른 주에 있는 공장에서 이를 신소재로 변형한다. 이후 쾰른의 공장에서 주물 과정을 거쳐 상품으로 완성되면 다시 베를린의 기관에서 소비자에게 포장, 발송하는 단계로 최종 마무리된다.
레히너 디자이너는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카페폼을 통해 환경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 장애인 고용에도 기여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카페폼은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사용될 지속 가능한 물질”이라며 “세계적으로 커피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커피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독일에서 첫선을 보인 카페폼은 현재 네덜란드·영국·덴마크·프랑스·스위스·노르웨이 등 유럽 전역의 매장에서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카페폼은 어두운 대리석 느낌의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기에 적합한 모양으로 디자인됐고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최초의 본격 상업 제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식기세척기에도 견디며 컵 자체에 은은한 커피 향이 감돌아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레히너 디자이너는 “입소문을 통해 판매량이 늘었다”며 현재 유럽을 비롯해 북미·중동에서도 주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커피 찌꺼기를 기성품화한 사례는 또 있다. 크로아티아의 마테야 구할 디자이너는 커피 찌꺼기, 버려진 찻잎, 온전하지 않은 꽃잎 등을 이용해 친환경 연필 파불라(Fabula)를 제작하고 있다.
평소 할머니의 생활 방식대로 커피나 차의 찌꺼기들을 버리지 않고 식물의 비료로 사용하던 그는 자연에 이로운 유기물질들이 가정이나 카페 등에서 낭비되고 있는 것들을 보며 자원 재활용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2년간 연구를 통해 커피 찌꺼기를 상품화할 방법을 모색했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발비를 마련했다. 구할 디자이너는 “커피숍 한 곳에서 매달 평균 30kg의 커피와 차 폐기물이 발생한다”며 “이를 활용해 3000개의 연필을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할 디자이너는 연필의 튼튼한 몸체를 만들기 위해 천연 재료들을 가공했다. 독특한 점은 연필을 깎을 때 생기는 부스러기들은 식물의 비료로 사용되며 만약 연필의 길이가 너무 짧아져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에는 물에 넣은 후 흙바닥에 뿌리기만 해도 다시 식물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연필의 끝 부분에 구기자나무나 오동나무 씨앗이 들어 있어 버려지는 대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기 때문이다.
파불라는 아이디어의 독창성과 의미를 인정받아 지난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독일의 ‘레드 닷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 일회용 커피 컵 재활용 운동도 활발
한편 영국 런던의 대표 상업지구인 스퀘어마일에서는 오는 4월부터 일회용 커피 컵 재활용 운동이 펼쳐진다. 영국에서는 하루 최대 700만 개의 일회용 컵이 버려지고 있지만 재활용 비율은 1%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일회용 컵이 재활용하기 어려운 종이·플라스틱 혼합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캠페인에는 런던 특별 행정구역인 더 시티 오브 런던, 철도 회사인 네트워크레일, 스퀘어마일에 있는 기업들, 커피 체인점 등이 참여하며 환경 단체인 허법(Hubbub), 재활용 전문 업체 심플리컵스(Simply cups)가 돕기로 했다.
캠페인 관계자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캠페인을 시작하는 4월 50만 개의 일회용 컵을 재활용하는 것이 목표”라며 “영국에서 재활용에 대한 중요한 일을 시행하는 첫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단체 허법은 최근 영국 맨체스터의 한 거리에서 3개월간 수집한 일회용 컵 가운데 2만 개를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허법의 공동 창업자인 개빈 엘리스는 “4월부터 올해 말까지 스퀘어마일 내에서 500만 잔의 컵을 재활용할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해당 캠페인을 통해 수집된 런더너의 커피 컵은 연필에서부터 공원 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으로 재활용될 예정이다.
영국의 유명 커피 체인점 코스타도 조만간 일회용 종이컵을 다시 사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코스타는 고객들이 이미 사용한 일회용 컵을 폐기물 처리 공장으로 보내 이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특수 처리할 계획이다.
코스타는 이미 런던과 맨체스터의 매장에서 재활용과 관련된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브랜드에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커피 컵을 수거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코스타 관계자는 “영국의 대형 커피 브랜드로서 대중에게 가능한 한 쉽게 일회용 컵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선보이고 싶다”며 “경쟁사의 컵까지 수용하는 만큼 커피 컵 재활용의 잠재력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