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크(MOOC)’ 교육 혁명인가, 한때의 유행인가

[테크 트렌드]
글로벌 휩쓰는 온라인 고등교육…전 세계 수강생 급증하는데 한국 지지부진


(사진) 피터 스트럭(왼쪽)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캣 질레스피 조교가 필라델피아에서 무크(MOOC) 플랫폼에 올릴 강좌를 녹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3년 9월 한 몽골 학생의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도전기가 뉴욕타임스에 소개됐다.

‘울란바토르의 천재 소년’이란 제목으로 실린 기사에서는 과학에 관심이 많은 한 몽골 학생이 단 한 번도 미국에서 정규 과정을 밟아 본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온라인 교육만으로 MIT에 입학할 수 있었는지 소개하고 있다.

그는 온라인으로 진행한 대학 2학년 과목인 전자회로 수업을 신청한 전 세계 15만 명의 학생 가운데 만점을 받은 340명 중 한 명이었다. 이 천재 소년은 이러한 성적을 바탕으로 MIT에 지원했고 입학 허가를 받았다.

대체 온라인 교육이 무엇이기에 전 세계 천재들도 가기 힘들다는 MIT를 온라인 교육을 통해 갈 수 있었다는 말인가.

◆100년 동안 바뀌지 않은 기존의 학교

인터넷은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직장과 가정에서 행하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인터넷이 가져 온 변화의 모습은 적지 않다. 그러나 교육 분야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교실의 모습을 보자. 선생님은 분필로 칠판에 무언가를 적는다. 그리고 수십 명의 학생은 바둑판처럼 정렬된 책상에 책과 공책 그리고 필기도구를 올려놓고 선생님의 말씀을 적는다. 선생님이 질문하면 학생들은 손을 들고 대답한다.

100년 전이나,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물론 파워포인트(PPT)와 프로젝터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것도 큰 변화라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침 8시까지 학교에 와야 하고 50분 수업하고 10분 쉬는 수업을 오후까지 진행해야 하는 과정은 변하지 않았다. 인터넷이 가져 온 변화 치고는 여전히 고루하다.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혁신적인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적용이 뒤처져 있던 교육 분야에서도 2012년 이후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바로 몽골 학생이 수강했던 온라인 공개 강좌인 ‘무크(MOOC : Massive Open Online Course)’가 그 주인공이다.

무크는 수강 인원에 제한 없이(Massive), 모든 사람이 수강할 수 있고(Open), 웹 기반으로(Online) 미리 정의된 학습 목표를 위해 구성된 강좌(Course)를 말한다.

무크는 학습자가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던 기존의 온라인 학습 동영상과 달리 교수자와 학습자, 학습자와 학습자 간 질의응답·토론·퀴즈·과제 제출 등 양방향 학습이 가능한 새로운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인터넷의 특징과 함께 전 세계 그 어느 대학의 그 어떤 과목도 선택해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명 대학의 교수들이 무료로 제공하는 온라인 강의가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강생이 급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무크의 해(Year of the MOOC)’라는 기사를 쓰기도 했을 만큼 2012년은 무크의 원년이라고 볼 수 있다.

전 세계 4대 무크라고 뽑는 유다시티(udacity)·코세라(coursera)·에드엑스(edX)·퓨처런(FutureLearn)이 바로 2012년 설립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무크는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무크는 큰 틀에서는 유사한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각기 다른 운영 정책을 가짐으로써 구분되는 차별성을 갖기도 한다.



◆①유다시티, ‘최초’의 전문적 무크

먼저 2012년 2월 공식 출시돼 가장 먼저 무크를 시작한 유다시티를 살펴보자. 유다시티는 특히 취업과 관련된 강의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수업이 많은데 특히 미국의 유명한 통신사인 AT&T와 협력해 만든 프로그램인 ‘나노 학위 프로그램’은 프로그래밍 수업을 집중적으로 가르침으로써 자사의 신규직으로 입사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약 400만 명의 사용자가 이용하는 유다시티는 다른 무크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이는 개설 과목이 대중적이기보다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향후 이와 관련된 직접적인 취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하겠다는 유다시티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②코세라, ‘최다’ 무크 접근성 강화

다음은 가장 많은 강의 수와 학생 수, 파트너십을 갖고 있는 코세라를 살펴보자. 코세라는 2012년 4월 공식론칭됐다.

스탠퍼드대·컬럼비아대·예일대 등의 명문 사립대와 미시간주립대·오하이오주립대 등의 주립대, 도쿄대·홍콩과기대 등과 같은 해외의 유수 대학들이 참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IBM과 같은 기업도 동참해 환상적인 파트너십을 자랑한다. 올해 2월 현재 전 세계 149개 대학과 기업 파트너들이 참여하고 있고 1700개의 강좌와 약 2300만 명의 사용자를 자랑하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무크라고 할 수 있다.

파트너십과 강좌 수 그리고 학생 수가 많다는 양적 규모뿐만 아니라 수업 수준 역시 참여 학교와 기업의 명성에 걸맞게 최고라고 인정받는 코세라는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가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한국에서도 연세대와 카이스트가 참여하고 있다. 연세대는 2017년 1학기에 23과목, 카이스트는 1과목을 개설했다. 대부분이 공학 위주로 제공되고 있지만 일부 마케팅 과목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 과목도 함께 제공되고 있다.

◆③에드엑스, 비영리 무크 대학연계 강화

다음은 MIT와 하버드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에드엑스다. 2015년 5월에 선보인 에드엑스는 앞서 소개한 두 개의 무크와 달리 비영리단체다.

코세라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비영리단체라는 특징 때문에 대학 교육 강화라는 특징도 갖고 있다. 예컨대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즉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는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대학 수업을 진행하는데 보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수업을 제공함으로써 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일부 강의는 고교 심화학습 과정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올 학생이 선행학습을 위한 강좌를 제공하기도 한다. 현재 약 1300개의 강좌가 개설돼 있고 약 1000만 명의 사용자가 참여하고 있다.

◆④퓨처런, 대학 운영으로 기관 참여 강화

마지막으로 퓨처런은 유럽에서 2012년 12월 처음 출시된 무크로, 약 480개의 강좌를 제공하고 있고 약 530만 명의 사용자가 참여하고 있다.

영국의 개방대(Open University)가 운영하고 현재 109개의 대학과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퓨처런의 특징은 대학뿐만 아니라 영국박물관·유럽우주국·유네스코 등 기관 참여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개방대가 운영한다는 장점을 살려 수업을 듣고 시험을 통과한 후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학위를 부여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정부 주도 ‘K-무크’ 전략이 없다

미국의 교육 시장을 분석하는 에드서지(EdSurge)에 따르면 2016년까지 무크에 참여한 누적 학생은 약 5800만 명이고 참여 대학은 700개 이상 그리고 6850개의 교육과정이 개설됐다.

특히 2016년 한 해에만 약 2300만 명의 새로운 학생이 참여하고 세계 3대 무크인 유다시티·코세라·에드엑스는 약 1100억원(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무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교수나 학생도 무크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무크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 주도라는 점이다.

2015년 10월 ‘한국형 무크(K-MOOC)’가 만들어졌는데, 이는 교육부가 사업 기획 및 총괄을 담당하고 교육부 산하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사업을 위탁받아 주관하고 시행하는 형식이다.

2015년 서울대·카이스트 등 10개 국내 대학이 참여해 27개 강좌를 제공했고 2016년 20개 대학과 특성화 사업 등 국가 지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학교들이 참여해 199개 강좌를 개설한 바 있다. 하지만 몇 명의 사용자가 참여하고 있는지, 수료율은 어떻게 되는지 자세한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무크가 한국의 교육제도와 방식을 바꾸며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현재 이뤄지는 교육의 보조 장치로 작동할지, 아니면 제대로 정착도 못한 채 흐지부지 없어질지 예단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크가 가진 의미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인터넷만 연결 된다면 전 세계에서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에게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고등교육의 대중화와 양질의 평생교육 제공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대학 교육을 생각해 보면 생각할 점이 많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와 저렴하면서도 최신의 하드웨어를 갖고 있는 한국에서 고등교육은 여전히 50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도입되지만 이를 활용하려는 교육자와 사용자의 의지도 행동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무크의 가능성은 현재의 정부나 대학의 교육정책에 비춰 봤을 때 매우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무크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긍정적 태도가 형성돼 있지 않다.

또한 무크의 목적이 분명하게 설정돼 있지 않다. 국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할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할지, 아니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할지에 대한 목표 설정과 전략이 불분명하다.

혁신이 무조건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개혁 확산 이론에서는 친개혁적 편향성(pro-innovation bias)으로 설명한다.

무크가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혁신은 아니지만 무크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은 사회 구성원의 무관심은 교육 혁신의 장해물이 될 것이다. 100세 시대와 평생교육 시대라는 점에서, 글로벌 환경과 디지털 시대라는 점에서 우리의 교육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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