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베트남 라이징 : 글로벌 자금 몰려드는 베트남]
핵심 국영기업 528개 매각 대기 중… 외자 유치 위해 ‘환율제도’까지 바꿔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베트남으로 돈이 모이고 있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베트남 현지 투자와 베트남 기업 인수·합병(M&A)에 뛰어들고 있다.
이유는 2015년 9월부터 49%였던 외국인의 상장사 보유 지분 한도를 원칙적으로 철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이나 방송을 제외한 산업 부문에 대해선 사실상 외국인 투자자의 개인 소유가 가능하게 됐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분 한도 철폐 직후인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신규 외국인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24.4% 증가한 2061건을 기록한 것이다. 투자 금액 역시 1.3% 늘어난 122억6530만 달러를 유치하는 성과도 올렸다.
(사진)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개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연합뉴스
◆ 부동산·금융 등 전방위 규제 개혁 나서
기술과 자본이 부족한 베트남은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호적인 사업 환경 조성 및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투자법과 기업법 개정이다. 외국인의 상장사 보유 지분 한도 철폐 외에도 ‘외국 투자 법인에 대한 정의 규정 변경’, ‘투자 절차 간소화 및 투자 허가서 발급 소요 기간 단축’ 등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 규제까지 대폭 완화했다. 외국인에게 주거 목적으로만 허용했던 주택 매입을 임대·상속·담보 목적으로도 허용했다.
비자가 있는 외국인은 물론 베트남에 진출한 해외 기업, 투자 펀드 등도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부동산 시장에 해외 투자금을 끌어들여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해외 자금 유치를 위한 자본시장 규제 완화 등 금융시장의 개혁·개방도 적극 추진 중이다. 외국인 투자 한도에 대한 상향 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 기업의 외국인 투자 한도 규정을 철폐한 이후 석탄, 사료 수입, 인프라 운영 등 67개 보호 업종에 대한 외국인 투자 한도 상향 조정이 추진될 예정이다.
외국인 투자자를 위해 환율제도도 변경됐다. 지난해 1월부터 기존 ‘고정환율제도’를 ‘선택적환율제도(원화를 포함한 8개 통화의 가중평균으로 기준환율을 매일 제시하는 방식)’로 변경함으로써 달러 대비 동 환율 안정화를 도모했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교통망 확충, 원자력발전, 재생에너지 개발 등 사회 기반 시설 확충 관련 민·관 협력 사업(PPP) 추진도 확대 중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국 경제 개발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외국 투자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하노이와 호찌민을 중심으로 한 외국 투자 기업을 베트남 중심부인 중부 지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국영기업 매각 및 민영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는 공적개발원조(ODA)가 열악해진 상황 속에 지속되는 적자 재정 및 공공 부채 규모 증가를 해결하기 위한 일환이다.
◆ 페트로베트남파워 등 ‘매력적 매물’ 수두룩
베트남은 2020년까지 현재 19개 산업, 718개 국영기업 중 12개 산업, 190개 기업만 남기고 전부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전력·철도 등 공공 서비스 부문 기업은 경영 구조 개선 후 보유할 계획이지만 이 밖의 기업, 대표적으로 소비재 부문 기업은 우선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진출을 고려 또는 확대할 계획을 세운 기업이라면 구매력 확대 및 소비 시장 성장에 대비, 베트남 소비재 관련 기업과의 M&A, 지분 확보를 통한 시장 진출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9월까지 48개 국영기업을 매각해 약 1억3000억 달러를 회수했다. 올해는 최소 20곳 이상의 국영기업을 추가로 매각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물로 나온 기업 중 가장 주목할 기업은 베트남 최대 맥주 기업인 사이공비어다. 최근 매각 주간사를 물색하기 위해 해외 투자은행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시가총액 60억 달러 규모의 사이공비어의 매각 작업은 오는 4월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베트남 정부는 또 다른 맥주 국영기업인 하노이비어의 지분 매각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국영 전력회사인 페트로베트남파워의 지분 일부에 대한 매각 추진 소식도 들리고 있다. 베트남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인 페트로베트남파워는 현지 최대 전력 공급 업체다.
베트남 당국이 이번에 매각할 페트로베트남파워의 지분 총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정부 지분은 50%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베트남 당국은 지분 매각으로 번 돈을 발전소 건립 등 전력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베트남은 외국인의 투자 유치를 위해 해외 자본의 은행 지분 인수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최근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은행에 대한 외국인 투자 한도를 높이고 증시에 대한 접근권도 확대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관련 계획을 정비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베트남에서 외국인은 은행 지분을 최대 30%까지 보유할 수 있다. 베트남 당국은 해외 자본이 베트남 은행에 대한 지분을 늘리면 국내 기업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늘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푹 총리는 “외국인 투자가가 투자 실적이 저조한 은행을 매입하는 데 관심을 보인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지분을 넘길 수 있다”며 “이는 베트남 경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베트남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개방정책을 높게 평가하며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투자은행 내틱시스의 트린 느구옌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고무적인 경제 성장세를 보이는 베트남의 국영기업과 은행은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외국 자본 투자 유치를 원하는 정부와 투자자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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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2015년 9월부터 49%였던 외국인의 상장사 보유 지분 한도를 원칙적으로 철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이나 방송을 제외한 산업 부문에 대해선 사실상 외국인 투자자의 개인 소유가 가능하게 됐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분 한도 철폐 직후인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신규 외국인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24.4% 증가한 2061건을 기록한 것이다. 투자 금액 역시 1.3% 늘어난 122억6530만 달러를 유치하는 성과도 올렸다.
(사진)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개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연합뉴스
◆ 부동산·금융 등 전방위 규제 개혁 나서
기술과 자본이 부족한 베트남은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호적인 사업 환경 조성 및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투자법과 기업법 개정이다. 외국인의 상장사 보유 지분 한도 철폐 외에도 ‘외국 투자 법인에 대한 정의 규정 변경’, ‘투자 절차 간소화 및 투자 허가서 발급 소요 기간 단축’ 등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 규제까지 대폭 완화했다. 외국인에게 주거 목적으로만 허용했던 주택 매입을 임대·상속·담보 목적으로도 허용했다.
비자가 있는 외국인은 물론 베트남에 진출한 해외 기업, 투자 펀드 등도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부동산 시장에 해외 투자금을 끌어들여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해외 자금 유치를 위한 자본시장 규제 완화 등 금융시장의 개혁·개방도 적극 추진 중이다. 외국인 투자 한도에 대한 상향 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 기업의 외국인 투자 한도 규정을 철폐한 이후 석탄, 사료 수입, 인프라 운영 등 67개 보호 업종에 대한 외국인 투자 한도 상향 조정이 추진될 예정이다.
외국인 투자자를 위해 환율제도도 변경됐다. 지난해 1월부터 기존 ‘고정환율제도’를 ‘선택적환율제도(원화를 포함한 8개 통화의 가중평균으로 기준환율을 매일 제시하는 방식)’로 변경함으로써 달러 대비 동 환율 안정화를 도모했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교통망 확충, 원자력발전, 재생에너지 개발 등 사회 기반 시설 확충 관련 민·관 협력 사업(PPP) 추진도 확대 중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국 경제 개발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외국 투자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하노이와 호찌민을 중심으로 한 외국 투자 기업을 베트남 중심부인 중부 지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국영기업 매각 및 민영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는 공적개발원조(ODA)가 열악해진 상황 속에 지속되는 적자 재정 및 공공 부채 규모 증가를 해결하기 위한 일환이다.
◆ 페트로베트남파워 등 ‘매력적 매물’ 수두룩
베트남은 2020년까지 현재 19개 산업, 718개 국영기업 중 12개 산업, 190개 기업만 남기고 전부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전력·철도 등 공공 서비스 부문 기업은 경영 구조 개선 후 보유할 계획이지만 이 밖의 기업, 대표적으로 소비재 부문 기업은 우선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진출을 고려 또는 확대할 계획을 세운 기업이라면 구매력 확대 및 소비 시장 성장에 대비, 베트남 소비재 관련 기업과의 M&A, 지분 확보를 통한 시장 진출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9월까지 48개 국영기업을 매각해 약 1억3000억 달러를 회수했다. 올해는 최소 20곳 이상의 국영기업을 추가로 매각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물로 나온 기업 중 가장 주목할 기업은 베트남 최대 맥주 기업인 사이공비어다. 최근 매각 주간사를 물색하기 위해 해외 투자은행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시가총액 60억 달러 규모의 사이공비어의 매각 작업은 오는 4월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베트남 정부는 또 다른 맥주 국영기업인 하노이비어의 지분 매각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국영 전력회사인 페트로베트남파워의 지분 일부에 대한 매각 추진 소식도 들리고 있다. 베트남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인 페트로베트남파워는 현지 최대 전력 공급 업체다.
베트남 당국이 이번에 매각할 페트로베트남파워의 지분 총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정부 지분은 50%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베트남 당국은 지분 매각으로 번 돈을 발전소 건립 등 전력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베트남은 외국인의 투자 유치를 위해 해외 자본의 은행 지분 인수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최근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은행에 대한 외국인 투자 한도를 높이고 증시에 대한 접근권도 확대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관련 계획을 정비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베트남에서 외국인은 은행 지분을 최대 30%까지 보유할 수 있다. 베트남 당국은 해외 자본이 베트남 은행에 대한 지분을 늘리면 국내 기업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늘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푹 총리는 “외국인 투자가가 투자 실적이 저조한 은행을 매입하는 데 관심을 보인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지분을 넘길 수 있다”며 “이는 베트남 경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베트남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개방정책을 높게 평가하며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투자은행 내틱시스의 트린 느구옌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고무적인 경제 성장세를 보이는 베트남의 국영기업과 은행은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외국 자본 투자 유치를 원하는 정부와 투자자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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