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유로=1200원대’ 환테크 할까, 말까

[은행 인사이드]
유로 저평가에 환테크 관심 급증…모바일 환전 등으로 쉽게 투자 가능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 지난달 23일 예금만기로 찾은 300만원을 어디에 굴릴까 고민하던 김수미(32) 씨.

김 씨는 이자율 2%대인 청약저축에 이를 넣을지 아니면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할지 방법을 고민하다가 최근 1100원 후반 대까지 떨어진 유로화에 투자하기로 했다. 적금처럼 묵혀두었다가 유로화가 오르면 이를 되팔아 수익을 남기자는 작전이었다.

◆모바일 환전으로 '소액 환테크族' 증가

‘예·적금 평균 금리 1%대.’ 초(超)저금리 시대의 선택지로 ‘유로’가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금리 등 통화정책의 차이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유로화가 2년 새 ‘사상 최저’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일각에선 달러화와 유로화 환율이 등가에 근접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유로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환율의 특성상 단기간 내 변동성이 높다는 점에서 유로화를 살지 말지 고민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외환시장에서 원·유로화 환율은 지난 2월 24일 유로당 1199.88원을 찍으며 1200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원·유로화 환율 1200원 선이 붕괴된 것은 2년여 전인 2015년 4월 17일 1152.85원까지 하락한 이후 처음이다.

(2월 24일의) 나흘 뒤인 2월 28일에는 1196.39원까지 떨어지며 약세를 지속했다. 불과 3년 전인 2014년 3월 1493.87원에 달할 만큼 콧대 높던 유로의 하락이다. 원·유로화 환율은 3월 들어 다시금 유로당 1200원 선으로 으르며 3월 9일 1210원, 3월 13일 122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변동성은 높지만, 증권가에선 유로화에 대한 저평가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유로존의 금리 차가 확대되면서 유로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미국은 트럼프 효과와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등으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반면 유로존은 유동성 공급이 지속되며 금리가 낮은 상황이다. 또 프랑스 대선 정국의 불안정도 유로화 약세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김유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로화는 오는 4월 23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후보 간 지지율 변화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당분간 유로화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는 중장기적 현상은 아니다. 유로화 가치 하락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저평가에 놓인 유로화가 장기적으로는 강세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로화는 현재 명실상부한 글로벌 2위 통화”라며 “유로화에 대한 신뢰성이 붕괴되지 않는다면 달러화와 유로화가 1대1 등가를 하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유로존 소비자물가가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제조업 경기의 반등 흐름도 이어 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유로화 가치는 약세보다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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