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살아남는 기업의 3가지 법칙

[경영전략 트렌드]
- ‘관점을 바꿔라’ ‘혁신하라’ ‘차별화하라’…그래야 산다

[한경비즈니스 칼럼=조장현 휴먼솔루션그룹 기업코칭연구소 소장]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요즘이다. 늘 어렵다는 말을 들어왔지만 요즘처럼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저성장에 따른 수요 위축과 공급과잉, 대체재의 등장으로 매출과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극도의 불안정과 저성장으로 많은 기업들이 무너지는 위기 속에서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시장 재편과 기술 변화를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처럼 불황에 강한 기업은 무엇이 다를까.

불황에서도 살아남는 강한 기업은 남이 모방하기 힘든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마트를 두고 멀리 떨어진 ‘코스트코’에 가는 이유가 뭘까.

일반 마트가 우유 10여 개를 준비하고 ‘그중 하나를 고르세요’라는 식이라면 코스트코는 고객이 원하는 우유를 깊이 연구한 후 하나를 골라 ‘고객님이 원하는 우유가 이것 맞죠?’라는 식으로 상품을 기획한다.

카테고리에서 단 한 개의 품목을 내놓기 때문에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연구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우리가 친구나 가족에게 줄 선물을 깊이 생각하고 고르듯이 말이다. 코스트코 고객은 상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제안을 ‘수락’할 뿐이다.


(사진) 일산 코스트코에서 수많은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 남이 모방하기 힘들 정도로 차별돼야

불황에 강한 동네 가게도 있다. 앙트르메. 동네 아파트 상가에 있는 10㎡(3평)짜리 작은 빵집이다. 대기업 빵집을 바로 코앞에 두고서도 10년 넘게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대량 주문에 대한 맞춤 제작이었다.

근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상대로 야유회나 소풍 간식을 고객이 주문하는 아이템으로 구성, 맞춤 제작해 제공하는 것이 주효했다. 빵집을 유지하기 위해 아파트 주민 전부가 고객이 될 필요는 없었다.

그 대신 대기업 빵집이 따라 할 수 없는 일, 즉 ‘대량 맞춤 제작’이라는 다른 가치를 제공한 것이다.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은 ‘남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코스트코’와 ‘앙트르메’처럼 고객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잘 파악해 ‘남과 다른 것’을 제공하는 데 있다.

그러면 어떻게 고객이 말하지 않은 문제를 발견할 수 있을까.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성으로 표현되지 않은 말의 여백을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에게 문제를 묻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고충을 파악하기 위해 그들의 일상에 들어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다이어리’ 회사 사원이라면 당신의 가족·친구·동료는 ‘다이어리’라는 상품의 고객이거나 비고객이다. 다이어리 고객에게는 사용 경험을 듣고 관찰하면 된다.

비고객에게는 다이어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와 다이어리 대신 사용하는 대용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고객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기업의 담당자가 질문하는 순간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가 많다. 그래서 고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싶다면 인터뷰보다 관찰이, 관찰보다 관계 형성을 통한 자연스러운 공감이 더 효과적이다.

마케팅 구루 알 리스 리스&리스 회장은 “기업이 고객과 소통하는 것 같지만 많은 경우 고객이 아닌 경쟁사와 소통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세상이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경쟁사를 따라 하기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선물을 생각하듯이 고객을 연구해 자신만의 가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 혁신을 만드는 건 변화의 마인드와 호기심

익숙함을 탈피해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변화의 속도와 방향도 일정하지 않다. 이렇게 시장이 계속 변하는 것은 고객의 욕구가 바뀌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을 구매한 후 시간이 흐르면 그것이 줄 수 없는 새로운 욕구를 느끼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면 어떤 기업이든 경쟁에서 도태된다.

시장이 바뀌면 그에 맞게 전략을 바꾸고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기업 운영과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 그런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바로 심각한 위기가 찾아와도 기존 전략과 방식대로 일하려고 하는 조직의 관성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은 현명했다. 그는 자신의 후임 최고경영자(CEO)로 당시 후보들 중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제프리 이멀트를 낙점했다.

“왜 그를 후임자로 선정했느냐”고 묻자 웰치 전 회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멀트는 변화를 추구하는 마인드와 호기심이 많기 때문이다.”

GE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끌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그 어느 것보다 혁신을 추구하는 열정과 호기심을 우선으로 꼽은 것이다.

늘 그대로인 것 같은 고객도 실은 변화가 한창 진행 중이다. 살아있는 것은 절대 변화를 멈추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호기심은 이렇게 알아채기 어려운 변화를 발견하기 위한 원동력이다.

“왜 저 사람들은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왜 저런 방법을 사용할까?” 이렇게 현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짐으로써 혁신을 위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혁신을 위해서는 익숙함을 탈피해야 한다. 폐쇄적인 조직일수록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조직의 관행을 깨는 아이디어나 의견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기 쉽다.

그래서 혁신을 위해서는 특히 익숙한 사람들에게서 벗어나야 한다. 매일 보는 사람들끼리 모여 머리를 쥐어짜 본들 혁신은 이뤄지지 않는다. 외부의 이질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관점을 적극 받아들여야 변화가 시작되고 조직이 성장한다.

세계 최대 의료기기 회사인 메드트로닉은 바로 이 점에서 틀을 깨는 회사다.

대부분의 기업은 사내 연구소나 상품기획팀에서 낸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든다. 그런데 이 회사는 외부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드는 혁신을 추구한다.

오마 이슈락 메드트로닉 회장은 ‘메드트로닉 혁신의 원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혁신적 제품을 개발할 때 무조건 외부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든다.” 이렇게 개발한 제품이 전체의 90%가 넘는다. 이것이 메드트로닉이 의료기기 분야에서 세계 최대 회사로 성장한 비결이다.



◆ 관점을 바꾸면 돌파구 찾을 수 있어

불황에도 강한 기업이 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현상에 매몰되지 않고 문제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1시간이 주어진다면 우선 어떤 질문을 할지 고민하는 데 55분을 쓸 것이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면 문제 해결엔 5분도 안 걸리기 때문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사람들은 눈앞에 놓인 문제만 풀리면 많은 게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문제 해결에 시간을 쏟는다. 하지만 때론 문제 자체를 바꾸는 것이 더 나은 아이디어를 얻는 결정적인 비결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시장과 기술이 계속 진화하는 세상에서 생존하려면 기업도 계속해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재정의해야 한다.

코닥은 ‘어떻게 하면 필름을 더 많이 팔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매여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추락했다.

반면 경쟁사였던 후지필름은 문제를 재정의해 ‘필름을 만드는 핵심 기술을 사용해 어떤 다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답함으로써 액정표시장치(LCD)·제약·화장품 사업으로의 다각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몇 시간씩 걸리는 배터리 충전 시간과 짧은 주행 가능 거리 때문에 전기자동차 개발에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테슬라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이런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전기자동차 대중화의 가장 큰 장벽인 배터리의 성능을 ‘고용량 충전 배터리 개발’이 아닌 ‘배터리 자동 교체 방식 개발’로 문제를 바꿔 해결한 것이다.

그 결과 일반 가솔린 자동차에 기름을 주유하는 시간의 50% 수준인 90초 만에 로봇 장치가 배터리를 교환하는 시설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 자체를 바꿈으로써 ‘가치 창출’에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문제를 재정의하기 위해서는 관점 전환이 중요하다.

미국 뉴멕시코 주 고산지대에서 사과를 재배하던 농가에 우박이 쏟아졌다. 수확을 앞두고 미리 판매 계약을 마친 사과들이 우박 피해를 봐 상처투성이가 됐다.

모두 넋을 잃고 낙심해 있을 때 영거라는 한 농부가 사과를 서둘러 구매자들에게 보내면서 편지 한 장을 같이 보냈다.

“우박이 내려 사과가 뜻밖의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 사과의 상처는 뉴멕시코 주의 고산지대에서 자란 특산품이란 증거입니다. 고산지대에서는 가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그 때문에 사과 속이 조여져 맛있는 과당이 만들어집니다. 맛이 없으면 전액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놀랍게도 편지를 받은 고객들로부터 환불 요구가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새로운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세상이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앞서 ‘왜 우리가 사업을 하는지’, ‘혁신을 위해 무엇을 바꿀지’, ‘어떻게 문제를 다르게 재정의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불황에도 고객에게 사랑 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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