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6개월…새로운 문화와 서비스 생겼다


[커버 스토리 = 김영란법 6개월 : 김영란법이 바꾼 한국]

- 간편 송금서비스·김영란법 해설서 인기…‘더치페이’ 문화 확산 중




(사진) 김영란법 시행 반년이 지난 현재 우리 사회에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은 시행 초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부정청탁이 줄어 ‘청렴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가 일었던 반면 소비 위축과 법 해석에 따른 혼란이 일 것으로 보여 ‘양날의 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김영란법 시행 약 6개월이 지난 현재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을까.

김영란법 시행 이후 가장 변화된 점을 꼽자면 밥은 같이 먹어도 계산은 각자 하자는 이른바 ‘더치페이’ 문화의 확산이다.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룰이었던 ‘이번엔 내가 내면 다음엔 네가’라는 계산 방식이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영란법 반년, 현재 모습은

현재 금융회사와 제휴한 ‘간편 송금’ 애플리케이션(앱)이 각광 받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벤처기업부터 시작해 카카오·네이버 등 대기업들이 현재 간편 송금 앱을 운영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인증 절차 없이 비밀번호만으로 송금할 수 있어 쉽게 더치페이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더치페이 기능을 담은 앱을 내놓았다. 한 사람이 계산한 뒤 인원수만큼 나눈 금액을 메신저로 각각 송금 요청하면 계좌나 보안카드 입력 없이 돈을 부칠 수 있어 더치페이를 쉽게 할 수 있는 서비스다.

다소 어려운 김영란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앱이나 서적도 많이 나왔다. 현재 김영란법 개정안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 중인데,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김영란법 앱 또는 서적 역시 앞으로 ‘개정판’ 딱지를 달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 증가로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이 증가하는 추세였는데, 김영란법 시행으로 더욱 급증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회식이나 접대를 꺼리는 분위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혼자 밥이나 술을 먹을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한 ‘혼밥집’, ‘혼술집’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김영란법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빼곡하게 화환·조화가 들어서 있으면 이제는 오히려 낯설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로비를 가득 채웠던 것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결국 당초 우려했던 것처럼 화훼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설 명절에는 더 이상 비싼 한우나 굴비 세트 선물이 잘 나가지 않는다. 5만원 이하 실속형 상품의 판매가 빗발치면서 일부 농수축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조사비는 크게 줄었다. 통계청의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 동향’을 보면 작년 4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가구 간 이전지출’은 17만946원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7.2%(1만3360원) 감소해 11.8% 감소한 2010년 4분기 이후 6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가구 간 이전지출은 따로 사는 부모에게 보내는 돈 등이 포함되지만 일반적으로는 경조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관련 지표로 쓰인다.

◆국민 85%가 김영란법 지지

기업의 경영 방식도 변했다. 법 시행 후부터 기업들은 신제품 출시 등 행사 개최 시 3만원 이상의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등 법 준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관 업무 역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됐던 업무 중 일부가 불법이 될 수 있어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신고가 빗발쳐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예상은 사실상 기우에 가까웠다. 김영란법 위반 신고 접수 기관은 국민권익위원회를 비롯해 경찰·감사원·검찰 등이 있다.

권익위는 올해 3월 13일까지 183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신고가 빗발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하루 평균 약 한 건 정도의 신고만 접수한 셈이다.

김영란법 시행 직후 일부 식당이나 주점에 손님의 발길이 끊겨 우려의 목소리가 일었지만 현재 이와 관련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음식점과 주점의 매출이 타격을 입어 결국 고용 감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영란법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 측은 반대 의견이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를 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음식점 및 주점업 종사자 수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93만1000명이었던 종사자는 김영란법 시행 직후인 10월까지 제자리걸음을 보이다 반등하기 시작했다. 11월에 93만6000명으로 전월 대비 5000명 늘었고 12월에는 또다시 전월 대비 1만 명 증가했다.

종사자가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에 김영란법 이후 음식점 및 주점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여전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운데 대부분의 국민들은 김영란법을 청렴 사회로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 국민 85%가 김영란법의 제정과 시행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nyou@hankyung.com

[김영란법 6개월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 김영란법 6개월 뭐가 달라졌나
- 시행 6개월…새로운 문화와 서비스 생겼다
- 유통·주류 대기업 ‘뚜껑 열어보니 기우’
- 기업 대관업무는 사실상 올스톱
- ‘신고 대란’ 우려했지만 하루 평균 한건 그쳐
- 헷갈리는 ‘유권해석’보다 알기 쉬운 ‘가이드라인’ 필요
- 김영란법 개정안 11개 계류…차기 정권 때 개정될까
-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 “청탁금지법, 미래 세대 위해 우리 세대가 불편함 감수하자”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