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김영란법 6개월 : 경각심 온도차]
- ‘김영란법’ 벌써 시들? ‘최순실 사태’도 한몫
- 상품권 통한 ‘꼼수’도 등장
(사진) 지난 1월 '2017 설맞이 명절선물전'을 찾은 시민들이 '영란선물특별관'에서 다양한 선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을 맞았다.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를 금지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자는 취지로 시행된 이 법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법의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각종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는 한편 최근에는 아예 법 자체를 지키려는 노력도 시들해진 것 같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법 시행 초기 단계에서 거치는 과도기라는 해석도 있다.
최근 대한민국의 국가 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투명성기구의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가 지난 1월 발표한 ‘2016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한국은 168개국 중 52위를 기록했다. 전년도 37위에서 15단계 하락해 역대 최하위다. 점수는 지난해 56점에서 올해 53점으로 떨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올해 초 발표된 국가 부패인식지수는 탄핵 정국으로 치달은 ‘최순실 게이트’가 반영되지 않은 지난해 9월까지의 수치인 것을 감안하면 내년도 부패인식지수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2015년에는 그 전년도의 43위에서 37위로 급격히 상승했었다”며 “청탁금지법이 통과되며 시행 자체가 반부패 사회의 표상이어서 부패 인식 조사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최순실 사건’과 ‘법조 비리’ 등 각종 사건 사고들이 연달아 터지며 올해 부패인식지수는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에도 ‘부패지수’ 하락 예상
각종 통계 및 국가기관의 보고서에는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수두룩하다. 국민들의 실생활에서도 다르지 않다. 농축산인 및 자영업자들의 수익 감소에 따른 폐업과 고용 악화 등 우려했던 상황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법 시행 후 첫 명절에 국내산 농축산물 선물 세트 판매액은 전년에 비해 25.8% 감소했다. 설과 추석에 연간 총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리는 농축산인들에겐 엄청난 타격이다.
법 시행 2개월 만에 일반 음식점의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고 종사자는 3.1% 감소했다. 올해 소비 부진까지 겹치며 농축어업·도소매·음식점업의 생산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이 경기 불황의 악순환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신고 건수도 애초 예상치보다 훨씬 저조하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9월 28일부터 올해 3월 13일까지 총 183건의 신고가 있었다. 6개월간 하루 한 건꼴이다. 3월 초 2주간은 6건이 신고 접수됐다. 법 시행 이후 부정부패에 대한 엄청난 신고가 들어올 것이란 예상이 빗나간 것.
최근에는 법 자체를 지키려는 노력이 시들해졌다는 비판과 함께 법망을 피해 가려는 꼼수 사례도 등장했다.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업계가 지난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백화점 상품권 구매 시 법인카드를 사용한 금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5% 늘었다. 같은 기간 법인카드 사용액 전체 증가율은 6.9%다.
개인 신용카드로 결제한 백화점 상품권 구매액 증가율이 1.5%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각 기업들이 배송 기록이 남는 육류나 과일 등 선물 대신 사용 추적이 힘든 상품권을 대거 구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지난 설 연휴 기간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9% 감소했지만 상품권 구매액은 10% 정도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일반 음식점, 인터넷 상거래 부문에서도 법인카드 사용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2~14%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법 시행으로 직장인들의 식사 접대 횟수가 크게 줄었지만 직장인 4명 중 1명은 여전히 식사 접대비로 3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김영란법’을 밀어붙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휘말려 탄핵까지 당하게 되며 청렴 사회 구호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정 모(41) 씨는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를 금지해 공직사회가 깨끗해지기 위해 만든 법인데 국가의 대통령이 뇌물 수수 혐의를 받은 현실을 보며 법이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며 “법의 취지와 다르게 오히려 자영업으로 먹고사는 일부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socool@hankyung.com
[김영란법 6개월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 김영란법 6개월 뭐가 달라졌나
- 시행 6개월…새로운 문화와 서비스 생겼다
- 유통·주류 대기업 ‘뚜껑 열어보니 기우’
- 기업 대관업무는 사실상 올스톱
- ‘신고 대란’ 우려했지만 하루 평균 한건 그쳐
- 헷갈리는 ‘유권해석’보다 알기 쉬운 ‘가이드라인’ 필요
- 김영란법 개정안 11개 계류…차기 정권 때 개정될까
-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 “청탁금지법, 미래 세대 위해 우리 세대가 불편함 감수하자”
- ‘김영란법’ 벌써 시들? ‘최순실 사태’도 한몫
- 상품권 통한 ‘꼼수’도 등장
(사진) 지난 1월 '2017 설맞이 명절선물전'을 찾은 시민들이 '영란선물특별관'에서 다양한 선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을 맞았다.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를 금지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자는 취지로 시행된 이 법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법의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각종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는 한편 최근에는 아예 법 자체를 지키려는 노력도 시들해진 것 같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법 시행 초기 단계에서 거치는 과도기라는 해석도 있다.
최근 대한민국의 국가 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투명성기구의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가 지난 1월 발표한 ‘2016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한국은 168개국 중 52위를 기록했다. 전년도 37위에서 15단계 하락해 역대 최하위다. 점수는 지난해 56점에서 올해 53점으로 떨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올해 초 발표된 국가 부패인식지수는 탄핵 정국으로 치달은 ‘최순실 게이트’가 반영되지 않은 지난해 9월까지의 수치인 것을 감안하면 내년도 부패인식지수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2015년에는 그 전년도의 43위에서 37위로 급격히 상승했었다”며 “청탁금지법이 통과되며 시행 자체가 반부패 사회의 표상이어서 부패 인식 조사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최순실 사건’과 ‘법조 비리’ 등 각종 사건 사고들이 연달아 터지며 올해 부패인식지수는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에도 ‘부패지수’ 하락 예상
각종 통계 및 국가기관의 보고서에는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수두룩하다. 국민들의 실생활에서도 다르지 않다. 농축산인 및 자영업자들의 수익 감소에 따른 폐업과 고용 악화 등 우려했던 상황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법 시행 후 첫 명절에 국내산 농축산물 선물 세트 판매액은 전년에 비해 25.8% 감소했다. 설과 추석에 연간 총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리는 농축산인들에겐 엄청난 타격이다.
법 시행 2개월 만에 일반 음식점의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고 종사자는 3.1% 감소했다. 올해 소비 부진까지 겹치며 농축어업·도소매·음식점업의 생산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이 경기 불황의 악순환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신고 건수도 애초 예상치보다 훨씬 저조하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9월 28일부터 올해 3월 13일까지 총 183건의 신고가 있었다. 6개월간 하루 한 건꼴이다. 3월 초 2주간은 6건이 신고 접수됐다. 법 시행 이후 부정부패에 대한 엄청난 신고가 들어올 것이란 예상이 빗나간 것.
최근에는 법 자체를 지키려는 노력이 시들해졌다는 비판과 함께 법망을 피해 가려는 꼼수 사례도 등장했다.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업계가 지난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백화점 상품권 구매 시 법인카드를 사용한 금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5% 늘었다. 같은 기간 법인카드 사용액 전체 증가율은 6.9%다.
개인 신용카드로 결제한 백화점 상품권 구매액 증가율이 1.5%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각 기업들이 배송 기록이 남는 육류나 과일 등 선물 대신 사용 추적이 힘든 상품권을 대거 구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지난 설 연휴 기간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9% 감소했지만 상품권 구매액은 10% 정도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일반 음식점, 인터넷 상거래 부문에서도 법인카드 사용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2~14%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법 시행으로 직장인들의 식사 접대 횟수가 크게 줄었지만 직장인 4명 중 1명은 여전히 식사 접대비로 3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김영란법’을 밀어붙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휘말려 탄핵까지 당하게 되며 청렴 사회 구호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정 모(41) 씨는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를 금지해 공직사회가 깨끗해지기 위해 만든 법인데 국가의 대통령이 뇌물 수수 혐의를 받은 현실을 보며 법이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며 “법의 취지와 다르게 오히려 자영업으로 먹고사는 일부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s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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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행 6개월…새로운 문화와 서비스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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