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패자부활전,외면 받았던 업종들의 화려한 부활

1990년대 초 예비부부들의 결혼 준비를 도와주는 웨딩 플래너가 국내에 도입됐지만 당시 웨딩 플래너로 활동했던 사업가 중에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때만 해도 결혼 준비를 대행한다는 사고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예비부부들이 웨딩 플래너를 이용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최근 몇 년간 카페 붐과 함께 동반 상승하는 와플도 비슷하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 길거리 간식으로 소개돼 소액 창업 업종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몇 년 반짝 관심을 모은 후 대부분 문을 닫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은 와플이 커피숍의 대표적인 브런치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

새로운 사업 모델이 도입된 후 정착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너무 낯설어 소비로 연결되지 못하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우리 생활양식과 달라 수요가 충분하지 못하든가 사업 모델 자체가 부실해 충분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생활양식이 바뀌거나 소비자의 가치관 및 습관 변화, 탄탄한 사업 모델 구성으로 외면 받았던 업종들도 화려하게 재탄생하곤 한다. 시대 흐름이 바뀌면 한때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았던 실패 업종들도 유망 업종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물세탁 전문점은 국내에 너무 일찍 도입해 실패했던 업종이다. 1990년대 초부터 동전을 넣어 이용하는 코인 워시 전문점이 선보였지만 당시만 해도 세탁물을 세탁소까지 가지고 가서 동전을 넣고 세탁하는 모습이 어색하게 여겨졌다. 또 미국과 달리 집집마다 물세탁기가 있어 소비자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드라이클리닝과 코인 물세탁을 결합한 멀티 세탁 전문점이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생활양식·시대 흐름 바뀌면서 다시 주목받는 업종

마포에서 멀티 세탁 전문점을 운영하는 손모 씨는 이제는 용량이 작은 가정용이 아니라 대형 코인 워시로 이불을 세탁하는 게 일반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매장에 있는 대형 건조기를 이용하면 햇빛에서 말린 것보다 먼지진드기를 털어내는 데 더 효과가 높다는 점 때문에 이불 빨래를 위해 찾는 고객이 많다고 한다.

손 씨의 매장 영업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지만 드라이클리닝 세탁물 접수만 종료되고 동전을 넣고 대용량 물세탁을 하는 코인 세탁기는 365일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셀프로 심야 이용이 가능한 것이다.

매장이 쾌적해 세탁하는 동안 커피나 차를 즐기며 휴식을 즐길 수도 있다. 그래서 동네 주부들이나 인근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즐겨 찾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 됐다는 게 손 씨의 말이다. 1000~2000원 정도를 내면 세탁 대행도 해준다. 바쁠 때 이불 빨래 등을 맡기면 유료로 대행해 준다,

규동도 대표적인 패자부활 업종이다. 규동은 얇게 저민 양념 쇠고기를 밥에 얹어 먹는 일본식 덮밥인데 이미 15년 전에 일본의 유명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왔지만 적자로 문을 닫은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삼각김밥과 규동을 결합한 복합 전문점인 ‘오니기리와 이규동’이 인기를 끌면서 규동이 대중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때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버블티 전문점도 다시 대학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한때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더라도 소비자의 취향이 바뀌고 새로운 사업 모델로 재단장하면 얼마든지 유망 업종으로 다시 각광받을 수 있어 창업자들이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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