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실패, 남 탓 말고 ‘DART’부터 보라


[머니 인사이트]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는 필독해야…잦은 대표이사 변경 위험 ‘1순위’





유례없는 5월 장미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선거 테마주 열풍 또한 거세다. 문제는 이 같은 대선 테마주가 묻지 마식 투자와 궤를 같이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건전성보다 각 대선 후보와 연관된 기업들의 주가가 매번 나오는 지지율에 따라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주식을 샀다가 낭패를 보는 투자자들도 부지기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주식 투자를 하기 전에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반드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DART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얼마나 우량한지 여부를 살펴볼 수 있어 잘 활용만 한다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사업보고서 실적 확인이 최우선


상장 기업들은 원칙적으로 경영 사항과 관련된 정보를 거래소 검토나 승인 없이 DART에 자체 공시하도록 돼 있다.

검색창에 조회하기 원하는 회사명을 입력만 하면 사업보고서뿐만 아니라 유상증자 정보, 배당 정보, 주주 변동 사항, 분기 보고서를 통한 재무제표 등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공시는 각 기업의 연간 사업보고서, 반기 및 분기 보고서를 포함하는 정기 보고서다. 사업보고서는 1년, 반기 및 분기 보고서는 각각 6개월과 3개월마다 기업에서 제공한다.

기업의 중요 경영 사항이나 재무 상태 등이 정리돼 우량 종목인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정기 보고서를 통해 가장 먼저 기업 재무에 관한 사항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최근에 얼마나 늘었는지 여부를 따져본 뒤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매출액이 2년 연속 기준 이하(유가증권시장 50억원, 코스닥시장 30억원)면 상장폐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 보고서 항목 중 사업의 내용 부분도 꼼꼼하게 읽으면 도움이 된다. 상장 기업의 현재 상황에서부터 향후 사업 전략까지 들여다볼 수 있고 투자 의사결정에 위험 요소가 될 만한 것들도 알려준다.

이 같은 정기 보고서는 마감 시한이 정해져 있는데, 이를 넘긴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향후 상장폐지까지 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감사보고서 역시 투자자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감사보고서는 재무제표가 공정하게 작성됐는지 여부에 대한 감사인의 의견을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한 것이다. 기한을 넘기면 정기보고서와 마찬가지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추후 상장폐지 사유가 될 수 있다.


보통 기업들은 정기 보고서 제출 시 반드시 감사보고서를 첨부한다.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인은 회사의 재무제표가 회계 처리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표시되고 있는지 판단해 △적정 의견 △한정 의견 △부적정 의견 △의견 거절 등 4가지 중 하나의 감사 의견을 표명한다.



◆감사보고서 중 ‘강조 사항’ 필독


감사 의견 적정은 재무제표의 모든 항목이 적절히 작성돼 불확실한 사실이 없을 때 표시한다. 한정 의견은 회계 처리 방법과 재무제표 표시 방법 중 일부가 기업 회계에 위배되거나 재무제표의 항목에서 합리적인 증거를 모두 얻지는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부적정 의견은 재무제표가 전체적으로 합리적으로 기재되지 못하고 왜곡 표시됨으로써 무의미하다고 인정될 때 내놓고 의견 거절은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한 때 또는 기업 존립이 어렵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결정이다.


만약 연간 사업보고서에 감사 의견 거절 또는 부적정 의견이 나오면 상장폐지 사유, 한정 의견은 관리종목 사유에 해당한다. 2연속 한정 의견을 받아도 상장폐지 사유 발생 요건이 된다. 따라서 이런 기업들은 웬만해선 투자하지 않는 게 좋다.


반기 보고서에서 부적정 의견 또는 의견 거절을 받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다만 분기 보고서 검토 의견에는 금융 감독 당국의 별도 제재가 따르지 않지만 주가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가령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서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았지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 신뢰도에 금이 가 이후 주가가 급락세를 기록했다.


감사 의견이 적정이더라도 마냥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이는 감사인이 ‘기업의 재무제표가 회계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표시돼 있다’는 의미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금감원에 설명이다.

실제 2014 회계연도 상장법인 1848곳 중 감사 의견이 적정 의견으로 표명된 회사는 99.1%(1832곳)에 달했지만 이 중 50곳이 감사 보고서 발행 후 2년도 되지 않아 상장폐지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감사보고서에 ‘강조 사항’으로 기재된 내용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감사인이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참고가 될 사항을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중대한 불확실성 존재(계속기업 가정, 소송 내용 등), 특수관계인과의 중요한 거래, 영업 환경의 변경 등이 담기는데, 이는 향후 회사의 재무 상태와 경영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강조 사항에서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언급된 곳은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이런 회사는 그렇지 않은 곳보다 상장폐지 비율이 높았다.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강조 사항에 기재된 기업이 2년 내 상장폐지될 비율(16.2%)은 이를 기재하지 않은 기업 중 상장폐지될 비율(2.2%)보다 약 8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불성실 공시 기업도 투자 유의


이 밖에 눈여겨봐야 할 공시들이 있다. 특히 대표이사 변경이 잦은 기업들은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대표이사를 자주 변경하는 기업은 없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기존 사업이 어려워져 실적 감소가 진행되면 대표이사를 바꾸는 성향이 짙다. 나아가 전 대표이사의 배임이나 횡령 등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의심해 볼 수 있다.


잦은 대표이사 변경 후 상장폐지까지 간 예로 한때 대한민국 1호 창조기업 아이카이스트의 생산 기지 역할을 해왔던 아이팩토리를 들 수 있다. 실적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6번이나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게재했다.

결국 2015년 전 대표이사의 횡령 및 배임 혐의가 불거지면서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받게 됐고 상장폐지로 결론 내려졌다.


한때는 기술 혁신 중소기업으로 명성을 떨쳤던 승화프리텍도 아이팩토리와 비슷한 과정을 거친 뒤 지난해 첫 상장폐지된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2013년부터 길게는 1년, 짧게는 3개월 만에 대표이사를 4번 변경했고 결국 전직 대표이사 중 한 명의 횡령 및 배임 사실이 드러나면서 코스닥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DART에서 조회했을 때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던 전력이 있는 기업은 한 번 더 고민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 불성실 공시 법인은 상장기업이 공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지정된다.

유형에는 공시를 신고 기한까지 이행하지 않는 공시 불이행과 이미 공시한 내용을 취소하거나 부인하는 공시 번복, 기존 공시 내용을 변경하는 공시 변동 등이 있다.


불성실 공시 법인이 되면 기업에 벌금과 벌점이 부과된다. 유가증권·코스닥시장 모두 벌점을 15점 이상 받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상장폐지 위험성도 높아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만 놓고 봤을 때 불성실 공시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장기업 중 중 약 70% 이상이 상장폐지된 것으로 집계됐다.


최대 주주 변경 공시도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대 주주 변경 공시는 신규 자금 유입과 신사업 기대감 때문에 주가엔 호재로 작용할 때가 많다.

하지만 최대 주주 변경이 잦은 기업은 부실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때 경영권을 유지하지 못할 만큼 재무 상황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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