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품 수백만원…개통 행사 ‘대박’ 노린다


[비즈니스 포커스]

‘갤럭시 S8’ 1호 개통자 되기 위해 5박 6일 노숙도 불사





(사진) 4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각 T월드 매장에서 '갤럭시 S8' 개통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새로운 휴대전화가 출시될 때마나 1호 개통자가 되기 위해 일찌감치 줄을 서는 풍경은 이제 한국에서도 그리 새삼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신제품을 빨리 접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얼리어답터들이 매번 휴대전화 개통 행사 때마다 장사진을 이룬다.


1호 개통자가 되면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아 정보기술(IT) 기기에 관심이 그다지 없는 일반인들도 몰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물론 고가의 선물까지 덤으로 얻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



1호 개통자가 되기 위한 국내 소비자의 행렬이 처음 시작된 것은 2009년 KT가 아이폰 3 GS를 국내에 출시하면서부터다.


사전 예약자 1000명이 출시 행사에 초대됐고 20여 명이 전날부터 행사가 열리는 잠실 실내체육관 앞에서 대기 행렬을 펼쳤다.


당시 1호 개통자는 27시간 정도를 기다린 한 대학생에게 돌아갔다. 그는 1년간 무료 통화 혜택과 아이폰 전용 스피커 등의 경품을 받은 것은 물론 각종 언론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후부터 아이폰 사전 개통 행사는 하나의 축제가 됐다. 매번 신형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출시될 때마다 전날부터 인파가 몰렸고 1호 개통자 타이틀을 노리는 이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에 따라 아이폰 역시 사전 개통 행사로 얻는 홍보 효과 또한 상당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플 아이폰만의 전유물이었던 사전개통 행사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역시 2016년 3월 갤럭시 S7을 출시하면서 이동통신사별로 대대적인 개통 행사를 마련했다.


스마트폰 개통 행사는 통신사가 독단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제조사의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역시 홍보 효과를 고려해 사전 개통 행사를 마련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당시 SK텔레콤은 1호 개통자에게 아이폰 못지않은 사은품을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777일 무료 통화권과 함께 전 피겨스케이트 선수인 김연아 씨의 사인이 담긴 스케이트를 선물로 건넨 것이다.


행사 전날 오후부터 기다린 밤샘 대기자가 1호 개통자의 영광을 안았는데, 특히 그의 이름이 삼성전자 회장과 똑같은 이건희 씨로 밝혀져 더욱 화제가 됐었다.


KT 역시 같은 날 사전 개통 행사를 열었는데 행사 전날부터 밤새 기다린 1호 개통자에게 599요금제 1년 사용권을 지급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70만원대다.


◆‘1호 경쟁’ 더 치열해질 듯



최근에는 예전에 비해 사은품이 풍성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호 개통자가 되기 위해 줄을 서는 기간도 늘어나는 추세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출시된 아이폰 7은 1호 고객을 차지하기 위한 대기 시간이 이전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KT는 3박 4일을 기다린 대기자가 1호 고객이 돼 국내 최장 대기 기록을 새롭게 썼다. SK텔레콤은 2박 3일을 기다린 대기자가 1호 개통자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전보다 빵빵해진 사은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KT는 1호 개통자에게 아이패드와 애플워치 시리즈2, 6만원대 데이터 요금제 1년 이용권 등 230만원 상당의 사은품을 증정했고 SK텔레콤은 200만원 상당의 여행 상품권, 2호 고객에게는 100만원 상당의 명품 여행용 가방을 선물했다.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기록이 또다시 깨졌다. 삼성전자가 4월 18일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 S8의 1호 개통자(SK텔레콤)가 되기 위한 기다림의 시간은 무려 5박 6일에 달했다.



한 대학생이 대리점 앞에서 노숙까지 불사하며 주인공이 됐다. 기다림의 대가는 TV와 게임 쿠폰 등 500만원 상당의 경품으로 보상받았다. 또한 갤럭시 S7 때와 마찬가지로 김연아 씨의 친필 사인이 담긴 스케이트까지 받아 행사장을 찾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2호 개통자 역시 5일 전부터 기다리기 시작했고 3호 개통자는 2일 전부터 대기열에 합류했는데 이들에게도 각각 200만원의 노트북과 100만원 상당의 여행 상품권이 지급됐다.



휴대전화 사전 개통 예약 수치는 해당 휴대전화의 흥행 여부를 미리 점치는 요소로 자리매김한 상태여서 제조사에 더없이 중요하다.


이통사들에도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아 올 수 있는 기회다. 따라서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제조사와 이통사들이 사전 개통 예약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1호 개통자들에게 앞으로 더욱 큰 혜택과 선물을 내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향후 새 갤럭시 시리즈나 아이폰이 출시되면 1호 개통자가 되기 위한 여정은 더욱 험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신형 갤럭시 시리즈나 아이폰의 1호 개통자가 되려면 미국이나 일본처럼 앞으로는 최소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요?” 한 이통사 관계자의 말이다. 벌써부터 LG전자 역시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에 맞춰 1호 개통자에게 대규모 경품을 걸고 사전 개통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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