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공모주, ‘똑소리’ 투자법은


[머니-증권]

경제성장률 반등에 주식시장도 호황…올해 공모 규모 사상 최대 전망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지난해 기업공개(IPO) 공모 규모는 6조원으로 역대 2위 규모였다. 하지만 양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았다.

경제가 저성장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 주식시장도 탄력을 받지 못했던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증시가 상승장이면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돼 배정받을 수 있는 물량이 적지만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대개 공모가를 웃도는 종목이 많다.



반면 하락장일 때는 청약 경쟁률이 낮은 만큼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을 수 있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새롭게 상장한 기업 중 시초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진 기업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분위기가 다르다. 모처럼 경제성장률이 반등하고 있어 주식시장 전망이 밝다. 따라서 공모주를 바라보는 기대감도 상승하고 있다.


◆공모주, 증시 상승 후광 예상



한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약 383조6000억원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보다 0.9% 상승한 것이다. 작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 역시 모처럼 2% 중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도 6년 만에 2200을 돌파하는 등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롭게 증시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 역시 지수 강세를 등에 업고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불확실성으로 상장을 미뤘던 기업들이 올해 다시 공모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IPO 공모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전까지는 2010년 10조원의 자금이 몰린 것이 최대였지만 올해는 이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상장한 기업들의 수익률도 대체적으로 좋아 투자자들의 구미를 더욱 끌어당기고 있다.


지난 2월 상장한 블랙박스 제조업체 모바일어플라이언스의 주가는 1만원을 넘어섰다. 공모가 3500원보다 3배 높은 수치다. 파스 전문 제조업체 신신제약, 반도체 장비 기업 코미코, 통신·반도체 장비 기업 서진시스템, 체외 진단 기기 개발 기업 아스타 등도 공모가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유바이오로직스다. 공모가가 6000원이었지만 최근 주가는 3000원대로 떨어졌다. 공모가가 1만2000원이었던 에스디생명공학도 주가가 1만원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제대로 된 종목을 고르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공모가부터 최우선으로 봐야



전문가들은 공모주 투자 때 반드시 점검 사항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손해 위험을 줄이고 고수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공모 가격이다. 공모주의 공모 가격은 같은 업계에서 이미 상장된 기업과 비교한 후 상장 예정 기업과 공모를 주간하는 증권사가 최종 결정한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모가를 시장의 기대치보다 낮게 책정하는 기업이 그만큼 투자 가치가 있다”고 했다. 공모가를 낮게 산정하면 증시에 상장했을 때 해당 기업의 주가가 제값을 찾아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공모주 시장에서 시장 예상보다 공모가를 저렴하게 책정한 기업과 높은 공모가를 고집한 기업의 상장 후 주가는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어플라이언스와 코미코 등은 시장 예상보다 낮게 공모가를 책정해 상장 이후 주가가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 기업 모두 공모가 산정에 참여한 기관투자가의 99%가 회사 측 희망 공모가 범위의 최상단 이상 가격에 공모주를 사겠다고 청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 가격보다 공모가를 높이지 않고 상단 수준에서 공모가를 결정했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진 대부분의 기업들은 공모가를 수요 예측 참여 기관이 제시한 것보다 높게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들 기업 역시 향후 주가가 공모가보다 치솟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상승 여력이 낮다는 얘기다.


올해 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넷마블게임즈도 지나치게 높은 공모가에 발목이 잡혔다. 넷마블의 공모가는 희망 범위 최상단인 15만7000원으로, 공모 후 시가총액은 약 13조3000억원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일각에서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청약 경쟁률은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29.17 대 1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상장 후 주가 상승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공모를 주간하는 증권사에 대한 분석도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주간 증권사의 과거 IPO 내역을 살펴보고 공모가를 지나치게 낮게 혹은 너무 높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청약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에서는 공모를 주간하는 증권사에 공모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주간 증권사는 전체 공모액의 1~4%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 공모액이 높을수록 증권사가 받는 수수료 수익이 커지기 때문에 일부 증권사는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주의 청약 경쟁률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청약 경쟁률이 높으면 그만큼 시장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상장 후 주가 상승 기대감이 크다.


다만 경쟁률이 낮다고 해서 꼭 상장 후 수익률이 낮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상장한 두산밥캣은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0.29 대 1에 그쳤다. 하지만 상장 후 현재까지 꾸준히 주가가 상승 중이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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