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부동산 권리의 기준은 ‘신탁원부’

[법으로 읽는 부동산]
수탁자 정확한 의사 파악 필요…향후 법적 분쟁의 ‘중요한 키’


(사진)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대표 변호사

[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대표변호사]신탁된 부동산의 소유권은 엄연히 수탁자에게 있다. 해당 부동산을 임대차하는 등의 법률행위를 할 때는 수탁자의 동의 여부나 정확한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등기부에 첨부돼 외부에 공시되는 신탁원부의 내용까지 자세히 살필 필요가 있다. 신탁원부는 등기소에 비치돼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 신탁된 해당 부동산의 권리관계를 공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향후 법적인 분쟁에서 등기부와 같이 취급되는 매우 중요한 서류다.

◆끊이지 않는 ‘신탁 부동산 분쟁’

그런데도 부동산 거래 실무상으로는 마치 실제 소유권은 신탁자에게 있고 수탁자인 신탁 회사는 임시로 소유권을 맡아둔 ‘바지사장’ 정도로 취급된다. 이에 따라 신탁자의 말만 믿고 신탁원부의 내용에 주의를 집중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 자연히 신탁 부동산을 둘러싼 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 영조주택이라는 건설사가 ‘영어도시마을’로 홍보하면서 명성을 얻었던 부산 강서구 명지동 영어도시퀸덤아파트에 대한 재판이다. 해당 부동산은 신탁사에 이미 신탁 등기된 상태였다.

그런데도 ‘대한리츠’라는 분양 회사를 믿고 신탁원부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분양 회사와 직접 계약한 후 분양 회사가 지정한 계좌로 대금을 냈다. 하지만 그 대금이 신탁 회사에 제대로 입금되지 않은 채 유용되면서 수백 명의 입주민이 신탁 회사로부터 인도소송을 당하게 됐다.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에서 결국 입주민들은 패소하고 말았다.

신탁원부에 대해 소홀한 것은 중개업자를 통한 거래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 중개업자를 상대로 한 소송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임차인이 중개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원고는 2006년 10월께 중개업자인 피고들의 공동 중개로 A 회사의 분양 영업 사원인 황 모 씨를 통해 A 회사와 수원의 어느 아파트 1채를 보증금 1억원, 임대 기간 2년으로 하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앞서 2006년 4월께 이 아파트에 대해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침과 동시에 같은 날 어느 신탁 회사에 신탁 기간을 3년으로 하는 부동산 담보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또 같은 날 위 신탁 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

신탁원부에는 ‘신탁 계약 체결 후 신규 임대차 계약은 신탁 회사의 사전 승낙을 조건으로 A 회사 명의로 체결하되 보증금은 신탁 회사에 입금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A 회사는 원고로부터 보증금을 직접 받은 후 이를 다른 곳에 유용하고 신탁 회사에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2007년 4월께 부도를 내고 말았다.


(사진)부동산 중개 업소의 모습.(/한국경제신문)

◆신탁동의서 변조 여부, 철저히 확인해야

신탁 회사는 원고의 임차권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원고에게 이 아파트에서의 퇴거를 통보했다. 원고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도 원고 손을 들어줬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중개업자는 의뢰인에게 당해 중개 대상물의 상태·입지 및 권리관계를 성실·정확하게 설명하고 토지대장·등기부등본 등 설명의 근거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또 부동산등기법 제124조 제2항은 신탁원부를 등기부 일부로 보고 그 기재는 등기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들은 이 임대차 계약을 공동 중개할 때 원고에게 신탁원부를 제시하면서 이 아파트에 관한 신탁 관계 설정 사실 및 그 법적인 의미와 효과를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즉, 신탁 회사가 이 아파트의 소유자이므로 임대차 계약은 임대인 소유가 아닌 부동산에 관한 것이고 임대차 계약에 대해 신탁 회사의 사전 승낙이나 사후 승인이 없다면 원고가 임대차 계약으로 신탁 회사에 대항할 수 없다는 점을 성실·정확하게 설명했어야 했다.

하지만 피고들은 원고에게 신탁원부를 제시하지도 않았고 위와 같은 신탁의 의미와 효과 및 임대차 계약의 위험성(A 회사가 원고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신탁 회사에 지급하기 전에는 임차인으로서 보호받지 못하는 점)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원고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피고들도 A 회사가 임대 권한이 있고 신탁 회사도 우선순위 동의서를 발급해 주고 있으니 문제없다는 취지의 황 씨 말을 믿고 임대차 계약을 진행했다고 했다. 결국 법원은 “피고들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심지어 신탁동의서상의 계좌 번호를 신탁자가 임의로 변조해 보증금을 편취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모 신탁 회사에 신탁된 다세대주택 임대차를 위해 대출 금융회사이자 우선 수익자인 신협이 자금을 관리하는 신탁자 신협 계좌가 개설됐다.

‘해당 계좌로 임대차 보증금이 입금돼야만 임대차 보증금이 적법하게 보호될 수 있다’는 신탁 회사 명의의 동의서가 발급돼 있었다. 그런데 임대차 보증금을 빼돌리기 위해 동의서상의 계좌 번호를 신탁자가 임의로 변조해 자신의 다른 계좌로 보증금을 받아버렸다.

비록 신탁자의 농간 때문에 자행된 일이지만 지정 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로 보증금이 입금됐다면 신탁 회사가 제시한 임대차 동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돼 임차인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

신탁 회사 동의서 존재를 임차인이 확인하기는 했지만 해당 임대차 목적물에 대한 권리가 신탁원부에 기재된 신탁 회사가 아니라 실제 주인 행세를 하는 신탁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신뢰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신탁동의서의 변조 여부에 대해 철저히 확인하는 노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신탁된 부동산에 대한 거래에서는 신탁원부상의 기재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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