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산책]
양극화는 ‘상승장’ 초기 현상…미국 금리 인상 영향 미미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주택 시장이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나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선이라는 큰 변수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 빠른 투자자들이 한 걸음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4월 3주 차 서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5% 올라 올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주 연속으로 상승 폭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주택 시장의 상승세는 고가 지역에서 주도하는 상황이다. 집값이 가장 비싼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가 각각 0.07%씩 상승했고 마곡 개발 등 호재가 있는 강서구가 저가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전주 대비 0.07% 올랐다.

지방에서도 집값이 높은 지역인 해운대구가 속해 있는 부산과 평창 개발 호재가 있는 강원도도 각각 0.04% 상승했다. 반면 이들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약세를 보이거나 미미한 상승 폭만 보인다.

다시 말해 주택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양극화 현상은 주택 시장 상승장 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장 에너지에 한계가 있으므로 평소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이거나 확실한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에만 수요가 몰린다.



◆ 5개월 만에 반등한 투자심리지수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주택 가치 전망)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은행이 매월 조사하는 소비자심리지수를 살펴보면 작년 11월 107이었던 지수는 12월 미국에서 금리를 인상하자 97로 10포인트 급락한 이후 1월 92, 2월 92, 3월 99로 100선 이하로 떨어졌지만 4월 들어 103을 기록해 상승세 전환에 성공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이 넘으면 향후 1년간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이고 100이 되지 않으면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5월에도 투자심리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하락론에 대한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택 투자 심리 하락에 가장 영향을 끼쳐 왔던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2015년 12월 미국이 첫째로 금리를 인상하자 주택 투자 심리는 113에서 102로 11포인트 하락했던 일이 있다. 2016년 12월 미국에서 둘째로 금리를 인상하자 107에서 97로 지수가 10포인트 급락했었다.

“미국 금리가 인상될 때 한국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미국계 자금이 빠져나가 외환위기에 빠질 수 있으므로 한국도 할 수 없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비관론이 대세론처럼 시중에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면 집값이 내려간다”는 이야기처럼 그럴듯한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의 속성은 수익률을 따라 움직인다. A은행보다 B은행이 높은 금리를 보장하면 돈은 당연히 B은행으로 몰리게 된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국내의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예측도 이에 근거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당장의 금리 차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성장성이나 안정성 등 다양한 변수를 놓고 장기적으로 가장 수익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 돈이 흘러들어간다.

한국은 세계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넷째로 많은 나라다. 돈이 빠져나갈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벌써 금리를 세 차례나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한 차례도 올리지 않았다. 비관론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외국계 자금이 이미 다 빠져나가야 했고 한국은 망해야 했다.



◆ 대중이 인식한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월 5조~6조원 정도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이런 흐름은 미국이 셋째로 금리를 인상한 3월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동안 근거 없는 비관론에 따라 눌려왔던 주택 시장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첫째로 금리를 인상했을 때 투자심리지수는 11포인트 하락했다.

하락 폭으로는 2008년 국제 금융 위기 후 최대 규모였다. 둘째 금리 인상 때도 10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공포가 그만큼 컸다.

하지만 2017년 3월 15일 셋째로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투자 심리는 오히려 7포인트만큼 상승했다.

이제 대중은 미국 금리 인상이 한국 주택 시장에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상승론이 시장에 퍼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시세 상승 폭도 수도권 시장을 중심으로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내 집 마련이나 투자를 계획했던 사람이라면 그 시기를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당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앞으로 펼쳐질 장세는 무분별한 상승장이 아니다. 공급과잉이라는 확실한 악재가 시장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므로 대량 입주가 시작되는 올해 말부터 역전세난이 벌어지는 곳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주택 시장 전체로 보면 2월에 바닥을 찍고 이미 상승 중이다. 하지만 상승세가 퍼지는 지역이 있지만 지금도 하락을 멈추지 않는 지역도 많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펼쳐질 시장은 상승장이 아니라 공급과잉 지역과 공급 부족 지역 간의 차별화 장세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해가 들지 않는 응달에서 ‘아이 추워, 아이 추워’ 하고 떨 일은 아니다.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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