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외모를 보고 뽑는다고?”


[김진국의 심리학 카페]
과거 사례 보면 키 크고 잘생긴 후보 선거에서 유리


(일러스트 전희성)

[김진국 문화평론가·융합심리학연구소장] 데오도르 멜피 감독의 영화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초 미 항공우주국(NASA)을 배경으로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인종차별과 남녀 차별의 문제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흑인은 백인과 같은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같은 식당, 같은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영웅 존 F 케네디였다.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활약하던 시기와도 겹친다.

◆선거에서 외모도 무시 못해

미국에서 인종차별금지법이 도입된 것은 케네디 사후인 1964년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학자들은 인종과 성별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 외모와 건강 혹은 성격이 투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하는 데 관심이 많다.

심리학자 레슬리 마텔 등이 미국 남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키가 160cm 이하인 사람은 적극성·안정성·남성성 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런 결과는 실제 대선 결과와도 부합한다. 40여 명의 미국 역대 대통령 중 몇 명만 빼고 대부분은 키가 평균 이상이었다. 외모도 선거에서 큰 역할을 한다.

알렉산더 토도로프 프린스턴대 교수는 학생들에게 최근 미국 각 주 상원의원 선거의 당선자와 낙선자의 흑백사진을 보여주고 어느 후보가 더 경쟁력이 있는지 고르게 했다. 학생들은 사진을 1초만 보고도 어느 쪽이 경쟁력이 있는지 알아냈다. 그들의 선택과 실제 선거 결과와의 합치도는 70%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진화심리학자 마크 판 뷔히트의 ‘사바나 가설’을 한번 보자. ‘양복 입은 원시인’인 우리 현대인은 조상들이 옛날 사바나 초원에서 살던 시절 집단의 생존을 위해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던 리더와 비슷한 리더를 추구하는 진화적 본능이 유전자 속에 새겨져 있다. 우리는 저도 모르게 사바나 조상들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 사바나 가설의 주요 특징은 건강·신장·나이·남성적인 외모·성별·평판·카리스마 등이다.

큰 키와 대칭적인 얼굴은 리더가 유전적으로 건강해 그를 따를 가치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조상들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성숙한 남자’가 현명하고 권위가 있다고 여긴 것 같다. 수렵 및 채집 사회에서 무리를 외부적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고 화합과 결속을 다져줄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남성도 선호 대상이었다. 현대에도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가 드문 것은 이런 때문이다.

◆사바나 가설 이번에도 유효할까

또한 사람들은 리더와 그의 최측근들의 소소한 프라이버시에도 관심이 많다. 이력서나 자격증 등 검증을 위한 잣대가 없었던 사바나 시절에는 리더 후보자의 개인 정보, 즉 배우자나 가족들의 성격과 행동을 바탕으로 사람을 평가했기 때문이다. 사바나 시절의 습성은 지금도 현대인의 행동 지침이 되고 있다. 외부 상황에 따라 어떤 때는 얼굴, 어떤 때는 키 등 가중치가 바뀌기도 하지만 기본 틀은 그대로다.

사바나 가설에 입각해 지난 13대 대선에서 18대 대선까지 한번 살펴보자. 키가 크고 건강하고 잘생긴 후보가 유리하다고 했다. 13대 이후 지금까지 한국인 평균보다 작은 키를 가진 이가 당선된 적은 없다. 후보에 대한 개인적 선호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갈릴지도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관상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잘생긴 순서대로 노태우·김영삼·김대중 후보가 차례로 대통령이 됐다.

16대 대선의 승자는 평균 이하의 키를 가진 이회창 후보를 누른 노무현 후보였다. 17대 승자는 정동영 후보보다 키가 큰 이명박 후보였다. 지금은 탄핵돼 혼군(昏君)의 상징처럼 돼버렸지만 18대 대선 당시 고 육영수 여사의 단아한 이미지를 빼닮았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데에는 아버지의 후광도 작용했겠지만 뛰어난 미모도 한몫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이번 19대 대선에서 대통령을 뽑을 때 후보의 경력과 정책 등 이성적인 잣대를 무시하자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다만 이번 19대 대선에서도 과연 사바나 가설이 유효할 것인지 심리학자로서 관전하는 재미가 쏠쏠한 것은 사실이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