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2017 대선]
전문가들 “대통령 취임 후 첫 100일, 차기 정부 성패 판가름하는 시기”
(사진)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이 3월 29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직 인수위법 관련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당초 4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대선 직후 바로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대통령도 인수위를 설치해 운영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위헌 논란이 제기되면서 처리되지 못했고 국회 본회의 처리는 무산됐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19대 이전까지는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되면 약 두 달 동안 당선인의 신분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꾸려 새 정부 출범을 준비했다.
취임 후 성공적 국정 운영을 위해 자신의 선거 보좌 조직을 국정 운영 조직으로 전환해 안정되고 치밀한 국정 운영 계획을 마련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대통령직 인수위였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은 인수위를 통해 구체적인 정권 출범 준비를 할 수 없어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위법, ‘당선인’에게만 적용
정세균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들은 대선 이후 45일간 인수위에 준하는 기구를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문제를 3월 30일 논의했지만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새 대통령은 인수위 활동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당선을 선포하는 즉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현행 인수위법은 대통령 당선인에게만 적용된다. 대통령의 궐위 등에 따른 선거를 통해 당선되면 ‘당선인’이 아니라 바로 ‘대통령’ 신분이어서 인수위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선관위는 5월 9일 대선 투표가 마무리되면 다음 날(5월 10일) 전체 회의를 통해 결과에 따라 당선인을 확정할 예정인데, 이날부터 새 대통령의 공식적인 직무가 시작되는 셈이다.
지난 14대 대선(김영삼 대통령) 당시 처음으로 인수위가 발족된 이후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인수위 부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수위가 새로운 정부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소장은 “대통령 당선인이 향후 5년 동안 추진할 주요 정책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국정 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게 인수위”라며 “대통령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수위의 성공적 운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인수위 활동을 소홀히 취급하면 새 정부 출범 후 국정 운영이 어려울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한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후 국정 운영에 실패한 주된 원인도 대통령직 인수 기간 동안 국정 비전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정 공백 장기화 전망도 나와
실제로 그간 대통령 당선인들은 인수위를 통해 정부 조직과 기능, 예산 파악과 내각 구성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못하게 된 것이 문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난관은 내각 구성이다. 예컨대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약 두 달 동안 인수위를 통해 내각을 준비하고도 대통령 취임에 맞춰 이를 완성하는 데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는 통일부·여성부 장관 등이 인사청문회 벽을 넘지 못하면서 초대 내각 구성에 진통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 역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했지만 낙마하는 등 취임 한 달이 지나서야 내각 구성을 완료했다.
차기 정부는 인수위가 없는 만큼 이전보다 더욱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회 내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치러야 해 국정 공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대내외 국정 현안들이 산적한 가운데 국정 공백이 길어진다면 차기 정부의 초기 신뢰도 구축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장 북한 핵 위협에 대해 미국 등 국제사회가 압박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 중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미국의 비용 청구와 중국의 보복이 상존한다. 하루빨리 내각 구성이 필요한 이유다.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돼 정권 초기부터 새 정부를 향한 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 취임 후 첫 100일이 차기 정부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실제로 미국 등에서 성공한 대통령의 사례를 봐도 해당 기간 동안 국민들의 머릿속에 긍정적 이미지를 각인해 무한한 신뢰와 믿음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100일 동안 어떻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할지 인수위에서 만들어야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그렇지 못해 향후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 구성을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장관 인선이 늦어질 것을 대비해 차관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등 일종의 비상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행정자치부는 인수위 없는 조기 대선 정부에 ‘기획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인수위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각이 구성되거나 청와대 비서실이 꾸려질 때까지 준비 작업을 이 기구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위원회 운영 기간은 약 한 달로, 기존 인수위 기간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짧다.
enyou@hankyung.com
◆역대 인수위 구성과 특징은?
김영삼 대통령(14대) 첫 인수위 발족…16대부터 정착
1987년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선출된 뒤 꾸려진 ‘제13대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회’가 우리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직 인수 조직이다.
이 같은 특수성에 따라 조직 구성이 다소 늦어 공식 활동 기간은 39일밖에 되지 않았다. 다만 이 위원회는 대통령직의 인수보다 취임식 준비에 초점을 둬 엄밀한 의미에서 대통령직 인수위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물론 취임식 준비만 한 것은 아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364건 대선 공약의 이행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예산이 적게 드는 사업을 먼저 시작하고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사업은 향후에 하기로 정했지만 구체적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마련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14대 대선(김영삼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 인수위가 발족됐다고 보고 있다. 처음으로 대통령 당선인이 각 부처로부터 주요 현안 과제를 보고 받았고 구체적인 국정 운영의 방향을 잡았다. 부처를 새롭게 만들거나 통합하는 작업도 역시 처음으로 진행했다.
15대 대통령(김대중 대통령) 인수위는 헌정 사상 최초로 여당에서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진 이후 마련됐다. 차기 정부에서 추진할 100대 국정 과제를 선정했고 정책 수립에 반영하기 위한 여론조사와 토론회도 인수위에서 진행했다.
정부 조직 개편에 관여하지 않은 것도 15대 대통령 인수위의 특징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 조직 개편이 화두가 되자 인수위가 아닌 ‘정부 개편’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다만 정권 교체가 이뤄지다 보니 이전 정권으로부터 제대로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15대 대통령 인수위까지는 법률보다 하위에 있는 입법인 대통령령에 근거해 인수위가 설치됐다. 따라서 출범 당시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하는 등의 한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16대(노무현 대통령) 인수위부터는 바뀌었다. 출발은 대통령령에 따라 했지만 인수위 기간 중에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이 공포된 것이다. 쉽게 풀이하면 인수위가 사람(대통령 당선인)에 의한 지배를 받다가 제도(법률)의 지배를 받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인수위의 역할과 범위가 보완됐다. 정치인들의 참여가 줄어든 것도 이전 인수위와의 차별점이다.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전원이 비정치권·비정당·비관료 인사로 꾸려졌고 교수와 연구소의 연구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포함됐다.
17대(이명박 대통령) 인수위는 시작부터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을 기반에 두고 설치된 인수위다. 하지만 효율적 측면에서 다소 부족함을 보였다. 인수위 활동 중 청와대 참모진과 예비 내각 구성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 인수위와 비교할 때 가장 많은 분과위원회와 특임기구를 만들어 조직이 비대해진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내부에서 일부 조직의 대립과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보다 정치인들이 다시 인수위 중심에 자리 잡은 것도 부정적인 점으로 꼽힌다.
18대(박근혜 대통령) 인수위는 ‘낮은 인수위’를 표방하며 초반에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하지만 인수위가 보안을 크게 강조하다 보니 국민과의 소통을 등한시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불통’ 또는 ‘깜깜이’ 인수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인수위 기간 동안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실패했고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도 실시하지 못했다. 결국 새 정부가 정상적으로 출범하지 못하게 됐고 이런 측면에서 ‘미완의 인수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가들 “대통령 취임 후 첫 100일, 차기 정부 성패 판가름하는 시기”
(사진)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이 3월 29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직 인수위법 관련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당초 4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대선 직후 바로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대통령도 인수위를 설치해 운영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위헌 논란이 제기되면서 처리되지 못했고 국회 본회의 처리는 무산됐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19대 이전까지는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되면 약 두 달 동안 당선인의 신분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꾸려 새 정부 출범을 준비했다.
취임 후 성공적 국정 운영을 위해 자신의 선거 보좌 조직을 국정 운영 조직으로 전환해 안정되고 치밀한 국정 운영 계획을 마련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대통령직 인수위였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은 인수위를 통해 구체적인 정권 출범 준비를 할 수 없어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위법, ‘당선인’에게만 적용
정세균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들은 대선 이후 45일간 인수위에 준하는 기구를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문제를 3월 30일 논의했지만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새 대통령은 인수위 활동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당선을 선포하는 즉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현행 인수위법은 대통령 당선인에게만 적용된다. 대통령의 궐위 등에 따른 선거를 통해 당선되면 ‘당선인’이 아니라 바로 ‘대통령’ 신분이어서 인수위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선관위는 5월 9일 대선 투표가 마무리되면 다음 날(5월 10일) 전체 회의를 통해 결과에 따라 당선인을 확정할 예정인데, 이날부터 새 대통령의 공식적인 직무가 시작되는 셈이다.
지난 14대 대선(김영삼 대통령) 당시 처음으로 인수위가 발족된 이후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인수위 부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수위가 새로운 정부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소장은 “대통령 당선인이 향후 5년 동안 추진할 주요 정책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국정 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게 인수위”라며 “대통령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수위의 성공적 운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인수위 활동을 소홀히 취급하면 새 정부 출범 후 국정 운영이 어려울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한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후 국정 운영에 실패한 주된 원인도 대통령직 인수 기간 동안 국정 비전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정 공백 장기화 전망도 나와
실제로 그간 대통령 당선인들은 인수위를 통해 정부 조직과 기능, 예산 파악과 내각 구성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못하게 된 것이 문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난관은 내각 구성이다. 예컨대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약 두 달 동안 인수위를 통해 내각을 준비하고도 대통령 취임에 맞춰 이를 완성하는 데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는 통일부·여성부 장관 등이 인사청문회 벽을 넘지 못하면서 초대 내각 구성에 진통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 역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했지만 낙마하는 등 취임 한 달이 지나서야 내각 구성을 완료했다.
차기 정부는 인수위가 없는 만큼 이전보다 더욱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회 내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치러야 해 국정 공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대내외 국정 현안들이 산적한 가운데 국정 공백이 길어진다면 차기 정부의 초기 신뢰도 구축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장 북한 핵 위협에 대해 미국 등 국제사회가 압박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 중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미국의 비용 청구와 중국의 보복이 상존한다. 하루빨리 내각 구성이 필요한 이유다.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돼 정권 초기부터 새 정부를 향한 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 취임 후 첫 100일이 차기 정부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실제로 미국 등에서 성공한 대통령의 사례를 봐도 해당 기간 동안 국민들의 머릿속에 긍정적 이미지를 각인해 무한한 신뢰와 믿음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100일 동안 어떻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할지 인수위에서 만들어야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그렇지 못해 향후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 구성을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장관 인선이 늦어질 것을 대비해 차관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등 일종의 비상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행정자치부는 인수위 없는 조기 대선 정부에 ‘기획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인수위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각이 구성되거나 청와대 비서실이 꾸려질 때까지 준비 작업을 이 기구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위원회 운영 기간은 약 한 달로, 기존 인수위 기간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짧다.
enyou@hankyung.com
◆역대 인수위 구성과 특징은?
김영삼 대통령(14대) 첫 인수위 발족…16대부터 정착
1987년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선출된 뒤 꾸려진 ‘제13대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회’가 우리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직 인수 조직이다.
이 같은 특수성에 따라 조직 구성이 다소 늦어 공식 활동 기간은 39일밖에 되지 않았다. 다만 이 위원회는 대통령직의 인수보다 취임식 준비에 초점을 둬 엄밀한 의미에서 대통령직 인수위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물론 취임식 준비만 한 것은 아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364건 대선 공약의 이행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예산이 적게 드는 사업을 먼저 시작하고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사업은 향후에 하기로 정했지만 구체적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마련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14대 대선(김영삼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 인수위가 발족됐다고 보고 있다. 처음으로 대통령 당선인이 각 부처로부터 주요 현안 과제를 보고 받았고 구체적인 국정 운영의 방향을 잡았다. 부처를 새롭게 만들거나 통합하는 작업도 역시 처음으로 진행했다.
15대 대통령(김대중 대통령) 인수위는 헌정 사상 최초로 여당에서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진 이후 마련됐다. 차기 정부에서 추진할 100대 국정 과제를 선정했고 정책 수립에 반영하기 위한 여론조사와 토론회도 인수위에서 진행했다.
정부 조직 개편에 관여하지 않은 것도 15대 대통령 인수위의 특징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 조직 개편이 화두가 되자 인수위가 아닌 ‘정부 개편’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다만 정권 교체가 이뤄지다 보니 이전 정권으로부터 제대로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15대 대통령 인수위까지는 법률보다 하위에 있는 입법인 대통령령에 근거해 인수위가 설치됐다. 따라서 출범 당시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하는 등의 한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16대(노무현 대통령) 인수위부터는 바뀌었다. 출발은 대통령령에 따라 했지만 인수위 기간 중에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이 공포된 것이다. 쉽게 풀이하면 인수위가 사람(대통령 당선인)에 의한 지배를 받다가 제도(법률)의 지배를 받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인수위의 역할과 범위가 보완됐다. 정치인들의 참여가 줄어든 것도 이전 인수위와의 차별점이다.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전원이 비정치권·비정당·비관료 인사로 꾸려졌고 교수와 연구소의 연구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포함됐다.
17대(이명박 대통령) 인수위는 시작부터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을 기반에 두고 설치된 인수위다. 하지만 효율적 측면에서 다소 부족함을 보였다. 인수위 활동 중 청와대 참모진과 예비 내각 구성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 인수위와 비교할 때 가장 많은 분과위원회와 특임기구를 만들어 조직이 비대해진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내부에서 일부 조직의 대립과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보다 정치인들이 다시 인수위 중심에 자리 잡은 것도 부정적인 점으로 꼽힌다.
18대(박근혜 대통령) 인수위는 ‘낮은 인수위’를 표방하며 초반에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하지만 인수위가 보안을 크게 강조하다 보니 국민과의 소통을 등한시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불통’ 또는 ‘깜깜이’ 인수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인수위 기간 동안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실패했고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도 실시하지 못했다. 결국 새 정부가 정상적으로 출범하지 못하게 됐고 이런 측면에서 ‘미완의 인수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