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성공한 'Mr. 원칙', “수익 경쟁서 뒤지지 않겠다”

[커버스토리 = 대한민국 신인맥s 농협 : 인터뷰-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한경비즈니스 = 정채희 기자] 김용환(65)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업계의 유명한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오죽하면 그의 별명이 ‘미스터(Mr.) 원칙’일까.

이런 수식어가 붙기까지는 교육자의 아들로 산 그의 유년 시절과 행정고시에 붙은 후 공직에 입문해 국내 유수의 금융권 수장에 오르기까지의 다사다난했던 사건들이 영향을 줬다.

김 회장은 “원칙주의자로 살아왔고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농협금융지주 사상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것도 그의 이런 원칙이 통했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제2막을 시작한 김 회장을 만나 그의 인생 철학과 경영 철학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농협금융에 새바람 일으키다

“일이 뜻대로 안되면 밤새워 고민했어요.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다시, 또다시 찾아가요. 상대방이 장관이든 (기업의)사내이사든, 노동조합이나 시민사회이든 누구든지 상관없어요. 제 생각이 합리적이고 상식에 부합한다면 관철될 때까지 찾아갔습니다.”

1시간 정도의 인터뷰에서 ‘원칙’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김 회장은 금융감독위원회 재임 당시 2년 6개월 걸린 현대투자증권 매각 협상을 진행했고 18년간 끌어 온 생명보험사 상장 논란을 관련법 개정으로 종식시켰다. 협상 과정에서 때론 1년, 길게는 2~3년이 걸린 일이다.

지난해 조선·해운 부실 여신 충당금 여파로 농협금융지주에 경영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도 김 회장만의 원칙이 적용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누적 손실을 특정 회계연도에 몰아 한꺼번에 정리하는 회계 기법인 ‘빅 배스’ 전략을 꺼냈다. 안팎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힘들었어요. 그간 금융지주는 배당을 많이 내는 구조였기 때문에 적자를 내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죠. 이번 해엔 배당을 못한다고 했어요. 일부에선 검찰 고발 얘기도 나왔죠. 설득하는 데 한참 걸렸어요. 그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논란 속에서도 김 회장은 특유의 추진력으로 빅 배스 전략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상반기 적자를 털어내면서 하반기엔 비상 경영 선포를 통해 연간 실적을 흑자 전환시키며 농협금융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그의 임기 1년여 만이다.


(사진) 서범세 기자.

그가 원칙주의자가 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는 교육자였죠. 당시 대구사범과 광주사범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성공 가도인 대구사범 대신) 광주사범에 가셨어요. 40대에 교장을 다셨고 그때부터 65세 정년까지 줄곧 교편을 잡으셨어요. 이재에 밝지는 않으셨던 것 같아요. 당시 돈을 벌었다면 어마어마하게 큰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관사만 돌아다니셨지 아무것도 없었죠. 지금 95세이신데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 1시간씩 운동하셔요. 학생 때 착실했던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1952년 충남 보령에서 3남 3녀 중 넷째로 태어난 그는 서울고에 진학하며 서울행에 몸을 실었다. 부모 곁을 떠난 타지 생활은 외로웠다. 대학 2학년 때 남들보다 빠른 입대를 선택했다. 3년 후 제대하니 오히려 또래들에 비해 뒤처져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행정고시에 붙고 군대를 갔어요. 제대 후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시험을 준비했죠.”

이후론 탄탄대로였다. 1년 만인 1979년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과장, 금융감독위원회 증권감독 과장, 증권감독 국장,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지냈다. 이어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으로 공직자에서 기업인으로 명함도 바꿨다. 2015년 4월부터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어느덧 금융지주에서의 2년이 지나고 지주 최초의 연임 회장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그는 “어려운 때 와서 기반을 닦은 게 큰 역할을 한 것”이라며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몸을 낮췄다.

그 대신 자신이 몸담은 금융지주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중은행들은 너무 사업성만 좇아요. 이번 조선·해운 같은 큰 기간산업의 문제는 시중은행도 공공성 측면에서 도외시하지 말아야 해요. 그런 면에서 농협금융지주는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남은 임기 1년간 김 회장은 수익 제고를 위해 본격적으로 매진할 계획이다. 농협금융에서의 제1막이 리스크 관리였다면 제2막은 수익 제고에 치중한다는 전략이다. “이제부터는 수익 싸움이에요. 완전히 확 바꿔야죠. 올해 목표는 1조원(순이익 기준, 작년 3210억원)이에요. 지금까지는 순탄하게 가고 있어요.”

은퇴 후 김 회장의 꿈은 38년간 금융 전문가로 일해 온 경험을 살려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요즘 환경 변화가 엄청 빨라요. 그런데 규정 때문에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죠. 제 경험을 살려 시장에서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점점 커지는 시장, 규제가 많은 시장에서 제가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약력

1952년 충남 보령 출생. 서울고 졸업.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경희대 경영학 박사. 행정고시 23회. 금융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수출입은행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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