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공공은 직원 부족, 민간은 능력 부재로 불만 커져
(사진)일본 거리의 노인들. (/전영수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노후 간병의 후폭풍은 심각하다. 어떤 고단함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란 게 간병 경험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요양병원·요양원이 간병 필요별 적재적소에 수급되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비용 문제와 질병 정도 등의 미스매치로 수급 엇박자가 잦다. 그나마 공공시설은 대기 기간만 2~3년이다. 결국 가정에서 떠안을 수밖에 없기에 빈곤·갈등이 확대된다.
◆‘고령화’ 韓, 日 반면교사 삼아야
그간 한국 사회에서 간병 문제는 일부의 이슈였다. 샘플이 적고 공론화가 덜 된 결과다. 더는 아니다. 2017년 5월 드디어 고령사회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고령인구÷전체 인구’가 14%를 넘는다. 속도는 놀랍다. ‘7%→14%’에 18년이 걸리지 않아 미국(73년)과 일본(24년)을 추월했다. 초고령사회(20%)까지 9년(2026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일본은 벤치마킹이자 반면교사다. 일본은 일찌감치 재택 간병보다 시설 간병의 필요를 깨닫고 시설 확충에 나섰다. 재정 부담 때문에 최근 재택 간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지만 시설 공급도 장기간 반복됐다.
그럼에도 급증하는 간병 수요를 커버하지 못해 각종 불협화음이 계속된다. 중앙정부는 재정 부담 때문에 딜레마다. 간병·의료 서비스의 민간 공급을 독려하는 한편 ‘시설 간병→재택 간병’으로 방향을 틀며 저렴한 공공시설 입소 기준을 더 올려놓았다.
그 결과물이 시설·인원의 전국 단위 미스매칭이다. 공공시설엔 들어가지 못해 야단이고 민간 시설은 값비싼데 서비스가 별로여서 불만족이다. 결국 지방은 침대가 비었어도 도심은 대기자로 넘쳐난다.
대기 노인은 질병·치매 등으로 시설 입소를 원하지만 들어가지 못해 기다리는 노인 인구를 뜻한다.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특별 요양 시설(특양)만 가정하면 2016년 4월 후생노동성의 공식 집계로만 대기 노인이 36만6000명에 달한다.
노인 대상 공적 시설답게 음식·목욕·간병 등 필요 서비스가 시설에서 제공되고 비용까지 저렴해 인기다. 전국적으로 9400개 특양에서 현재 70만 명의 노인이 생활 중이다. 물론 대기 노인은 줄어들었지만 2013년 10월 52만 명까지 급증했었다.
그렇다고 간병 수요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2015년 이후 입소 규정이 까다로워지면서 입소 신청 자체를 아예 포기하는 이가 급증해서다. 결국 공공시설의 공급 부족은 그대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선 빈 침대도 상당하다. 전국적으로 특양의 침대 숫자는 56만 개지만 가동률은 96%로 집계된다. 즉 약 2만 개가 빈 침대란 의미다. 입소 희망자가 수두룩한 이면에 빈 침대도 발생하는 아이러니다.
96%의 가동률과 별개로 특양 중 빈 침대가 있는 시설은 13.5%에 달한다. 2016년 11~12월 1151개소 시설을 대상으로 미즈호종합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미스매칭 이유로는 대응이 어려운 의료 케어(9.6%), 곤란해진 직원 채용(7.8%), 늘어난 직원 이직(5.3%) 등이 꼽힌다.
◆정확한 조사로 수요·공급 맞춰야
특양의 인기 비결은 간단하다. 상시 간병이 필요한, 즉 재택 간병이 곤란한 비교적 중증(요간병 3 이상) 노인이 생활하도록 만든 시설(간병보험법)이기 때문이다. 간병보험으로 비용이 지불돼 월액 5만~15만 엔의 저가에 이용할 수 있다.
민간(유료 노인홈)과 달리 입주 일시금도 없다. 반면 민간 시설은 철저한 시장 논리에 입각한다. 가령 유료 노인홈은 일반적인 임대주택·아파트와 비슷하게 민간 운영이며 비용·입소 기준 등은 제각각이다.
이런 민간 시설은 크게 유료 노인홈(간병 부가, 주택형), 서비스 부가 고령자 전용 주택 등이 있다. 대부분 간병 서비스가 붙지만 특양과의 결정적인 차이는 임대 계약형이란 점이다.
미스매칭의 원인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간병 직원의 부족 사태다. 아무리 구인 광고를 올려도 간병 직원을 적재적소에 뽑지 못한다. 국가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입소자를 정원까지 받지 못하는 셈이다.
다음은 신청자의 감소 추세다. 2015년 제도 변경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간병이 필요한 5단계 질환 정도 중 요간병 3 이상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입소할 수 없도록 제도 운영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시설이 비었어도 들어가지 못하는 고령자가 늘어나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과소 지역인 지방 권역은 인구 감소로 입소를 희망하는 노인 자체가 감소세다. 때때로 들어올 사람을 찾기 위해 시설이 발 벗고 나설 정도다.
2030년까지 고령 인구가 20만 명 이상 증가한 지역은 도쿄·오사카 등 수도권에 국한된다. 대부분은 늘어봤자 10만 명 이하다.
반면 시설은 전국 공통적으로 지어져 수급 미스매칭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설로선 간병 직원이 없는데도 침대가 비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요자를 접수할 수는 없다. 돈은 되지만 중대한 사고 발생이 우려된다. 직원을 채용해도 곧 그만두기에 장기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다.
민간 시설은 사실상 능력 부재다. 국토교통성이 시설 정비를 담당하는 서비스 부가 고령자 전용 주택이 대표적이다. 임대주택 이용자는 월평균 약 14만 엔의 이용료를 낸다. 당초 건설 목표로 60만 호를 내걸었고 최근 6년간 21만5000호가 건설됐다.
이면엔 어두운 그림자가 적지 않다. 건설 러시로 파탄 지경의 시설이 상당하다. 서비스 부가 고령자 전용 주택의 급증 배경은 단순하다. 중앙정부가 각종 우대 조치를 통해 건설을 권장했기 때문이다. 건설비용의 보조나 고정자산세(재산세) 등을 우대해 줬다.
여기에 토지 소유자는 건설비만 내면 되도록 했다. 복잡한 건설·운영은 회사에 맡기는 계약 도입이 건설을 가속화했다.
아쉽게도 시설은 파탄 중이다. 운영 회사는 정부의 지원 강화만 믿고 비용 절감 등의 압박이 약해져 채산성을 잃고 있다. 시설이 늘면서 입주비율이 낮아져 수익이 악화되는 악순환 때문이다.
NHK에 따르면 폐업 및 등록 취소 신청 건수가 전국에서 약 260건에 달한다. 시설의 급증 필요에 올라탄 중앙 정책과 현실의 냉혹한 운영 상황이 간극을 벌린 것이다. 민간에선 정확한 수요 조사가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비효율을 해소하고 미스매칭을 풀 묘안 모색이 시급한 이유다.
공공은 직원 부족, 민간은 능력 부재로 불만 커져
(사진)일본 거리의 노인들. (/전영수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노후 간병의 후폭풍은 심각하다. 어떤 고단함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란 게 간병 경험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요양병원·요양원이 간병 필요별 적재적소에 수급되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비용 문제와 질병 정도 등의 미스매치로 수급 엇박자가 잦다. 그나마 공공시설은 대기 기간만 2~3년이다. 결국 가정에서 떠안을 수밖에 없기에 빈곤·갈등이 확대된다.
◆‘고령화’ 韓, 日 반면교사 삼아야
그간 한국 사회에서 간병 문제는 일부의 이슈였다. 샘플이 적고 공론화가 덜 된 결과다. 더는 아니다. 2017년 5월 드디어 고령사회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고령인구÷전체 인구’가 14%를 넘는다. 속도는 놀랍다. ‘7%→14%’에 18년이 걸리지 않아 미국(73년)과 일본(24년)을 추월했다. 초고령사회(20%)까지 9년(2026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일본은 벤치마킹이자 반면교사다. 일본은 일찌감치 재택 간병보다 시설 간병의 필요를 깨닫고 시설 확충에 나섰다. 재정 부담 때문에 최근 재택 간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지만 시설 공급도 장기간 반복됐다.
그럼에도 급증하는 간병 수요를 커버하지 못해 각종 불협화음이 계속된다. 중앙정부는 재정 부담 때문에 딜레마다. 간병·의료 서비스의 민간 공급을 독려하는 한편 ‘시설 간병→재택 간병’으로 방향을 틀며 저렴한 공공시설 입소 기준을 더 올려놓았다.
그 결과물이 시설·인원의 전국 단위 미스매칭이다. 공공시설엔 들어가지 못해 야단이고 민간 시설은 값비싼데 서비스가 별로여서 불만족이다. 결국 지방은 침대가 비었어도 도심은 대기자로 넘쳐난다.
대기 노인은 질병·치매 등으로 시설 입소를 원하지만 들어가지 못해 기다리는 노인 인구를 뜻한다.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특별 요양 시설(특양)만 가정하면 2016년 4월 후생노동성의 공식 집계로만 대기 노인이 36만6000명에 달한다.
노인 대상 공적 시설답게 음식·목욕·간병 등 필요 서비스가 시설에서 제공되고 비용까지 저렴해 인기다. 전국적으로 9400개 특양에서 현재 70만 명의 노인이 생활 중이다. 물론 대기 노인은 줄어들었지만 2013년 10월 52만 명까지 급증했었다.
그렇다고 간병 수요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2015년 이후 입소 규정이 까다로워지면서 입소 신청 자체를 아예 포기하는 이가 급증해서다. 결국 공공시설의 공급 부족은 그대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선 빈 침대도 상당하다. 전국적으로 특양의 침대 숫자는 56만 개지만 가동률은 96%로 집계된다. 즉 약 2만 개가 빈 침대란 의미다. 입소 희망자가 수두룩한 이면에 빈 침대도 발생하는 아이러니다.
96%의 가동률과 별개로 특양 중 빈 침대가 있는 시설은 13.5%에 달한다. 2016년 11~12월 1151개소 시설을 대상으로 미즈호종합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미스매칭 이유로는 대응이 어려운 의료 케어(9.6%), 곤란해진 직원 채용(7.8%), 늘어난 직원 이직(5.3%) 등이 꼽힌다.
◆정확한 조사로 수요·공급 맞춰야
특양의 인기 비결은 간단하다. 상시 간병이 필요한, 즉 재택 간병이 곤란한 비교적 중증(요간병 3 이상) 노인이 생활하도록 만든 시설(간병보험법)이기 때문이다. 간병보험으로 비용이 지불돼 월액 5만~15만 엔의 저가에 이용할 수 있다.
민간(유료 노인홈)과 달리 입주 일시금도 없다. 반면 민간 시설은 철저한 시장 논리에 입각한다. 가령 유료 노인홈은 일반적인 임대주택·아파트와 비슷하게 민간 운영이며 비용·입소 기준 등은 제각각이다.
이런 민간 시설은 크게 유료 노인홈(간병 부가, 주택형), 서비스 부가 고령자 전용 주택 등이 있다. 대부분 간병 서비스가 붙지만 특양과의 결정적인 차이는 임대 계약형이란 점이다.
미스매칭의 원인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간병 직원의 부족 사태다. 아무리 구인 광고를 올려도 간병 직원을 적재적소에 뽑지 못한다. 국가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입소자를 정원까지 받지 못하는 셈이다.
다음은 신청자의 감소 추세다. 2015년 제도 변경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간병이 필요한 5단계 질환 정도 중 요간병 3 이상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입소할 수 없도록 제도 운영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시설이 비었어도 들어가지 못하는 고령자가 늘어나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과소 지역인 지방 권역은 인구 감소로 입소를 희망하는 노인 자체가 감소세다. 때때로 들어올 사람을 찾기 위해 시설이 발 벗고 나설 정도다.
2030년까지 고령 인구가 20만 명 이상 증가한 지역은 도쿄·오사카 등 수도권에 국한된다. 대부분은 늘어봤자 10만 명 이하다.
반면 시설은 전국 공통적으로 지어져 수급 미스매칭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설로선 간병 직원이 없는데도 침대가 비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요자를 접수할 수는 없다. 돈은 되지만 중대한 사고 발생이 우려된다. 직원을 채용해도 곧 그만두기에 장기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다.
민간 시설은 사실상 능력 부재다. 국토교통성이 시설 정비를 담당하는 서비스 부가 고령자 전용 주택이 대표적이다. 임대주택 이용자는 월평균 약 14만 엔의 이용료를 낸다. 당초 건설 목표로 60만 호를 내걸었고 최근 6년간 21만5000호가 건설됐다.
이면엔 어두운 그림자가 적지 않다. 건설 러시로 파탄 지경의 시설이 상당하다. 서비스 부가 고령자 전용 주택의 급증 배경은 단순하다. 중앙정부가 각종 우대 조치를 통해 건설을 권장했기 때문이다. 건설비용의 보조나 고정자산세(재산세) 등을 우대해 줬다.
여기에 토지 소유자는 건설비만 내면 되도록 했다. 복잡한 건설·운영은 회사에 맡기는 계약 도입이 건설을 가속화했다.
아쉽게도 시설은 파탄 중이다. 운영 회사는 정부의 지원 강화만 믿고 비용 절감 등의 압박이 약해져 채산성을 잃고 있다. 시설이 늘면서 입주비율이 낮아져 수익이 악화되는 악순환 때문이다.
NHK에 따르면 폐업 및 등록 취소 신청 건수가 전국에서 약 260건에 달한다. 시설의 급증 필요에 올라탄 중앙 정책과 현실의 냉혹한 운영 상황이 간극을 벌린 것이다. 민간에선 정확한 수요 조사가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비효율을 해소하고 미스매칭을 풀 묘안 모색이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