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용화” 자율주행차 시대 온다

[SPECIAL REPORTⅢ = 자율주행차]
한 발 앞선 구글, ‘뒤쫓는’ 벤츠·아우디·BMW…뒤처진 한국 기업



(사진)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인도네시아에서 테스트 주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2014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일컬어지는 미국 디트로이트가 술렁였다.

사람이 운전대에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자동차가 방향을 바꾸고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는데도 가다 서는 자동차가 공개된 것이다.

놀라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 자동차를 선보인 기업이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와 같은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글로벌 IT 기업 구글이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더 놀랐다.

하지만 구글은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감 넘치게 이렇게 메시지를 전했다. “10년 안에 무인 자동차가 도로를 점령하면서 기존의 자동차 산업 질서를 재편하고 도시의 형태를 바꿀 것이다. 구글의 혁신은 계속된다.”

구글이 이 메시지를 던진 지 3년이 지난 현재, 세계의 자동차 산업은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선구자인 구글을 필두로 벤츠·BMW·아우디·제너럴모터스(GM)·테슬라·현대차·기아차·도요타 등 자동차 제조 기업은 물론 네이버·SK텔레콤·애플·아마존·우버 등 각종 산업 영역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뛰어들었다.

◆ 핵심 기술은 ‘ADAS’

자율주행차는 말 그대로 자동차가 주행 환경을 인지하고 주행 경로를 계획해 스스로 운행하는 자동차다. 기본이자 핵심이 되는 기술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다.

이는 인지·판단·제어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ADAS는 운전자의 운전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으로, 비상 상황 시 대비할 운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ADAS가 발전한 것이 자율주행 기술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구조는 센서·프로세서·알고리즘·액추에이터로 구성된다. 센서는 자동차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프로세스가 수집된 데이터를 처리한다.

또 알고리즘은 처리 결과를 해석해 운행에 대한 결정을 하며 액추에이터는 시스템 제어장치에 해당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자 판단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인 알고리즘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환경 인식, 위치 인식 및 매핑·판단·제어·인터랙션으로 나뉜다. 환경 인식은 라이더·레이더·카메라 등의 센서를 사용한다. 라이더는 빛을 이용해 물체를 감지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레이더는 전자기파를 주기적으로 쐈을 때 물체에 부딪쳐 반사되는 전자기파를 읽어 물체와의 거리, 움직이는 방향, 높이 등을 확인한다. 따라서 멈춰 있거나 움직이는 장애물, 도로 표식, 신호등의 신호를 인식할 수 있다.

위치 인식 및 매핑은 위성항법장치(GPS), 기타 매핑을 위한 센서를 사용한다. 또한 현재 자동차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인지한다. 판단은 목적지까지의 경로 계획, 장애물 회피 경로 계획, 주행 상황별 행동 판단 등 운전자가 주행 시 판단하는 것과 같다.

제어는 조향·가감속·기어 등 액추에이터를 제어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랙션은 운전자에게 경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며 주변 차량과 주행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포함한다.

자율주행차는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의 분류 체계에 따른 운전자와 자율주행 프로그램 간의 책임 비율을 기준으로 레벨0부터 레벨6까지 구분해 나누고 있다.

레벨0은 비자동으로 운전자가 항상 브레이크·속도조절·조향 등 안전 기능 제어 및 교통 모니터링, 안전 조작에 책임을 가져야 하는 수준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단계다.

레벨1은 기능 특화 자동 수준으로 운전자가 항상 브레이크·속도조절·조향 등 안전에 민감한 기능을 제어하고 교통 모니터링 등 안전 조작에 책임을 지는 수준이다.

레벨2는 두 개 이상의 제어 기능이 조화롭게 작동하는 수준이지만 운전자가 모니터링, 안전에 책임을 지고 차로 중앙 유지, 핸들과 페달을 제어해야 한다.

레벨3는 제한된 자율주행 단계로 특정 교통 환경에서 자동차가 모든 안전 기능을 제어하고 자동차가 모니터링 권한을 갖되 운전자가 제어가 필요한 경우에 경보 신호를 제공한다. 사실상 레벨3부터가 자율주행 영역이다.

레벨4는 완전 자율주행으로 자동차가 모든 안전 기능을 제어하고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수준이며 운전자는 목적지만 입력하면 된다. 즉,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수준이 4단계다.

마지막 레벨5는 항시 운전자의 개입이 불필요한 수준이다.

벤츠·BMW·아우디·닛산·도요타·현대차 등 주요 업체들 역시 2020년까지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레벨3 자율주행차 상용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최근 자동차 산업 동향 분석을 통해 자율주행차 시장이 2020년부터 형성되고 2022년까지 도심 자율주행차의 기술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2035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자동차 4대 중 1대는 자율주행차이고 완전 자동 주행 자율주행차는 1200만 대, 부분 주행 자율주행차는 1800만 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선진국은 정부가 나서 자율주행 지원

현재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은 국내외적으로 IT 기업, 완성차 기업으로 나뉜다. 우선 IT 기업은 구글·엔비디아·모빌아이·애플·네이버가 있다. 완성차 기업으로는 GM·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FCA)·도요타·현대차·기아차 등이 해당된다.

한 기존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우버·리프트 등의 운행 서비스 회사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각 회사들은 학계·연구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주행 테스트를 시행하고 있다.

구글은 IT 기업과 완성차 기업을 포함해 가장 선도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은 2011년 네바다 주에서 일반도로 시험 운행 시작 이후 300만km 이상의 주행 테스트를 진행했고 이미 자율주행 레벨4에 근접한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뒤를 이어 벤츠·아우디·BMW 등 자동차 3사가 뒤쫓고 있다. 이들은 내비건트리서치가 실시한 자율주행차 경쟁력 조사에서 가장 앞선 리더 그룹에 자리해 있다.

아시아에서는 도요타·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현대·기아차나 네이버 등 한국 자율주행 기술은 이들보다 뒤처진 상황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은 미래의 자동차 산업이 자율주행으로 재편될 것을 예상해 정부가 직접 나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자율주행과 관련된 법제화를 서두른 반면 한국은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실도로를 주행해야 하는 만큼 정부의 정책 지원 없이는 완성되기 어려운 과제다.

북미·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자율주행차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미시간 주는 지난해 12월 주행도로 자율주행차량 실험을 비롯해 자율주행차의 사용·판매에 이르는 부분을 모두 허가하는 법을 통과시키며 자율주행차에 대한 법제화를 선도적으로 추진했다.

미국에서 자율주행차의 공공 도로 시험 운행이 허용된 곳은 네바다·캘리포니아·버지니아·플로리다·워싱턴D.C. 등 6개 주에 달한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도로교통법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작년부터 모든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운행을 허가했다.

유럽은 2014년 빈 도로교통협약을 수정해 자율주행차 주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영국은 산업 혁신 로드맵에 자율주행차 분야를 추가하고 4개 도시를 자율주행 시범 도시로 지정해 시험 운행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자율주행차 개발을 지능형 도로 인프라 구축 분야와 지능형 차량으로 나눠 다양하게 투자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완성차 업체, 부품 업체와 공동으로 교통 체증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세계 최초로 고령자 맞춤형 1인승 모빌리티를 양산 중이다.

하지만 한국은 일반 도로에서 연구 목적으로 허가받은 자율주행차만 시범 운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자율주행차가 당장 판매되면 적용할 법안도 마땅하지 않다.



◆ 대기업이 이끄는 국내 자율주행

한국은 현대차·기아차·SK텔레콤·네이버·만도 등 국내 대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현대·기아차가 국내 기업 중에는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한창이며 미국 네바다 주 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해 놓은 상태다. 2030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네이버가 눈에 띈다. 국내 IT 기업 최초로 국토교통부 도로 주행 임시 허가를 받았다.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레벨3에 해당된다. 적용 기술은 카메라·딥러닝 기반으로 데이터 축적에 따라 자율주행 기능이 향상되는 특징이 있다.

서울대가 개발한 도심형 자율주행차 스누버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레벨3에 해당되며 카메라와 센서 기반의 기술을 적용했다. 또한 국내 최초로 일반 도로 자율주행 면허를 획득했고 일반 도로 1만km 무사고 주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만도는 전방 감지용 장거리 레이더 센서 등 자율주행차에 장착된 핵심 원천 기술을 국내 최초로 양산했고 2020년까지 레벨3 이상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시스템 기술을 확보하고 2022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컴퓨팅 기업 엔비디아(NVIDIA)와 손잡고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인 △3D 초정밀 지도(HD Map) 제작 △5G 등 차세대 네트워크 기반 차량 통신(V2X 등) △두뇌 역할의 자율주행 플랫폼 등의 개발에 나섰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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