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빅데이터’로 본 중년의 의미

[빅데이터]
‘청와대 F4’ 등 외모 관련 언급 급증…텍스트에서 이미지 중심 플랫폼 변화

[한경비즈니스=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 현재 한국의 평균수명은 82세다. 의학의 발달 속도를 볼 때 머지않아 평균수명이 90세에 달해 100세인을 보는 것이 흔한 시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중년은 단순히 노년을 맞이하는 전 단계가 아니다. 지금의 중년은 한마디로 준비된 청춘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중년은 젊은 세대처럼 인터넷이나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지나간 청춘이 싱그럽고 풋풋하긴 했지만 너무 서툴렀다면 이제 관록과 다양한 인생 경험이 붙은 중년의 청춘은 새로운 시작이다.


(사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년의 외모주의가 재조명되고 있다. 외모가 준수한 사람들이 현 정부의 요직을 선점한 것을 가리키는 이른바 '얼굴패권'의 중심에 조국 민정수석이 있다. 조 민정수석이 5월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브리핑을 마치고 정리하고 있다.

◆‘얼굴패권’ 등 중년 외모 신조어 급증

2017년 ‘장미 대선’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년의 외모주의가 재조명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외모 관련 상위 연관 키워드를 분석해 본 결과 전년 대비 새로 등장한 키워드가 발견됐다. 이른바 ‘얼굴패권’이다. SNS에서 5월 기준 1만 건 이상이 새 정권의 외모로 언급됐다.

‘얼굴패권’은 외모가 준수한 사람들이 현 정부의 요직을 선점한 것을 가리키는 말로, 새 정부의 등장과 함께 주목받은 신조어다.

‘얼굴패권’의 동의어로 ‘얼굴복지’, ‘안구복지’, ‘청와대F4' 등의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중 'F4'란 꽃미남 4인방을 일컫는 말로, 누리꾼들이 문재인 대통령,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3인에 청와대에 몸담고 있지는 않지만 대선 기간 동안 문 대통령을 경호한 최영재 경호원까지 더해 ‘청와대 F4’로 부른다.

‘얼굴패권주의’의 등장은 외모주의의 열풍과 함께 ‘꽃중년’이나 ‘미중년’과 같은 중년들의 매력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꽃중년의 검색 연관어로 ‘짧은 바지’, ‘대통령 바지’가 제일 먼저 나타날 정도로 보좌진보다 짧은 문재인 대통령의 짧은 바지가 화제가 됐다. 실제 최근 패션가에서는 오히려 짧은 바지를 선호하는 중년 남성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스마트폰 보급의 증가로 카메라 휴대성이 높아지면서 과거 텍스트 중심이었던 SNS가 이미지나 사진 위주의 플랫폼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의 게시물을 타인과 공유하는 SNS 특성상 타인에게 보이는 ‘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관심사가 ‘외모’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SNS에서 외모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알아본 결과 2015년 외모 관련 언급량은 1658만2508건이었지만 1년 뒤인 2016년 2980만5268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외모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한다는 것을 뜻한다.


무엇보다 사진 위주의 SNS인 인스타그램의 열풍이 실질적으로 외모주의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40대 이상의 남성들도 SNS를 통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셀카 사진을 올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년층 방송 언급량 해마다 늘어

이러한 흐름은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데이트 사이트 ‘오케이큐피드(OkCupid)’의 공동 창업자이자 데이터 과학자인 크리스천 러더는 자신이 운영하는 데이트 사이트 ‘오케이큐피드’에 등록된 5500만 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남녀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성의 연령을 조사했다.

남성들에게 가장 예뻐 보이는 여성의 나이를 조사한 결과 모든 남성이 24세 이하의 젊은 여성이 가장 예뻐 보인다고 답했다. 반면 여성들의 설문 결과는 완전 상이했다. 여성들은 대개 같은 나이의 남성이 가장 잘생겨 보인다고 답했다.

결국 여성의 미는 ‘안티에이징(anti-aging)’이지만 남성의 미는 ‘웰에이징(well-aging)’이다. 특히 중년 남성은 무조건 젊어 보이게 하기보다 자기 나이에 맞게 건강하게 보이는 것이 매력적인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 없다면 나이 드는 것을 거부하는 것보다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다. 전 세계 남성 잡지 표지 모델로 가장 많이 등장한 배우가 1961년생 조지 클루니라는 사실은 남성의 미가 단순히 젊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방송에서도 꽃중년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년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중년 배우들이 안방극장을 꽉 채우고 있다.

2016년부터 SNS에서 꽃중년 대표 배우 1위는 조진웅, 2위는 영국의 영화배우 콜린 퍼스다. 중년층의 방송 언급량은 2016년 5만5769건, 2017년도 현재까지 추세로 보면 6만 건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률에 민감한 방송사가 시청률에 중요한 높은 연령대를 잡기 위해 꽃중년 배우들의 활약이 기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진) 사진형 SNS 인스타그램 속 ‘외모’ 관련 해시태그 언급량. /인스타그램

◆100세 시대, 중년의 의미

과거엔 60세만 돼도 환갑잔치를 벌였다. 60세 이후를 여생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남아 있는 삶은 덤이고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 남은 삶이 30년이 넘는다면 인생의 3분의 1 이상이나 되는 시간을 자투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인생 3모작에 맞는 인생 설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주거·일자리·복지 등 사회 시스템이 100세 시대에 맞춰져 있지 않다. 과거에는 은퇴해서 일로부터의 해방을 꿈꿔 왔다면 이제는 은퇴 후 일을 통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노인에 대한 시각이 사회적 비용을 잡아먹는 부담스러운 존재에서 생산적 주체로 바뀌어야 된다.

중년들은 이제 과거처럼 남은 삶을 보내고 있다가는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한다.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중년을 넘어 노년의 새로운 트렌드가 필요하다.

인생 3모작 시대를 위해 자신이 원하는 일,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인생을 뜻깊게 마무리할 준비를 해야 한다. ‘외모도 스펙’이고 ‘외모가 예쁜 사람이 자기 관리를 잘한다는 것’이라는 말이 꽤 많은 공감을 얻는 세상이다. 외모가 누군가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에 많은 중년들은 공감할 것이다.

중년도 이제는 평가 받는 시대다.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삶의 목표는 무엇이고 목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건강한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단순히 외모로서가 아니라 또 다른 자기 관리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결국 100세 시대는 그냥 오래 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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