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졌던 철강 신화’ 포스코의 부활


[스페셜리포트]

고강도 경영 쇄신…1분기 영업이익 ‘1조 클럽’ 재진입



(사진) 포스코는 2015년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며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모두가 경영난을 말하는 저성장 시대에도 ‘흑자 경영’으로 타의 모범이 되는 기업들은 존재한다. 이들 기업은 우수한 실적을 입증하며 한국 경제의 성장과 고용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일조하고 있다. ‘잘되는’ 기업은 뭐가 다를까. 흑자 경영의 성공 사례, 둘째 주인공은 철강업계의 신화로 불리는 포스코다.



포스코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의 2배 수준을 기록하며 회사 측에서 예상했던 잠정치마저 훌쩍 뛰어넘었다. 주력 사업인 철강 부문의 이익 증가와 건설·무역 등 비철강 부문에서의 고른 실적 개선에 힘입은 결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3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5조772억원, 순이익은 9769억원으로 각각 20.9%와 188.7% 상승했다. 당초 포스코가 예상했던 실적 잠정치인 매출액 14조6000억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포스코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불과 2년 전인 2015년까지만 해도 포스코가 지금처럼 다시 잘나갈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2015년은 포스코에 최악의 해로 기억된다. 이전까지 무리한 사업 확장을 펼쳐 온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철강 수요 부진이 겹치며 발목을 잡혔다.


당시 세계 철강 산업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 구간에 진입한 상태였다. 과잉 설비에 따른 공급과잉 현상 및 저가 중국산 철강재 유입 확대라는 구조적인 문제까지 겹치면서 자연히 포스코의 실적은 악화 일로에 접어들었다.


무리한 사업 확장도 독이 돼 돌아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말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 하이알의 파산이다. 포스코 하이알은 수입에 의존해 온 발광다이오드(LED) 핵심 소재인 고순도 알루미나를 생산하기 위해 2012년 설립한 회사였다.

적자가 지속되면서 결국 파산을 결정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포스코 계열사가 파산한 것은 1968년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포스코의 내부 분위기마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상태였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임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됐고 정계 인사들과 관계있는 하청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특혜를 제공한 정황이 드러나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런 포스코를 빗대 ‘날개 없는 추락’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 결과 2015년 당기순손실 962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적자를 내기도 했다. 약 50년 동안 이어지던 포스코의 흑자 신화가 깨지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포스코가 정말로 망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공든 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한때 분기 영업이익이 삼성전자를 능가할 정도로 막강했던 포스코는 위기 대처 과정도 남달랐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조직 전체를 혁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략① 고강도 경영 쇄신

적극적인 구조조정 및 인적 쇄신


포스코가 다시 한 번 실적 대박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는 고강도 경영 쇄신안을 들 수 있다. 말로만 쇄신을 한 것이 아니라 ‘사즉생’의 각오로 이를 실천했다. 업계에서는 좋은 경영 쇄신의 대표적 기업으로 포스코를 꼽을 정도다.


포스코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2015년부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현재까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이어 가는 상태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비핵심 분야의 자산을 정리해 전체 사업을 철강 위주로 재편하는 것이다.


실적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 비핵심 자산은 무조건 처분한다는 목표 아래 이를 진행했다. 부실 계열사를 계속 안고 가면 그룹 전체의 부실로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즉, 선택과 집중을 통한 실적 반등의 기틀을 다져 왔다.

예컨대 창립 이후 처음으로 2015년 계열사인 포스코 하이알을 정리한 것도 이런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해까지 계열사 정리와 자산 매각 등 총 126건의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당초 구조조정 목표였던 149건 중 84.6%를 완료했다. 올해 23건의 계열사 및 자산 구조조정을 통해 당초 세웠던 149건의 구조조정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모든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총 6조9000억원의 재무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내다봤다.


경영 쇄신에는 구조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경영 방식에 대한 개선도 포함된다.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윤리 경영’을 회사 운영의 최우선 순위로 정착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비리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폐쇄적인 경영 방식을 버렸다.

업종별·분야별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모든 거래를 100% 경쟁계약으로 전환해 청탁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특히 금품 수수, 횡령, 성희롱, 정보 조작의 경우 지위 고하와 경중을 따지지 않고 한 번 위반 시 바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적용했다. 포스코는 이 같은 혁신을 발판 삼아 시장의 우려를 무색하게 만들며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전략② 수익성 개선

고부가가치 제품 창출에 노력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한 것도 호실적의 비결이다. 포스코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수시로 변한다. 특히 주력인 철강 산업이 그렇다.

철강 산업은 자동차·조선·건설 등이 주요 수요 산업이고 철강재는 이들 산업의 원자재로 사용된다. 향선별 판매를 보면 내수와 수출의 비율이 5 대 5 수준이다. 즉, 국내외 자동차 및 조선업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사정이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 있다.

원재료 역시 가격이 급등락을 보이고 있어 늘 불안하다. 철강 제조의 원료가 되는 철광석과 원료탄 등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올해 1분기 철광석 가격은 철강사 판매 호조에 따른 수요 증가와 중국 경기 부양 기대감으로 톤당 86달러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2분기에는 중국 제품 가격 하락 및 철광석 공급과잉 상황 지속으로 톤당 65~7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수시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 포스코는 계속해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해 왔다. 월드 프리미엄 제품의 확대가 대표적인 예다. 월드 프리미엄 제품은 포스코가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말한다.


이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은 상대적으로 주변 산업 환경의 영향을 덜 받아 실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포스코는 수익성이 낮은 아연도금 강판 판매를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마그네슘도금 강판 판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월드 프리미엄 제품이 실적 효자 노릇을 했다. 1분기 판매 비율은 전 분기 대비 2.4%포인트 증가한 53.4%까지 상승했다. 2019년에는 60%까지 비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포스코는 월드 프리미엄 제품 가운데 ‘기가 스틸’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다.


꿈의 강철이라고 불리는 기가스틸은 포스코가 전 세계에서 최초로 생산해 최근 상용화에 성공했다. ㎟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 강판으로, 전기자동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가 늘어나면 기가스틸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자동차는 배터리와 모터 장착으로 차 무게가 일반 자동차보다 무겁다.

이에 따라 1회 충전 주행거리의 영향을 받는다. 기가스틸은 이런 흐름에 발맞춰 자동차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미래 소재여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 혁신은 현재 진행형


위기에서 벗어난 포스코는 올해 5년 만에 대졸 신입 사원을 채용했다. 하반기 채용까지 포함한 올해 포스코그룹 전체 채용 규모는 약 4500명에 달한다. 젊은 피 수혈과 함께 포스코는 ‘신(新)중기전략’을 통해 향후에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 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월드 프리미엄 제품 고도화와 미래 성장 분야 투자 그리고 스마트 산업 육성이 목표 달성을 위해 포스코가 제시한 전략이다.


포스코는 월드 프리미엄 제품 중에서도 수익성이 월등한 제품은 월드 프리미엄 플러스로 이름 짓고 판매 비율을 높일 예정이다.


(사진) 3700억원을 투자해 증설 중인 포스코 포항 3고로는 각종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학습하는 '스마트 고로'로 이달부터 본격 가동된다./포스코 제공

미래 성장 분야에서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리튬·니켈 등 에너지 저장 소재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2월 전남 광양제철소에 국내 최초로 리튬 생산 공장을 준공하고 탄산리튬 상업 생산에 돌입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만큼 스마트 산업 육성도 핵심 과제다. 스마트 공장, 스마트 빌딩, 스마트 시티, 스마트 에너지 등의 사업을 주력 계열사인 포스코건설·포스코에너지·포스코ICT 등과 함께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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