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Ⅱ-비트코인 광풍]
‘프리미엄 효과’로 국제보다 국내 시세 높아…해킹 등 피해 사례도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 비트코인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의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해 12월 1일 1비트코인에 753.25달러(약 84만원)였다. 당시 덴마크의 삭소은행(Saxo Bank)은 2017년 비트코인이 2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죽하면 이 은행에서 발표하는 연례 보고서의 이름조차 ‘터무니없는 예측’일 정도였다. 그런데 이 터무니없는 예측이 ‘엄연한 현실’이 됐다.
코인데스크의 비트코인 시세는 5월 20일 2051.73달러(약 230만원)를 넘어서더니 5월 24일 2476.30달러(약 277만원)를 찍었다. 한 달 사이에 무려 80% 가까이 가격이 치솟은 셈이다. 시세가 지나치게 급등한 때문에 경계심이 커지며 바로 다음 날인 5월 25일 2106.31달러(약 236만원)까지 하루 새 15% 정도 떨어졌다. 이후 서서히 가격이 올라 6월 1일 2425.12달러(약 272만원) 수준을 기록했다.
그런데 롤러코스터를 타는 비트코인 시세에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또 다른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삭소은행에서 ‘비트코인 2000달러’를 예견했던 애널리스트 중 한 명인 반 피터슨 애널리스트가 “10년 후 비트코인은 10만 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비트코인 ‘10년 내 10만 달러’ 간다고?
피터슨 애널리스트가 ‘10년 뒤 10만 달러’를 자신한 근거는 무엇일까. 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포함한 전체 ‘대체 암호 화폐(alternative cryptocurrency)’의 하루 평균 거래량(ADV)은 10년 내 전체 신용화폐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현재 외환 ADV는 5조 달러를 약간 넘는데 10%면 약 5000억 달러로 계산된다.
이 중 비트코인의 점유율은 35% 정도로 1750억 달러가 매일 거래된다는 의미다. 피터슨 애널리스트는 10년 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하루 거래량의 10배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가총액은 1조7500억 달러다.
비트코인의 개발자는 공급량을 2100만 개까지 제한했고 그 마지막 채굴은 2140년이 돼야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10년 후 비트코인 유통량은 1700만 개로, 현재의 유통량인 1630만 개보다 겨우 70만 개 정도 늘어난 양이다.
결국 10년 후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1조7500억 달러를 총유통량 1700만 개로 나누면 비트코인 한 개의 가격은 10만 달러가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피터슨 애널리스트는 이 보고서의 끝에 “이와 같은 계산은 매우 느슨한 것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그의 예측을 마냥 ‘터무니없다’고 치부하기에는 지금까지 나타난 비트코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또다시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쪽에서는 비트코인 투기에 경고를 보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 자산으로서 가상 통화의 가치는 차세대 화폐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며 “국제 자금의 결제 증가와 정보통신기술(ICT)의 성장이 향후 가상 통화의 사용 빈도를 높일 것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급등락은 투기 버블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차세대 화폐’로서의 가능성 때문이다. 그런데 이 때문에 투자가 늘어나고 ‘가치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의 전제가 된 비트코인은 화폐로서의 기능이 오히려 후퇴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발생시켰다. 결론적으로 가상화폐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은 낮지만 급등했던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락할 위험은 존재한다.
이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버블이 발생했다고 가정하더라도 ‘투기 버블’을 피해 가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며 “역사적으로 공식적인 경고가 버블의 확대를 중지시킨 사례는 없다”고 분석했다. 버블은 언젠가 반드시 터진다. 버블에 당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초반에 진입했다가 다른 이들보다 앞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2000달러 비트코인이 국내에선 440만원?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비트코인 커품’에 대한 논란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논란이 더욱 뜨겁다. 이는 국제 비트코인거래소에 비해 국내 비트코인거래소의 시세가 훨씬 더 ‘변동 폭’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빗썸거래소를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5월 1일 163만5000원에 거래됐다. 최고점을 찍은 5월 24일 354만원(코인데스크 277만원)을 기록한 뒤 5월 25일 468만1000원(코인데스크 236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인데스크의 국제 시세보다 186%나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5월 27일 280만9000원까지 떨어진(-39%) 시세는 6월 1일 299만6000원(코인데스크 272만원)에 거래됐다. 5월 25일과 비교해 비트코인 가격이 소폭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인데스크의 시세보다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와 국내 비트코인거래소의 시세가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2위 규모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인원의 김진형 매니저는 “비트코인은 가치가 정해진 화폐가 아니다”며 “일반적인 환율처럼 국가 단위가 아니라 ‘각 거래소’마다 비트코인의 수요와 공급이 다르기 때문에 시세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같은 국가 내의 거래소들은 수요와 공급이 비슷한 상황을 보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거래 가격 또한 비슷하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 또한 ‘수요·공급’의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유통량에 비해 국내 유통량은 극히 소량이다. 각 거래소마다 비트코인의 수량이 ‘한정적인’데 반해 수요가 단시간 내에 급증하면서 ‘프리미엄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빗썸 마케팅팀의 최상은 대리는 “전 세계 비트코인 시장이 지난해 200% 커진 것과 비교해 국내시장은 400% 이상 성장했다”며 “그만큼 절대적인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비트코인의 수요 급증은 중국과 일본·한국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지난 1월 비트코인을 화폐와 같은 거래 수단으로 인정하며 비트코인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 당국이 비트코인이 화폐인지 상품인지 그 성격을 규정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거래할 때 ‘소비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일부 화폐의 기능을 인정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부유층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수요가 폭증했다. 중국 정부는 부유층의 해외 자금 유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데 이때 정부 당국의 규제를 피해 해외로 자금을 반출하는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활용한 것이다. 위안화 하락에 대한 헤지용으로도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와 같은 경향이 강해지면서 최근 중국 당국이 ‘비트코인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중국 위안화거래소는 최근 정부 당국의 규제로 가상 화폐 출금이 금지되며 달러나 유로 시장 대비 20% 이상 낮은 가격에 비트코인이 거래되기도 했다.
김 매니저는 “국제적인 규제나 환경의 문제로 최근 거래소에 일본이나 중국에서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국내 투자자들 중에서도 해외 거래소와의 ‘시세 차이’를 이용해 비트코인 환 이익을 노리는 고수들도 등장했다”고 귀띔했다.
비트코인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부작용 또한 하나둘 드러나는 중이다. 하루나 한 달 사이에 급등락 폭이 워낙 크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은 거래 타이밍에 따라 한 끗 차로 희비가 갈리기 십상이다.
◆거래 시차로 수익률 반 토막
비트코인 커뮤니티에는 ‘지난해 사서 묵혀둔 비트코인이 2배로 올랐다’는 무용담에서부터 ‘비트코인을 샀는데 하루 만에 몇 십만 원을 잃었다’는 넋두리까지 다양한 글들이 올라온다.
요즘 비트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떠들썩한 사건은 일명 ‘코인에스 사건’이다. 코인에스는 비트코인의 차트 분석과 시세 예측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로, 빗썸의 이사였던 왕건일 대표가 운영 중이다. 코인에스는 시스템에 의해 자동적으로 매수와 매도를 하도록 설계된 ‘비트코인 자동투자봇’을 실행 중이다.
지난 5월 비트코인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코인에스 자동투자봇 또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롤러코스터 장세를 겪으며 자동투자봇의 수익률이 ‘반 토막’이 났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투자자들에게 ‘매일’ 수익률을 고지하던 방식을 1주일 단위로 고지했다. 당초 비트코인으로 환산해 수익률을 고지하던 방식도 원화 환산 방식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와 같은 논란 때문인지 6월 1일 코인에스의 수익률 표시는 비트코인으로 재수정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공지된 5월 4주 차 수익률은 마이너스 86.255%를 기록했다.
이 밖에 비트코인거래소 개인 투자자의 ‘해킹 사례’도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인 황 모(41) 씨는 최근 비트코인 열풍에 빗썸 비트코인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전자지갑을 만든 뒤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이를 다시 되팔아 조금의 수익도 남겼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는 그 뒤에 벌어졌다. 어느 날 휴대전화로 비트코인 거래가 이뤄졌다는 문자를 받았다. 전화도 걸려왔다. 내용인즉슨 ‘비트코인 거래 사기를 당했으니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보이스 피싱이라는 것을 직감한 황 씨는 곧 전화를 끊었지만 찜찜한 마음에 비트코인 거래를 위해 만들어 놓은 자신의 전자지갑을 확인했다. 그런데 실제로 자신이 거래하지 않았던 비트코인이 구매돼 있었던 것이다. 이를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비트코인을 되팔고 전자지갑에 있는 돈도 출금했다. 전자지갑 출금은 일회용 패스워드(OTP)로 묶어 놓았기 때문에 큰 피해를 당하진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10만원 정도 손해를 봐야 했다.
출금은 OTP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전자지갑에서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것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해킹 피해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황 씨는 “국내에서 가장 큰 거래소가 이 정도인데 어떻게 믿고 거래를 하겠느냐”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빗썸 관계자는 “빗썸거래소는 처음 가입 단계에서부터 SNS 문자 인증, e메일 인증 등을 확실하게 거치고 OTP를 통해야만 출금이 가능하다”며 “만약 투자자의 컴퓨터가 아닌 다른 IP를 통해 로그인되면 자동 차단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와 같은 자동 차단 시스템은월 1000원 정도로 유료 제공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관심을 등에 업고 개인 투자자들을 모아 ‘비트코인 투자 대행’ 서비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손쉽게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대행 투자자들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황 씨처럼 대행 투자자를 거치지 않았는데도 해킹이 됐다면 ‘개인 e메일’ 등을 통해 이뤄졌을 확률이 높다. 그는 이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수시로 비밀번호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이더리움, 리플 등 ‘알트코인 투자’해 볼만 할까?
비트코인이 롤러코스터를 타던 지난 5월 말,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움직임을 보인 가상 화폐가 있었다.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상 화폐 ‘이더리움’이다.
코인데스크의 이더리움 시세는 5월 1일 81.70달러(약 9만1667원)에 거래를 마감했는데 5월 24일 190.33달러(약 21만원), 5월 27일 154.27달러(약 17만원)를 거쳐 5월 31일 기준으로 230.50달러(약 25만원)를 기록했다. 비슷한 기간 국내 빗썸거래소에서는 무려 4배가 뛰어올랐다. 최근에는 이더리움과 같은 성공 사례를 노리며 다양한 ‘알트코인’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알트코인은 가상 화폐 중 가장 먼저 등장한 비트코인을 개선하거나 대체하기 위해 등장한 모든 가상 화폐를 일컫는다. 지금도 수많은 개발자들이 알트코인을 개발하고 있고 현재 전 세계 가상 화폐에서 거래되는 알트코인은 700여 종이 넘는다.
이더리움 외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대표적인 알트코인의 하나는 ‘리플(XRP)’이다. 리플은 주로 해외 송금에 강점을 갖고 있는 가상 화폐로, 코인게코(암호화 화폐 시세 차트 애플리케이션) 시세는 6월 1일 0.314달러(약 352원) 정도이며 빗썸거래소는 89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상 화폐의 투명성보다 정보 보호성을 강화해 ‘블랙코인’으로 불리는 지캐시(Zcash)도 주목받고 있다. 폴로넥스에서 지캐시의 시세는 6월 1일 250달러(약 28만원) 정도다. 약 18억 달러 규모로 가상 화폐 중에서도 시가총액 4위 규모인 ‘넴(XEM)’은 기존 비트코인의 블록체인과 달리 확장성이 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코인게코에서 6월 1일 시세는 0.227달러(254원)다.
문제는 모든 ‘알트코인’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전문가들조차 어떤 가상 화폐가 힘을 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상 화폐’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김진형 코인원 매니저는 “가상 화폐 백서를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설치해 상장 여부를 확인한 뒤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해외 가상 화폐 거래소 중 가장 규모가 큰 거래소인 ‘폴로닉스’에 상장 여부를 확인한다면 최소한의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리미엄 효과’로 국제보다 국내 시세 높아…해킹 등 피해 사례도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 비트코인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의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해 12월 1일 1비트코인에 753.25달러(약 84만원)였다. 당시 덴마크의 삭소은행(Saxo Bank)은 2017년 비트코인이 2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죽하면 이 은행에서 발표하는 연례 보고서의 이름조차 ‘터무니없는 예측’일 정도였다. 그런데 이 터무니없는 예측이 ‘엄연한 현실’이 됐다.
코인데스크의 비트코인 시세는 5월 20일 2051.73달러(약 230만원)를 넘어서더니 5월 24일 2476.30달러(약 277만원)를 찍었다. 한 달 사이에 무려 80% 가까이 가격이 치솟은 셈이다. 시세가 지나치게 급등한 때문에 경계심이 커지며 바로 다음 날인 5월 25일 2106.31달러(약 236만원)까지 하루 새 15% 정도 떨어졌다. 이후 서서히 가격이 올라 6월 1일 2425.12달러(약 272만원) 수준을 기록했다.
그런데 롤러코스터를 타는 비트코인 시세에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또 다른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삭소은행에서 ‘비트코인 2000달러’를 예견했던 애널리스트 중 한 명인 반 피터슨 애널리스트가 “10년 후 비트코인은 10만 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비트코인 ‘10년 내 10만 달러’ 간다고?
피터슨 애널리스트가 ‘10년 뒤 10만 달러’를 자신한 근거는 무엇일까. 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포함한 전체 ‘대체 암호 화폐(alternative cryptocurrency)’의 하루 평균 거래량(ADV)은 10년 내 전체 신용화폐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현재 외환 ADV는 5조 달러를 약간 넘는데 10%면 약 5000억 달러로 계산된다.
이 중 비트코인의 점유율은 35% 정도로 1750억 달러가 매일 거래된다는 의미다. 피터슨 애널리스트는 10년 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하루 거래량의 10배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가총액은 1조7500억 달러다.
비트코인의 개발자는 공급량을 2100만 개까지 제한했고 그 마지막 채굴은 2140년이 돼야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10년 후 비트코인 유통량은 1700만 개로, 현재의 유통량인 1630만 개보다 겨우 70만 개 정도 늘어난 양이다.
결국 10년 후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1조7500억 달러를 총유통량 1700만 개로 나누면 비트코인 한 개의 가격은 10만 달러가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피터슨 애널리스트는 이 보고서의 끝에 “이와 같은 계산은 매우 느슨한 것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그의 예측을 마냥 ‘터무니없다’고 치부하기에는 지금까지 나타난 비트코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또다시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쪽에서는 비트코인 투기에 경고를 보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 자산으로서 가상 통화의 가치는 차세대 화폐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며 “국제 자금의 결제 증가와 정보통신기술(ICT)의 성장이 향후 가상 통화의 사용 빈도를 높일 것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급등락은 투기 버블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차세대 화폐’로서의 가능성 때문이다. 그런데 이 때문에 투자가 늘어나고 ‘가치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의 전제가 된 비트코인은 화폐로서의 기능이 오히려 후퇴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발생시켰다. 결론적으로 가상화폐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은 낮지만 급등했던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락할 위험은 존재한다.
이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버블이 발생했다고 가정하더라도 ‘투기 버블’을 피해 가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며 “역사적으로 공식적인 경고가 버블의 확대를 중지시킨 사례는 없다”고 분석했다. 버블은 언젠가 반드시 터진다. 버블에 당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초반에 진입했다가 다른 이들보다 앞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2000달러 비트코인이 국내에선 440만원?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비트코인 커품’에 대한 논란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논란이 더욱 뜨겁다. 이는 국제 비트코인거래소에 비해 국내 비트코인거래소의 시세가 훨씬 더 ‘변동 폭’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빗썸거래소를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5월 1일 163만5000원에 거래됐다. 최고점을 찍은 5월 24일 354만원(코인데스크 277만원)을 기록한 뒤 5월 25일 468만1000원(코인데스크 236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인데스크의 국제 시세보다 186%나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5월 27일 280만9000원까지 떨어진(-39%) 시세는 6월 1일 299만6000원(코인데스크 272만원)에 거래됐다. 5월 25일과 비교해 비트코인 가격이 소폭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인데스크의 시세보다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와 국내 비트코인거래소의 시세가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2위 규모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인원의 김진형 매니저는 “비트코인은 가치가 정해진 화폐가 아니다”며 “일반적인 환율처럼 국가 단위가 아니라 ‘각 거래소’마다 비트코인의 수요와 공급이 다르기 때문에 시세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같은 국가 내의 거래소들은 수요와 공급이 비슷한 상황을 보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거래 가격 또한 비슷하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 또한 ‘수요·공급’의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유통량에 비해 국내 유통량은 극히 소량이다. 각 거래소마다 비트코인의 수량이 ‘한정적인’데 반해 수요가 단시간 내에 급증하면서 ‘프리미엄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빗썸 마케팅팀의 최상은 대리는 “전 세계 비트코인 시장이 지난해 200% 커진 것과 비교해 국내시장은 400% 이상 성장했다”며 “그만큼 절대적인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비트코인의 수요 급증은 중국과 일본·한국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지난 1월 비트코인을 화폐와 같은 거래 수단으로 인정하며 비트코인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 당국이 비트코인이 화폐인지 상품인지 그 성격을 규정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거래할 때 ‘소비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일부 화폐의 기능을 인정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부유층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수요가 폭증했다. 중국 정부는 부유층의 해외 자금 유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데 이때 정부 당국의 규제를 피해 해외로 자금을 반출하는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활용한 것이다. 위안화 하락에 대한 헤지용으로도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와 같은 경향이 강해지면서 최근 중국 당국이 ‘비트코인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중국 위안화거래소는 최근 정부 당국의 규제로 가상 화폐 출금이 금지되며 달러나 유로 시장 대비 20% 이상 낮은 가격에 비트코인이 거래되기도 했다.
김 매니저는 “국제적인 규제나 환경의 문제로 최근 거래소에 일본이나 중국에서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국내 투자자들 중에서도 해외 거래소와의 ‘시세 차이’를 이용해 비트코인 환 이익을 노리는 고수들도 등장했다”고 귀띔했다.
비트코인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부작용 또한 하나둘 드러나는 중이다. 하루나 한 달 사이에 급등락 폭이 워낙 크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은 거래 타이밍에 따라 한 끗 차로 희비가 갈리기 십상이다.
◆거래 시차로 수익률 반 토막
비트코인 커뮤니티에는 ‘지난해 사서 묵혀둔 비트코인이 2배로 올랐다’는 무용담에서부터 ‘비트코인을 샀는데 하루 만에 몇 십만 원을 잃었다’는 넋두리까지 다양한 글들이 올라온다.
요즘 비트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떠들썩한 사건은 일명 ‘코인에스 사건’이다. 코인에스는 비트코인의 차트 분석과 시세 예측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로, 빗썸의 이사였던 왕건일 대표가 운영 중이다. 코인에스는 시스템에 의해 자동적으로 매수와 매도를 하도록 설계된 ‘비트코인 자동투자봇’을 실행 중이다.
지난 5월 비트코인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코인에스 자동투자봇 또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롤러코스터 장세를 겪으며 자동투자봇의 수익률이 ‘반 토막’이 났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투자자들에게 ‘매일’ 수익률을 고지하던 방식을 1주일 단위로 고지했다. 당초 비트코인으로 환산해 수익률을 고지하던 방식도 원화 환산 방식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와 같은 논란 때문인지 6월 1일 코인에스의 수익률 표시는 비트코인으로 재수정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공지된 5월 4주 차 수익률은 마이너스 86.255%를 기록했다.
이 밖에 비트코인거래소 개인 투자자의 ‘해킹 사례’도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인 황 모(41) 씨는 최근 비트코인 열풍에 빗썸 비트코인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전자지갑을 만든 뒤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이를 다시 되팔아 조금의 수익도 남겼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는 그 뒤에 벌어졌다. 어느 날 휴대전화로 비트코인 거래가 이뤄졌다는 문자를 받았다. 전화도 걸려왔다. 내용인즉슨 ‘비트코인 거래 사기를 당했으니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보이스 피싱이라는 것을 직감한 황 씨는 곧 전화를 끊었지만 찜찜한 마음에 비트코인 거래를 위해 만들어 놓은 자신의 전자지갑을 확인했다. 그런데 실제로 자신이 거래하지 않았던 비트코인이 구매돼 있었던 것이다. 이를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비트코인을 되팔고 전자지갑에 있는 돈도 출금했다. 전자지갑 출금은 일회용 패스워드(OTP)로 묶어 놓았기 때문에 큰 피해를 당하진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10만원 정도 손해를 봐야 했다.
출금은 OTP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전자지갑에서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것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해킹 피해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황 씨는 “국내에서 가장 큰 거래소가 이 정도인데 어떻게 믿고 거래를 하겠느냐”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빗썸 관계자는 “빗썸거래소는 처음 가입 단계에서부터 SNS 문자 인증, e메일 인증 등을 확실하게 거치고 OTP를 통해야만 출금이 가능하다”며 “만약 투자자의 컴퓨터가 아닌 다른 IP를 통해 로그인되면 자동 차단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와 같은 자동 차단 시스템은월 1000원 정도로 유료 제공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관심을 등에 업고 개인 투자자들을 모아 ‘비트코인 투자 대행’ 서비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손쉽게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대행 투자자들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황 씨처럼 대행 투자자를 거치지 않았는데도 해킹이 됐다면 ‘개인 e메일’ 등을 통해 이뤄졌을 확률이 높다. 그는 이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수시로 비밀번호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이더리움, 리플 등 ‘알트코인 투자’해 볼만 할까?
비트코인이 롤러코스터를 타던 지난 5월 말,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움직임을 보인 가상 화폐가 있었다.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상 화폐 ‘이더리움’이다.
코인데스크의 이더리움 시세는 5월 1일 81.70달러(약 9만1667원)에 거래를 마감했는데 5월 24일 190.33달러(약 21만원), 5월 27일 154.27달러(약 17만원)를 거쳐 5월 31일 기준으로 230.50달러(약 25만원)를 기록했다. 비슷한 기간 국내 빗썸거래소에서는 무려 4배가 뛰어올랐다. 최근에는 이더리움과 같은 성공 사례를 노리며 다양한 ‘알트코인’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알트코인은 가상 화폐 중 가장 먼저 등장한 비트코인을 개선하거나 대체하기 위해 등장한 모든 가상 화폐를 일컫는다. 지금도 수많은 개발자들이 알트코인을 개발하고 있고 현재 전 세계 가상 화폐에서 거래되는 알트코인은 700여 종이 넘는다.
이더리움 외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대표적인 알트코인의 하나는 ‘리플(XRP)’이다. 리플은 주로 해외 송금에 강점을 갖고 있는 가상 화폐로, 코인게코(암호화 화폐 시세 차트 애플리케이션) 시세는 6월 1일 0.314달러(약 352원) 정도이며 빗썸거래소는 89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상 화폐의 투명성보다 정보 보호성을 강화해 ‘블랙코인’으로 불리는 지캐시(Zcash)도 주목받고 있다. 폴로넥스에서 지캐시의 시세는 6월 1일 250달러(약 28만원) 정도다. 약 18억 달러 규모로 가상 화폐 중에서도 시가총액 4위 규모인 ‘넴(XEM)’은 기존 비트코인의 블록체인과 달리 확장성이 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코인게코에서 6월 1일 시세는 0.227달러(254원)다.
문제는 모든 ‘알트코인’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전문가들조차 어떤 가상 화폐가 힘을 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상 화폐’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김진형 코인원 매니저는 “가상 화폐 백서를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설치해 상장 여부를 확인한 뒤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해외 가상 화폐 거래소 중 가장 규모가 큰 거래소인 ‘폴로닉스’에 상장 여부를 확인한다면 최소한의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