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서머 랠리’냐 ‘제2의 블랙 먼데이’냐 놓고 갑론을박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증시는 ‘랠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거침없이 올랐다.
하지만 올해 3월 초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만1000을 돌파한 이후 주춤거리면서 한동안 잊혔던 ‘거품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 뜨겁다는 올여름을 앞두고 ‘서머 랠리’냐 ‘제2의 블랙 먼데이’냐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는 불확실성 여전해 문제
미국 증시의 거품 논쟁은 201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투자 구루 간, 투자 구루와 석학 간에 5년째 지속되고 있는 거품 논쟁이 최근에는 세계적인 석학 간에 벌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된다.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이 28배로, 20세기 이후 평균치 15배를 웃돌아 거품이 끼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는 주가 결정에 미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5년째 이어지는 증시 거품 논쟁의 근본 원인은 3대 주가 결정 요인(경기, 기업 실적, 유동성) 중 가장 중요한 경기가 제 궤도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실물 경기 진단과 선행성을 파악하는 기법으로 가장 선호하는 장·단기 금리 간의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 평준화되고 있는 점이 단적인 증거다.
분할 시장 가설, 유동성 프리미엄 가설, 기대 가설 등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앞으로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어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수익률이 역전(inverted)돼 음(-)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차입비용 증가로 향후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Fed의 예측 모형에 따라 앞으로 미국 경기 앞날을 예상해 보면 현재 10년물-3개월물의 수익률 스프레드는 작년 12월 1.5%포인트대에서 1.2%포인트대 밑으로 줄어들어 거의 없었던 경기 침체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잠정치)도 1.2%로 작년 4분기 2.1%의 절반 수준 가까이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설도 변수다. ‘트럼프 혐오증’이라는 막연한 이유로 20일 만에 제기됐던 1차 탄핵설과 달리 2차 탄핵설은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건이 직접적인 발단이다. 2차 트럼프 탄핵설에 대한 미국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노믹스 난항도 복병
‘제2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우려가 급부상하는 것도 변수다. 9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주택 시장에서 비롯됐다. 최근에는 금융 위기 이후 기형적으로 커진 자동차 대출 시장에서 잠복된 위험이 Fed의 출구전략, 특히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계기로 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국제 간 자름 흐름을 주도하는 헤지펀드를 비롯한 각종 펀드는 수익성과 투자 원금이 줄어들 우려에 직면하면 펀드 자금이 급속히 유출되는 ‘펀드 런(fund run)’이나 투자자로부터 ‘마진 콜(margin call)’을 당한다.
마진 콜은 각종 펀드들이 수익률 하락으로 증거금에 일정 수준 이상 부족분이 발생했을 때 이를 보전하라는 요구를 말한다. 일종의 최후통첩에 해당한다.
각종 펀드는 자신의 고객인 투자자로부터의 신뢰 확보를 생명처럼 여긴다. 특히 갈수록 금융회사의 고객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투자자와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은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다.
이 때문에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는 무엇보다 ‘투자 수익 극대화’와 함께 ‘비용 최소화’, ‘위험 민감화’라는 3대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자신의 펀드를 운용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 만약 펀드매니저가 투자 실적을 내지 못하면 시장으로부터 퇴출당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예상하지 못한 투자 환경 변화로 수익률이 떨어져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투자자로부터 마진 콜을 당하면 증거금을 보전해야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펀드 런이나 마진 콜이 발생되면 보유 자산을 강제처분하는 과정에서 기존 투자 자산을 회수하는 ‘디레버리지’ 현상으로 반드시 연결된다. 디레버리지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자신의 고객으로부터 마진 콜을 당할 때 증거금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처분하거나 기존에 투자해 놓은 자산을 회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처럼 금리가 다시 인상되는 국면에서 신용경색(credit crunch) 현상이 재발하면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거의 모든 국가에 커다란 충격을 준다. 위기 지역이 광범위해지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악화된다.
중요한 것은 2차 탄핵설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우려가 미국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하는 점이다. 지난 3월 초 증시가 주춤거리기 시작한 이후 월가에서는 트럼프노믹스가 제대로 추진되기를 학수고대해 왔다. 2차 탄핵설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우려가 아직까지는 실현될 가능성이낮지만 트럼프노믹스 추진에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돼 미국 증시 앞날에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미국 증시는 경기·실적·유동성 간 3박자가 충족되는 ‘황금률’을 달성해야 추가적으로 오르는 칼날 위를 걷는 국면이 예상된다. 증시 거품과 경기 불안감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3박자 중 어느 한 요소가 충족되지 않아 칼날 위에 떨어지면 의외로 큰 상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머 랠리’와 ‘제2의 블랙 먼데이’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지금 미국 증시의 현실이다.
‘서머 랠리’냐 ‘제2의 블랙 먼데이’냐 놓고 갑론을박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증시는 ‘랠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거침없이 올랐다.
하지만 올해 3월 초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만1000을 돌파한 이후 주춤거리면서 한동안 잊혔던 ‘거품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 뜨겁다는 올여름을 앞두고 ‘서머 랠리’냐 ‘제2의 블랙 먼데이’냐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는 불확실성 여전해 문제
미국 증시의 거품 논쟁은 201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투자 구루 간, 투자 구루와 석학 간에 5년째 지속되고 있는 거품 논쟁이 최근에는 세계적인 석학 간에 벌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된다.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이 28배로, 20세기 이후 평균치 15배를 웃돌아 거품이 끼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는 주가 결정에 미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5년째 이어지는 증시 거품 논쟁의 근본 원인은 3대 주가 결정 요인(경기, 기업 실적, 유동성) 중 가장 중요한 경기가 제 궤도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실물 경기 진단과 선행성을 파악하는 기법으로 가장 선호하는 장·단기 금리 간의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 평준화되고 있는 점이 단적인 증거다.
분할 시장 가설, 유동성 프리미엄 가설, 기대 가설 등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앞으로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어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수익률이 역전(inverted)돼 음(-)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차입비용 증가로 향후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Fed의 예측 모형에 따라 앞으로 미국 경기 앞날을 예상해 보면 현재 10년물-3개월물의 수익률 스프레드는 작년 12월 1.5%포인트대에서 1.2%포인트대 밑으로 줄어들어 거의 없었던 경기 침체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잠정치)도 1.2%로 작년 4분기 2.1%의 절반 수준 가까이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설도 변수다. ‘트럼프 혐오증’이라는 막연한 이유로 20일 만에 제기됐던 1차 탄핵설과 달리 2차 탄핵설은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건이 직접적인 발단이다. 2차 트럼프 탄핵설에 대한 미국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노믹스 난항도 복병
‘제2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우려가 급부상하는 것도 변수다. 9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주택 시장에서 비롯됐다. 최근에는 금융 위기 이후 기형적으로 커진 자동차 대출 시장에서 잠복된 위험이 Fed의 출구전략, 특히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계기로 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국제 간 자름 흐름을 주도하는 헤지펀드를 비롯한 각종 펀드는 수익성과 투자 원금이 줄어들 우려에 직면하면 펀드 자금이 급속히 유출되는 ‘펀드 런(fund run)’이나 투자자로부터 ‘마진 콜(margin call)’을 당한다.
마진 콜은 각종 펀드들이 수익률 하락으로 증거금에 일정 수준 이상 부족분이 발생했을 때 이를 보전하라는 요구를 말한다. 일종의 최후통첩에 해당한다.
각종 펀드는 자신의 고객인 투자자로부터의 신뢰 확보를 생명처럼 여긴다. 특히 갈수록 금융회사의 고객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투자자와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은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다.
이 때문에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는 무엇보다 ‘투자 수익 극대화’와 함께 ‘비용 최소화’, ‘위험 민감화’라는 3대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자신의 펀드를 운용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 만약 펀드매니저가 투자 실적을 내지 못하면 시장으로부터 퇴출당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예상하지 못한 투자 환경 변화로 수익률이 떨어져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투자자로부터 마진 콜을 당하면 증거금을 보전해야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펀드 런이나 마진 콜이 발생되면 보유 자산을 강제처분하는 과정에서 기존 투자 자산을 회수하는 ‘디레버리지’ 현상으로 반드시 연결된다. 디레버리지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자신의 고객으로부터 마진 콜을 당할 때 증거금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처분하거나 기존에 투자해 놓은 자산을 회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처럼 금리가 다시 인상되는 국면에서 신용경색(credit crunch) 현상이 재발하면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거의 모든 국가에 커다란 충격을 준다. 위기 지역이 광범위해지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악화된다.
중요한 것은 2차 탄핵설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우려가 미국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하는 점이다. 지난 3월 초 증시가 주춤거리기 시작한 이후 월가에서는 트럼프노믹스가 제대로 추진되기를 학수고대해 왔다. 2차 탄핵설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우려가 아직까지는 실현될 가능성이낮지만 트럼프노믹스 추진에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돼 미국 증시 앞날에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미국 증시는 경기·실적·유동성 간 3박자가 충족되는 ‘황금률’을 달성해야 추가적으로 오르는 칼날 위를 걷는 국면이 예상된다. 증시 거품과 경기 불안감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3박자 중 어느 한 요소가 충족되지 않아 칼날 위에 떨어지면 의외로 큰 상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머 랠리’와 ‘제2의 블랙 먼데이’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지금 미국 증시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