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대신 ‘창업의 꿈’을 키우는 서울대 천재들

[커버스토리= 서울대의 대표 스타트업]
“미래 세대는 취업과 창업을 넘나들며 살게 될 것”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서울대는 총 8개의 창업 관련 보육센터를 운영 중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학교당 한 곳씩 운영하는 것에 비하면 창업보육센터에 많은 투자를 하는 셈이다.

서울대는 1990년대부터 시작해 교내에 총 8개의 창업센터를 운영하며 창업가를 육성해 왔다.

1997년 최초로 설립된 공과대의 ‘창업가정신센터’를 시작으로 1999년에는 자연과학대가 ‘유전공학 특화 창업보육센터’를 설립했다.

2000년에는 의과대가 ‘의생명과학 창업보육센터’를 설립했고 2001년 농생명과학대는 ‘농생명과학 창업보육센터’의 문을 열었다.

2005년에는 치과대가 ‘덴탈메디케어 창업보육센터’를 설립했다.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는 2013년 ‘에스-이노베이션센터’를 열고 창업 보육을 하고 있고 2014년 경영대는 ‘벤처경영기업가센터’를 개소했다.

지난해에는 본부 직속 싱크탱크인 미래위원회에서 산하 별도 조직으로 ‘창업가정신센터’를 설치하고 창업가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들 창업센터는 창업 교육, 보육 및 인큐베이팅, 네트워크 구축, 사업 자금 투자 유치, 법률·회계·마케팅 등 대학 창업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서울대 ‘벤처경영기업가센터’는 2013년 국내 최초로 학위를 인정하는 벤처경영학 연합전공(학부 과정)을 신설했다.

센터는 체계화된 벤처 창업 이론 및 실전 교육과 인턴십 연계, 동문 사업가들과의 네트워킹을 지원한다. 현재 12개 전공과목을 강의하고 있고 12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영민 서울대 벤처경영기업가센터 산학협력 교수는 “한국의 경제구조상 취업만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데는 한계에 다다랐고 창업이 그 대안이 될 것”이라며 “창업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학에서부터 창업 교육과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는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취업과 창업을 이분화할 필요가 없다”며 “미래 세대는 직장의 개념보다 직업의 개념이 강해져 취업과 창업을 넘나들 것이므로 창업을 경험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에서 가장 최근에 개소한 ‘창업가정신센터’는 학생 창업과 창업가 정신 함양 교육을 담당하는 헤드쿼터다. 서울대 해동학술정보관 1~4층은 학생 창업가와 예비 창업가, 연구·개발(R&D)을 주도할 연구원들이 협업하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실제 창업에 도전하지 않는 연구원이라고 하더라도 창업가들을 가까이에서 보며 창업의 생리를 파악한다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않겠느냐”며 “어떤 영역이든 창업가 정신은 필수”라고 말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센터 개소식에서 “실리콘밸리의 성공 모델은 젊은이들의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동원해 학생들의 도전적인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 세계 최초 한손 조작 드론 컨트롤러 ‘시프트’ 개발
홍유정 디스이즈엔지니어링 대표(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졸업┃서울대 기술지주회사 지원 기업)



(사진)= 홍유정 디스이즈엔지니어링 대표

“드론 조종해 보셨어요. 드론을 작동하기 위해서는 컨트롤러 조종 연습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요. 기존의 RC자동차(전파나 적외선을 이용해 일정 범위 내에서 원격으로 조종하는 자동차)용 조이스틱 컨트롤러 방식은 평면상의 축을 사용하기 때문에 3차원 공간을 떠다니는 드론 조작 시 많은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스틱 한 개를 잡고 엄지손가락 하나로 위·아래·좌·우 등 모든 방향으로 제어할 수 있는 드론용 컨트롤러를 개발했습니다.”

디스이즈엔지니어링은 로보틱스와 사물인터넷(IoT) 등 하드웨어 개발 스타트업이다. 2015년 9월 서울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2016년 3월 법인을 설립하고 1년도 채 안 된 시간 동안 드론과 드론용 컨트롤러 ‘시프트(Shift)’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홍유정 디스이즈엔지니어링 대표는 기존 드론 조종기가 직관적이지 않은 점을 보완하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이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시프트는 10cm 정도의 스틱을 한손으로 잡고 잡은 손의 엄지에 링을 끼워 작동하는 방식이다. 손가락을 왼쪽으로 움직이면 드론이 왼쪽으로 날아가고 위로 올리면 드론이 고도를 높여 위로 올라간다.

이 컨트롤러는 다른 드론 제품과도 호환된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간편한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하지만 가격은 기존 컨트롤러 수준이다.

홍 대표는 “시험 테스트를 마친 뒤 페이스북에 시프트를 사용한 드론 조종 동영상을 올리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세계 180개국의 언론에 시프트가 소개됐고 킥스타터(미국의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기업)에서 진행한 펀딩은 목표액의 200%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다가 창업하게 됐다”며 “기업을 운영하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하지만 창업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창업 당시 3명이 시작한 회사인데 지금은 함께 일하는 이들이 18명으로 늘었다”며 “창업 초기에 자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을 때 학교 측에서 사무실을 제공해 주고 조언 및 다양한 사업 판로를 열어주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시프트는 올 하반기 미국, 유럽 4개국, 중국과 일본에 론칭할 예정이다.

◆ 취업 준비 원스톱으로 해결 ‘자소설닷컴’
박수상 앵커리어 대표(서울대 동물생명공학과 졸업,컴퓨터공학과 석사┃서울대 기술지주회사 지원 기업)


(사진)= 박수상 앵커리어 대표

“취업 준비하는 분들은 노트북 PC에 많은 창을 동시에 열어둘 겁니다. 채용 공고는 취업 포털, 작성은 워드, 맞춤법은 맞춤법 사이트에서요. 이런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는데 2주 만에 사이트를 개발했습니다. 디자인을 입혀 론칭하자 반응이 좋아 창업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박수상 앵커리어 대표는 2015년 3월 취업 준비를 원스톱에 해결할 수 있는 웹·앱 서비스 ‘자소설닷컴’을 론칭해 운영 중이다. 자소설닷컴은 채용 공고부터 자기소개서 작성, 이력서 작성, 사용자 간 채팅 등 취업 준비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한데 모아 제공한다.

현재 이용자는 19만 명, 취업 시즌 중 월 사용자는 약 20만 명 정도다. 앵커리어는 지난해 10월 본격적으로 광고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사이트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의 채용 광고는 매달 완판될 정도다.

박 대표는 “자소설닷컴에는 사용자의 이력서, 자기소개서, 기업 관련 다양한 데이터가 있다”며 “이러한 데이터를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 구직자와 구인 기업이 매칭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단과대학 학생회장을 하면서 세상에 조금 더 좋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세상을 바꾸는 일은 꼭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 기업인으로서 성공해 세상을 더 좋게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샐러드 자판기 개발해 1년 반 만에 월매출 5000만원
장지만 스윗밸런스 대표(서울대 미학과·정보문화학과┃서울대 기술지주회사 지원 기업)


(사진)=장지만 스윗밸런스 대표

“운동한 뒤 샐러드를 찾는 고객들이 많은 것을 보고 헬스장 내에 샐러드 자동판매기를 설치하자고 기획했습니다. 비슷한 아이템이 미국에서 성공한 사례도 있고 한국에서도 사과나 바나나를 자판기로 판매하는 것을 보며 창업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장지만 스윗밸런스 대표는 2015년 10월 서울대 앞 샤로수길에 샐러드 전문점을 오픈했다. 현재 매장 2곳과 3개의 샐러드 자판기를 운영 중이다.

창업 초기 공동 창업자와 함께 하루 15시간 일해 번 돈은 7만원이었다. 현재는 주말에 3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지난 2월 오픈한 2호점은 하루 매출 150만원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자판기를 통해 판매되는 샐러드는 한 달에 1000여 개 정도다.

장 대표는 “우리 회사의 슬로건은 ‘#잘먹고기운내’”라며 “스윗밸런스의 매장과 자판기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멋져 보여 시작한 사업인데 막상 해보니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며 “창업가로서 부족함을 많이 느끼며 고통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배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 ‘중개수수료·허위매물’ 없는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
이재윤 집토스 대표(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벤처경영학┃서울대 벤처경영기업가센터 출신)


(사진)=이재윤 집토스 대표

“1인 가구의 월세 거래 중개 수수료는 한 달 월세와 맞먹습니다. 원룸 수십호 실을 계속 임대하는 임대인은 매년 1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중개 수수료로 부담합니다. 중개사보다 더 똑똑한 정보를 제공하는 직거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기획한 것이 집토스입니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015년 휴학하고 학교 근처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수료 없는 온라인 직거래 부동산 서비스를 기획했다.

기존 세입자의 거주 후기와 전월세 가격 등 직접 확인한 매물 정보만 제공하기 때문에 허위 매물이 없고 임대인과 직접 거래해 수수료가 없다.

이 대표는 거주 후기를 수집하기 위해 각 대학 총학생회와 제휴, 고시촌 로컬 소셜 네크워크와도 손잡았다.

그는 “온라인상의 부동산 매물 정보는 왜곡된 것이 많아 거래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결국 세입자가 떠안게 된다”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한민국 대표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집토스는 중소기업청 산하 창업진흥원에서 실시한 ‘2016 창업 맞춤형 지원 사업’에 선정된 바 있다.

◆ 어떤 문제든 명문대 강사가 풀어주는 앱 ‘콴다’
이용재 매스프레소 대표(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벤처경영학┃서울대 벤처경영기업가센터 출신)


(사진)=이용재 매스프레소 대표

“매스프레소의 미션은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에게 대치동 과외 선생님을 붙여주자’입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고액의 개인 과외를 받지 않아도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교육 시장의 빈부 격차를 해소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 사업의 목표입니다.”

이용재 매스프레소 대표는 2016년 1월 스마트폰용 학습 애플리케이션(앱) ‘콴다(QandA)’를 론칭했다. ‘콴다’는 앱 이용자가 영어·수학·과학 등 과목을 공부하다가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사진을 찍어 앱에 업로드하면 곧바로 답변이 제공된다.

콴다에서 학생들에게 답변을 제공하는 1800여 명의 강사들은 명문대 출신들이다. 문제풀이 서비스는 유료이며 수익의 99%는 강사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조만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습자에게 최적의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콴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학 문제가 풀리고 있는 실시간 맞춤 학습 플랫폼으로도 유명하다. 2017년 1월부터 현재까지 10만 건이 다운로드됐고 서비스 평점은 1위다. 사용자 리뷰는 5000여 개가 달렸다.

매스프레소는 엔젤 투자 1억5000만원을 지원 받아 시작했고 지난해 7월 온라인 교육 기업 메가스터디로부터 4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같은 해 10월에는 중소기업청에서 운영 중인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매출은 지난해 대비 10배 성장했다. 지난 5월에는 미래부 ‘K-글로벌 DB스타’에 선정됐고, 글로벌 기업 구글에서 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s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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