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생수에도 ‘미니멀리즘’을 더하다

[글로벌 현장]
과도한 제품 정보 대신 군더더기 없는 최소한의 포장 디자인 인기


(사진)그리스의 '하모니안'


[김민주 객원기자]유럽의 소매시장에선 군더더기 없는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제품의 특성을 표현하는 미니멀리즘 패키징(포장)이 강세다. ‘더하기’보다 ‘빼기’의 마케팅에 주목하는 것이다.


(사진)네덜란드의 생수기업 '소르시'의 생수병

◆ 품질보다 관심 받은 ‘디자인’

파스타·올리브오일 등을 판매하는 그리스의 식품 스타트업 하모니안(Harmonian)은 자사의 제품이 건강한 오개닉 푸드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론칭 초기부터 그리스 아테네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인 마우스그래픽스와 협업해 패키징 개발에 힘을 쏟았다.

하모니안의 주요 제품은 파스타 면과 밀가루, 칼라마타 올리브오일, 허브 가루 등으로 이들은 이 식품군이 마켓에서 최대한 우아하고 가치 있는 제품으로 보이길 원했다.

마우스그래픽스는 하모니안의 가공품들이 대부분 트라티쿰 디코쿰이라고 불리는 밀 종자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밀 종자는 신석기시대부터 재배된 유서 깊은 작물로, 디자인 업체는 하모니안의 식품들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귀중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정갈한 디자인을 통해 나타냈다.

마우스그래픽스는 새하얀 직사각형의 상자 안에 파스타나 밀가루를 담고 상자의 가운데 부분은 좌우 대칭이 완벽한 긴 밀알 모양(방추형)으로 구멍을 내 제품의 일부가 소비자에게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밀알의 오른쪽 부분은 검정색 종이로 가려 제품의 주목도를 높였다. 밀알 모양을 통해 수학적인 완전성까지 전달하고자 했다고 디자인 업체는 밝혔다.

또한 패키징의 앞면에는 하모니안의 이름과 제품 일부가 노출될 뿐 별다른 정보를 담지 않아 시각적인 피로도를 줄였다. 올리브오일도 깔끔한 메탈 소재의 통에 제품을 담고 가운데 부분을 노출해 황금색 오일의 고급스러움을 나타냈다.

하모니안의 제품들은 출시 초기부터 포장 디자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상품의 품질에 앞서 이들의 미니멀리즘 패키징 자체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현지 언론들도 독특한 디자인의 신제품으로 하모니안의 식품군을 수차례 소개했다.

나아가 2014년 마우스그래픽스는 하모니안의 제품으로 저명한 패키지 디자인상인 다이라인 어워드에서 ‘쇼 어워드 베스트’를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사진)영국의 사회적 기업 '소프'의 비누

◆생수 기업이 ‘포장’에 주목하는 이유

또한 영국 런던 기반으로 시각장애인과 소외 계층을 채용해 비누 및 손 세정제를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 소프(Soap Co.)는 미니멀한 제품 패키징을 통해 순환 경제를 추구하는 자신들의 경영 원칙을 표현하고자 했다.

소프의 비누는 새하얀 종이 포장지에 쌓여 있고 겉면에 검정 잉크로 기업명만 단순하게 표기돼 있어 극도의 절제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검정색과 하얀색만 패키징 디자인에 사용한 것은 언제나 선한 상품만을 만든다는 소프의 철칙을 담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경영진은 밝혔다.

포장 디자인뿐만 아니라 패키징에 사용된 소재들도 인공적인 요소들을 덜어내는 것에 집중했다. 이를 인정받아 소프는 2016년 영국의 광고제인 디앤드애드(D&AD) 어워드에서 패키징 디자인 부문의 상을 받기도 했다.

소프는 우선 비누를 퇴비로도 쓸 수 있는 바이오 필름으로 감쌌다. 이 필름은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 펄프로 제작된 것으로, 소프의 협력사인 이노비아필름이 북잉글랜드의 지속 가능한 산림 자원으로 만든 바이오 필름이다.

소프는 이 필름 위에 다시 하얀 종이로 비누를 감싸 패키징을 하는데, 이 종이 역시 잡지나 신문, 사무실 폐기물 등 폐지를 재활용했다. 제조 공정에서 염소와 잉크를 없애 친환경적인 소재로 바꿨다.

또한 소프는 제품의 겉면에 검은색 잉크를 최소한으로 사용해 퇴비로 다시 쓸 수 있게 하고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물질을 줄였다.

이와 함께 비누를 감싼 포장지를 붙일 수 있는 스티커도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만 사용했다. 이들은 지속 가능한 라벨링을 추구하는 업체인 버크셔 라벨과 협력해 독이 없고 생분해 되는 접착제를 제품에 사용하고 있다.

사실 미니멀리즘 패키징에 가장 큰 관심을 쏟는 곳은 생수 생산 업체들이다. 물의 깨끗함을 강조하기 위해 제품 포장을 최대한 줄인 심플한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유명 생수 기업 소르시(Sourcy)는 한동안 슈퍼마켓보다 레스토랑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에 집중해 왔다. 이 때문에 대중은 소르시를 레스토랑에 외식하러 갔을 때 마시는 고급 물 브랜드로 생각하곤 했다. 해당 브랜드는 지난 몇 년 동안 레스토랑과 바 등에 판매하는 물은 별도의 병 디자인을 개발해 포장하는 전략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품을 대중화하기 위해 디자인 에이전시에 의뢰, 소르시 만의 미니멀한 병을 개발했다.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대신 간단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고급 레스토랑이나 슈퍼마켓 어디에서 구입하든 저녁 식사 시간에 어울릴 만한 느낌으로 패키징 정책을 펼쳤다.

마치 와인 병처럼 깔끔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0.75리터 크기의 투명한 유리병에 제품명과 브랜드의 상징 캐릭터인 사자 아이콘을 넣었고 병의 윗부분에 일반 물은 파란색, 탄산수는 빨간색 띠를 두르도록 하는 정도에서 마무리했다.

이러한 패키징 정책 변화를 통해 고급화 전략 대신 깨끗하고 좋은 네덜란드의 물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는 브랜드의 본질을 강조한 것이다.

소르시뿐만 아니라 미니멀한 패키징으로 주목 받은 물 브랜드는 여러 곳이다.

대표적으로 노르웨이의 생수 기업 퓨어(Pure)는 일반 판매 외에도 오피스 빌딩, 호텔, 레스토랑, 병원 등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기에 공공장소에 놓아두기 적합하도록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패키징을 추구한다. 깨끗한 유리병에 병뚜껑 대신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는 볼을 마개로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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