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임원, 정기선 전무 주축으로 점진적 세대 교체

[커버스토리 = 대한민국 신인맥21 : 임원 분석]
현대중공업그룹 상무보 이상 230명 분석…1964년생, P·K 출신 기계·조선학과’ 많아·위기극복'으로 새 진용 …조선·해양서 기술 중심 인사 전진배치

[편집자주]“현대중공업의 제2 도약을 위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세계 최고 조선사로서의 재기의 닻을 올렸다. 지난해 조선·해운에 불어닥친 사상 최악의 경영 한파를 딛고 사업 분리로 각 분야의 경쟁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첫발은 지난 4월 3일 계열사 분리로 뗐다. 이어 6월 21일 사업 분할 이후 첫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독자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회사는 이러한 조직 정비를 통해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성장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기술’과 ‘품질’이 신경영의 핵심이다. 다시 뛸 현대중공업을 위한 진용 정비도 한창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을 필두로 6개 계열사 사장단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기획실 부실장(전무) 등 주요 임원이 중추가 돼 회사를 이끈다. 이를 230명의 임원진(상무보 이상)과 직원들이 뒷받침한다. ‘제2의 창업’, 달라진 현대중공업을 조명했다.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독립 경영 체제 확립에 박차를 가하겠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업 분할 이후 첫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진용을 가다듬었다. 그룹은 이번 인선에서 ‘위기 극복’과 ‘독립 경영’을 최우선 키워드로 내걸고 조직을 정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제2 도약을 이끌 면면에는 누가 있을까. 한경비즈니스는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현대로보틱스·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현대오일뱅크) 사장단 등 주요 임원 10명을 포함한 상무보 이상 임원 230명을 전수조사했다.

◆정기선 등 연대 출신 11.1%…SKY 26.5%

‘1964년생(만 53세), PK 기반의 기계·조선학과 출신.’

지난 4월 이후 사업 분할한 현대중공업그룹 임원진 230명의 평균 ‘스펙’이다. 2017년 6월 21일 현대중공업그룹이 실시한 상반기 임원 인사를 기준으로 현대중공업(119명)·현대로보틱스(6명)·현대건설기계(19명)·현대일렉트릭(18명)·현대미포조선(14명)·현대삼호중공업(11명)·현대오일뱅크(43명)의 상무보 이상 임원 230명을 연령과 출신 대학, 학과 등으로 분석한 결과다.


먼저 연령대를 보면 현대중공업그룹을 이끄는 임원의 평균 나잇대는 1961~1965년생이다. 230명 중 110명으로 47.8%를 차지해 사실상 절반가량의 임원이 52~56세에 분포해 있다.

이 중에서도 1962년생이 27명으로 가장 많았고 1965년생(24명)과 1964년생(21명)도 적지 않았다. 전체 임원의 평균나이는 1964년생으로 53세(용띠)다.

점진적인 세대교체도 이뤄지고 있다. 이 그룹의 현재 40대 임원(1968년 이후 출생자)은 46명으로 전체의 20%다.

이번 상반기 임원 인사에서는 신규 선임된 상무보 10명 중 2명이 1970년생이었고 지난 연말 실시한 하반기 임원 인사(6개 계열사 외 호텔현대·현대코스모 등 기타 계열사 포함)에서는 상무보 신규 선임자 57명 중 절반(28명)이 40대로 나타났다.

최연소 임원에는 1982년생,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기획실 부실장)가 올랐다. 정 전무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전 회장(현 최대 주주)의 장남으로 임원 중 유일한 30대다.

그는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한 뒤 2015년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무에 오르며 현대중공업그룹의 별을 달았다. 이어 지난 연말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총수 일가를 제외한 최연소 임원은 김홍경 현대오일뱅크 상무보와 김종철 현대중공업 상무보로 이들의 나이는 모두 1973년생, 44세다. 반면 최고령 임원에는 1946년생,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이 올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앞으로도 점진적으로 세대교체를 추진해 ‘젊은 리더’를 중심으로 조직을 이끌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젊은 지도자를 중심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 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특징은 학력 부문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부산·울산·경상남도(이하 부·울·경) 지역을 텃밭으로 조선·해양과 기계 산업이 중추다.

임원진의 출신 고교를 보면 공고 출신이 15명(6.5%)으로 상고 출신(0.9%)을 압도한다. 능력과 직무 연관성을 중시하는 인선을 보여주듯이 검정고시 출신(0.4%)과 중졸자(0.4%)도 학력 유리 천장을 뚫고 임원에 올랐다.

대신 지역별로 보면 부·울·경이 타 지역을 압도했다. 단일 지역으로는 서울시 고교 출신이 40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부·울·경이 각각 39명, 22명, 23명으로 전체의 36.5%(84명)를 차지했다. 울산을 제외해도 PK(부산·경남)로만 따져도 26.9%(62명)에 달한다.

최다 임원을 배출한 출신 고교는 울산광역시에 소재한 학성고다. 장형진 현대중공업 상무를 비롯해 총 10명이 이 학교를 나왔다.

출신 대학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잘 나타난다. 국내 대기업 임원들의 등용문으로 통하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이른바 스카이(SKY)의 비율이 26.5%(61명)로 높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부산대와 울산대가 18.7%(43명)로 뒤를 바짝 쫓았다.

여기에 경남 지역의 대학(경남대·동아대·울산과학대)까지 넓히면 부·울·경 지역 출신 대학 비율은 22.2%로 늘어난다. SKY와는 4.3%포인트 차이다.

현대중공업그룹 특유의 ‘엘리트 코스’도 엿보였다. 임원 230명 중 ‘울산고→울산대’, ‘학성고→울산대’ 출신은 각각 4명, 2명으로 다양한 경우의 수에서도 단연 존재감을 보인다. 권영호 현대중공업 상무, 김윤환 현대건설기계 상무, 최병한 현대일렉트릭 상무보 등이 이에 속한다.

SKY 중에선 연세대의 비율이 11.1%(25명)로 1위다. 정기선 전무를 비롯해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그룹선박 해양영업본부 사업),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 11명(회장, 계열사 사장단 등) 중 3명이 이 학교를 나왔다.


◆능력과 실무 위주 인선…생산직 임원

출신 학과에서는 직무 연관성이 최우선으로 중시됐다. 학사 기준 전공 계열별 비율을 보면 이공계가 62.2%(143명)로 타 전공을 압도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계 관련 학과가 29.4%(42명)로 가장 많았고 조선 24.5%(35명), 화학 16.1%(23명), 전기·전자 14.7%(21명) 순이다. 반면 상경계열은 25.7%, 인문사회계열은 11.3%다.

이를 주요 임원 11명으로 좁히면 편차가 크지 않았다. 이공계열은 6명, 인문·상경계열은 5명이다. 특히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포르투갈어(학사) 전공자로 눈길을 끈다.

다만 회사는 앞으로 일감 감소가 예고되는 조선·해양의 비율을 낮출 방침이다. 실제 올 상반기 임원 인사에서 첫 별을 단 이들(상무보)을 보면 조선 전공자는 2명, 해양 전공자는 0명이다. 그 대신 기계 관련 전공자는 4명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상반기 인사에서는 하반기부터 일감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조선·해양 관련 부문 임원의 10%를 감축했다”며 “일감 부족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임원부터 솔선수범해 감축함으로써 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를 다진 것”이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경험에 따른 능력과 실무 위주의 인선도 엿보였다. 최종 학력을 놓고 보면 이 그룹의 석사 비율은 19.1%(44명), 박사는 5.7%(13명)다. 반면 대학 졸업장이 없는 임원은 2명(0.9%)이다.

최근 들어 그룹은 생산직 임원 선임을 확대하고 있다. 사업 분할 전인 2015년 임원 인사에서 고졸 출신의 생산직을 임원으로 첫 발탁한 이후 올 초 실시된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생산직에서 임원이 배출됐다.

현대중공업의 박삼호 상무보와 김병호 상무보가 그 주인공이다. 박 상무보는 직업전문학교에서 기술을 배운 뒤 만 18세에 회사에 입사, 42년 경력의 조선업 생산부문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김 상무보 역시 군산기계공고를 졸업한 후 입사해 40여 년의 경력을 갖췄다. 그는 입사 후 울산과학대에 진학해 전문학사를 취득했다.

그룹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서 이들의 현장 경험, 노하우가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7개 계열사별로는 조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중공업에 가장 많은 임원이 분포돼 있다.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부회장, 강환구 사장, 정기선 전무를 비롯해 총 119명이다.

이어 현대오일뱅크(43명)·현대건설기계(19명)·현대일렉트릭(18명)·현대미포조선(14명)·현대삼호중공업(11명)·현대로보틱스(6명) 순이다.

회사 측은 “지난 4월 1일 사업 분할된 회사들은 분할 이후 새로운 조직을 조기에 재편함으로써 독립 경영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poof34@hankyung.com


[대한민국 신인맥21 현대중공업편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지배구조] '정공법'으로 위기돌파...현대중공업 '부활의 날갯짓'
-[주요 경영진] 수장 10人 면면을 살펴보니…
-[임원 분석] 임원 230人, '1964년생, P·K 출신 기계·조선학과’ 많아
-[역사] 故정주영 현대 창업자 '맨주먹 베팅'… 500원 보여주며 "480억 내놔라"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