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따라잡기⑧]
'중국자본시장연구회' 국내 최고 중국증시 전문가들 진단...
중국 A주 MSCI 신흥지수 편입,단기적으로는 영향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 호재
[한경비ㅍ�이정흔 기자] 중국 A주의 모건스캔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지수(EM) 편입이 6월 21일 결정됐다. 무려 4수 끝에 이뤄낸 성공이다. 실제 편입은 2018년 5월과 8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MSCI 신흥지수 편입 종목은 222개이며 일단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 5%(전체 MSCI 신흥지수 시가총액의 0.73%를 차지)만 편입한다. 222개 종목의 시가총액 100%(전체 MSCI 신흥지수 시가총액의 12%)를 편입하는 데는 최대 10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
이 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도 모처럼 활기를 보였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보다 16.20포인트 오른 3156.21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의 나스닥지수와 국내의 코스피지수가 고공 행진을 벌이는 동안에도 중국을 대표하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내리막을 걸으며 소외되는 모습을 보여 온 게 사실이다. ‘성장하는 시장’인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로서는 투자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중국 A주의 MSCI 지수 편입, 무슨 의미이길래?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중국 A주가 MSCI EM지수에 편입됐다’는 것은 정확하게 무슨 뜻일까. MSCI는 세계 최대의 지수 산출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전 세계 주가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세계 각국 종목들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글로벌 증시 지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와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MSCI나 FTSE 지수가 중요한 이유는 세계경제를 가늠하는 일종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MSCI의 대표적인 3대 지수로는 MSCI DM(선진지수), MSCI EM(신흥지수), MSCI FM(프런티어지수)을 꼽을 수 있다. 선진 시장 지수에는 북미와 유럽 지역 국가를 중심으로 23개국이, 신흥 시장에는 1992년 편입된 한국과 이번에 새로 편입이 결정된 중국을 포함해 24개국이 속해 있다. 프런티어 시장에는 서아프리카경제통화연합(WAEMU) 회원 3개국을 비롯해 모두 36개국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 지수가 중요한 이유는 국제 금융 펀드의 ‘투자 지표’가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MSCI EM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라고 하면, 이는 다시 말해 MSCI EM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종목(나라)과 투자 비율을 (거의) 그대로 좇아 운용하는 펀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각각의 운용사마다 이 지수를 표준으로 하되 각각의 종목별 시장 전망에 따라 투자 비율을 아주 조금씩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지수를 추종하겠다’는 것 자체가 그 지수가 반영하고 있는 종목과 비율을 ‘투자의 표준으로 삼겠다’는 약속인 만큼 크게 벗어나는 것은 거의 없다.
현재 전 세계 100대 자산 운용사 대부분을 비롯해 상업은행·투자은행·헤지펀드 등이 MSCI 지수를 투자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MSCI 홈페이지에 따르면 MSCI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만 하더라도 11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MSCI는 해마다 네 차례(2·5·8·11월)의 지수 정기 변경과 한 차례(6월)의 시장 분류 심사를 발표하는데, 그 결과에 따라 ‘글로벌 큰손’들의 자금 흐름 또한 달라진다. 전 세계의 투자자와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 A주는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중국 내국인 전용 주식으로 위안화로 거래된다. 외국인은 자격을 가진 기관투자가만 참여할 수 있다. 2014년 상하이거래소의 ‘후강퉁(상하이·홍콩 간 교차 거래)’과 2016년 선전거래소의 ‘선강퉁(선전·홍콩 간 교차 거래)’을 시행한 뒤 해외의 개인 투자자도 홍콩거래소를 통해 A주를 거래하는 게 가능해졌다.
MSCI에 따르면 이번 편입 이슈로 중국 A주에 유입 가능한 자금 규모는 단기적으로 약 170억~18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중국 A주 8조4000억 달러에 비하면 매우 작은 규모로 향후 A주의 지수를 크게 끌어올릴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그보다 중국 A주의 MSCI 지수 편입이 갖는 ‘상징성’에 주목해야 한다. 전 세계 시장을 대표하는 지수에 포함된 만큼 중국 A주가 우량 종목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자본시장 국제화에 ‘자신감’을 가져도 될 만한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향후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 개방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면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및 기관의 비율이 높아지고 대형 우량주 위주의 투자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 “중국 증시 내년까지 호호(好好), 대형주 담아라”
중국의 MSCI 지수 편입이 결정되기 하루 전인 6월 20일 국내 최고의 중국 증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중국 전문가들이 중국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교류하는 중국자본시장연구회가 조찬 세미나를 갖고 ‘2017 하반기 중국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이 사회를 맡고 국내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손꼽히는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전종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날 토론의 가장 뜨거운 주제는 역시나 ‘중국 A주의 MSCI EM지수 편입 의미와 향후 중국 증시 전망’으로 모아졌다. 이들 중국 전문가 3인은 한목소리로 “그동안 글로벌 증시 랠리에서 소외됐던 중국 증시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보다 내년에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 중국 A주의 MSCI 신흥지수 편입 결정을 하루 앞둔 6월20일 개최된 중국자본시자연구회 ‘하반기 중국 증시 전망’ 조찬 세미나. 중국의 MSCI편입 의미와 향후 전마을 짚어보는 데 뜨거운 토론이 펼쳐졌다. / 사진= 김기남 기자
김경환 애널리스트는 ‘적자생존’이라는 단어로 향후 중국 시장을 전망했다. 그는 하반기 중국 증시를 뒤흔들 변화의 축으로 ‘강력한 금융 긴축’과 ‘경기 사이클의 회복’을 꼽았다. 중국 경제는 지난 4~5년간의 경기 조정을 마무리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이익이 회복되는 분위기다. 특히 대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과 신규 투자 재개 등 선순환 구조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은행과 부동산으로 지나치게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금융 개혁과 확장’에서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금융정책 변화를 준비 중이다. 은행의 자산 관리와 부채 축소가 중심이 되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중소형 민영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등을 통한 신규 투자 및 대출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에 ‘대출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 승자 독식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MSCI 지수 편입 효과가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예정이어서 중·장기적으로 대형주 위주의 상하이종합지수에 호재일 수 있다”며 “가격을 조정받을 때마다 대형주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정보기술(IT) 산업과 인프라 관련 수요가 예상되는 기계 산업 분야의 대형 기업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A주 MSCI 편입, 단기적 영향 적지만 중·장기적 긍정…은행·IT주 유망
박석중 애널리스트는 올해 중국 A주 기업의 매출과 이익 증가율이 모두 두 자릿수로 증가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큰 관점에서 경기 사이클이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이며 대기업 중심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져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주가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지난 1년간 글로벌 증시의 흐름을 봤을 때 2016년에는 원자재를 중심으로 한 브라질·러시아 등의 수익률이 좋았고 올해는 독일·대만·한국 등 중간재(가공을 거친 원자재) 중심의 시장이 좋았다”며 “다음 차례는 ‘내수 중심’의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 애널리스트 역시 ‘대형주 중심’의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향후 중국 증시는 ‘금융’과 ‘구경제(소재·산업재·에너지 업종)’에 무게중심이 쏠릴 전망이다. 중국 A주의 편입 역시 장기적으로 대형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인 만큼 은행주와 에너지 중심의 대형주들을 중심으로 비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전종규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이 지난 20년간 투자와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면 소비와 서비스 분야는 상대적으로 성장이 미약했다”며 “향후 중국 정부는 이러한 산업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서비스산업 육성을 강력한 성장 전략으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미 중국의 제조업에도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굴뚝경제’는 빠르게 ‘IT 혁신’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IT를 활용한 스마트카 등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가는 식이다. 같은 맥락에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며 혁신을 이끌어 가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의 대표적인 IT 기업들이다. 이번 MSCI 신흥지수 편입 기업 목록에도 포함돼 있다.
이와 같은 시장의 흐름 변화는 근본적으로 ‘중국 소비 시장의 변화’가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대도시와 부유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 지역을 비롯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둘째 소비 대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전 애널리스트는 “중국 A주의 MSCI 편입은 장기적으로 중국 증시에 호재인 만큼 지금이 중국 A주 저점 매수의 기회”라며 “중국의 일등 기업 중에서 경쟁력 있는 유통·생산 기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이웃 나라 중국의 경사, 잘나가는 코스피에 ‘찬물’ 끼얹을까?
중국 A주의 MSCI 신흥지수 편입 소식이 전해진 6월 21일, 금융위원회는 한국 증시에서 최소 6000억~4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편입으로 해외 자금이 중국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같은 MSCI 신흥지수 구성국인 한국으로서는 장래 투자금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최종 결정이 이뤄지기 전,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 A주의 MSCI 편입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었던 만큼 증시에 이미 선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이번 편입은 국내 증시에 악재 요인일 수는 있지만 최근의 상승 추세를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중국자본시장연구회' 국내 최고 중국증시 전문가들 진단...
중국 A주 MSCI 신흥지수 편입,단기적으로는 영향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 호재
[한경비ㅍ�이정흔 기자] 중국 A주의 모건스캔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지수(EM) 편입이 6월 21일 결정됐다. 무려 4수 끝에 이뤄낸 성공이다. 실제 편입은 2018년 5월과 8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MSCI 신흥지수 편입 종목은 222개이며 일단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 5%(전체 MSCI 신흥지수 시가총액의 0.73%를 차지)만 편입한다. 222개 종목의 시가총액 100%(전체 MSCI 신흥지수 시가총액의 12%)를 편입하는 데는 최대 10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
이 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도 모처럼 활기를 보였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보다 16.20포인트 오른 3156.21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의 나스닥지수와 국내의 코스피지수가 고공 행진을 벌이는 동안에도 중국을 대표하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내리막을 걸으며 소외되는 모습을 보여 온 게 사실이다. ‘성장하는 시장’인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로서는 투자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중국 A주의 MSCI 지수 편입, 무슨 의미이길래?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중국 A주가 MSCI EM지수에 편입됐다’는 것은 정확하게 무슨 뜻일까. MSCI는 세계 최대의 지수 산출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전 세계 주가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세계 각국 종목들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글로벌 증시 지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와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MSCI나 FTSE 지수가 중요한 이유는 세계경제를 가늠하는 일종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MSCI의 대표적인 3대 지수로는 MSCI DM(선진지수), MSCI EM(신흥지수), MSCI FM(프런티어지수)을 꼽을 수 있다. 선진 시장 지수에는 북미와 유럽 지역 국가를 중심으로 23개국이, 신흥 시장에는 1992년 편입된 한국과 이번에 새로 편입이 결정된 중국을 포함해 24개국이 속해 있다. 프런티어 시장에는 서아프리카경제통화연합(WAEMU) 회원 3개국을 비롯해 모두 36개국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 지수가 중요한 이유는 국제 금융 펀드의 ‘투자 지표’가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MSCI EM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라고 하면, 이는 다시 말해 MSCI EM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종목(나라)과 투자 비율을 (거의) 그대로 좇아 운용하는 펀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각각의 운용사마다 이 지수를 표준으로 하되 각각의 종목별 시장 전망에 따라 투자 비율을 아주 조금씩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지수를 추종하겠다’는 것 자체가 그 지수가 반영하고 있는 종목과 비율을 ‘투자의 표준으로 삼겠다’는 약속인 만큼 크게 벗어나는 것은 거의 없다.
현재 전 세계 100대 자산 운용사 대부분을 비롯해 상업은행·투자은행·헤지펀드 등이 MSCI 지수를 투자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MSCI 홈페이지에 따르면 MSCI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만 하더라도 11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MSCI는 해마다 네 차례(2·5·8·11월)의 지수 정기 변경과 한 차례(6월)의 시장 분류 심사를 발표하는데, 그 결과에 따라 ‘글로벌 큰손’들의 자금 흐름 또한 달라진다. 전 세계의 투자자와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 A주는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중국 내국인 전용 주식으로 위안화로 거래된다. 외국인은 자격을 가진 기관투자가만 참여할 수 있다. 2014년 상하이거래소의 ‘후강퉁(상하이·홍콩 간 교차 거래)’과 2016년 선전거래소의 ‘선강퉁(선전·홍콩 간 교차 거래)’을 시행한 뒤 해외의 개인 투자자도 홍콩거래소를 통해 A주를 거래하는 게 가능해졌다.
MSCI에 따르면 이번 편입 이슈로 중국 A주에 유입 가능한 자금 규모는 단기적으로 약 170억~18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중국 A주 8조4000억 달러에 비하면 매우 작은 규모로 향후 A주의 지수를 크게 끌어올릴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그보다 중국 A주의 MSCI 지수 편입이 갖는 ‘상징성’에 주목해야 한다. 전 세계 시장을 대표하는 지수에 포함된 만큼 중국 A주가 우량 종목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자본시장 국제화에 ‘자신감’을 가져도 될 만한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향후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 개방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면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및 기관의 비율이 높아지고 대형 우량주 위주의 투자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 “중국 증시 내년까지 호호(好好), 대형주 담아라”
중국의 MSCI 지수 편입이 결정되기 하루 전인 6월 20일 국내 최고의 중국 증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중국 전문가들이 중국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교류하는 중국자본시장연구회가 조찬 세미나를 갖고 ‘2017 하반기 중국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이 사회를 맡고 국내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손꼽히는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전종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날 토론의 가장 뜨거운 주제는 역시나 ‘중국 A주의 MSCI EM지수 편입 의미와 향후 중국 증시 전망’으로 모아졌다. 이들 중국 전문가 3인은 한목소리로 “그동안 글로벌 증시 랠리에서 소외됐던 중국 증시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보다 내년에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 중국 A주의 MSCI 신흥지수 편입 결정을 하루 앞둔 6월20일 개최된 중국자본시자연구회 ‘하반기 중국 증시 전망’ 조찬 세미나. 중국의 MSCI편입 의미와 향후 전마을 짚어보는 데 뜨거운 토론이 펼쳐졌다. / 사진= 김기남 기자
김경환 애널리스트는 ‘적자생존’이라는 단어로 향후 중국 시장을 전망했다. 그는 하반기 중국 증시를 뒤흔들 변화의 축으로 ‘강력한 금융 긴축’과 ‘경기 사이클의 회복’을 꼽았다. 중국 경제는 지난 4~5년간의 경기 조정을 마무리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이익이 회복되는 분위기다. 특히 대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과 신규 투자 재개 등 선순환 구조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은행과 부동산으로 지나치게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금융 개혁과 확장’에서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금융정책 변화를 준비 중이다. 은행의 자산 관리와 부채 축소가 중심이 되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중소형 민영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등을 통한 신규 투자 및 대출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에 ‘대출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 승자 독식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MSCI 지수 편입 효과가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예정이어서 중·장기적으로 대형주 위주의 상하이종합지수에 호재일 수 있다”며 “가격을 조정받을 때마다 대형주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정보기술(IT) 산업과 인프라 관련 수요가 예상되는 기계 산업 분야의 대형 기업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A주 MSCI 편입, 단기적 영향 적지만 중·장기적 긍정…은행·IT주 유망
박석중 애널리스트는 올해 중국 A주 기업의 매출과 이익 증가율이 모두 두 자릿수로 증가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큰 관점에서 경기 사이클이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이며 대기업 중심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져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주가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지난 1년간 글로벌 증시의 흐름을 봤을 때 2016년에는 원자재를 중심으로 한 브라질·러시아 등의 수익률이 좋았고 올해는 독일·대만·한국 등 중간재(가공을 거친 원자재) 중심의 시장이 좋았다”며 “다음 차례는 ‘내수 중심’의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 애널리스트 역시 ‘대형주 중심’의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향후 중국 증시는 ‘금융’과 ‘구경제(소재·산업재·에너지 업종)’에 무게중심이 쏠릴 전망이다. 중국 A주의 편입 역시 장기적으로 대형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인 만큼 은행주와 에너지 중심의 대형주들을 중심으로 비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전종규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이 지난 20년간 투자와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면 소비와 서비스 분야는 상대적으로 성장이 미약했다”며 “향후 중국 정부는 이러한 산업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서비스산업 육성을 강력한 성장 전략으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미 중국의 제조업에도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굴뚝경제’는 빠르게 ‘IT 혁신’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IT를 활용한 스마트카 등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가는 식이다. 같은 맥락에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며 혁신을 이끌어 가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의 대표적인 IT 기업들이다. 이번 MSCI 신흥지수 편입 기업 목록에도 포함돼 있다.
이와 같은 시장의 흐름 변화는 근본적으로 ‘중국 소비 시장의 변화’가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대도시와 부유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 지역을 비롯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둘째 소비 대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전 애널리스트는 “중국 A주의 MSCI 편입은 장기적으로 중국 증시에 호재인 만큼 지금이 중국 A주 저점 매수의 기회”라며 “중국의 일등 기업 중에서 경쟁력 있는 유통·생산 기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이웃 나라 중국의 경사, 잘나가는 코스피에 ‘찬물’ 끼얹을까?
중국 A주의 MSCI 신흥지수 편입 소식이 전해진 6월 21일, 금융위원회는 한국 증시에서 최소 6000억~4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편입으로 해외 자금이 중국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같은 MSCI 신흥지수 구성국인 한국으로서는 장래 투자금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최종 결정이 이뤄지기 전,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 A주의 MSCI 편입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었던 만큼 증시에 이미 선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이번 편입은 국내 증시에 악재 요인일 수는 있지만 최근의 상승 추세를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