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해진 #해시태그 마케팅 ... '신개념' 솔루션은?

[TREND]
즐겁고, 아날로그적 감성 자극하고, 철저한 데이터 분석


(사진) 배우 고소영 씨 인스타그램

[한경비즈니스=김민지 인턴기자]서울 강남구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이스트(EAST)에서 6월 9일 열린 ‘펜디 갤러리아 부티크 리뉴얼 오프닝 행사’가 화제다.

고소영·수지·한예슬 씨 등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참여해 원하는 피카부 익스클루시브 백을 고르면 일러스트레이터가 즉석에서 백과 함께 모습을 담아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게스트들이 일러스트를 해시태그 ‘#fendigalleria(#펜디갤러리아)’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현장에서 해시태그 포토 프린터 ‘해시스냅’을 이용해 사진 인화 서비스를 제공했다.

남다른 팔로워를 자랑하는 셀러브리티들인 만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이용자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영화배우 고소영 씨가 당일 업로드한 게시물은 단시간 내에 1600여 개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인스타그램·트위터·페이스북 등 여러 SNS가 도입한 해시태그 검색 기능은 정보의 호수 속에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해시태그의 인기로 수많은 기업들이 ‘해시태그 마케팅’을 홍보 전략으로 내세웠고 해시태그를 통해 브랜드 메시지를 확산시키거나 캠페인 등을 전개해 왔다.

해시태그 마케팅은 주요 키워드만 지속적으로 노출시켜 적은 비용으로 높은 마케팅 효과가 있어 효율적인 바이럴(입소문) 마케팅 전략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모두가 해시태그 마케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해시태그 마케팅을 사용하지만 오직 소수만이 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SNS에 해시태그를 이용한 소셜 마케팅이 흘러넘치는 만큼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눈높이 또한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트렌드에 맞지 않는 진부한 해시태그를 적용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제 기업들은 홍보 정책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따라가는 ‘신개념’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소비자들이 즐거운 ‘해시태그 마케팅’
소비자들이 SNS에 쏟는 집중도는 TV 광고를 시청할 때보다 짧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성공적인 마케팅을 해내려면 SNS 이용자의 눈길을 단번에 잡아끄는 전략을 짜야 한다.

해시태그 마케팅 성공의 첫째 비결은 바로 해시태그 본연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고객이 브랜드와 만나는 순간을 즐겁게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지난 5월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수행원을 바라보지도 않고 정확하게 여행 가방을 전달해 일명 ‘노룩패스(no look pass)’ 이슈를 만들어 냈다. 노룩패스 영상은 순식간에 SNS에 확산돼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고 인스타그램 유저들은 노룩패스 패러디 영상을 찍고 ‘#노룩패스’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노룩패스가 SNS에서 이슈화되면서 온라인 오픈 마켓 쇼핑몰 G마켓과 옥션은 SNS를 통해 김무성 의원의 여행 가방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특히 G마켓은 페이스북에 ‘노룩패스 자율주행 기능 없다고 두 번 말했다? #소문만_무성, #바퀴는_스무성’이라는 재치 넘치는 멘트와 해시태그를 접목한 제품 홍보 게시물을 올렸다. 이 홍보 글은 16000여 개의 ‘좋아요’와 1200여 개의 공유를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반의 관심사에 해시태그 마케팅을 접목하면 대중이 이에 재미를 느끼고 마케팅 활동에 직접 참여한다”면서 “소비자의 즐거움은 곧 성공적인 해시태그 마케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 디지털 속 아날로그 감성

(사진) 이동현 제트애로우 대표가 해시스냅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트애로우 제공

해시태그 마케팅의 둘째 성공 비결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홍보·마케팅 시장에서 떠오르는 스타트업 기업인 제트애로우는 패션업계와 콘텐츠 시장에서 부는 레트로(복고) 열풍을 정보기술(IT)업계에 적용했다.

제트애로우가 지난 5월 론칭한 해시태그 포토 프린터 ‘해시스냅’은 온·오프라인 환경을 아우르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마케팅 채널이다. 해시태그로 업로드한 사진을 즉석에서 인화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사진을 찍어 특정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업로드하면 해시스냅이 이 사진을 디스플레이에 노출하고 순식간에 인화한다.

해시스냅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들이 사진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SNS 게시물을 올리면서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제트애로우 측은 해시스냅이 입소문이 난 덕분에 최근 제품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현 제트애로우 대표는 “SNS와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을 연결해 트렌디한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한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간 듯하다”며 “행사장·파티·팝업스토어 등 이슈 메이킹이 필요한 곳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 해시태그 마케팅, 사전 데이터 분석은 필수

(사진) 정원석 컴앤드키 대표./ 컴앤드키 제공

해시태그 마케팅의 셋째 성공 비결은 소비자의 관심사와 끊임없이 변하는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다. 다만, 기존 설문 조사나 전문가를 이용한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빅데이터·마케팅 전문 스타트업 기업 컴앤드키가 개발한 ‘스타태그’는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사용되는 해시태그를 정량적으로 파악해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에 부합한 데이터를 무료로 지원한다.

현재 하루 평균 3000여 명이 해시태그 데이터 분석 사이트 ‘스타태그’에서 태그를 검색하고 있다. 그만큼 해시태그 데이터가 주는 트렌드 지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스타태그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트렌드지수와 반응도 등 마케팅과 시장 분석에 유용한 지표들은 전문가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정원석 컴앤드키 대표는 SNS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해시태그를 유심히 살펴보고 트렌드 변화를 재빨리 포착해 이에 맞춰 기업 콘텐츠를 배포하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 해시태그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트렌드 변화를 확인하면 신규 시장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소비자와 기업 간의 시각 차이를 더 좁혀 나갈 수 있다”면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기업과 부서 그리고 예비 창업자가 이러한 데이터를 미리 확보하고 전략을 세운다면 기회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시태그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콘텐츠를 모으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브랜드 명칭을 이용한 일방적인 홍보성 해시태그 배포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 대표는 “유행에 민감하고 반(反)기업 정서가 강한 유저가 많은 인스타그램에서 광고성 해시태그 마케팅은 잘 통하지 않는다”면서 “기업이 주도하기보다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맞춰 잘 따라가는 것이 다음 세대의 올바른 기업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했다.

◆ 돋보기: ‘해시기호’에서 ‘해시태그’까지
C언어(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 데니스 리치와 브라이언 커닝헌은 1978년 C언어에 해시기호(#)를 처음 도입했다. 당시 해시 기호는 단순히 C언어가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명령어 앞에 붙는 방식으로만 사용됐다.

해시 기호가 최초로 정보 묶음 기능을 지니게 된 것은 1988년 고전적인 인터넷 채팅 서비스인 IRC(Internet Relay Chat)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이때 해시기호는 채팅의 토픽을 지정하는 용도로만 사용됐다.

21세기에 들어서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너무 많은 정보가 만들어지다 보니 사용자들은 원하는 정보가 불필요한 메시지와 글들에 묻히고 연결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워했다.

미국의 오픈 소스 운동가 크리스 메시나는 2007년 해시기호(#)를 사용해 관련 단어 및 정보를 묶는 것을 트위터에 제안했다. 트위터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오늘날의 ‘해시태그’가 탄생하게 됐다. 해시태그 기능은 트위터를 시작으로 점차 페이스북·인스타그램·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SNS 플랫폼에 퍼져나갔다.

evelyn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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