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터져 나오는 미담에 ‘갓뚜기’ 된 오뚜기

[WEEKLY ISSUE - ‘갓뚜기’ 된 오뚜기]
소비자들에게 ‘착한 기업’으로 인정… 가격 동결하며 라면 시장점유율도 상승


(사진)오뚜기 창업자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김영은 인턴기자] 오뚜기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갓뚜기(GOD와 오뚜기의 합성어)’, ‘미담 자판기’로 불리고 있다. 오뚜기 창업자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숨은 선행이 알려지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오늘부터 라면은 오뚜기”라며 구매 열풍까지 일었다.

함태호 명예회장의 아들 함영준 회장이 주식 상속세 1700억원을 성실히 납부하겠다고 밝히면서 오뚜기는 일약 ‘착한 기업’으로 떠올랐다.

현재 오뚜기를 이끌고 있는 함영준 회장은 부친이 별세한 뒤 3개월 후인 지난해 12월 오뚜기 46만5543주(13.53%)와 계열사인 조흥 주식(1만8000주, 3.01%)을 물려받았다. 당시 주가로는 약 3500억원 수준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30억원 이상의 주식을 증여 받을 때는 50%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함 회장이 내야 할 세금은 무려 1700억원대로 추산됐다. 주식은 소유자가 사망하면 바로 직계가족에게 상속되고 상속자는 6개월 이내에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함 회장은 상속세를 5년간 분할 납부하기로 결정했다.

오뚜기가 승계 과정에서 투명하고 정당한 모습을 보이자 네티즌들은 박수를 보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간 수많은 기업이 승계 과정에서 불법이나 편법을 감행한 것과 비교됐기 때문이다.

오뚜기의 미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신조 아래 함 명예회장은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해 왔다.





◆오뚜기 라면 값 10년째 동결

지난해 9월 함 명예회장 장례식에는 여느 대기업 총수 장례식과 달리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10여 년 전 함 명예회장의 후원을 받아 새 생명을 얻은 아이들이다. 오뚜기는 1992년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지원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4300여 명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함 명예회장은 후원 받은 어린이들의 감사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함 명예회장은 남몰래 밀알복지재단에 315억원 상당의 개인 주식을 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보유 주식이 줄어든 것을 확인한 어느 기자에 의해 뒤늦게 보도됐다.

오뚜기 관계자는 홍보하는 것이 아닌데도 언론과 인터넷상에서 너무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최근 오뚜기가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농심·삼양 등 라면업계 가격 인상에 동참하지 않아서다. 농심은 주요 제품인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의 값을 평균 5.5% 올렸다. 삼양식품 또한 ‘삼양라면’을 비롯해 12개 제품을 평균 50원 올렸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가격 인상에 대해 인건비·원자재비 상승 등의 요인이 작용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국내 라면 시장은 현재 2조원 수준으로 2012년 이후 성장이 정체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오뚜기는 10년째 가격 인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 관계자는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것이 맞다”며 “기존 상품에 주력하면서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몰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라면업계 2위 오뚜기는 가격 유지 정책을 쓰면서 업계 1위 농심의 점유율을 조금씩 빼앗아 오고 있다. 실제 2015년 20.5%에 머물렀던 오뚜기 점유율은 지난해 23.2%, 지난 5월에는 25.2%까지 올라섰다.

라면이 대표적 서민 음식인 만큼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은 오뚜기 제품으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적극적인 신제품 개발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 것도 오뚜기의 점유율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오뚜기는 2015년 ‘진짬뽕’을 출시한 데 이어 ‘볶음진짬뽕’, ‘함흥비빔면’, ‘콩국수라면’ 등 신제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함흥비빔면은 지금까지 약 750만 개가 판매돼 진짬뽕의 인기를 이었고 콩국수라면도 5월 출시 이후 약 300만 개가 판매됐다. 오뚜기는 진짬뽕의 힘으로 지난해 연매출 2조원의 벽을 넘어섰다.

함 회장 부임 이후 기업 가치가 급등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오뚜기 주가는 올 초 대비 30% 가까이 올랐다. 음식료 업종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진다. 사회공헌 활동뿐만 아니라 경영 능력도 십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수익성 개선’ ‘해외 개척’ 목소리도

하지만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뚜기는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다양한 사업 분야가 장점이지만 주력 제품 가격대가 중저가로 구성돼 있어 큰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특히 라면 시장에서는 가격 동결로 소비자로부터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가격을 유지하기는 힘든 노릇이다. 실제 계열사인 오뚜기라면의 지난해 매출은 59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37억원으로 1.2% 감소했다.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다. 오뚜기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832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1%에 불과했다. 함 회장이 올해 경영 난제를 잘 극복해 오뚜기가 진정한 ‘갓뚜기’로 거듭날 수 있을지 식품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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