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의 생존법, 일본에서 배우자"

[BUSINESS FOCUS=‘차세대 리더 스쿨’]
이경욱 리브컨설팅코리아 대표 인터뷰
‘12년간 한국에서 쌓은 노하우’…“현장 중심의 중간관리자 교육 정립”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우리보다 앞서 선진 경제에 진입한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경기 불황을 겪었다. 3저 현상(저성장·저물가·저금리)과 인구 고령화, 저출산 등의 문제로 1991년 이후 연평균 0.88%의 성장 바닥을 보인 ‘잃어버린 20년’을 보냈다.

하지만 2017년 현재 일본은 빠른 속도로 경제 불황을 탈출하고 있다. 올봄 졸업한 일본 대학생의 취업률은 97.6%다. 조사가 시작된 1997년 이후 최고치다.

취업을 희망하는 대졸자 100명 중 2~3명을 빼고는 졸업과 동시에 모두 직장인이 됐다. 고졸자 취업률 역시 99.2%를 기록했다.

고용시장뿐만이 아니다. 장기 침체의 서막이었던 주가와 부동산은 동반 상승 중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4차 산업혁명으로의 진입 속도도 빠르다. 사회 곳곳에 활력과 자신감이 넘친다.

일본의 경제가 이렇게 좋아진 이유는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업들이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해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 해법은 우리의 ‘교사’이거나 ‘반면교사’다.

일본 기업들이 겪은 착오와 성공 사례를 토대로 ‘저성장 시대 극복 및 성장 단계로의 도약’을 컨설팅하는 기업이 있다. 일본계 컨설팅그룹 리브컨설팅이다. 일본 내는 물론 2006년 국내 진출 이후 국내 기업들의 체계적인 컨설팅을 통해 나름의 노하우를 쌓아 왔다.

그동안 제일모직·LG전자·SK하이닉스·LS 등 수십 개 대기업들과 중견기업의 성공적인 컨설팅을 진행했다. 리브컨설팅이 찾은 해법은 기업의 중심축인 ‘중간관리자 교육과정(차세대 리더 스쿨)’을 통한 효율적 조직 구조 확립이다.

이 내용이 무엇인지 이경욱 리브컨설팅코리아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효율적 조직 만들어

“저성장 시대에 성장하는 기업의 비결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나가는 혁신적 움직임을 갖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만들어 온 역량의 바탕 위에 효율화된 조직 구조를 만들어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경욱 대표는 기업이 저성장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이같이 요약했다. 그중에서도 이 대표는 리브컨설팅이 하는 일이 후자인 효율화된 조직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효율화된 조직 구조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는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들이 직원들 사이에서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경영자나 일반 직원이 아닌 ‘허리’ 직군의 중간관리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간관리자들이 팀원들이 보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주도하고 그 안에서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저성장 시대에 필요한 중간관리자는 단순히 주어진 역할만 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팀원들이 주어진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넘어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기업 중에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강화해 성공 패턴을 이끌어 낸 사례가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는 과장급을 중심으로 한 중간관리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 육성 스쿨 등을 통해 중간관리자급의 능력을 함양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글로벌 의류 업체인 유니클로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단순한 실무 수행자가 아닌 ‘경영자 인재’로 설정했다. 2009년부터 FRMIC라는 조직을 통해 인재 육성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이런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가장 체계화되고 효율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기업 구성원 각각의 주체들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수행 역할에 따라 필요한 역량에 대해 함께 공유·학습·실행을 통해 미비점을 개선해 나가는 현장 중심형 교육이 리브컨설팅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대표는 “한국에서는 한국의 기업 환경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며 “이 교육을 통해 한 제약사는 영업맨의 역할만 하던 영업소장들이 매니지먼트의 체계를 만들고 영업 사원들을 관리하는 개선 과정을 통해 2년 만에 매출을 150%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 저성장 시대 대비 서둘러야

이 대표는 현재 한국의 전체적인 경제 상황이 20년 전 일본이 저성장으로 빠져들었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의 경제 상황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을 한국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의 발전적 모습이나 세계적인 경제 상황이 조금 다른 부분이 있지만 오히려 정부의 정책이 일본이 취했던 정책보다 선진적이고 창조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그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일본형 저성장 시대를 기업들이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이 대표는 국내 기업 조직의 운영 방법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그는 “일본은 직원이 입사한 후 여러 부서를 경험함으로써 조직의 유기적 협력 관계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한 부서에서 계속 진급하는 스페셜리스트 승진이 많아 타 부서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조직 문화는 업무에 대한 높은 이해도나 빠른 성장이 가능하지만 저성장 시대에 본격 들어선다면 일정 조직원의 이탈로 조직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대표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일본의 경험은 많은 교훈을 줬지만 한국과 기업들은 일본의 사례를 제대로 연구하고 배우지 않았다”며 “현재 한국은 빠른 속도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경욱 리브컨설팅코리아 대표는 누구]

일본 기업에 대한 궁금증이 인생을 바꿨다

‘잘나가는 일본 기업은 무엇이 다를까.’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을 다수 가진 나라 일본의 기업 문화가 궁금해 떠난 유학길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이경욱 리브컨설팅코리아 대표의 이야기다. 국내에서 대학을 마친 후 이경욱 대표는 와세다대 국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고 공부하면 할수록 일본 기업의 경영이 흥미로웠다.

졸업 후 본격적으로 일본 기업을 이해하기 위해 일본 컨설팅 회사 취업에 도전했고 일본에서 가장 큰 컨설팅 기업에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입사했다.

입사 후 일본인 상사의 친절하면서도 꼼꼼하고 정확한 지적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 결과 입사 4년 만에 300여 명의 컨설턴트 중 ‘올해의 컨설턴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2년 리브컨설팅코리아 대표로 취임했고 아시아 헤드쿼터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현재 말레이시아와 상하이에 새로운 지사를 설립하고 있고 타이베이·자카르타·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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