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도시재생' 좌우할 제도 향방은

[MONEY- 법으로 읽는 부동산]
정부, 부동산 정책 토대 마련할 제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대표변호사] 새 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이 지났다.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둘러싼 외교 문제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재해 있다 보니 아직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나 도시 개발 정책의 실체가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 공약인 50조원 규모의 도시 재생 뉴딜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도시재생사업기획단을 발족하는 등 새 정부의 정책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는 듯하다.

◆개발권 양도제 원조, ‘美 그랜드센트럴역’

도시 개발이 화두가 될 때면 항상 회자되는 용어가 있다. 개발권 양도제다. 개발권 양도제는 공원 녹지와 같은 환경적으로 보전의 필요성이 높은 지역이나 문화재와 같이 역사적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에서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제도다.

보전하고자 하는 지역의 개발권이 개발하고자 하는 지역으로 옮겨지기 때문에 개발권이 양도되는 보전 지역을 ‘개발권 송출 지역(sending area)’, 개발권이 양수되는 지역을 ‘개발권 수용 지역(receiving area)’이라고 일컫는다.

이때 송출 지역의 토지 소유자는 토지 이용 규제에 따라 개발하지 못하는 토지를 계속적으로 이용하면서도 자신의 개발권을 매각해 규제에 따른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

반면 개발 압력이 커 장래 개발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인 수용 지역의 토지 소유자나 개발업자는 개발권을 양수해 법정 밀도 이상의 개발을 할 수 있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규제 당국은 별도의 재정적 부담 없이 토지 이용 규제를 엄격히 적용해 환경보전, 문화재 보호 등의 공익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68년 그랜드센트럴역 사례를 통해 본격적으로 개발권 양도제를 도시계획 수단으로 활용하게 됐다. 당시 그랜드센트럴역의 토지 소유주가 53~55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건축 허가 신청을 내자 뉴욕시가 이를 불허하는 대신 개발하지 못하게 된 토지 상부의 개발권을 인근 토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제안했던 것이다.



◆결합 개발 제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이와 같이 여러 장점을 가진 개발권 양도제를 한국에 도입하는 것이 가능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은 미국과 법체계가 달라 개발권을 소유권과 분리해 양도하는 것이 현행법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적 제약에 따라 전면적인 개발권 양도제를 도입할 수 없지만 현재 한국에서도 개발권 양도제의 변형 형태로 용적률을 이양하는 방식의 결합 개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2009년 개정되면서 정비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 또는 도시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서로 떨어진 둘 이상의 구역 또는 정비구역을 하나의 정비구역으로 지정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결합 정비 사업은 도시경관 또는 문화재 등을 보호하기 위해 토지의 이용이 제한된 저밀관리구역의 용적률을 토지의 고도 이용이 가능한 역세권 지역인 고밀개발구역에 이전해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더 나아가 2016년 7월 20일부터 시행된 건축법에서는 결합 건축 제도를 도입했다. 상업지역, 역세권 개발구역, 주거 환경 관리사업구역, 그 밖에 뉴타운 등과 같이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중단된 곳 등 도시 및 주거 환경 개선과 효율적인 토지 이용이 필요한 지역이 그 대상이다.

현재 한국의 도시는 개별 건축물의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노후 건축물을 대체하기 위한 투자 수요가 잠재돼 있지만 규제 및 인센티브 부족 등으로 건축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기존 건물을 전면 철거하고 대규모 재건축 또는 재개발 사업을 지양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크다. 이에 따라 소규모 건축물을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할 때 사업성을 높일 수 있도록 결합 건축 제도를 활용해 건축 투자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러한 결합 개발 제도가 당초 예상했던 것처럼 활발하게 이용되지는 못하는 듯하다.

결합 건축 제도가 시행된 지 불과 1년여밖에 지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결합 건축 제도에 대한 홍보의 부재 또는 실제 개발로 이어지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결합 건축을 위한 조건인 대지 간의 최단거리가 지나치게 짧은 문제점 등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도시 개발 뉴딜 사업을 추진하면서 연간 10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정됐다.

미국의 개발권 양도제의 도입이나 현재의 결합 개발 제도의 확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정부의 예산을 투입하지 않으면서도 보전할 지역은 보전하고 개발할 지역은 법정 밀도 이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도시 개발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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