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현장]
엠와이케이, 총 11분 안에 머리 완성하는 미용실로 ‘인기’
일본의 미용실 '11컷'의 매장 전경.(/엠와이케이)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고정관념은 비즈니스의 최대 허들(장애물)이다. 특히 신규 주자는 기존 궤도에 올라탈 때 마음이 편할지 몰라도 웬만해선 터줏대감이 제칠 수 없다.
요즘 일본에서 화제인 ‘11컷(회사명 엠와이케이)’이라는 미용실이 대표적이다. 주요 언론이 불황기의 성공 사례로 이 회사의 독특한 경영전략을 소개한다.
11컷의 미용사들.(/엠와이케이)
◆시대상과 맞아떨어진 경영전략
11컷의 철칙은 말 그대로 11분이다. 커팅에 10분, 스타일링 컨설팅에 1분이다. 총 11분에 머리를 완성하는 구조다.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미용사가 10분으로 세팅된 스톱워치를 봐가며 놀랄 만한 속도와 기술로 자른다. 요금은 소비세(현행 8%)를 빼고 1500엔이다.
3000~5000엔의 업계 평균에 비하면 놀랄 만한 저가 실현이다. 커피나 마사지는 제공하지 않는다. 샴푸를 원하면 500엔을 더 내야 하는데, 사람이 아닌 한 대에 150만 엔짜리 자동 세발 장치가 샴푸한다. 염색 서비스도 독특하다. 염색약을 갖고 오면 2000엔만 받고 염색해 준다.
지향점은 저가의 서민 친화성이다. 번화가의 백화점처럼 고가 서비스 대신 생활 밀착의 저가 실현이 포인트다. 저가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반 미용실의 일반적인 사전 예약 혹은 지명 제도가 없다.
손님이 오는 속속 손이 비는 미용사가 자동으로 맡는다. 고객의 60%는 여성이다. 메인은 자녀를 동반한 바쁜 3040세대 주부다. 11분이면 자녀를 안고도 머리를 할 수 있다.
눈에 띄게 하기 위해 간판을 빨간색, 수건 등 집기를 핑크색으로 통일했다. 여성 특화 미용실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입소문이 나면서 가족 고객을 포함한 남성 고객도 늘었다.
11분에 맞춰 가볍게 손질하려는 수요에 주목, 교외·역세권에 자리한 슈퍼·쇼핑센터의 내부 출점이 원칙이다. 쇼핑 온 김에 머리하고 간다는 취지다.
그 덕분에 미용실 체인 중 업계 6위에 랭크돼 있다. 2000년 개업 후 16년 연속 수입 증가 행진이다. 저가·단기 슬로건이 시대 조류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반대로 업계 평균은 내리막길이다. 대형 체인점마저 고전 중이다. ‘QB하우스’ 등 유사 콘셉트를 내세운 회사만 실적 향상 중이다.
11컷은 그중에서도 존재감이 독특하다. 고객 1인당 단가는 낮아도 시간당 단가는 높다. 커트 고객 1명에게 평균 1시간이 걸린다고 볼 때 11컷은 11분이니 도합 4명까지 받는다. 1500엔씩이면 4명에 결국 6000엔으로 다른 미용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미용사 1명이 하루 25명씩을 대응하면 남는 장사다.
여기에 신입 미용사가 샴푸나 전단 배포 등을 보통 3년간 배우지만 이곳은 이르면 6개월에 데뷔한다. 미용사 전원 응대 구조다. ‘고가동률×전원투입’ 방식이다. 잘나가는 점포는 일평균 300~400명까지 받는다.
이런 경비 절감과 효율 중시를 감안하면 채산성은 업계 톱이다. 최근 10년간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0%대로, 상장 경쟁사 중 업계 2위인 알테살롱홀딩스의 3.8%(2015년 12월 기준)보다 탁월하다. 4월 기준 수도권과 오사카 권역을 포함해 모두 187개 점포를 보유했다.
◆단시간·고품질의 양립은 ‘딜레마’
원래 미용사는 힘든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많이 벌지도 못하는데 쉴 수도 없이 오래 일하기로 유명하다. 잔업해도 수당을 지급하는 곳이 거의 없다.
11컷은 다르다. 2015년 미용사 평균 월급(23만2000엔)을 한참 웃돈다(30만4000엔). 성과급도 연평균 6만 엔. 초임(20만 엔)도 유명 살롱 평균(16만~17만 엔)보다 높고 승급 체계까지 갖췄다.
손님 숫자에 따른 수당 체계가 아니라 동료와의 경쟁도 적다. 점장 연봉은 450만 엔대로 평균 이상이다. 강제 연습도 없다. 회사가 강사를 파견한 무료 세미나에서 휴일·희망자에 한해 교육한다. 경력단절의 여성 미용사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다. 회사도 육아 경험을 지닌 엄마 미용사를 통해 유연한 고객 대응이 가능해 유리하다.
11컷은 고객 심리를 정확히 읽어냈다. 미용업계의 업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과잉 출점과 함께 소비자의 과도한 시간·금전 부담이 고객 이탈을 부추긴다. 1세대 1개월 미용 지출은 2000년 3100엔에서 2011년 10% 감소한 2800엔으로 줄었다.
이후 다소 개선되더니 2015년부터 재차 하락 중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업계는 마사지·트리트먼트 등을 표준 매뉴얼에 추가, 매출 강화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객단가(1인당 평균 매출액) 상승을 노렸지만 고객 이탈만 심화시켰다.
지출 여력별로 고객을 분산한 대응이지만 불황 심화로 소비 여력이 있는 데도 저가에 만족하는 트렌드가 커졌기 때문이다.
시간도 갈수록 단축 지향성이 높아진다. 2016년 여성이 미용실에서 사용한 시간은 91분으로 2012년보다 14분 줄었다. 30대의 40%가 가능한 한 더 줄이고 싶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과거 미용 서비스는 전업주부 등을 전제로 설정됐다. 미용실에서 여유롭게 서비스를 받으며 쉰다는 개념이 중요했다. 지금은 미용실이 아니더라도 대체 공간이 많은 데다 가사·육아를 겸하는 맞벌이도 대세다.
이 때문에 11컷은 바쁜 여성에게 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여유 시간을 더 주는 사업 모델로 인식된다. 시간 절약이 여성 고객의 우선 고려로 등장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제는 남는다. 제아무리 기술 수준을 평균화한다지만 개별 스태프별로 손기술 등의 능력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렴하고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빼면 고객 만족이 높지 않다는 비판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일본 특유의 감동적인 접객 문화와 시간 단축이 충돌한다는 점에서 단골손님으로 연결될 여지가 적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단시간·고품질의 양립 여부를 둘러싼 딜레마다. 싼 게 비지떡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싸고 빠르다는 장점조차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엠와이케이, 총 11분 안에 머리 완성하는 미용실로 ‘인기’
일본의 미용실 '11컷'의 매장 전경.(/엠와이케이)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고정관념은 비즈니스의 최대 허들(장애물)이다. 특히 신규 주자는 기존 궤도에 올라탈 때 마음이 편할지 몰라도 웬만해선 터줏대감이 제칠 수 없다.
요즘 일본에서 화제인 ‘11컷(회사명 엠와이케이)’이라는 미용실이 대표적이다. 주요 언론이 불황기의 성공 사례로 이 회사의 독특한 경영전략을 소개한다.
11컷의 미용사들.(/엠와이케이)
◆시대상과 맞아떨어진 경영전략
11컷의 철칙은 말 그대로 11분이다. 커팅에 10분, 스타일링 컨설팅에 1분이다. 총 11분에 머리를 완성하는 구조다.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미용사가 10분으로 세팅된 스톱워치를 봐가며 놀랄 만한 속도와 기술로 자른다. 요금은 소비세(현행 8%)를 빼고 1500엔이다.
3000~5000엔의 업계 평균에 비하면 놀랄 만한 저가 실현이다. 커피나 마사지는 제공하지 않는다. 샴푸를 원하면 500엔을 더 내야 하는데, 사람이 아닌 한 대에 150만 엔짜리 자동 세발 장치가 샴푸한다. 염색 서비스도 독특하다. 염색약을 갖고 오면 2000엔만 받고 염색해 준다.
지향점은 저가의 서민 친화성이다. 번화가의 백화점처럼 고가 서비스 대신 생활 밀착의 저가 실현이 포인트다. 저가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반 미용실의 일반적인 사전 예약 혹은 지명 제도가 없다.
손님이 오는 속속 손이 비는 미용사가 자동으로 맡는다. 고객의 60%는 여성이다. 메인은 자녀를 동반한 바쁜 3040세대 주부다. 11분이면 자녀를 안고도 머리를 할 수 있다.
눈에 띄게 하기 위해 간판을 빨간색, 수건 등 집기를 핑크색으로 통일했다. 여성 특화 미용실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입소문이 나면서 가족 고객을 포함한 남성 고객도 늘었다.
11분에 맞춰 가볍게 손질하려는 수요에 주목, 교외·역세권에 자리한 슈퍼·쇼핑센터의 내부 출점이 원칙이다. 쇼핑 온 김에 머리하고 간다는 취지다.
그 덕분에 미용실 체인 중 업계 6위에 랭크돼 있다. 2000년 개업 후 16년 연속 수입 증가 행진이다. 저가·단기 슬로건이 시대 조류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반대로 업계 평균은 내리막길이다. 대형 체인점마저 고전 중이다. ‘QB하우스’ 등 유사 콘셉트를 내세운 회사만 실적 향상 중이다.
11컷은 그중에서도 존재감이 독특하다. 고객 1인당 단가는 낮아도 시간당 단가는 높다. 커트 고객 1명에게 평균 1시간이 걸린다고 볼 때 11컷은 11분이니 도합 4명까지 받는다. 1500엔씩이면 4명에 결국 6000엔으로 다른 미용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미용사 1명이 하루 25명씩을 대응하면 남는 장사다.
여기에 신입 미용사가 샴푸나 전단 배포 등을 보통 3년간 배우지만 이곳은 이르면 6개월에 데뷔한다. 미용사 전원 응대 구조다. ‘고가동률×전원투입’ 방식이다. 잘나가는 점포는 일평균 300~400명까지 받는다.
이런 경비 절감과 효율 중시를 감안하면 채산성은 업계 톱이다. 최근 10년간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0%대로, 상장 경쟁사 중 업계 2위인 알테살롱홀딩스의 3.8%(2015년 12월 기준)보다 탁월하다. 4월 기준 수도권과 오사카 권역을 포함해 모두 187개 점포를 보유했다.
◆단시간·고품질의 양립은 ‘딜레마’
원래 미용사는 힘든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많이 벌지도 못하는데 쉴 수도 없이 오래 일하기로 유명하다. 잔업해도 수당을 지급하는 곳이 거의 없다.
11컷은 다르다. 2015년 미용사 평균 월급(23만2000엔)을 한참 웃돈다(30만4000엔). 성과급도 연평균 6만 엔. 초임(20만 엔)도 유명 살롱 평균(16만~17만 엔)보다 높고 승급 체계까지 갖췄다.
손님 숫자에 따른 수당 체계가 아니라 동료와의 경쟁도 적다. 점장 연봉은 450만 엔대로 평균 이상이다. 강제 연습도 없다. 회사가 강사를 파견한 무료 세미나에서 휴일·희망자에 한해 교육한다. 경력단절의 여성 미용사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다. 회사도 육아 경험을 지닌 엄마 미용사를 통해 유연한 고객 대응이 가능해 유리하다.
11컷은 고객 심리를 정확히 읽어냈다. 미용업계의 업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과잉 출점과 함께 소비자의 과도한 시간·금전 부담이 고객 이탈을 부추긴다. 1세대 1개월 미용 지출은 2000년 3100엔에서 2011년 10% 감소한 2800엔으로 줄었다.
이후 다소 개선되더니 2015년부터 재차 하락 중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업계는 마사지·트리트먼트 등을 표준 매뉴얼에 추가, 매출 강화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객단가(1인당 평균 매출액) 상승을 노렸지만 고객 이탈만 심화시켰다.
지출 여력별로 고객을 분산한 대응이지만 불황 심화로 소비 여력이 있는 데도 저가에 만족하는 트렌드가 커졌기 때문이다.
시간도 갈수록 단축 지향성이 높아진다. 2016년 여성이 미용실에서 사용한 시간은 91분으로 2012년보다 14분 줄었다. 30대의 40%가 가능한 한 더 줄이고 싶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과거 미용 서비스는 전업주부 등을 전제로 설정됐다. 미용실에서 여유롭게 서비스를 받으며 쉰다는 개념이 중요했다. 지금은 미용실이 아니더라도 대체 공간이 많은 데다 가사·육아를 겸하는 맞벌이도 대세다.
이 때문에 11컷은 바쁜 여성에게 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여유 시간을 더 주는 사업 모델로 인식된다. 시간 절약이 여성 고객의 우선 고려로 등장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제는 남는다. 제아무리 기술 수준을 평균화한다지만 개별 스태프별로 손기술 등의 능력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렴하고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빼면 고객 만족이 높지 않다는 비판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일본 특유의 감동적인 접객 문화와 시간 단축이 충돌한다는 점에서 단골손님으로 연결될 여지가 적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단시간·고품질의 양립 여부를 둘러싼 딜레마다. 싼 게 비지떡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싸고 빠르다는 장점조차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