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세입자, 최악의 경우 중개업자에게 보증금 배상 청구해야
[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대표 변호사]모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접한 사연이다. 재력가로 알려진 건물 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채 행방을 감추면서 보증금을 손해 볼 위기에 처한 십여 명의 세입자들이 있었다.
해당 건물은 구분 건물인 다세대주택이었고 이미 호실 전부에 대해 경매 진행 중이었다. 이들 세입자들은 경매를 통해 자신들의 보증금이 제대로 반환될 수 있을지 궁금해 했다.
◆다세대주택, 개별 호실별로 경매돼
이들이 처한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다세대주택 전부의 시세는 22억원 정도다. 세입자들의 입주 이전에 다세대주택 전부를 공동담보로 하는 은행 근저당권 약 10억원이 있었다.
그 후 순차적으로 개별 호실에 입주하게 된 세입자들의 보증금 합계는 대략 17억원 정도였다. 그 때문에 경매 낙찰 가격에 따라 일부 세입자들의 보증금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배당을 받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어느 세입자가 보게 될 것인지 여부가 세입자들 간의 전입신고나 확정일자 순서가 아니라 다세대주택 가구별 낙찰에 따른 배당 시기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부동산이 구분 등기되지 않은 하나의 다가구주택이 아니라 개별 호실별로 구분 등기된 다세대주택이었기 때문이었다.
다가구주택이 경매에 처해지면 경매 대상물인 건물은 전체 하나의 물건이라는 점에서 다가구주택에 대한 배당은 그 하나의 건물에 이뤄진 전입신고·확정일자 순서에 좌우된다.
이 때문에 전입신고·확정일자를 상대적으로 먼저 갖춘 세입자들은 나중에 갖춘 세입자들에 비해 배당 순위가 앞설 수 있다. 물론 최우선 변제권이 있는 세입자는 예외다.
반면 다세대주택은 개별 호실 하나하나가 별개의 경매 대상물이다. 이 때문에 일괄 매각이 아닌 개별 매각의 원칙상 경매 진행 과정에서 개별 호실들 간 매각 시점과 배당 시점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1호부터 10호까지 열 개의 다세대주택에 대해 개별 매각 방식으로 경매가 진행된다고 하자. 1호, 2호, 3호의 순서로 마지막 10호에 대한 매각과 배당이 이뤄졌다면 이 사건의 경우 선순위 저당권 10억원에 대한 변제가 앞서 진행된 경매 과정에서 계속되게 되면서 배당이 거듭될수록 선순위 저당권자의 채권이 점차 감소할 것이다.
그러다 어느 특정 호실에 이르러, 예를 들어 6호에 대한 배당을 끝으로 모두 완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6호 이후 진행되는 7, 8, 9, 10호에 대한 배당 과정에서는 그동안 선순위 채권자였던 은행이 지위를 상실하면서 7, 8, 9, 10호 부동산 매각 대금이 세입자에게 배당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공동저당 대상물의 경매 종결 시점 차이에 따라 세입자들 간 발생할 수 있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법 368조 유추 적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후순위 저당권이 아닌 임차인에게 이를 인정하는 판례는 아직 없다.
또 학설상으로도 우호적이지 않다. 순위 가등기권자나 전세권자에 대한 유추 적용은 가능하지만 등기되지 않은 임차인에 대한 적용은 부정하는 것이 다수의 견해다.
서울 대치동 내 단독·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인 구마을 1~3지구 전경. (/한국경제신문)
◆세입자 간 ‘신사협정’으로 갈등 막아야
이를 알게 된 세입자들은 필자의 자문 내용에 매우 난감해하는 반응이었다. 지금까지는 법원 경매를 지켜보면서 주어진 배당만 기다리는 처지였는데 경매 순서에 따라 세입자 간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러면 통상적으로 자신의 호실에 대한 매각을 지연하기 위해 세입자들의 암투와 모략이 발생할 수 있고 그 때문에 세입자 간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무모한 소모전을 방지하기 위해 세입자 간 신사협정 내지 공동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은 세입자들 대부분이 임대차 과정에서 중개업자로부터 제대로 된 확인 설명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 개별 호실들에 대한 각각의 임대차 계약 체결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의 세입자들이 중개업자로부터 ‘개별 호실 전체를 공동담보로 하는 10억원의 근저당권이 있지만 건물 전체의 시세가 22억원 정도로 상당하기 때문에 1억원 정도의 개별 호실 임대차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앞선 필자의 분석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설명일 수밖에 없다. 향후 가구별 경매 진행 결과에 따라 늦은 경매 진행으로 보증금 배당을 받게 되는 운 좋은 일부 세입자들은 결과적으로 임대차 계약으로 인한 손해가 없어 중개업자에게 배상 청구할 일이 없을 것이다.
반대로 해당 호실에 대한 빠른 경매 진행으로 보증금을 배당받지 못하게 되는 운 나쁜 세입자들은 입은 손해를 중개업자에게 배상 청구해야 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이처럼 비록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건물이고 재력가로 알려진 건물주라고 하더라도 선순위 담보권과 세입자의 총 예상 보증금 합산액이 건물 시세에 육박한다면 향후 경매 진행 시 보증금 반환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 자체를 피해 버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행동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계약 체결을 원한다면 거액의 공동담보 대신 호실별로 채권을 나누는 개별 담보 형식으로 등기부를 정리한 다음 임대차 계약을 해야만 불의의 손해를 방지할 수 있다.
용어 설명
다가구주택 : 주택으로 쓰이는 층수(지하층 제외)가 3개 층 이하이고 1개 동의 주택으로 쓰는 바닥 면적(지하주차장 면적 제외)의 합계가 660㎡ 이하이며 19가구 이하가 거주할 수 있는 주택. 건축법에 따라 ‘단독주택’에 해당된다.
다세대주택 : 동당 건축 총면적이 660㎡ 이하이고 4층 이하인 주택을 말한다. 한 건물이지만 다수의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이 별도로 분리돼 있다. 건축법에 따라 ‘공동주택’으로 분류된다.
세입자, 최악의 경우 중개업자에게 보증금 배상 청구해야
[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대표 변호사]모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접한 사연이다. 재력가로 알려진 건물 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채 행방을 감추면서 보증금을 손해 볼 위기에 처한 십여 명의 세입자들이 있었다.
해당 건물은 구분 건물인 다세대주택이었고 이미 호실 전부에 대해 경매 진행 중이었다. 이들 세입자들은 경매를 통해 자신들의 보증금이 제대로 반환될 수 있을지 궁금해 했다.
◆다세대주택, 개별 호실별로 경매돼
이들이 처한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다세대주택 전부의 시세는 22억원 정도다. 세입자들의 입주 이전에 다세대주택 전부를 공동담보로 하는 은행 근저당권 약 10억원이 있었다.
그 후 순차적으로 개별 호실에 입주하게 된 세입자들의 보증금 합계는 대략 17억원 정도였다. 그 때문에 경매 낙찰 가격에 따라 일부 세입자들의 보증금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배당을 받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어느 세입자가 보게 될 것인지 여부가 세입자들 간의 전입신고나 확정일자 순서가 아니라 다세대주택 가구별 낙찰에 따른 배당 시기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부동산이 구분 등기되지 않은 하나의 다가구주택이 아니라 개별 호실별로 구분 등기된 다세대주택이었기 때문이었다.
다가구주택이 경매에 처해지면 경매 대상물인 건물은 전체 하나의 물건이라는 점에서 다가구주택에 대한 배당은 그 하나의 건물에 이뤄진 전입신고·확정일자 순서에 좌우된다.
이 때문에 전입신고·확정일자를 상대적으로 먼저 갖춘 세입자들은 나중에 갖춘 세입자들에 비해 배당 순위가 앞설 수 있다. 물론 최우선 변제권이 있는 세입자는 예외다.
반면 다세대주택은 개별 호실 하나하나가 별개의 경매 대상물이다. 이 때문에 일괄 매각이 아닌 개별 매각의 원칙상 경매 진행 과정에서 개별 호실들 간 매각 시점과 배당 시점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1호부터 10호까지 열 개의 다세대주택에 대해 개별 매각 방식으로 경매가 진행된다고 하자. 1호, 2호, 3호의 순서로 마지막 10호에 대한 매각과 배당이 이뤄졌다면 이 사건의 경우 선순위 저당권 10억원에 대한 변제가 앞서 진행된 경매 과정에서 계속되게 되면서 배당이 거듭될수록 선순위 저당권자의 채권이 점차 감소할 것이다.
그러다 어느 특정 호실에 이르러, 예를 들어 6호에 대한 배당을 끝으로 모두 완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6호 이후 진행되는 7, 8, 9, 10호에 대한 배당 과정에서는 그동안 선순위 채권자였던 은행이 지위를 상실하면서 7, 8, 9, 10호 부동산 매각 대금이 세입자에게 배당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공동저당 대상물의 경매 종결 시점 차이에 따라 세입자들 간 발생할 수 있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법 368조 유추 적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후순위 저당권이 아닌 임차인에게 이를 인정하는 판례는 아직 없다.
또 학설상으로도 우호적이지 않다. 순위 가등기권자나 전세권자에 대한 유추 적용은 가능하지만 등기되지 않은 임차인에 대한 적용은 부정하는 것이 다수의 견해다.
서울 대치동 내 단독·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인 구마을 1~3지구 전경. (/한국경제신문)
◆세입자 간 ‘신사협정’으로 갈등 막아야
이를 알게 된 세입자들은 필자의 자문 내용에 매우 난감해하는 반응이었다. 지금까지는 법원 경매를 지켜보면서 주어진 배당만 기다리는 처지였는데 경매 순서에 따라 세입자 간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러면 통상적으로 자신의 호실에 대한 매각을 지연하기 위해 세입자들의 암투와 모략이 발생할 수 있고 그 때문에 세입자 간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무모한 소모전을 방지하기 위해 세입자 간 신사협정 내지 공동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은 세입자들 대부분이 임대차 과정에서 중개업자로부터 제대로 된 확인 설명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 개별 호실들에 대한 각각의 임대차 계약 체결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의 세입자들이 중개업자로부터 ‘개별 호실 전체를 공동담보로 하는 10억원의 근저당권이 있지만 건물 전체의 시세가 22억원 정도로 상당하기 때문에 1억원 정도의 개별 호실 임대차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앞선 필자의 분석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설명일 수밖에 없다. 향후 가구별 경매 진행 결과에 따라 늦은 경매 진행으로 보증금 배당을 받게 되는 운 좋은 일부 세입자들은 결과적으로 임대차 계약으로 인한 손해가 없어 중개업자에게 배상 청구할 일이 없을 것이다.
반대로 해당 호실에 대한 빠른 경매 진행으로 보증금을 배당받지 못하게 되는 운 나쁜 세입자들은 입은 손해를 중개업자에게 배상 청구해야 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이처럼 비록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건물이고 재력가로 알려진 건물주라고 하더라도 선순위 담보권과 세입자의 총 예상 보증금 합산액이 건물 시세에 육박한다면 향후 경매 진행 시 보증금 반환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 자체를 피해 버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행동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계약 체결을 원한다면 거액의 공동담보 대신 호실별로 채권을 나누는 개별 담보 형식으로 등기부를 정리한 다음 임대차 계약을 해야만 불의의 손해를 방지할 수 있다.
용어 설명
다가구주택 : 주택으로 쓰이는 층수(지하층 제외)가 3개 층 이하이고 1개 동의 주택으로 쓰는 바닥 면적(지하주차장 면적 제외)의 합계가 660㎡ 이하이며 19가구 이하가 거주할 수 있는 주택. 건축법에 따라 ‘단독주택’에 해당된다.
다세대주택 : 동당 건축 총면적이 660㎡ 이하이고 4층 이하인 주택을 말한다. 한 건물이지만 다수의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이 별도로 분리돼 있다. 건축법에 따라 ‘공동주택’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