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4스타 얻은 30대 CEO…'가온'·'비채나' 성공비결은
입력 2017-07-27 13:27:57
수정 2017-07-27 13:27:57
조희경 가온소사이어티 대표 인터뷰
"처음부터 3스타 목표로 기획…한국적인 맛·표현 고민의 결과"
지난해 말 세계 미식 문화를 선도하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 발간됐다. 미식가들의 성서로 불리며 이름을 올리기조차 힘든 미쉐린 가이드에서 광주요그룹의 가온소사이어티가 운영하는 ‘가온’과 ‘비채나’는 각각 ‘별 3개’와 ‘별 1개’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다’는 찬사의 별 3개는 국내에서 가온과 서울신라호텔의 ‘라연’ 단 두 곳뿐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3스타’는 111개에 불과해 도자기 기업으로 시작한 이 그룹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한경비즈니스가 7월 17일, 롯데월드타워 81층에 들어선 ‘국내 최고층’ 레스토랑 비채나에서 화제의 주인공인 조희경 가온소사이어티 대표를 만났다.
“미쉐린의 역사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죠. 미쉐린 별을 받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발전할 것입니다.” 조 대표는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가온은 한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컸던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이 2003년 처음 문을 열었다. 중국에 지점도 냈지만 계속되는 적자로 2008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미쉐린 가이드 한국판의 발간 소식을 듣고 한식이 국내외에서 재조명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확신한 그가 2014년 가온을 다시 열었다.
조태권 회장의 둘째 딸인 조희경 대표는 음식과 예술에 대한 공부를 끝없이 해오던 중 비자 문제로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아버지의 권유로 가온소사이어티를 책임지게 됐다.
조 대표가 미쉐린을 목표로 가온과 비채나를 기획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무엇일까. 그녀는 ‘한국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뭘까, 최고급 한식이라고 했을 때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굴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
조 대표는 자신이 모르는 한국과 경험하지 못했던 한식에 대해 어른들이 갖고 있는 견해를 많이 들어보며 그 답을 채워 나갔다.
“비채나가 레스토랑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기획했다면 가온은 정말 한식을 사랑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기획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여기가 최고야’라고 말해야 하죠. 그게 없이 ‘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식이 뭘까’만 고민하면서 인정받길 바란다면 과정을 생략한 한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태원에 있던 비채나를 롯데월드타워 81층으로 옮긴 것 또한 조 대표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고층인 특성상 가스가 들어올 수 없어 인덕션만으로 요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불맛이 중요한 고기나 온도에 예민한 튀김 요리 때문에 애를 태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레시피 개발과 셰프들의 끝없는 연구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 사회공헌 방법을 늘 고민
조 대표는 경영인으로서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레스토랑이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어떤 부분에 기여할 수 있는지 늘 고민한다.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제공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요리를 통해 사회에 어떤 것을 전달하고 나누느냐’라는 걸 깨달았죠.” 조 대표는 이런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농어촌과 연계해 최상의 재료를 직접 공수하고 있다.
한식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을 맡았을 만큼 미식에 조예가 뛰어난 조 대표는 총셰프에서부터 주방 막내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개발한 메뉴를 일대일로 품평하고 있다. 셰프들의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게 해 일에 대한 열정을 다시 되찾아 주기 위해서다.
이처럼 조 대표는 경영인으로서 구성원들에게 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를 부여해 준다. “의미가 없으면 열정이 없어져요. 하지만 의미는 사라지기 쉽죠. 의미가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늘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합니다.”
◆ 해외시장 진출과 한식 프랜차이즈가 목표
조 대표가 한식 세계화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효율성’과 ‘융통성’이다. 그는 전통을 고집할 때도 효율성과 융통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전통을 지켜야 한다면 가마솥에 짚을 피워 요리를 하고 모두 한복을 입어야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 시대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한국적인 표현과 능력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합니다.”
조 대표의 목표는 해외시장 진출과 한식당 프랜차이즈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다. 가온이나 비채나의 매장을 확대하지 않고 새로운 브랜드를 추가해 외식 부문 사업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최고급 한식당 브랜드에 프랜차이즈가 웬 말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 대표는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은 다 아름답다고 한다. 나를 위해 하는 요리가 아니라 남을 위한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는 결국 생계형 레스토랑이지만 가격 경쟁하면서 밥장사하려고 하는 식당이 아니에요. 제가 추구하는 것은 구성원 모두가 일에 대한 자부심과 요리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는 프랜차이즈예요.”
조 대표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기업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가격 경쟁이 아니라 자신만이 가진 신념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2~3년 후 가온소사이어티가 중소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늘 해외시장 진출도 고민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만으로는 한식 경험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가 생각하는 국제 데뷔 무대는 미디어 영향력이 가장 큰 뉴욕과 전통이 다른 문화들과 융합하기 좋은 런던이다.
조 대표는 마지막으로 셰프와 직원들에게 든든한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가온소사이어티에 베스트(Best : 최고)는 없어요. 하지만 늘 베터(Better : 더 나은 것)를 추구합니다. 우리가 보여줘야 하는 한식이 무엇인지, 왜 이것이 필요한지 늘 스스로 질문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우리의 목표를 이뤄 나가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아이디어와 의지를 지원해 주고 의미를 부여해 주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희경 대표는…
1981년 그리스 아테네 출생. 2003년 시카고 예술대 BFA 졸업. 2008년 로욜라대 MBA. 2009년 이탈리아 미식과학대 슬로푸드 식품경영·식문화 마케팅 석사. 2010년 광주요그룹 기획이사(현). 2012년 가온소사이어티 대표이사(현). 2013년 올리브TV ‘한식대첩’ 심사위원.
한경비즈니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